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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6화 (1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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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1팀에 때아닌 피바람이 몰아친 지도 3일이 지났다.

현역 헌터 두 명을 당일 해고한 건 나에게도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게다가 그 천하의 이수용이 말이지…….’

물론 이수용 팀장이 직접 해고를 지시한 건 아닐 것이다.

팀장에게 인사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니까.

아마 토벌 후 던전에다가 장난질한 걸 본부장에게 보고했겠지.

아무튼, 며칠간은 혹시나 우리에게 불똥이 튀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문소연은 한결 나아진 얼굴로 복귀했고, 우린 평소와 똑같이 출근하고 똑같이 작업을 이어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게 그대로였다.

다만, 한 가지 이전과 바뀐 게 있다면…….

“고생하십니다!”

“수고하세요.”

“수고하십쇼!”

“마무리, 잘 부탁드립니다!”

작전 1팀이 우리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

“어, 예… 작전팀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젊은 헌터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시에 나는 떨떠름하게 웃었다.

저들의 어울리지 않는 행동은 어쩌다 한 번이 아닌, 매 토벌 직후 반복됐다.

만약 토벌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면 우리를 기다리면서까지 인사를 하고 갔다.

심지어 인사뿐만이 아니다.

토벌 후에 아예 몬스터를 한곳에 모아주거나, 대충이나마 보스 방을 정리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어째… 익숙해지지 않네요.”

멀어지는 작전팀을 보며 문소연이 운을 뗐다. 박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말이다. 그 천하의 작전팀이 우리 눈치를 보게 될 줄이야. 나도 청소일 10년 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이러다 작전팀 우리가 먹어버리는 거 아닙니까? 분위기 보면 썩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은데.”

“건방 떨지 마, 이놈아. 그리고 우리는 무슨 우리야!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다 준우가 애써서 그런 건데!”

“말이 그렇다는 거 아닙니까, 말이. 당연히 고맙긴 하죠. 하여간 엄청 아낀다니까.”

한상혁이 장난스레 불만을 토했다.

하지만 문소연은 그들의 농담이 오히려 불안한 듯했다.

“저도 준우 씨가 우리 편 들어주는 거, 정말 너무 고마운데…….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

……? 편들어준 적 없는데.

“괜히 우리 도와주다가 준우 씨한테 불똥 튀는 거 아닐까 해서…….”

“저한테요?”

“네. 벌써 본부에 소문 쫙 퍼졌잖아요. 말 한마디로 헌터 두 명의 모가지를 그 자리에서 잘라버린 청소부가 있다고.”

“……뭐, 그런 말이 도는 것 같긴 하더군요.”

앞뒤를 다 잘라먹어서 문제지만.

사실 작전 1팀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것도 결국 다 그 소문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수용 팀장이 청소팀 편을 든 건 사실이니까.

자칫 청소팀한테 밉보였다가는 본인들 모가지도 날아갈 거라 생각하는 거겠지.

“지금이야 우리 눈치를 보고 있다지만, 혹시 모르잖아요. 나쁜 마음먹은 헌터가 벼르고 있을지도…….”

“뭐, 벼르는 놈이 있다고 해도 직접 건들지는 않을 겁니다. 어지간히 정신 나간 놈이 아니고서야.”

“그렇겠죠? 하긴, 준우 씨가 잘못한 것도 아니니까.”

문소연은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는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그때,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한상혁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본부장한테 따져서 예산을 늘리질 않나, 헌터를 말 한마디로 잘라버리질 않나. 이젠 하다 하다 작전 1팀이 청소팀 눈치를 보게 만들고……. 이제 좀 말해줄 때가 되지 않았냐?”

“뭘 말이야?”

“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

한상혁의 날카로운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애초에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나도 모르겠거든.

왜 상황이 저따구로 흘러가는 건지.

“너 혹시… 뭐 그런 건 아니지?”

마땅히 해줄 말이 없어 침묵을 지키고 있자, 한상혁이 답답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뭐가 또.”

