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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2화 (1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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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한 지 10분도 채 안 된 시각.

아직 작업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팀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였다.

다들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분위기만 더 측은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미 본부에서 내려진 결정을 바꿀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쯧, 나도 마음 같아선 예산만이라도 좀 올려달라고 따지고 싶긴 한데…….’

매우 유감스럽지만 지금 내 신분으로는 서민철 라인을 건드려봤자 좋을 게 전혀 없다.

앞으로의 해금을 위해선 본부장과의 관계가 핵심인데, 괜히 적으로 돌려봐야 나만 손해고. 대놓고 본보기가 들어온 이상 다시 협상하는 것도 불가능할 테니.

그래. 앞일을 생각하면 괜히 안 좋게 엮일 바엔 아예 엮이지 않는 게 낫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해금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예산 협상은 물 건너갔다고 해도, 뭐…… 사비로 지원금이나 넣어봐야지. 협회는 외부 지원금도 예산으로 편성해주긴 하니까.

문제는 아직 월급날이 한참 남았다는 건데.

지금 잔고는 생활비 하기에도 빠듯하고, 투잡을 뛰기엔 이번처럼 괜히 꼬리를 잡힐 것 같다.

들키지 않고 돈을 벌 수단이라면…….

‘역시 그거밖에 없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곧바로 손을 들어 올렸다.

“팀장님.”

“어, 왜?”

“저 오늘 연차 쓰겠습니다.”

“응? 갑자기?”

“뭐, 뭐 하시려고요? 설마 다시 찾아가려는 건 아니죠?”

뭘 예상했는지 김민주가 당황하며 나를 가로막았다.

일일이 설명해 주긴 너무 귀찮았고, 또 마땅한 핑곗거리도 없었다.

“…….”

“……선생님? 선생님!!”

때문에 그녀를 가뿐히 무시한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

서초구 삼성역 근처.

여러 회사 건물들이 밀집된 그곳은, 때마침 점심시간을 맞아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앞으로 이곳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슬슬 이때쯤일 텐데…….’

다시 한번 시계를 확인했다.

시곗바늘은 오후 1시 22분 하고도 57초를 가리켰다.

동시에 심장 박동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초침이 3칸을 더 이동하던 그 순간.

지이잉―

차원이 요동치는 소리와 함께 던전이 출몰했다.

“뭐, 뭐야!”

“더, 던전이다!”

“빨리 협회에 신고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거리.

사람들은 모두 혼비백산이 되어 대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모두가 던전에서 멀어졌다.

한편 난 이 흐름에 역행했다.

인터셉트.

신고를 받은 헌터가 출동하기 전, 제3 자가 토벌 허가를 받지 않고 몰래 던전을 토벌하는 행위.

대개 한 곳에 죽치고 있던 프리랜서 헌터들이 주로 시도하는 비매너 토벌.

원칙상 모든 헌터들은 던전 토벌을 하기 위해선 협회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간혹 돈이 목적인 놈들이 인터셉트를 시도하곤 한다.

뭐,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급하게 토벌을 해야 하니 목숨을 잃는 놈들도 한둘이 아니지만…….

나한테는 해당 사항 없는 이야기다.

‘토벌은 진짜 간만이네.’

여태까지 천 개가 넘는 던전을 토벌했음에도 긴장하고 만다.

작전팀이 도착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15분. 그 안에 토벌을 완료해야 한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앞서 다시 한번 기억을 되짚었다.

여긴 퍼플 등급의 동굴형 던전이자, 과거 내가 작전 기획을 했던 던전. 보스는 ‘기간틱 골렘’.

E급 헌터들이라면 1시간쯤 걸릴 던전이다.

그렇다면 대충…….

‘10분 안에 끊어볼까.’

타이머를 맞추고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아무리 퍼플 등급이라고 해도 하급 방어 스킬 하나 없는 지금 상태로는 몬스터한테 한 대만 맞아도 골로 가겠지만…….

다행히 던전 루트부터 몬스터의 공격 패턴, 약점은 이미 훤히 꿰고 있다.

전투 중 발동되는 하이퍼 부스트로 최대한 공격을 피하는 것에 집중하다가, 틈이 보이는 순간.

