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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4화 (2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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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던전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저한테 있으므로…….’

아니, 아니다.

이러면 내가 던전 청소팀인 줄 모르잖아.

‘던전 후속 관리는 던전 청소팀 소속인 제가 맡은 임무 중 하나였고… 항상 완벽하게 일을 수행하던 던전 청소팀에 누를 끼치게 되어 면목이…….’

어둑어둑한 퇴근길.

나는 계속해서 내일 발표할 성명문을 머릿속으로 읊어보는 중이었다.

벌써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다.

본부장한테 실컷 깨진 후, 청소팀으로 복귀해서 남은 작업을 끝내고 나니 이런 시간이다.

본부장실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알 턱이 없는 팀원들은 이것저것을 캐물었지만, 나는 일부러 말을 아꼈다.

괜히 입장 표명이니, 책임이니 말을 꺼냈다간 다들 김민주처럼 귀찮게 굴 게 뻔했으니까.

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내일 뉴스로 확인하면 될 일이고.

그때까진 나를 위해서라도 책임 건에 대해선 모르고 있어 주는 편이 좋다.

‘뭐, 그나저나…….’

주머니에 두 손을 꽂은 채로 옅은 한숨을 쉬었다.

다른 걸 떠나서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바리케이드는 대체 누가 치운 건지. 중학생은 또 어디서 타이밍 좋게 튀어나온 건지.

누군가 청소팀을 엿 먹이려는 것 같긴 한데… 어째 그 방법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수작을 부린다는 게 고작 바리케이드나 치우는 거라니.

같잖은 수를 보아하니 역시 서민철 라인이 가장 의심되긴 하는데…….

‘……모르겠다. 그걸 알아서 뭐 한다고.’

나는 이내 고개를 털었다.

애초에 깊게 생각할 문제도 아니다.

무엇보다 누가 수작을 부렸든지 간에 어쨌든 나한테는 기회나 다름없지 않은가.

딱히 지금 시점에 방해되는 것도 아니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다시금 걸음을 옮기던 그때.

전화가 울렸다.

“소연 씨? 이 시간엔 어쩐 일로…….”

당연히 김민주겠거니 했는데 놀랍게도 아니었다.

「주, 준우 씨. 혹시 민주 언니 연락돼요?」

“…예?”

상당히 뜬금없는 질문에 눈썹이 물결쳤다.

「민주 언니한테 뭐 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는데… 아까부터 계속 걸어도 연락을 안 받아요. 아무리 바빠도 제 전화는 꼭 받았었는데…….」

“글쎄요. 토벌 중인가 보죠.”

「그건 아니에요. 민주 언니, 오늘 비번이거든요. 혹시나 해서 작전 팀원분들한테도 전화를 해봤는데… 아무도 연락이 안 돼요.」

문소연은 불안한 듯한 목소리였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원래 작전팀은 단체로 움직이는 일이 많습니다. 뭐, 팀끼리 기획 회의라도 하고 있나 보죠.”

「그, 그런가요? 사실 저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아까 민주 언니가 보낸 문자가 영 신경 쓰여서요.」

“문자요?”

「네. 자기가 내일 아침까지 연락이 안 되면 준우 씨 좀 설득해 달라고…….」

“…….”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준우 씨를 설득하라는 게 무슨 뜻일까요. 혹시 준우 씨… 오늘 본부장실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죠? 저희가 실수한 것도 아닌데 괜히 뭐 책임지라거나…….」

“……아뇨.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 그래요? 그럼 다행이고요.」

“…….”

「그, 그럼 이만 끊을게요. 푹 쉬고 내일 봐요.」

“네.”

뚝.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설마 그 녀석…….

‘에이, 아니겠지. 이제 작전 팀장이나 되는 녀석이 자기 일도 바쁠 텐데 설마 쓸데없이…….’

애써 행복회로를 돌렸다.

하지만.

“사고 던전 근처 CCTV 확보가 먼저야! 거긴 내가 갈 테니까 나머진 예상 동선 따라서 낙성대까지 모든 대로변 CCTV 확인해!”

“낙성대 쪽으론 내가 갈게!”

“보안용 없으면 교통 카메라라도 모조리 뒤져보자고!”

