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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1화 (3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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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던전의 청소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된 시점.

“A팀, 서초동 완료했어?”

나는 무전기를 들어 작전 현황을 체크했다.

「네! 방금 막 끝났습니다!」

“그러면 바로 사당으로 가서 대기해. 아직까지 청소는 문제없으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사당 완료하면 오늘 토벌은 끝입니까?」

“그래. 어제보단 좀 널널하게 끝날 것 같네.”

「그럼 몇 개 더 토벌할까요? 시간도 남는데…….」

“아니. 말했잖아. 하루에 딱 5개 던전만 하라고. 그 이상은 딱히 의미가 없어. 우린 최대한 이 루틴을 유지하면서 마지막에 역전을 노릴 거야.”

「네, 알겠습니다!」

작전 2팀원의 우렁찬 목소리.

나는 무전기를 내려놓으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팀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토벌을 이어갔다.

처음엔 경험이 적은 놈들뿐이라 내심 불안했지만, 이젠 다들 익숙해진 건지 나름 작전팀 값은 하고 있다.

물론 지원팀의 활약도 한몫했다.

장비 제작 및 수리 그리고 로테이션 케어를 지체 없이 수행해주었다. 듣자 하니 작전 1팀 엿 먹일 생각에 다들 야근을 자처하고 나섰단다.

참 이상한 데서 열을 내는 팀이 아닐 수 없었다.

여하튼 두 팀의 노력 덕에 그만큼 청소팀은 할 일이 늘었지만…….

그것도 딱히 문제는 없었다.

“이야, 역시 기계가 좋긴 해!”

“와, 이거 엄청 잘 잘리는데요?”

지원팀의 장비 지원으로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작업이 가능했으니까.

“준우야! 이거 계속 우리가 쓰면 안 되냐? 이거 하나만 있으면 하루에 10개도 거뜬하겠는데?”

박 팀장은 플라즈마 절단기를 앞에 두고 상당히 탐이 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 힘들 겁니다. 애초에 지원팀에도 3대 밖에 없는 거고… 원래 무기 제작용으로 해외에서 비싸게 주고 들여온 거라더군요. 오죽하면 이아영 부실장이 고장 내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겠습니까.”

“그러냐? 그럼 어쩔 수 없지…….”

맥 빠진 목소리.

박 팀장이 저렇게 아쉬워하는 건 또 처음이다.

뭐, 마음은 이해한다.

장비 몇 대 지원 받은 것뿐인데, 작업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니까.

드론 날려서 통로에 약품 뿌리고, 몬스터 해체는 더 이상 손으로 일일이 할 필요 없이 플라즈마 절단기로 5분 만에 가능했다. 몬스터를 나르는 것 또한 강화 로봇이 대신해주었다.

던전 하나를 청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한 시간.

실로 엄청난 단축이다.

‘뭐… 이대로면 1등은 문제없겠네.’

나는 옅은 미소를 띠었다.

지금이야 아직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다.

이 상태만 유지한다면 내일을 기점으로 역전이 가능하다.

임금 인상은 이거로 확정이나 다름없고.

나머지는…….

“어때. 이 정도 일이면 아무나 할 수 있겠지?”

나는 구상찬 기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걸 아무나 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어째 기가 차다는 표정이다.

“그럼 이 정도야 누가 못 해. 해체도 기계 돌리면 되고, 무거운 것도 로봇이 대신 날라주고. 우린 아무것도 안 하고 구경만 하는데도, 한 시간 만에 던전 하나 뚝딱. 이보다 만만한 직업이 또 있냐.”

“참 나! 그건 다 공짜로 받아냈답니까? 형님이 전부 기획하고 받아낸 거 제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빌린 장비도 다시 지원팀한테 돌려줘야 한다고…….”

“……상찬아.”

옅은 한숨.

틀린 말은 아니다만… 어째 말뜻을 못 알아먹는 녀석이네.

“…예, 옙?”

