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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4화 (1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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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작전팀의 예산을 빼갔다는 사실이 헌터들 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이전에는 그냥 있는 둥 없는 둥 무시했다면 지금은…….

“아 씨, 걸리적거리게.”

“아, 묻었어! 개 더럽네 진짜.”

대놓고 청소팀을 씹어대기 바빴다.

오늘 일정의 첫 번째 던전.

내 출근과 동시에 토벌이 끝난 건지, 마침 헌터들이 던전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두 명의 젊은 헌터가 불쾌한 심기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야, 쳐다본다.”

“지들이 쳐다보면 뭐 어쩔 거야. 참 나, 꼴에 또 존심은 있다고…….”

“그러게 왜 남의 돈을 건드려, 건드리긴. 찬물 더운물 구분도 못 하면서 무슨 회사를 다니겠다고. 쯧.”

면전에 쏟아지는 비난.

문소연과 한상혁은 벙찐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조롱을 당하는 건 두 사람도 처음인 모양이다.

아무튼, 두 헌터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일부러 걸음걸이까지 늦추며 연신 조롱 섞인 웃음을 흘려댔다.

다행히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게 맞는 대처였고, 나 역시 무시할 생각이었다. 분명 그럴 생각이었다.

“저러니까 못 배운 티 난다는 거 아니야.”

“솔직히 청소일 하는 거 안 쪽팔리나? 나 같으면 차라리 알바를 하겠다.”

“팔자야 팔자. 천년만년 청소나 할 팔자.”

“이, 이런, 개 씨…….”

개인적으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말이 들려오기 전까진.

참다못한 내가 그들을 향해 돌아서는 순간.

“너희들 어디 소속이야.”

두 헌터 뒤에서 김민주가 등장했다.

“묻잖아. 어디 소속이냐니까?”

“넌 뭐야?”

김민주는 다정다감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우습게 보인 모양이다.

“어디 소속이냐고? 네가 말하면 알아?”

“……야, 야!”

“아, 놔봐! 너 근데 왜 반말이냐?”

“벼, 병신아! 선배님이잖아!”

“……뭐?”

“우리 팀 김민주 선배!”

다행히 눈치가 빠른 한 명이 나머지 한 명을 다급하게 말렸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두 명.

김민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 팀이었구나.”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두 헌터의 허리가 90도로 접혔다. 하지만 김민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뭐가 죄송한데?”

“제가 선배님인지도 몰라뵙고…….”

“그게 왜 죄송해? 나도 너희가 우리 팀인지 몰랐는데.”

“……예?”

“순서가 틀렸잖아. 너희는 날 못 알아본 걸 사과하기 전에…….”

다정다감했던 목소리가 어느새 시퍼렇게 날카로워졌다. 동시에 김민주의 눈빛이 그들을 관통했다.

“인간이 덜된 걸 사과했어야지.”

두 헌터는 침묵했다.

그렇게 김민주 앞에 서서 안절부절못하던 끝에 슬슬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했다.

“…미안해요.”

김민주가 우리에게 사과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놈들일 거예요. 저도 모르는 얼굴들이니.”

“신입이라… 그럼 화날 만도 하겠네.”

기분이 좋진 않아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어차피 남을 예산, B급 이상 헌터들이야 아무 상관 없다지만 신입들에겐 얘기가 달랐으니까.

2억 원이라는 거금이 빠졌으니 무언가를 줄이긴 해야 했는데, 그렇다고 고 랭크 헌터들의 수당을 깎을 수는 없었겠지.

그러니 피해는 자연스레 D, E급 헌터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그냥 사람이 덜된 거죠. 손해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을 텐데. 이렇게 보면 신입 중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놈들이 꼭 한 명씩 있더라고요. 실상은 E랭크도 겨우 받은 주제에……. 아무튼 정말 미안해요. 제가 후배 교육을 못 한 탓이에요.”

“아, 아니에요. 저흰 괜찮아요. 딱히 신경 안 써요.”

문소연이 애써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김민주는 그 이상의 말을 아꼈다.

이미 들은 말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최소한 괜찮은 척은 할 수 있을 테니까.

“어이고, 언제 다들 모였대?”

