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4화 (3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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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협회의 최전방, 던전 청소팀.」

이아영이 내민 핸드폰에 커다란 타이틀이 떠올랐다.

‘최전방…?’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기사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작전팀의 원활한 토벌을 위한 던전 정리 작업. 그것이 공식적인 던전 청소팀의 주된 업무다. 때문에 청소팀은 매일 12시간씩, 곧 소멸하는 던전으로 들어가 몬스터의 시체를 해체하고 정체 모를 부산물을 청소한다.」

「그 과정에서 청소팀은 지속적으로 차오르는 가스에 노출되며, 독이나 강한 산성 같은 부산물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뿐이랴. 부족한 인원, 강도 높은 업무와 살인적인 근로 시간까지. 이것만 본다면 전형적인 3D 업종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주일간의 취재 결과, 던전 청소팀의 업무는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작전팀의 정산 시즌에 맞물려 다른 청소팀들의 과부하가 예상되자, 청소 3팀의 김준우 청소부는 뛰어난 작전 기획력과 던전 분석력을 바탕으로 작전팀과 지원팀과의 연합 작전을 지휘했다. 또한, 다른 팀의 실수로 전반적인 토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자 곧바로 작전을 포기하고 다른 팀을 지원하는 강단까지 보여줬다.」

「결국, 던전 청소팀은 단순히 던전을 청소하는 팀이 아닌, 모든 팀의 업무를 조율하고 실행시킴으로써 더욱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작전을 이끌어내는 ‘기획팀’인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어떤 팀보다 뛰어난 능력과 실력이 뒷받침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방면에서 보았을 때, 비록 임금은 적을지 몰라도 청소팀은 가히 협회의 최전방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기사 전문 보기-

‘……??’

머릿속에 무수히 떠오르는 물음표.

최전방? 기획팀?

다 무슨 개소리인지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구상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이런, 개…….”

욕지거리가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게 최대한 만만하게 보이게 쓴 건가?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내용이야 이게?

“어때요? 생각보다 기사 잘 나왔죠?”

“…….”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람들 반응도 엄청 난리에요. 특수 작전팀이네, 역시 실세였네 하면서요. 입장 표명 때 일이랑 겹치면서 더 관심을 끌고 있던데요. 뭐, 다만…….”

“반응만 좋다, 그뿐이겠죠.”

“맞아요.”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 누가 ‘뛰어난 능력이 요구되는 청소팀’에 오려 하겠는가. 그런 능력이 있으면 가도 작전팀이나 통제팀으로 가겠지!

“저도 혹시나 해서 알아봤는데, 청소팀에 지원한 사람은 없대요. 내용이 내용인지라, 선망의 대상이 될 순 있어도 본인이 하려고 하진 않겠죠. 무엇보다 임금이 적다는 얘기도 있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쓸데없이 친한 척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이야…….

심지어 그 밑에 있는 내용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다.

‘김준우 청소부의 뛰어난 리더십과 동료애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을 준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인격자?’

대체 누군가 그건.

이 새끼 설마 회식 때 내가 쐈다고 띄워주는 거야?

헛웃음이 다 나왔다.

그 순간, 핸드폰이 진동했다.

확인해보니 구상찬에게서 온 문자였다.

「♡」

‘개새끼…….’

핸드폰을 쥔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끝났다.

임금이고 신입이고 다 날아갔다.

지금 청소팀에 남은 건 ‘뛰어난 능력을 겸비해야 하는 특수 직군이지만, 정작 주 업무는 청소 일이고 심지어 월급도 적은 직업’이라는 기괴한 칭호뿐.

“아무튼 다들 반응도 좋고, 청소일이라고 무시하던 놈들도 조금 인식이 바뀐 것 같긴 한데… 당신 말대로 딱 그뿐이에요. 이 기사 때문에 지원할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

“그러니까 신설 팀원은 주변에서 알아보는 게 빠를 거예요.”

지금 내 기분을 알 턱이 없는 이아영이 위로를 하는 건지, 재촉을 하는 건지 모를 말을 던졌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입 한 명 받으려고 일주일 동안 그 개고생을 했는데… 결국 제 발로 뛰게 생겼네.

***

좁은 거실.

침대 겸용 소파에 누워 있던 한유빈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연거푸 하품을 뱉는 중이었다.

“야. 평생 그러고 살 거냐? 좀 씻기라도 하지?”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남동생, 한상혁이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신경 꺼.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알아서 하긴 개뿔. 언제까지 집에만 처박혀 있을 건데. 할 일 없으면 나가서 노가다라도 좀 뛰던가!”

“……헌터 존심이 있지.”

“지랄을 하고 있네. 헌터 자격도 정지된 주제에 헌터 존심은 무슨…….”

“야!”

그 순간, 한유빈의 이마에 핏대가 올라왔다.

“뒤지고 싶냐, 씨발아?”

“…….”

진심 어린 살기.

다른 사람이 본다면 왜소한 체격으로 허세를 부린다며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저 인간의 성깔을 알고 있는 한상혁은 죽기 싫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참 나, 잘린 게 자랑도 아니고…….”

“한마디만 더하면 진짜 죽여 버린다.”

“…….”

중얼거리는 것까지 들린 모양이었다.

한유빈은 한 차례 콧김을 내뿜고는 다시 핸드폰 화면에 빠져들었다.

국제 협회 헌터.

수많은 자격증과 높은 학력 그리고 엄청난 재능을 요구하는 자리.

그 자격을 받기 위해선 프랑스 국제 협회 본부에서 직접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엄격한 서류 전형과 온갖 시험들이 있고, 통과한 뒤에도 강도 높은 훈련과 실제 전투를 바탕으로 한 실전 평가가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자격을 취득하는 게 어려운 건, 그 나라의 시민권자만이 지원할 수 있는 조항 때문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한유빈은 국제 협회, 미국 지부 소속의 헌터였다.

