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화 (1/366)

001

001

“김준우 헌터님! 세계 최초로 SSS랭크를 달성하신 기분이 어떠신가요?”

“국내 헌터 랭킹 1위를 달성하신 지 불과 1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르셨는데,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국제 헌터 협회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이번 던전은 초고위험도 등급이라던데, 토벌 전에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준우 헌터님을 보고 있을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마이크들 앞에서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실로 간만의 작전 투입이었다.

그걸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기억은 없지만, 던전 앞은 이미 새떼처럼 모여든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내가 직접 토벌에 참여하는 건 요 1년 새엔 꽤나 드문 일이었으니, 그들에겐 오늘이 놓칠 수 없는 기회였으리라.

“죄송합니다. 자세한 답변은 추후 협회를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토벌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예상한 대답이었다는 반응.

본인들이 원하는 답변은 아니었지만, 충분하다는 표정들이었다.

내 목소리를 매체에 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에겐 더 없는 수확일 테니까.

물론 정말 이대로 끝내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와 저희 팀은 그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점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중한 목소리로 내뱉은 모범답안.

기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던 끝에 앞다퉈 들이밀던 마이크를 도로 집어넣었다.

“그럼 이만.”

덧붙인 한 마디에 그들은 결국 주춤거리며 길을 열었다.

나와 내 부하들, 작전 1팀은 그 길을 따라 던전 입구로 다가섰다.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던 주변은 어느샌가 숙연해져 있었다.

더 이상 길을 막는 이도, 질문을 던지는 이도 없었다.

뭐, 당연한 일이다.

오늘 토벌에 선출된 16명의 국내 최정상 헌터들.

그들 사이에 맴도는 무거운 긴장감.

목숨을 걸고 시민을 수호하고자 하는 이들을 감히 멈춰 세울 수 있는 이는 아무도…….

“김준우 헌터님! 최근 시끄러웠던 ‘청소팀 폭행 사건’에 대해선 하실 말씀이 없나요?”

뒤통수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날아들었다.

“……예?”

굉장히 당황스러운 내용을 담은 목소리에 나는 귀를 의심하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왜, 던전 청소팀 직원 폭행한 사건이요. 벽으로 내동댕이치셨다던데?”

“그게 무슨…….”

“에이~ 모르는 척하고 싶은 건 이해하는데, 저도 들은 게 있어서요. 뭐, 헌터님한테 맞은 분이 저랑 좀 아는 사이기도 하고.”

젊은 남자가 분노에 찬 미소를 지었다.

“이야, 그래도 세계 랭킹 1위가 대단하긴 하네요. 아버지뻘 되는 사람을 패고도 기사 한 줄 안 실리는 거 보면.”

“…….”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아직까지 남아 있던 기자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나는 곧바로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불쾌한 루머군요.”

간신히 대답을 내뱉고 등을 돌렸다.

그렇게 젊은 남자를 애써 무시하며 도망치듯 던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아무튼 오늘 토벌, 화이팅입니다. 김준우 헌터님.”

그의 목소리는 끝까지 나를 따라왔다.

***

대한민국 이능차원관리 협회.

속칭 협회.

출몰하는 던전과 몬스터로부터 국가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

협회에서는 이능의 힘을 가진 인재들을 모아 던전 토벌을 위해 네 개의 팀을 만들었다.

그 중, 실질적 토벌을 맡는 이들은 소위 헌터라고 불리는 작전팀.

그중에서도 최정예로 손꼽히는 게 ‘작전 1팀’이다.

총원 50명.

팀원 개개인이 국내에선 최상위권을 다투는 헌터들.

토벌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국내 최강의 팀.

그리고 그 팀의 리더가 바로…….

「세계 최초 SSS급 헌터 김준우, 실은 SSS급 폭행 헌터? - 기사 전문 보기」

“그 인간 뭐야?”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차 안에서 분노에 찬 음성이 울려 퍼졌다.

“왜 그러세요. 토벌 잘 끝내놓고.”

운전석에 앉아 있던 단발의 여성.

지원팀 소속, 내 전속 보좌관인 이 실장이 룸미러로 나를 슬쩍 흘기며 입을 열었다.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평탄한 어조였다.

