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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7화 (2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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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이야기에 벙쪄 있길 잠시.

“갑자기 청소팀 취재는 왜…?”

내가 먼저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러자 구상찬 기자는 오히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엥? 혹시 모르십니까? 그저께 있었던 입장 표명 때문에 요즘 청소팀이 인터넷에서 아주 난리도 아니잖습니까!”

“그건 알고 있는데… 이슈 한 번 됐다고 취재까지 나옵니까, 보통?”

“뭐, 그만큼 사람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뜻이죠. 특히나 청소팀의 문소연 씨가…….”

“…큼큼.”

내가 다급하게 눈치를 주자 구상찬이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본인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으니.

다행히 본인 또한 자각은 있었던 모양이다.

“아, 음. 그런데 뭐… 청소팀이 실세다, 협회에서 대우받는 팀이다, 뭐 이런저런 말은 많은데 정작 정확한 정보가 별로 없어요. 청소팀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고요.”

구상찬은 다시금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마침 이슈도 됐겠다, 이번 기회에 청소팀 특집으로 기사 하나 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어떤 팀인지, 어떤 업무를 하는지도 알릴 겸요. 그런데, 뭐… 얘기가 안 됐다니…….”

이내 땅이 꺼질 정도로 깊은 한숨.

그의 표정이 금세 죽을상이 됐다.

협회는 워낙 많은 정보가 오고 가는 곳이다.

그러니 아무리 위에서 허가가 떨어졌다고 한들,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취재는 불가능했다.

다시 말해, 지금 여기서 우리가 거절한다면 구상찬 기자는 취재 허가를 받아놓고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서로 눈치를 살폈다.

“뭐, 전 괜찮다고 봐요. 우리 일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주면 우리야 좋죠. 혹시 알아요? 기사가 좋게 나면 신입도 받을 수 있을지.”

문소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한편 박 팀장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글쎄… 난 좀 걱정이다. 사람들이 썩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잖냐. 괜히 인식만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지 않겠어?”

“아!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좀 힘든 일이어도 팀 분위기가 좋다, 협회에서도 대접받는다, 뭐 이것저것 섞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내보낼 생각이거든요.”

놓칠세라 중심일보 기자, 구상찬이 말했다.

기자라는 놈이 대놓고 거짓말을 하겠다고 한다.

“준우 씨는 어때요?”

찬반이 갈리는 상황.

문소연은 마지막으로 내 의견을 물었다.

“일단 저도 박 팀장님과 동감이긴 합니다만…….”

“그래요? 준우 씨가 그렇다면 뭐… 죄송하지만, 취재는 조금 힘들 것…….”

“잠깐. 잠깐만요.”

나는 다급하게 문소연의 말을 끊었다.

“저, 혹시 말입니다. 어느 직업에 관한 기사가 나가면, 정말 입사 지원자가 늘고 그럽니까?”

“음… 백 프로는 아닌데. 일이 좀 쉬워 보이거나, 딱히 전문 지식이 없어도 되는 직업 같은 경우는 한시적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렇군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구상찬은 영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썩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이런 일 정도는 나도 하겠다, 하고 만만하게 보는 거니까요.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끔 제가 최대한 잘…….”

“아뇨.”

“……네?”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최대한 만만하게 보여주십쇼. 이 정도는 나도 하겠다 싶게끔. 가능하겠습니까?”

“마, 말씀드렸다시피 그게 그렇게 좋은 일은…….”

“가능하다면 취재하셔도 좋습니다.”

“청소 일이 어려워 봤자 뭐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청하는 악수.

그렇게 취재가 체결됐고.

[과다출혈 - 해금 조건 : 던전 청소팀, 신규 입사자 1명]

동시에 해금 기회가 열렸다.

***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는 본부장실

“취재 허가는 왜 내주신 겁니까?”

이수용 팀장은 연신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서민철 본부장을 향해 넌지시 입을 열었다.

“……뭐?”

그러자 대번에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들었다.

