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0화 (3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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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2팀 사무실.

앞에 놓인 화이트보드는 이미 난장판이었다.

벌써 한 시간이나 떠들어댔지만…… 아직까지 할 말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무조건 많이 토벌한다고 좋은 게 아니야. 그건 다른 작전팀도 마찬가지고. 말했듯이 닥치는 대로 토벌을 할수록 다른 청소팀한테 과부하가 올 테니까.”

“네!”

수첩에 필기를 이어가던 팀원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다른 청소팀이 살인적인 일정에 작업이 지체되면, 작전팀은 어쩔 수 없이 토벌량을 줄일 수밖에 없어. 우리에겐 그 기점이 기회다.”

당연히 인원이 부족한 만큼, 처음에는 다른 팀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기획대로라면 우리는 어느 팀 하나 지체되는 것 없이 일정하게 토벌이 가능하다.

다른 팀의 토벌량이 줄어드는 그 기점까지만 버티면… 그때부턴 우리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그러니 지원팀은 우선 장비부터 지급해주세요. 지금 2팀 전력으로는 하루에 던전 한두 개가 고작입니다. 최대한 A+급 이상의 무기와 소모품을 지원해주시고 매일 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세요.”

“와… 뻔뻔해라.”

이아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만 움직였다.

“청소팀에도 지원이 필요합니다. 플라즈마 절단기 세 대. 강화 로봇. 그리고 드론도 좀 필요할 것 같군요.”

“…….”

“헌터들은 이틀에 한 번씩 케어해주시고. 또 무기 수리할 때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여분 장비도 필요합니다.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관리해줄 지휘시스템도 마련해주시고요. 그리고 또…….”

“자, 잠깐! 잠깐만요”

쉬지 않고 쏟아내자, 이아영이 손을 들어 나를 급히 멈췄다.

“대, 대체 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해요? 그렇게까지 안 해도 정산 안정권은 어렵지 않을 텐데?!”

“……? 안정권이라니, 무슨 소립니까. 제가 그런 어중간한 등수나 보려고 이러는 줄 압니까?”

“……?”

“……?”

눈이 동그래진 팀원들.

그 반응을 보고 나서야 내가 목표치를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저는 작전에 지읒도 모르는 낙하산 팀장, 인원이 전부인 줄 아는 모지리 팀들, 그런 놈들한테 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나는 다시금 팀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런고로, 이번 정산 시즌에서 우리 목표는 1등이다.”

“…….”

일동 침묵.

그러면서도 다들 묘한 미소를 띠고 있다.

눈빛들을 보아하니 바라던 바라는 낌새다.

“참가에 의의를 두자? 혹시라도 그런 생각으로 임할 놈은 지금 빠져. 내가 도와주는 이상 그런 배포도 없는 놈은 필요 없으니까.”

쿵, 주먹으로 화이트보드를 가볍게 두드렸다.

동시에 기합을 내뱉는 팀원들.

계속 말을 아끼고 있던 문소연과 박 팀장도 얼떨결에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 딴죽 거는 건 아닌데…….”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아영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

“통제팀이 이번에 작전 1팀한테 던전 정보를 거의 몰아줬어요. 아무리 우리끼리 연합을 한다고 해도 정보량에서 차이가 엄청 심할 텐데?”

“그건 걱정 마세요.”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우린 던전이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뭐, 제가 나름 감은 괜찮으니까.”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이아영은 더욱더 아리송한 표정이었다.

“자, 아무튼 작전팀은 내일부터 내가 말해준 루틴대로 토벌 진행해. 추가적인 사항이 있으면 김민주를 통해서 전달할 테니까 무전기 켜두고.”

김민주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원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마 팀 전체가 많이 바쁠 겁니다. 팀원들에겐 부디 잘 설명해주세요.”

“걱정 마요. 그 정돈 된다니까?”

이아영 부실장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청소팀은… 뭐, 늘 하던 대로만 합시다.”

“네, 네!”

문소연은 바짝 굳은 얼굴이었지만, 기세는 두 여자에게 지지 않았다.

그렇게 슬슬 회의가 마무리되고 있던 그때.

“저, 회의 중에 실례지만…….”

잠자코 앉아 있던 구상찬 기자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뭡니까?”

“그… 원래 협회에선 이 정도 규모의 연합 작전을 청소팀이 지휘합니까?”

“…….”

“…….”