그때, 다른 곳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던 박 팀장이 뒤늦게 합류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리가 없는 박 팀장은 여전히 호쾌한 목소리였다.

“헌터님은 오늘도 와주셨구만! 그럼 바로 작업 시작할까요?”

박 팀장의 말에 김민주가 쓰게 웃었다.

김민주가 출근한 지도 일주일이나 되었다.

배움이 빠른 건지, 이젠 거드는 수준이 아니라 어엿하게 한 명분의 일을 소화했다.

이젠 그냥 청소팀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지만… 그것도 오늘까지였다.

“아뇨. 오늘은 인사드리러 온 거예요.”

“……음?”

그녀는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 우리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팀원들은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이다.

무려 일주일 동안 헌터가 청소팀을 도와 청소일을 했다.

그게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인사를 하는 김민주에게 왜 가냐는 둥, 미련이 남는 물음을 던질 필요는 없었다.

“이제부턴 저한테 시간을 좀 써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요. 그동안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아녜요. 덕분에 좋은 팀을 만날 수 있었으니 제가 더 감사하죠.”

“뭐 누구 죽어? 갈 사람 가는 건데 분위기가 왜 이래.”

“인마! 그만큼 정들었다는 거 아니냐.”

“언니…….”

문소연의 아련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언니라니, 언제 또 그렇게 친해졌대.

“나중에 꼭 얼굴 보러 와요.”

“그럼요.”

김민주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소소히 작별 인사를 건넸지만, 아쉽게도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녀 또한 나에게 인사를 받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김민주가 청소팀을 떠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나 때문이었으니까.

-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

어젯밤, 나는 김민주에게 그 말을 전했다.

김민주는 그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금세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나오지 말라는 말은 곧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는 뜻이었으니까.

김민주는 직접적인 기술을 배우고 싶었던 것 같았지만, 솔직히 내가 가르칠 게 없었다.

그보다는 가지고 있는 걸 더 갈고 닦을 필요가 있었기에, 나는 팀으로 복귀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토벌 스케줄을 정해줬다.

국내 최초로 S랭크를 달성했던 나의 스케줄 그대로. 내가 가진 모든 정보, 모든 경험을 토대로 한 일정이다.

심지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목록까지 전부 알려줬으니, 잘 소화만 한다면 A랭크 정도는 반년 안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쯧, 내가 미쳤지. 이걸 꽁으로 알려주다니. 민간 길드에 팔았으면 최소 몇억은 받았을 텐데…….’

뭐, 말은 그렇게 해도 당연히 그럴 마음은 없었다.

지금의 나는 국내 최초 S랭크, 세계 최초 SSS랭크 같은 커리어를 쌓을 수가 없다.

당연히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그것들을 달성하겠지.

어차피 딴 놈한테 내어주느니, 차라리 김민주에게 넘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놈들한테 넘기는 것보다야 뭐.

물론 자길 도와주면 천년만년 청소팀에 남아 있게 해주겠다, 그런 개소리 때문은 아니고.

김민주의 랭크가 올라가면 그만큼 영향력도 올라간다는 뜻이고, 이후에 그 영향력을 이용한다면 해금 조건을 달성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

한 마디로 나는 김민주를 최고의 헌터로 키워서, 협회와의 협상을 위한 장기 말로 써먹을 생각이다.

‘전생에선 쓰다 버리는 도구라고 했었지…….’

미안하지만 이번 생에도 넌 도구일 뿐이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탓하려면 평생 나한테 이용만 당하다 버려질 네 운명을…….

“선생님.”

“…어? 어, 왜.”

“고마워요. 진심으로.”

“…….”

머쓱한 기분에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제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알았으니까 빨리 가기나 해. 조금 이따가 토벌 있잖아.”

“……네.”

김민주는 아쉬운 듯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음에 또 올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김민주는 등을 돌렸다.

***

김민주가 청소팀을 떠난 지 고작 하루.

고작 하루 만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거…….”

가장 먼저 본 한상혁이 말끝을 흐렸다.

나름 경험이 많은 그 또한 이런 상황은 처음인 듯했다.

“대체 뭔 지랄이 난 거냐?”

청소 작업을 위해 방금 막 들어온 던전.