“몰라서 묻는 거냐? 내가 그 일, 밖에 새어나가지 않게 하랬지?”

“했습니다.”

“근데 어디서 이야기가 새어나간 거야?! 인터넷까지 싹 다 난리잖아!”

“…….”

들고 있던 핸드폰을 조수석으로 집어 던졌다.

그럼에도 이 실장은 눈도 꿈쩍하지 않은 채 정면을 응시했다.

「세계 정상의 헌터, 인성 논란」

「던전 청소팀에 대한 폭언, 폭행! 김준우, 그의 실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속속히 쏟아지는 증언들」

「앞에선 ‘영웅 행세’, 뒤에선 ‘갑질 행태’」

「도마 위에 오른 ‘세계 최강’, 협회는 ‘몰랐다’ 일관」

「논란의 중심, 김준우. 국제 헌터 협회 스카웃 불발 우려」

핸드폰 화면을 가득 메운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

하지만 아직까지 자세한 내용까진 조사하지 못한 듯, 추측과 의혹만이 난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달린 수만 개의 댓글은 모두 일관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나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욕설.

단 몇 시간 만에 내 직업은 헌터에서 ‘X터’로 바뀌어버렸다.

“그 기자 어디 소속이야. 고려일보? 중심일보?”

“기자 아닙니다.”

“……뭐?”

“기자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에요.”

“그게 뭔 소리야. 기자도 아닌 놈이 어떻게 그 일을 알고 있는 건데.”

“아들이라더군요. 던전 청소팀 박근태 팀장 아들.”

빌어먹을.

나는 머리를 쥐어짜듯 쓸어 넘겼다.

“문제는 이번 일뿐만이 아니에요. 지금 여론에 힘입어서 이전 일들에 대한 증언들도 쏟아지고 있어요. 아마 계속해서 악화할 겁니다. 당분간은 집에서 좀 쉬세요. 어차피 앞으로 작전 스케줄도 없으니 이참에 휴가라고 생각하시고…….”

“이 실장.”

나는 몸을 앞으로 숙여 룸미러를 통해 이 실장과 눈을 맞췄다.

“난 말이야. 내 앞길을 가로막는 녀석들을 가장 싫어해.”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어떻게든 해결해. 여기서 더 일이 커지면 끝장이야.”

“……노력해보겠습니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 없는 얼굴에 무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에휴, 기계랑 대화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됐고, 협회장은 뭐래.”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더는 없었기에, 곧바로 다른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별말씀 없으십니다. 국제 협회 스카웃 건으로 이래저래 바쁘시니까요. 뭐,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시려는…….”

“웃기고 있네. 그 인간이 별말 없다는 건 그냥 말조차 섞기 싫다는 거잖아. 혹시 몰라. 조만간 손절할지.”

“……그렇습니까.”

“하, 내가 그 인간 목구멍에 꽂아준 실적이 몇 갠데, 이따위로 나오면 나도 가만히 안 있지.”

“별일 없을 겁니다. 아무리 여론이 엉망이어도 랭크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스카웃이 불발 날 일은 없을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푸욱, 뒷좌석 시트에 등을 던지며 대답했다.

이내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을 가만히 응시했다.

토벌 직후에 기사를 확인했을 땐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팀원들은 그 기자를 찾아가겠다는 나를 뜯어말리기 바빴고, 억지로 차에 밀어 넣고는 이 실장에게 딴 길로 새지 말고 협회로 곧장 가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때보단 조금 진정이 됐지만, 그렇다고 화가 수그러든 건 결코 아니었다.

국내 최연소 헌터.

국내 최초 S급.

세계 최초 SSS급.

국내 랭킹 1위, 세계 랭킹 1위.

거기에 국제 헌터 협회의 스카웃 제의까지.

몇 년에 걸쳐 완성한 수식어가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되어버렸는데, 화를 참을 수 있는 게 이상하지.

그래도 뭐, 배짱 하나는 인정한다. 감히 내 앞길을 막을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물론 그 대가는 반드시…….

“그래서, 왜 그러신 겁니까?”

사색에 잠겨 있던 찰나, 이 실장이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말했잖아. 그놈이 먼저 멱살을 잡았다니까?”