아닐걸?

***

그렇게 해서 청소 3팀, 작전 2팀 그리고 지원팀의 연합 작전이 시작됐다.

작전의 가장 선두에 있는 이들은 당연히 김민주 팀장과 작전 2 팀원들이었다.

실질적인 토벌을 해야 하는 팀인 만큼,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을 유지해야 했고 단 한 순간도 집중을 놓치면 안 됐다.

“두 명만 남고 나머진 곧장 보스 방으로 가! 그린 등급에서 2시간이나 잡아먹으면 어떡해!”

그린 등급의 ‘킹 고블린’ 던전.

김민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팀장님, 포지션이 흔들립니다!”

“힐러들 체력도 바닥입니다. 포션도 거의 다 소모했고요!”

“잠깐 후퇴해서 재정비를…….”

“여기서 지체되면 루틴이 깨져! 한 번에 몽땅 때려 부으면 충분해!”

[고유 스킬 : 천수관음(千手觀音)]

[스킬 발동]

이윽고 발동된 김민주의 고유 스킬.

그것을 필두로 다시금 2팀의 공격이 쏟아졌다.

***

같은 시각.

지원팀 헌터관리실.

“B팀 무기 수리 아직도 멀었어요?”

이아영 부실장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목소리를 키웠다.

“재, 재료가 모자랍니다! 재료 확보될 때까지 작전을 잠시 중지하는 게…….”

“우리가 지체되면 나머지 팀 루틴이 깨지잖아요! 재료관리실에 부탁해봤어요?”

“네, 말해봤는데… 안 된답니다. 자기들도 부족하다고…….”

“지랄하고 있네. 부족한 게 아니라, 줄 사람이 정해져 있는 거겠지. 계속 못 주겠다고 하면 훔쳐라도 와요!”

“아,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도 안 되는 지시에 지원팀 직원은 상당히 곤란한 표정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들어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신입조차 알 것이다.

저 훔쳐 오라는 말이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B팀 복귀하면 부상자 바로 치료 들어가고, 나머지는 회복에 집중해요. 3시간 간격으로 교대할 수 있게 신경 써주고.”

“네, 네!”

그럼에도 이아영의 지시는 멈출 줄 몰랐다.

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서류를 빠르게 넘겼다.

“또 CCTV 최대한 활용해서 다음 동선 겹치지 않게 해주세요. 아, 무기 제작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거의 완성 됐습니다. 내일이면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

“저, 저…… 그런데 부실장님.”

그때 한 팀원이 어딘가 께름칙한 표정으로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이거… 이래도 괜찮을까요?”

“뭐가요? 뭐 문제 있어요?”

“아, 아뇨. 다른 게 아니라… 작전 2팀 모두에게 A+급 무기를 제작해주면 1팀에서 분명 말이 나올 텐데…….”

“참 나, 그동안 1팀한테 따까리 소리 들으면서 퍼준 게 얼만데 고작 이거 가지고……. 그 정도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지금은 일에만 집중해요.”

“네, 네!”

하여간 그 새끼들은 염치가 없는 건지, 개념이 없는 건지.

이아영 부실장은 굉장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이아영을 아까부터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직원.

“…….”

송혜연 보좌관.

“왜 그래?”

“아니… 되게 즐거워 보이셔서요.”

“음, 뭐…….”

송혜연 보좌관은 굉장히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당연히 그녀 입장에선 놀랄 만한 모습이었다.

지금껏 그녀가 봐온 이아영은, 늘 세상 다 산 표정으로 출근하는 순간부터 퇴근할 때까지 하품만 쩍쩍하던 사람이지 않았던가.

그런 그녀가 이렇게 바뀌다니.

“서민철 본부장이랑 이수용 팀장, 단체로 엿 먹이는 거잖아? 재미없을 수가 없지.”

“…….”

이유는 왜 또 저 모양이야.

***

서울 본부장실.

서민철의 호출로 차민수 비서와 통제 팀장이 급히 소집된 참이었다.

“현재까지 상위 세 팀의 누적 토벌 던전은… 작전 3팀 총 19개, 작전 1팀 총 22개 그리고 작전 2팀…….”

차민수 비서는 중간 정산 현황을 보고하던 중, 말끝을 흐렸다.

그리곤 서민철의 눈치를 살피던 끝에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22개입니다.”

“이런 씨발!!”

쿵!