“막, 윗사람들도 꼼짝 못 하는 거물 라인이라거나…….”

“……참 나.”

자동으로 헛웃음이 터졌다.

뭔 개소리인가 저건 또.

***

협회 서울 본부.

작전 1팀 사무실.

모두가 퇴근한 시각이었지만 이수용 팀장은 여전히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어둑어둑한 가운데 한숨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던 그때였다.

“이야, 일 열심히 하네~ 잘 지냈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이수용 팀장의 표정이 더욱 험악해졌다.

“……뭡니까?”

“야야, 오랜만에 보는 선배한테 반응이 그게 뭐냐.”

“평소엔 얼굴도 안 보이시던 분이 대뜸 찾아오니까 놀랄 만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인마, 너 생각해서 이렇게 찾아와주는 선배가 또 어디 있다고.”

“퍽이나…….”

이수용 팀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작전 2팀의 임동빈 팀장.

이수용 팀장의 한 기수 선배였지만, 항상 문제가 생길 때만 찾아와 조언이랍시고 시비를 걸어대는 놈이었다.

지금 그런 놈이 찾아왔다는 건…….

“야, 근데 너네 팀… 요즘 청소팀 눈치 보고 다닌다면서?”

“하아…….”

아니나 다를까.

결국, 그의 귀에까지 들어간 모양이다.

“수용이도 많이 죽었네~ 작전 1팀장이라는 녀석이 청소부들 눈치나 보고. 조직이 거꾸로 돌아간다니까. 그치?”

“참 나… 모르면 가만히 계십쇼. 지금 청소팀에 계신 분이 누군 줄 알고.”

“모를 리가. 거물 라인이라매? 벌써 소문 다 났지.”

임동빈 팀장이 이수용 팀장의 책상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이래서 낙하산이 안 된다는 거야. 나처럼 당당하게 올라왔어 봐. 거물 라인이고 자시고 애초에 눈치 볼 일을 안 만들면 이럴 일 없잖아.”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우니까, 시비 걸 거면 돌아가시죠?”

“새끼, 성깔은. 뭐… 본론은 그게 아니고.”

괜히 주변을 살피길 한 차례.

임동빈 팀장이 은근히 말을 이었다.

“내가 대신 해결해줄게.”

“……뭘 말입니까?”

“청소팀 말이야. 라인 하나 믿고 언제까지 기어오르게 둘 순 없잖아. 내가 도와준다고. 이럴 때 선배 노릇 한 번 해줘야지.”

도와주겠다, 그 말에 이수용 팀장이 헛웃음을 뱉었다.

“뭘 어떻게 도와주시겠다는 겁니까? 충고하는데, 괜히 어쭙잖게 건드렸다간 선배님도 내 꼴 나요.”

“에이… 날 뭐로 보고.”

임동빈 팀장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표정엔 묘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뭐, 별로 거창할 건 없고. 그냥 원칙대로 할 거야. 아무리 협회장 라인이라고 해도 팀원들이 실수한 것까지 커버 쳐줄 이유는 없잖아?”

“그건 또 무슨… 청소팀이 뭐 실수한 게 있습니까?”

“아니, 아직은. 뭐… 앞으로 하게 만들어야지.”

임동빈 팀장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저 미친놈.

이수용 팀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시선만큼은 임동빈을 향한 채였다.

후배가 혹한 낌새를 보이자 임동빈 팀장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너 처신 잘해야 해. 이러다 평생 청소팀 눈치 보면서 살아야 한다? 나름 정예라 불리는 작전 1팀장인데 그건 아니잖아.”

“……됐고, 조건이나 말하십쇼.”

“역시 눈치 하난 빨라.”

이수용 팀장은 쓰게 웃었다.

저 새끼가 진심으로 자신을 도와주고 싶어서 말을 꺼냈겠는가.

의도가 순수하지 않은 놈이라는 것쯤은 진즉 알고 있던 사실이다.

“어려운 건 아니야. 지금 너희 팀, 다음 주에 대규모 토벌 하나 잡혀 있지? 영등포 쪽에 다중 구역 던전.”