“너 언제부터 내가 하는 일에 토를 달았냐? 왜. 고까워?”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서민철 본부장은 평소보다 유독 심하게 날이 서 있었다.

이수용은 고개를 숙이며 재빨리 꼬리를 말았다.

“하……. 어떻게 되는 일이 하나가 없냐.”

이윽고 본부장실에 울려 퍼지는 서민철의 깊은 한숨.

아닌 게 아니라, 최근 들어 골머리를 썩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골칫거리인 건 역시 청소팀.

그나마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 기세가 꺾이나 싶었다.

김준우 혼자 책임을 덮어쓰던, 아니면 청소팀이 단체로 징계를 받건 어느 쪽이든 좋았다. 제발 얌전히 찌그러지기만 한다면.

그런데 설마하니 김민주가 끼어들 줄이야…….

‘어떻게 거기서 범인을 찾냐… CCTV도 모조리 부서졌다면서.’

결국, 난장판이 된 입장 표명 한 번으로 남 좋은 꼴만 됐다.

인터넷에서 실세니 뭐니 떠들어대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없던 위경련까지 도질 지경이다.

그리고 작전 2팀.

그 팀은 애초에 공중분해 될 걸 상정하고 만든 팀이다.

김민주에게 팀장을 달아준 건 어디까지나 모양만 세워줄 생각이었고…….

17명밖에 없는 팔다리 다 잘린 팀에, 경험 없는 팀장.

자연히 실적은 바닥을 칠 거고, 결국 조금만 내버려두면 알아서 분해되리라 예상했다.

물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체 이런 기획은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거야…….’

서민철 본부장은 책상 위에 놓인 2팀의 작전 기획서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이 기획대로라면 정말 17명밖에 없는 팀으로 50명 수준의 작전이 가능하다.

아니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작전 1팀을 넘어선다.

1팀의 실적은 곧 서민철 본부장의 실적이다.

최소한 본부에서 이수용이 자신의 라인인 걸 모르는 놈은 없다. 작전팀들 눈치에도 어렵사리 꽂아 준 놈인데, 실적까지 죽 쒀버리면 본인의 체면이 뭐가 되는가.

“뭔가… 처음부터 크게 잘못된 거 같다.”

“그러니까 더 확실한 방법으로 눌러줘야죠! 언제까지 김준우 빽 하나 믿고 나대게 할 수는…….”

“몰라, 시발. 난 이제 그 새끼들한테 손 뗐어.”

“네…?”

한껏 목소리를 높이던 이수용 팀장이 맥 빠진 목소리를 냈다.

“김준우, 그놈… 협회장 라인인 건 둘째 치고, 그냥 인간 자체가 또라이야. 난 이제 그놈 건드릴 자신이 없다.”

“뭐, 뭐 저도 그렇게는 생각합니다만… 암만 그래도 위아래가 있는 조직인데, 본부장님이 숙이실 필요는…….”

서민철이 고개를 저었다.

“보통은 말이야. 어떤 사람의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목적이 보이고, 말하는 걸 들으면 명분이 보이기 마련인데… 그 새끼는 둘 다 보이지가 않아.”

“목적이야 뻔하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계속 청소팀을 위해서 애쓰고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그 이유 말이야. 그 미친놈이 왜 뭣도 없는 청소팀을 위해서 그 지랄을 떨고 있냐고.”

“그건…….”

그 질문에 이수용이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튼, 또라이 새끼는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야. 우리가 안 건드리면 그놈도 가만히 있어 주겠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괜히 먼저 건드렸다가 이 지경까지 온 거잖냐.”

“…굳이 따지자면 그렇긴 하죠.”

“딱히 이아영처럼 본부를 뒤집어엎으려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지들끼리 놀게 내버려두자고.”

서민철이 고개를 뒤로 젖혔다.

위계고 지랄이고 이제 털끝 하나 안 건드릴 테니, 그냥 제발 좀 조용히만 있어 줬으면 좋겠다.