“블랙박스도 될 수 있는 한 끌어모으고! 내일 아침까지 찾으려면 빨리빨리 움직여야 해.”

“오케이!”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모습들과 목소리.

어디론가 다급하게 뛰어가는 그들을 보자 내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다.

작전 2팀 녀석들이다.

‘김민주. 이 자식 설마…….’

설마 진짜로 범인을 찾겠다고 작전팀을 푼 거야?

정말 미친 건가? 작전 팀장을 그러려고 달았나?!

아니, 그 전에… 진짜로 나한테 이러기야?

‘어디 해보자 이거지…….’

이가 으득 갈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절대 범인이 잡히게 둬선 안 된다.

햇병아리 헌터 17명, 엊그제 승진한 생초보 팀장.

이런 하꼬 작전팀이 내 거사를 망치게 둘 순 없다.

***

지원팀 헌터관리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 김민주는 송혜연 보좌관의 호출을 받곤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다.

“금방 오셨네요?”

단발의 도도한 인상을 한 여성이 김민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민주 또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지만, 그럼에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아영 부실장님.”

“그렇게 예의 차리시지 않아도 돼요. 직급으로 따지면 김민주 팀장님이 저보다 훨씬 높으시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다른 곳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협회 내에서 작전 팀장이란 직급은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있을 만한 게 아니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절 호출하신 이유가… 그것도 이런 시간에…….”

“도와드리려고요.”

이아영 부실장이 즉답했다.

하지만 김민주 팀장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네?”

“김준우 청소부님 일은 혜연 씨에게 들어서 알고 있어요. 바리케이드를 치운 사람을 찾고 있으시죠?”

“아, 아… 네. 맞습니다.”

“진척은 좀 있으신가요?”

그 말을 듣자 김민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뇨. 근방 CCTV를 확보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경찰 허가 없이는 영상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보니.”

“그럴 거예요. 그런 쪽에 빠삭한 팀이 해킹을 해주는 게 아닌 이상은 힘들겠죠.”

“……저, 그 말씀은.”

“네. 저희 쪽에서 도와드릴게요. 다만 이건 개인적으로 도와드리는 거니까, 지원팀원들한테는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

김민주가 말을 잇지 못하자 이아영 부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도와주는 건지 물어보고 싶은 거죠?”

“……네. 아시다시피 전 겨우 3일 전에 팀장을 달았습니다. 아직 아무런 힘도 영향력도 없어요. 저희를 도와주신다고 해도 지원팀에 이득 되는 게 아무것도 없을 텐데…….”

“물론 공짜로 도와준다는 건 아니에요. 도와주는 대신 정보를 좀 받고 싶은데.”

역시, 김민주는 쓰게 웃었다.

“제가 알고 있는 거라면.”

“뭐,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 김민주 팀장님, 김준우 청소부랑 평소에 꽤 친분이 있는 거로 아는데…….”

이아영 부실장이 말끝을 흐리며 뜸을 들였다.

그러길 잠시.

“김준우 청소부, 실제론 어떤 사람이에요?”

“……네?”

“그 왜, 소문이 엄청나잖아요. 프리랜서 헌터다, 민간 길드 스파이다, 협회장 라인이다. 팀장님도 한 번쯤 들어봤을 거 아니에요. 그 소문들 중에 어떤 게 진짠지 궁금해서요.”

그녀의 질문은 확인 절차 같은 것이었다.

김준우가 실제로 순수한 인격자인지, 아니면 송혜연의 말처럼 정말 협회장 라인이라는 명목하에 이미지 관리나 하고 있는 건지.

그 실체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다만.

“전 그런 소문 처음 들어보는데요?”

“……?”

상대가 나빴다.

“아, 아니 진짜로 처음 들어봐요? 벌써 며칠은 본부에서 이걸로 시끄러웠는데?”

“아, 네… 죄송해요. 제가 협회에 수다를 떨 만한 친구가 없어서…….”

창피한 듯 고개를 숙이는 김민주.

그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아영 부실장이 헛웃음을 뱉었다.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단 얘긴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적잖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던 그때.

이아영 부실장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였다.

‘자, 잠깐, 그럼 이 사람은 지금…….’

설마 김준우를 진짜 청소부로 알고 있는 건가?