[습득 스킬 : 원 카운터]

[약점 공격 시, 대미지 3,000% 증가]

최근 해금한 ‘원 카운터’ 스킬로 한 방을 노린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나는 그렇게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며, 방금 마트에서 산 곡괭이와 삽을 들고 던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렇게 시작된 10여 분간의 쾌속 토벌.

“이야, 이거 생각보다 빡세네.”

이마에 맺힌 땀을 슥 닦아냈다.

솔로 토벌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쉽지 않았다.

확실히 스킬이 없는 게 컸다.

고유스킬…… 아니, 하다못해 메인 스킬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초 단위로 토벌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

‘……어이구, 벌써들 오셨네.’

이윽고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그 이후, 나는 쉴 틈도 없이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바쁘게 이동하며 인터셉트 한 던전은…….

퍼플 등급의 ‘메탈릭 보어’ 던전.

네이비 등급의 ‘주니어 서큐버스’ 던전.

네이비 등급의 ‘혼망귀’ 던전.

그린 등급의 ‘차원 개미’ 던전까지 총 4개 던전이었다.

작전팀 소속의 헌터 한 명이 일주일 동안 토벌하는 던전도 평균 3~4개인 걸 감안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가로채기가 아닐 수 없다.

뭐, 그래봤자 하급 던전이라 수익은 얼마 나오지도 않겠지만.

해가 저물 때쯤엔 인근 구역에 협회 차량이 쫙 깔렸다. 보아하니 본부는 때아닌 비상이 걸린 모양이었다.

하긴, 누군지도 모를 놈한테 던전을 무려 4개나 빼앗겼으니 나 같아도 노발대발할 일이다.

무엇보다 걸리면 감봉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소 해고. 재수가 없으면 손해 배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터셉트 한 인간이 사실 청소부일 거라곤 상상도 못 하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상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 이상 움직이는 것은 위험했다.

내일도 이어서 한다면 어느 정도는 벌 수 있을 테니,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어디 보자, 내일 출몰할 던전은…….’

기억을 더듬으며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이틀간의 연차가 끝나고, 다시 청소팀으로 출근한 오늘.

출근지에는 여전히 나를 빼고 모두가 먼저 모여 있었고.

‘뭐, 뭐야?’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손님과 마주했다.

“크흠.”

나를 보자마자 헛기침부터 내뱉는 남자.

다름 아닌 작전 1팀의 이수용 팀장이었다.

작전 팀장이 청소팀을 직접 찾아온 것이다.

‘저놈이 여기를 왜…….’

젠장, 설마 눈치챈 건가?

나는 곁눈으로 빠르게 눈치를 살폈다.

그건 박 팀장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어, 어쩐 일이신가요?”

“견학입니다.”

이수용 팀장이 점잖은 말투로 대답했다.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견학이요…?”

“가끔은 이렇게 다른 팀과도 교류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서로를 더 이해하고 동료애도 돈독해지죠.”

“아, 예…….”

지랄.

박 팀장을 제외한 세 명의 입이 동시에 움직였다.

다행히 이수용은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뭐, 난 없다고 생각하고 평소 하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귀찮게는 하지 않을 테니까.”

쯧, 귀찮게 됐네…….

이 타이밍에 작전 팀장이 직접 행차했다는 건, 그 의도가 너무 명백했다.

요 이틀간의 인터셉트.

그 범인으로 날 의심하고 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수용 팀장의 시선은 대놓고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꼬리가 잡힐 만한 건 없었을 텐데…… 그냥 정황상 찔러 보는 건가?’

아무래도 본보기가 들어오자마자 인터셉트가 일어났으니…….

덕분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물론 티를 낼 순 없었다. 괜히 의심에 힘만 실어줄 테니.

“자, 자… 그럼 다들 작업 시작할까?”

박 팀장의 지시에 이윽고 모두가 던전으로 들어섰다.

불편한 손님이 낀 덕에 던전 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수용 팀장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정도랄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우리 뒤를 따라올 뿐이었다.

그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평소처럼 작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 일반 몬스터가 너무 많네. 이거 다 해체하려면 좀 걸리겠는데? 상혁아, 리미트 얼마나 남았냐?”

“한 시간이요. 서두르면 넉넉합니다.”