서민철은 진심으로 그렇게 빌었다.

“저, 그래서…….”

“또 뭐?”

“취재는 왜 허가해 주신 건지…….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인터넷에서 청소팀이 꽤나 반응이 좋은데, 여기서 좋은 기사까지 하나 나오면 더 기세등등해지지 않겠습니까.”

“아, 난 또 뭐라고. 걱정 마. 그럴 리는 없어.”

서민철이 즉답하자 이수용이 눈을 깜빡였다.

“생각을 해봐. 가스 차는 던전 들어가서 몬스터 시체 자르고, 누구 건지도 모르는 피 닦고. 그런 직업을 취재하겠다는데 기사가 좋게 나오겠냐?”

“아…….”

그제야 이해했다는 표정.

서민철의 말처럼 제아무리 포장한다 한들, 결국 청소부는 청소부일 뿐이니까.

제대로 눈이 달린 기자라면, 결코 사람들의 관심에 부합하는 기사는 나올 수가 없다.

“취재는 그냥 이번 계기로 분수를 좀 알았으면 해서 허가 내준 거야. 큰 의미는 없어.”

“……알겠습니다.”

“알겠으면 너도 이제 청소팀 놈들 관심 끄고 네 실적이나 신경 써. 곧 정산 시즌이잖아. 내가 통제팀이랑 얘기해서 최대한 정보 몰아줄 테니까 기획만 제대로 준비해.”

“네. 감사합니다.”

이수용은 고개를 꾸벅거리며 인사를 하던 그때.

“아.”

“…왜 그러십니까?”

서민철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가 청소팀한테 취재한다고 말했었나……?”

***

결국, 구상찬 기자는 당분간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다.

꽤나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이야기는 잘 마무리된 셈이었다.

던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박 팀장은 구상찬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동시에 장비를 챙겨주고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까지 당부했다.

또한, 최대한 작업에 방해되지 말 것.

구상찬 기자는 절대 그럴 일 없도록 쥐 죽은 듯 있겠다고 맹세했다.

뭐, 자긴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하고 평소처럼 작업하면 된다고 했지만…….

“우아아악! 모, 몬스터!!”

“아, 죽었어요? 와 씨, 놀래라… 근데 다들 익숙하신가 봐요? 겁도 없으셔들. 저 같으면 만지지도 못할 텐데.”

“헐, 이건 뭐예요?! 이거 설마 아티펙트…….”

“……우욱! 우엑!”

저 지랄을 떨고 있다.

“근데 형님! 아,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형님은 청소팀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와, 진짜요? 신입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그럼 문소연 씨는요?”

“2년?! 여기서 제일 선배네요?”

졸라 시끄럽네, 진짜.

넉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염치가 없는 건지…….

걸레질하는 손에 나도 모르게 점점 힘이 들어갔다.

여차하면 이 걸레로 저놈 주둥이를 틀어막아야겠다, 생각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럴 일은 없었다.

“……아, 더 가야 해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네.”

“…….”

작업이 진행될수록 구상찬의 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으니까.

말수만 줄었다 뿐인가, 표정도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너무나 명백했다.

나는 과장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 하하. 오늘 작업도 너무 쉽고 재밌네. 다들 그렇지 않습니까?”

“그, 그러니까요. 매일매일 일하고 싶네요. 하하…….”

“이야~ 이거 정말 보람찬 일인걸?”

어쭙잖은 액션.

박 팀장은 약간 진심인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나는 다시 한번 구상찬의 눈치를 살폈다.

“…………하하.”

젠장, 씨알도 안 먹히네.

딱 봐도 곤란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업무 내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모양이었다.

뭐, 아무리 즐거운 척을 해도 일 자체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하필 3명밖에 없을 때라 훨씬 바쁘고 힘들어 보일 수밖에.

‘한상혁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할 걸 그랬나…….’

젠장, 역시 박 팀장 말이 맞았다.

그나마 있던 이미지도 다 깎아 먹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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