그런데 던전 상태가 완전히 엉망이었다.

몬스터 시체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고, 통로 전체가 피와 점액으로 뒤범벅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병신… 이라 쓴 거 맞지, 이거?”

몬스터 피로 쓴 듯한 온갖 욕설들까지.

이건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 새끼들 짓이네.”

내가 혀를 차며 말했다.

김민주의 후배들.

그 새끼들이 김민주에게 깨진 후 괜히 우리에게 분풀이한 게 분명했다.

“이건 너무하잖아요…….”

“허, 참…….”

문소연과 박 팀장은 푹 잠긴 목소리로 분을 토했다.

‘쯧, 정성이다 이것도.’

토벌하고 복귀하기 바빴을 텐데 짬 내서 손수 이런 짓까지 하다니.

“민주 언니한테 연락해볼까요?”

“바쁠 겁니다, 그 녀석.”

“야, 김준우! 따지러 가자! 이건 시발, 매너가 아니잖아!”

한상혁이 소리쳤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매너는 얼어 죽을.’

언제부터 청소팀한테 그런 걸 지켰다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따지러 가도 놈들이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야. 오히려 가서 욕이나 더 먹지 않으면 다행이지. 상황도 상황이고…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자.”

“뭐?! 넌 이 꼴을 보고도 넘어가자는 말이 나오냐? 화도 안 나?!”

“안 넘어가면 네가 뭘 어쩌게. 이런 건 반응 안 하면 알아서들 관둬.”

나는 일부러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흥분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한상혁은 여전히 씩씩거렸지만 딱 그뿐이었다.

작전팀과 청소팀이 대결 구도가 되는 건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이다.

작전팀은 청소팀과 가장 연관이 깊은 팀이고, 또 청소팀에게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팀이니까.

괜히 눈 밖에 났다가는 앞으로의 해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뭐, 그놈들은 우리가 선빵을 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애들 장난쯤, 한 번 눈 감아 주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래… 대선배님이 참아줘야지.’

…라고 생각한 지 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흘째에도 그 새끼들은 그만두지 않았다.

“진짜…….”

문소연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던전이 워낙 난장판이라 항상 리미트에 간당간당하게 작업해야 했고, 그건 육체적으로 꽤나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문소연은 그런 것보다, 입에 담기도 힘든 낙서와 그림들 때문에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어했다.

“팀장님, 이건 진짜 아닙니다! 작전팀 가서 지랄을 해서라도 잡아 올 겁니다!”

“……아서라.”

“아, 팀장님!!”

“이미 내가 한 번 갔다 왔어. 그쪽 팀장하고 이야기를 좀 해볼 생각이었는데, 며칠 출장을 갔다더군. 놈들은 준우 말대로 자기들이 아니라고 잡아떼고 있고.”

박 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한상혁도 이번엔 물러설 수 없는 듯했다.

“그, 그럼 민주 헌터님한테라도 이야기를…….”

“됐어.”

한상혁이 핸드폰을 꺼내 드는 순간, 내가 입을 열었다.

“뭐?”

“됐다고. 연락하지 마.”

“참 나. 뭐, 또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자고? 우리가 일하러 왔지 욕 처먹으러 온…….”

분통을 터트리던 한상혁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하던 말을 끊고는 곧바로 입을 닫았다.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마. 내가 갈 거니까.”

“…….”

나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던전을 벗어나고 있음에도 말리는 이는 없었다.

“아, 그리고…….”

문득 한 가지 깜빡한 게 떠올랐다.

“여기 청소하지 마세요.”

그 말을 모두에게 남기고 던전을 나와 큰길로 들어섰다.

정말이지, 열정과 끈기로 뭉친 대단한 놈들이다.

3일 내내 이 지랄을 하는 정성도 대단하고, 헌터씩이나 돼서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도 대단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대단한 건.

[습득 패시브 : 결벽증]

[패시브 발동]

나를 진심으로 빡치게 했다는 것이다.

개 같은 새끼들…….

‘안 그래도 힘들어 뒤지겠는데, 하루에 15시간을 일하게 만들어?’

덕분에 그동안 막차 다 놓쳤다 빌어먹을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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