“나 신입 받고 싶다.”

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도와줘라, 좀.”

“……아, 하하하.”

구상찬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멋쩍게 웃어 보였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해야겠냐…….

에휴, 기자라는 놈이 눈치가 이렇게 없어서야.

속으로 진심 어린 한탄을 하고 있던 그때.

「김준우 청소부님! 크, 큰일 났습니다!」

다급하게 나를 찾는 무전이 울렸다.

“왜 그래. 무슨 일 생겼어?”

「저, 그게… 사당 쪽 던전 말입니다. 작전 1팀이 이미 토벌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거기 우리가 허가받은 던전 아니야?”

「마, 맞습니다. 아무래도 통제팀에서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

아니,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통제팀이 토벌 허가를 착오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산 시즌 같은 민감한 시기에 무슨 욕을 처먹으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겠는가.

게다가 전생에서도 그런 실수는 한 번도 없었다.

이건 딱 봐도 실수가 아니라…….

「지원팀입니다! 긴급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그 순간, 이번엔 지원팀에서 무전이 날아들었다.

“…또 뭡니까?”

「현재, 출현 던전 전부 작전 1팀한테 우선 허가 떨어졌습니다!」

“젠장, 역시…….”

확실하다.

통제팀이 서민철한테 붙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막무가내 허가를 내린다고?

빽도 생겼겠다, 뒤처리는 알아서 해주겠거니 싶은 건가?

「저, 그런데 문제는 1팀의 토벌량입니다. 현재 시각 기준, 어제 대비 세 배로 늘었어요.」

“…예? 그건 말이 안 됩니다. 다른 청소팀들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닙니다.”

「그, 그게…….」

지원팀 직원은 뜸을 들이길 한 차례.

「무시하고 있어요.」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대답을 내뱉었다.

「다른 청소팀 속도는 무시하고 닥치는 대로 토벌만 하고 있습니다.」

“그랬다간 미청소 던전이 생길 텐데…?”

「이미 3개의 미청소 던전이 발생했습니다. 이대로면 계속 늘어날 거예요.」

“……이런 미친놈들을 봤나.”

머리가 없는 건가?

미청소로 인해 던전이 재출현하면 피해를 보는 건 지들인 걸 모르나?

아니, 그 새끼들이야 피해를 보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

그런데 그거… 결국 우리가 치워야 하잖아.

상식을 아득하게 벗어난 행동에 나도 모르게 무전기를 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아…….”

나 또한 즉답할 수 없었다.

어차피 우선 허가가 떨어졌다고 해도 주먹구구식 토벌에는 한계가 있다.

해봤자 2~3일만 지나면 지들이 먼저 나가떨어지겠지.

그때까지 토벌을 하루 한두 개로 축소하고, 1팀이 나가떨어진 이후에 다시 스퍼트를 내면 페이스를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미청소 던전이 미친 듯이 나오겠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이번에 1등을 놓치면 임금 인상은 둘째 치고, 허세 부린 걸 수습하지도 못한다.

그러면 덩달아 좋은 기사를 기대하기도 힘들어진다.

나에겐 이번 작전에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다.

그것들을 포기할 바에, 차라리 나중에 조금 고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스친 순간이었다.

“주, 준우 씨? 왜 그래요?”

“무슨 문제 있나?”

문소연과 박 팀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그들의 얼굴을 보자, 문득 예전에 박 팀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 미청소 던전은 우리 입장에선 죽으라는 소리야.

가스는 C레벨 방호복으로 버틸 수준이 아니고, 완전히 부패한 몬스터는 어떤 위험이 있을지 가늠할 수도 없다지.

기존에 쓰던 장비는 당연히 무용지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미청소 던전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토벌과 청소의 순서가 바뀌게 되는 것.

그 말은 결국 몬스터가 살아 있는 던전에 우리가 먼저 들어가서 청소를 해야 한다는 소리다.

나야 그렇다 쳐도 다른 팀들은…….