“사실 저도 이전엔 프리랜서 헌터 같다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딱히 토벌도 안 하시는 것 같고. 확실히 비범하기는 해도, 지금은 그냥 청소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뭐… 제가 그 이상 알 자격도 없고요.”

김민주가 대답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였다.

“솔직히 말 안 되는 거 알죠? 내놓은 팀이라곤 해도 작전 팀장이시잖아요. 고작 청소부 한 명 때문에 소속 헌터를 죄다…….”

“고작?”

그 순간 김민주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그제야 이아영은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리 황당했기로서니,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짓을 할 줄이야.

창피함에 고개가 떨어졌다.

“미안해요. 말이 헛나왔어요.”

“……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분명 이상하다곤 생각할 거예요.”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민주가 머리를 긁적였다.

진심이다.

저 여자, 진심으로 맛이 갔다.

이아영 부실장은 헛웃음을 뱉었다.

잘못도 안 했는데 모든 책임을 스스로 뒤집어쓴 청소부나, 그런 청소부 한 명 도와주겠다고 팀 전체를 푼 작전 팀장이나.

둘 다 확실히 제정신은 아니다.

최소한 이런 빌어먹을 협회 안에서는 그렇다.

‘어쩌다 저런 사람들이 이런 똥통 같은 곳에…….’

급기야 측은해질 정도.

이아영 부실장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대답이 됐을지 모르겠네요.”

“뭐,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요. 좋아요, 도와드릴게요. 대신 저번에 만나게 해준다는 약속 꼭 지켜주세요.”

“네, 그럼요.”

그제야 김민주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아영 부실장은 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송혜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혜연 씨, 교통국 전산망 액세스해놨어?”

“물론이죠.”

“좋아. 사당 쪽부터 낙성대까지 모든 대로변 CCTV 화면 로드 해줘.”

동시에 사무실에 기계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깜빡이는 모니터와 복잡한 글자들이 오가는 화면들.

하지만 이런 쪽으론 아는 게 없던 김민주는 그저 뭔가 대단한 걸 하는 중이다, 정도로만 이해했다.

“그… 보통 지원팀에서 이런 것도 하나요?”

“아뇨. 원래는 모든 헌터 정보를 관찰하고 수집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에요. 이렇게 관공서를 해킹한 적은 처음이에요.”

“부실장님도 처음이실 정도면 규정 위반…….”

“아뇨.”

이아영 부실장이 말을 잘랐다.

그리곤 김민주를 향해 획 돌아가는 고개.

“저 말고. 협회가 만들어지고 처음이라고요.”

이아영이 방긋 미소를 지었다.

“로드 완료했어요. 전면 모니터에 CCTV 화면 띄울게요.”

그때 송혜연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걸로 사고 시간부터 동선을 추적하면 범인은 금방 잡을 거예요.”

이윽고 세 명의 시선이 모니터로 이동한 순간.

누구랄 것 없이 모두의 얼굴이 바짝 굳었다.

“……뭐야.”

“어, 어떻게 된 거죠…….”

어찌 된 영문인지, 제대로 출력되는 CCTV가 단 한 대도 없었다.

모든 CCTV가 고장.

누군가가 부순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수십 개가 넘는 걸 모조리 부쉈다고요? 대체 누가 그런…….”

“안 봐도 범인이겠죠.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이야… 이런 쓰레기 같은 새끼.”

이아영 부실장이 가차 없이 욕지거리를 뱉었다.

동시에 김민주 또한 주먹을 꾸욱 쥐었다.

“개 같은…….”

김민주는 진심으로 이를 으득 씹었다.

***

“후우…….”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각.

나는 어느 골목에 멈춰 서선 거친 숨을 내뱉었다.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지속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몸을 숨기면서 움직이느라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러면서도 계속 ‘전투 상태’를 유지해야 했기에, 5분 간격으로 전봇대에 머리를 박아댔다.

물론 웬만한 대미지로는 전투 상태는커녕 나만 아플 뿐이다. 어찌나 세게 박아댔는지, 몇 번만 더 했으면 정말 골로 갔을지도 모른다.

하암…….

거사를 끝내니 급 피곤이 몰려왔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고, 또 만신창이가 된 이마도 치료해야 하니 빨리 돌아가야겠지.

이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고철 덩어리를 발로 툭 건드리곤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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