“……그런데요.”

다중 구역 던전.

한 구역의 보스를 처리해야만 다음 구역이 열리는 특수 던전이다.

일반적으론 ‘보통’ 등급의 그린 등급이지만, 도중에 던전을 나올 수 없는 구조 때문에 모든 구역의 보스를 토벌할 때까지 몇 시간이고 논스톱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곳이다.

준비 기간만 한 달.

작전 기획에 또 한 달.

상당한 인원과 시간이 투입된 이번 토벌은, 현재 작전 1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그거 우리한테 넘겨.”

이건 상도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양아치 새끼를 봤나.’

이수용 팀장이 이를 바득 갈았다.

“뭐, 싫으면 관두던가. 참고로 본부장님은 허락했어. 우리끼리 잘 얘기해보래.”

이수용 팀장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임동빈 팀장이 그동안 토벌한 던전만 100여 개. 그중 대다수가 저런 식으로 실적을 가로챈 것들이었다.

‘하여간 저 기회주의자 새끼. 선배만 아니었으면 진짜…….’

당연히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더러웠지만, 그로서도 언제까지 청소팀 눈치를 볼 순 없었다.

그렇다고 협회장 라인을 직접 건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누군가 대신 처리해준다면 그만큼 반가운 제안도 없었다.

‘그래, 시발… 대규모 토벌이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윽고 이수용 팀장은 결심을 굳혔다.

“…알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통이 큰 친구라니까.”

“그 대신 똑바로 처리하십쇼. 괜히 나한테 불똥 안 튀게.”

“당연하지.”

임동빈 팀장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등을 돌렸다.

그렇게 그가 사무실을 나서던 그때.

“아, 그리고 너희 팀에 요즘 물오른 친구 있다면서? 이름이… 김민주였나?”

“……그 친구는 또 왜요.”

“걔도 좀 빌려줘.”

빌어먹을 새끼. 그 얘기는 또 어디서 처듣고 와서…….

이때다 싶어 간이고 쓸개고 다 뺏어가네.

“에휴… 알아서 하십쇼.”

이수용 팀장은 반쯤 포기한 듯 손을 휘저었다.

***

퇴근 버스 안.

뒷자리 구석에 앉아 해금 조건들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흐음, 이 정도면 꽤…….’

몇 개의 목록을 살피다가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도 몰랐던 그때와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물론 메인 스킬들은 여전히 버거운 조건들이었지만, 이제 그중에서 몇 개 정도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급 소환 - 해금 조건 : 던전 청소팀, 신규 입사자 1명]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운 조건이다.

듣자 하니 몇 달째 지원이 아예 없다던데…… 뭐, 일반인은 청소팀이 뭐 하는 팀인지도 모를 테니 기각.

[과몰입 - 해금 조건 : 타 부서와 공동 프로젝트 체결]

예전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겠지만… 요즘 작전팀 분위기 보면 썩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네.

이건 일단 보류.

[시간 초과 - 해금 조건 : 던전 청소팀 임금 인상]

이건 아직 힘들어 보이니까 패스.

[폴리모프 - 해금 조건 : 일반 시민의 던전 청소팀에 대한 관심도 상승]

원 카운터 스킬, 그러니까 협회 내 관심도 상승 조건의 상위버전.

‘이게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할 만한…….’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그때,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김민주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요즘 통 바쁜 건지, 연락도 뜸하던 녀석이 이 시간엔 웬일이래.

“어, 왜.”

“서, 선생님…….”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떨리는 목소리.

직감적으로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저, 저희가 이번에 대규모 토벌이 잡혔어요. 팀 전체가 참가하는 다중 구역 던전인데… 이번 토벌대 리더로 제가 선발됐거든요.”

“다중 구역 던전?”

그게 벌써 이맘때였나?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던 기억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그런 대규모 토벌에 리더 선발이라니, 확실히 주가가 오르고 있긴 한가 보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숨을 고르는 소리.

이내 김민주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청소팀도 토벌에 참여해 달래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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