“그러니까 멱살을 붙잡히신 이유 말입니다. 평소에도 청소팀을 좋게 보진 않으셨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충돌한 적은 없으시잖아요.”

“……몰라. 기억도 안 나.”

이 실장은 대답이 없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더 물어볼 생각도 없어 보였다.

“아무튼, 협회 도착하면 그 박… 박……. 아 씨, 이름이 뭐라고?”

“박근태 팀장이요.”

“그래 그놈. 나한테 불러와.”

“……이유라도?”

“모양새는 다듬어야 할 거 아니야. 합의했다고 명분이라도 만들어 놔야지.”

“알겠습니다.”

“쯧, 이놈이고 저놈이고 잘난 놈 가만히 안 내버려두는 건…….”

문득 정면을 바라본 순간.

“야, 야!! 앞에!!”

반대편 차선에서 달리던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끼이이익―!

이 실장의 욕지거리와 귀를 찢는 브레이크 소리가 함께 들려왔고, 몸이 한쪽 방향으로 크게 쏠렸다.

무서운 속도로 들이닥친 트럭의 쌍라이트가 내 시야를 완전히 잡아먹은 그때.

“시간 초과!”

[습득 스킬 : 시간 초과]

[스킬 발동]

내 손끝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트럭이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고, 이 실장은 그 틈을 타서 가까스로 차를 돌렸다.

“하악, 하악…….”

그 천하의 이 실장도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당황한 듯 연신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슬아슬했다는 말로도 모자랐다.

1초만 늦었으면 그대로 아스팔트에 피칠갑을 했을 것이다.

아니, 일단 그런 건 둘째치고…….

저 트럭, 멈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

“뭐야! 저 인간 술 처마셨어?!”

“……모, 모르겠습니다.”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여기서 기다려. 저 인간 면상 좀 보고 올 테니까.”

나는 황급히 차에서 내려 문을 거칠게 닫았다.

도로 한복판에 비스듬히 멈춰선 트럭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쾅!!

갑자기 세상이 뒤집혔다.

땅이 하늘로 보이고 하늘이 땅으로 보이는 게, 처음엔 어지럼증인가 싶었다.

‘어……?’

기분상으로 몇 초쯤 지난 듯했다.

여전히 세상은 뒤집힌 채였고 어지럼증은 나을 기미가 안 보였다.

그제야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뭐야……?!’

지금 나는 하늘에 떠 있었다.

몸이 돌아간 건지 목이 돌아간 건지,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 중이었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건, 중앙선을 침범해 달려든 또 하나의 트럭.

‘오늘 단체로 약이라도 처먹은 건가.’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스친 순간.

쾅, 쾅.

쾅쾅쾅.

다섯 대?

아니면 여섯 대쯤.

그 숫자에 맞춰 내 몸은 계속해서 허공을 날았고, 짧은 비행 끝에 겨우 바닥에 닿자마자.

탕―

콰과광―!

퍼버버벙―!!!

총과 폭탄을 비롯한 온갖 화기들이 쏟아졌다.

“……커헉.”

그럼에도 아직 의식이 꺼지지 않는 거 보면, 그래 죽은 건 아니겠다 싶었다.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던전에서 천 번을 넘게 전투를 벌였다.

이 정도론 죽지 않는다.

나는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철컥―

머리에 겨눠진 푸른빛의 총구.

토벌용 이능운용총기 ‘타이탄’을 보기 전까진.

‘저건 좀 위험……!’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

그대로 블랙아웃.

***

모든 것을 집어삼킨 듯한 캄캄한 어둠 속.

[폐, 심장, 간, 뇌 및 기타 장기에 치명적 손상 감지]

[심정지 확인]

[소생 확률 계산 중]

[소생 확률 : 0%]

[귀하의 사망이 확인되었습니다.]

귀가 아니라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음성.

[귀하의 사망으로 인해 히든 스킬 습득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히든 스킬 : 업보]

[히든 스킬에 의해 10년 전으로 회귀합니다]

[회귀 후 직업은 전생의 업보에 따라 배정됩니다.]

[직업 배정 중]

[직업 배정 완료]

[귀하의 직업은 대한민국 이능차원관리 협회 소속]

[던전 청소팀에 배정되었습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