- 나 잘렸어.

한상혁이 인천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 그 날, 한유빈이 내뱉은 첫 마디였다.

당연히 한상혁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래서 뭐… 상심이 크겠지만 잘 이겨내겠거니 했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달랐다.

저 빌어먹을 년은 벌써 일주일째 씻지도 않고 소파 위에만 눌어붙어 있다.

놀지만 말고 일이라도 하라고 했더니 세상에, 하찮은 일은 죽어도 하기 싫단다.

아직까지 본인이 국제 헌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지……. 게다가 저 나이가 돼서 밥 한 끼 혼자 못 해 먹는 상태라니.

진짜 생긴 것처럼 애가 따로 없었다.

‘어디 가서 쪽팔려서 말도 못 하겠네, 진짜…….’

문소연과 박 팀장에게 자랑 아닌 자랑까지 했었는데.

이제는 저런 인간이 누나라고는 입도 뻥긋 못 하겠다.

됐다, 저런 인간 신경 써서 뭐 하겠나.

굶어 뒤지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니까 내일부터는 출근해야겠다.

한상혁은 그렇게 마음을 먹으며 등을 돌렸다.

“……야.”

그와 동시에 한유빈이 그를 불러 세웠다.

“아 씨, 또 뭐!”

“이거 너네 팀 아니냐?”

“…뭔 소리야, 그건 또.”

어리둥절한 목소리.

그런 그를 향해 한유빈이 핸드폰을 쭉 내밀었다.

그러자 화면에 떠 있는 알 수 없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단독] 협회의 최전방, 던전 청소팀.」

“니네 팀 기사 났는데?”

“……엥?”

한상혁이 곧바로 핸드폰을 낚아챘다.

또 무슨 일이 터진 건가, 불안감부터 엄습했다. 빠르게 기사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한상혁이 걱정했던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었다.

“뭐, 뭐야… 뭔 일이 있었던 거야.”

한상혁은 황망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게, 본인이 휴가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청소팀은 그냥 청소팀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 역시 협회 실셐ㅋㅋㅋㅋㅋㅋ

└ 청소는 좀… 하던 새끼들 어디감?ㅋㅋㅋㅋ

└ 이 정도면 그냥 특수 작전팀이네ㅋㅋㅋ

└ 청소부가 내가 아는 그 직업 맞음?? 연합작전 지휘하는 청소부는 대체 뭔 말이냐?

└ 야 근데 진짜 뽕 거르고 저거 다 진짜면 ㄹㅇ 대단하긴 하네;; └ 응~ 그래봤자 청소부~ 여기서 아무리 물고 빨아도 막상 할 사람 찾으면 아무도 없음ㅋㅋ

└ 넌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 아님?

└ 던전 관련 자격증 하나는 가지고 있냐?ㅋㅋㅋㅋ

└ 팩트 밴.

└ 근데 아무나 못하는 일인 건 맞는 듯. 저 정도 업무면 입사 허들 개 높을 것 같은데.

이게 다 뭔 개소리들인가.

한상혁은 상황을 이해해보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애초에 굴릴 머리가 없었기에, 오래가진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김준우, 이 새끼… 뭔 짓을 한 거야.”

김준우.

이 정도 스케일의 일을 벌일 놈은 그 새끼밖에 없다.

“김준우라면… 그 사람이지? 네가 저번에 말했던 그 또라이.”

쿡쿡거리며 댓글을 넘겨보던 한유빈이 물었다.

“내가 말했었나?”

“신입인데 던전에도 빠삭하고 스킬도 쓴다면서? 예산도 받아주고, 뭐 이것저것 엄청 신경 써준다고 존나 고마워하더만.”

“…….”

한상혁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한유빈은 그에게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나저나 연합 작전을 지휘하는 청소팀이라…….”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끝에.

“그 정도면 할 만하겠는데?”

한상혁에게 있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뱉었다.

“야, 야… 설마 아니지…?”

“뭐가 아닌데?”

모르겠다는 척 새침을 떨고 있다.

“너, 너 청소팀 들어올 생각이면 꿈도 꾸지 마! 경고했다, 진짜!!”

“방금까지 일자리 알아보라고 하던 새끼 뒤졌냐?”

“그거랑 이거랑 같아?! 니 주제에 무슨 청소팀이야! 방 청소도 못 하면서 무슨 던전을 청소하겠다고!”

“설마 내 방이 던전이라는 소리냐?”

뜬금없는 데서 발끈하는 한유빈.

덕분에 한상혁은 한 발짝 뒷걸음질을 쳤다.

“여, 여기 월급도 존나 적어! 너 벌던 거에 백 분의 일… 아니, 천 분의 일도 안 될걸?”

“상관없어. 나 돈 많아.”

“아, 아니, 누나 제발…….”

급기야 바뀐 호칭.

한상혁의 입장에선 당연히 뜯어말릴 상황이었다.

그 어떤 남동생이 누나와 같은 직장, 같은 팀에서 일을 하고 싶겠는가. 차라리 퇴사를 하고 말지.

하지만 사실 한상혁 또한 알고 있었다.

한번 마음을 먹은 한유빈을 말리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한상혁의 고개는 점점 바닥으로 떨어졌고, 급기야 두 손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뭐, 해본 소리야.”

그제야 한유빈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진짜?”

“그럼, 내가 진짜 청소팀에 들어가겠냐.”

“와씨,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십년감수 한 표정.

한상혁은 애써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가 진심으로 질색을 하니, 더는 놀려주기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야 근데…….”

한유빈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혹시 내 양복 어디 있는지 아냐?”

“……?”

동시에 한상혁의 입술이 새파래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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