‘에휴, 거의 다 왔는데…….’

나는 그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끝에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작전팀, 지원팀. 응답 바람.”

***

여의도에 위치한 이능차원관리협회 행정본부, 이사실.

“서민철, 이 개새끼를 봤나!”

이두식 이사는 보고를 받자마자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본부에 작전팀밖에 없어?! 다른 팀 생각은 안 해? 미청소 던전 출현하면, 그거 청소는 지들이 한대냐?!”

“…….”

이두식에게 보고를 한 비서는 잔뜩 움츠러든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가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이런 미친놈! 나름 정예라고 오냐오냐 눈감아줬더니 결국 이 사달을 내네. 고작 실적 싸움 한 번 이기겠다고……. 유 비서! 지금 당장 통제팀장 연락해!”

“네, 네?”

“이대로 계속 가면 미청소 던전 감당 못 해! 당장 편 팀장 연락해서 모든 작전 허가 철회하라고…….”

“아뇨.”

그 순간, 한 여성의 목소리가 격양된 이두식 이사의 말을 끊었다.

“그럴 것까진 없어요.”

때마침 이사실로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이아영 부실장.

하지만 딸아이가 찾아왔음에도 이두식 이사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근무 시간에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걱정 마세요. 저도 전해드릴 게 있어서 온 거니까.”

“업무 때문에 온 거면 조금 더 예의를 갖추는 게 어떠냐.”

“어머, 그런 것까지 신경 쓰실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그렇게 예의를 중시하시면서 왜 집에선 밥 먹고 설거지도 안 하세요?”

“…잘리고 싶냐?”

“…….”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아무튼, 미청소 던전 때문이라면 굳이 작전 허가까지 철회할 필요는 없어요.”

무의미한 기 싸움 끝에, 이아영 부실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미청소 던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지금 연합팀 전원이 청소팀으로 투입됐어요.”

“………?”

이두식 이사의 눈이 동그래졌다.

“청소 3팀을 포함해서 작전 2팀, 헌터관리실 팀원 전원이 청소팀으로 투입됐다고요. 뭐… 썩 내키진 않지만, 대장 명령이라 토를 달 수도 없고…….”

“그, 그게 무슨…….”

“아, 그리고 대장이 말 좀 전해달래요. ‘이번엔 자기가 졌다’고.”

이아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이두식의 반응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순식간에 뺨이라도 얻어맞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뭐 둘이 내기라도 했어요? 아니 것보다, 둘이 언제 만났대?”

“……몰라도 돼.”

“진짜… 다들 나만 왕따 시킨다니까.”

이아영 부실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곤 볼일을 다 봤다는 듯,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벌써 가냐?”

“말했잖아요. 말 전하러 왔다고. 저도 시간 없어요. 청소하러 가야 해서.”

이내 이아영은 씨익 웃으며 사무실을 나섰다.

“하아.”

동시에 이두식 이사가 헛웃음을 뱉었다.

“하하, 하하하! 이런 또라이를 봤나!”

사무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그런 완벽한 기획을 세워놓고 이렇게 나온다니!

팀 전체 임금 두 배 인상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게다가 ‘이번엔’ 졌다는 건, 다음엔 이길 거라는 건가?

‘아니 그런 것보다…….’

자칭 ‘일개 청소부’가 작전팀이랑 지원팀을 청소에 투입해?

그놈들은 그걸 또 고분고분 따르고 있고?

제정신이 아니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대체 어디서 이런 놈이 굴러들어와서는…….

이두식 이사의 얼굴에 진심 어린 미소가 지어졌다.

‘서민철이… 넌 이번에도 청소팀한테 진 거야.’

그리곤 곧바로 의자에 걸쳐놨던 코트를 집어 들었다.

“유 비서, 협회장님한테 연락해서 징계위원회 준비해놔. 이번 건 그냥 못 넘어가”

“네, 네. 알겠습니다.”

이두식 이사는 이내 사무실 문을 부서져라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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