“김민주. 약품 남은 거 좀 있냐? 내 거 다 떨어졌어.”

“네. 좀 남았어요. 농도는 어떻게 할까요?”

“60%로 맞춰줘. 살점이 완전히 굳어서 좀 세게 가야 할 것 같아. 아, 걸레도 하나 새거로 갖다줘.”

“소연아, 가스 수치는?”

“제곱미터당 150마이크로그램이요. 부패가 상당히 빠르네요.”

“방독면, 정화통 한 번씩 갈자. 그… 이 팀장님 거도 누가 좀 갈아주고.”

“한상혁. 거기 작업 다 됐으면 가서 소연 씨 해체하는 것 좀 도와줘.”

“지금은 안 돼. 통로에 피가 너무 많이 튀어서 한 번 더 닦아야 할 것 같다.”

“소연 씨는 제가 도와줄게요. 선생님은 상혁 씨랑 마무리해주세요.”

던전 안에서는 정돈된 대화만이 오고 갔다.

그 와중에도 이수용 팀장은 팔짱을 낀 채 구경만 하는 중이었다.

여전히 시선을 나에게 고정한 채로.

“아, 민주야.”

그때, 이수용 팀장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네.”

“요 이틀 동안 인터셉트 난 거 아냐?”

동시에 어깨가 움찔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민주는 지금 날 헌터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연차를 낸 기간 동안 인터셉트가 났다고 해버리면…….

아니, 김민주뿐만이 아니라 팀원 모두가 눈치챌 게 분명하다.

‘젠장…… 대놓고 떠보겠다, 이건가.’

이거 일 났네…….

“그런가요. 그거 헌터들 반발이 장난이 아니겠네요.”

하지만 예상외로 김민주는 무관심한 듯 담담한 목소리였다.

“그렇지 뭐. 본부장님도 상당히 화가 나셨고. 눈에 불을 켜고 찾고는 있는데… 이게 쉽지가 않네.”

“네.”

“그래서 본부장님이 이번에 인터셉트 잡아 오는 사람한테 보상을 크게 한다시지 뭐냐. 역시 통이 크시다니까.”

“……보상이요?”

“어. 헌터가 잡으면 랭크 심사에서 가산점. 그리고 다른 팀에서 잡으면 인사이동.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청소팀 중 누군가가 인터셉트 한 놈을 잡으면 다른 팀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거지.”

순간, 일동 움직임이 멈췄다.

“뭐, 민주 말고도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 있으면 얘기해주십쇼. 가령, 주변에 갑자기 이틀을 쉰 놈이 있다거나… 뭐 그런 거.”

“…….”

끝이다.

여기서 인사이동을 걸고 팀원들을 이용할 줄이야. 저렇게까지 나오면 선착순 싸움이다.

먼저 찌른 놈이 이기는 싸움.

쯧, 낙하산이긴 해도 머리는 좋은 새끼네…….

“아 맞다! 준우야, 너 어제 다친 데는 괜찮냐?”

“……?”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박 팀장이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게, 이놈아. 내가 몬스터 해체할 땐 조심하랬잖아. 요즘에 칭찬 좀 들었다고 방심하긴!”

“……맞아 새끼야. 너 해체하면서 노래 부를 때부터 알아봤다!”

“그, 그러니까요, 준우 씨. 그래도 어제 다쳤으니까 다행이지, 오늘 높으신 분도 와있는데 다쳤어 봐요. 청소팀 망신이라니까?”

……?

뭐야.

다들 정신이 오락가락하나?

“그나저나 이 팀장님이 참 좋은 제안 해주셨는데…… 정말 아쉽게도 제 주변엔 딱히 짚이는 놈이 없군요. 이야, 이것 참 아깝게 됐습니다. 우리 팀이었으면 바로 꼰지르고 다른 팀 가는 건데. 하하하!”

“그, 그러게 말이에요.”

“혹시 주변에 의심 가는 놈 있으면 제가 바로 갖다 바치겠습니다! 저 한상혁, 의리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놈입니다!”

나는 열심히 눈을 굴리며 그들의 행동을 이해해보려 했다.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상황.

그런 와중에 김민주는 고개를 숙인 채로 작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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