책상이 부서질 듯 요동쳤다.

“대체 뭐가 문제야? 임금 안 올려줬다고 시위하는 거야?! 시발, 내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걸 들이밀던가!!”

진심 어린 분노.

서민철의 목에 핏줄이 바락바락 섰다.

“무, 문제는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소팀이랑 지원팀까지 연합해서 거의 완벽한 기획을 했습니다. 이대로면… 1팀을 재끼는 건 물론, 압도적으로 1등을 할 것 같습니다.”

“잠깐… 지원팀까지 붙었다고? 그놈들은 왜?”

“그것까진 잘…….”

지원팀이라면 이아영, 그년이 실세로 있지 않던가.

설마 이번 작전에 이두식 이사가 끼어 있는 건…….

아니, 아니야.

그럴 리는 없다. 물론 실적 몰아주기를 못마땅해하긴 했어도… 이사나 되는 사람이 협회 간판인 1팀을 깎아내리는 짓을 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이건 그냥 어중이떠중이 같은 놈들끼리 대충 뭉쳤다는 건데…….

“젠장… 고작 청소팀 하나에 하꼬 작전팀 하나, 따까리 팀 하나 연합했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성과가 나온다고?”

“저… 아무래도 다음을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차민수 비서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이러다 통제팀까지 붙게 되면… 본부의 영향력을 넘어설 겁니다. 자체 토벌이 가능한 ‘사단’이 만들어지고 맙니다.”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민철과 차민수의 시선이 동시에 한 남자를 향해 움직였다.

“편 팀장.”

“…네, 네.”

뒤에서 잠자코 자리를 지키고 있던 편창현 통제팀장.

그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떻게 생각해?”

“뭐, 뭘 말씀이십니까.”

“몰라서 묻는 거야? 자네들도 청소팀에 붙을 거 같냐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확실해?”

편 팀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서민철은 아직도 뭔가 부족한 듯했다.

“그럼 이제부터 토벌 허가 내주지 마.”

“……네?”

“작전 2팀한테 허가 내주지 말라고. 일주일에 3번 정도만 하게 해. 나머진 전부 1팀한테 몰아주고.”

“그, 그걸 저희가 임의로 할 수는…….”

쿵, 책상이 한 번 더 요동쳤다.

“변명거리는 내가 알아서 만들어줄 테니까 그냥 하라는 대로 하라고! 아니면 뭐, 니들도 청소팀에 붙을 생각이야?”

“아, 아닙니다.”

“그럼 할 수 있다는 뜻이지?”

편 팀장이 침을 꿀꺽 삼켰다.

“……예.”

서민철은 그제야 만족한 듯했다.

이윽고 나가보라는 말에, 편 팀장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본부장실에서 나오자 마침 기다리고 있던 통제팀 소속 황동휘 대리가 따라붙었다.

“본부장님이 뭐라십니까? 이번에도 1팀 몰빵하랍니까?”

“그거밖에 뭐 더 있겠냐.”

“쯧, 우리가 그렇게 퍼주는 대도 꼴랑 17명밖에 없는 팀을 못 이겨서…….”

황동휘 대리가 대놓고 혀를 찼다.

“솔직히 1팀 놈들이 암만 정예라고 떠들어 봐도 2팀한텐 안 돼. 그놈들 작전 기획이랑 토벌 루틴 짠 거 봤냐? 야… 진심으로 감탄 나오더라.”

“뭐, 본부장님도 그걸 아니까 유치하게 편 가르기나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게 말이다. 에휴, 살다 살다 청소팀이랑 본부장 사이에서 고민할 줄이야…….”

편 팀장과 황동휘 대리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습니까. 결국, 청소팀은 청소팀이니까…. 저희로서는 뭐, 당연히 본부장님 편에 서야죠.”

“알지. 나도 아는데…….”

편 팀장은 이 상황이 적잖이 답답했다.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고.

“에휴, 시벌 모르겠다. 일단 하라는 대로 해야지 뭐.”

깊은 한숨과 함께 결정을 내렸다.

“이제부터 2팀 허가 내주지 말고, 출현 던전 전부 1팀한테 우선 허가 내줘.”

“엥? 전부요? 그건 너무 많지 않겠습니까?”

“하라는 대로 해주는 건데 뭐가 문제야. 일 생기면 지들이 책임지겠지.”

편 팀장은 더 이상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먼저 복도를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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