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3 미치지 않고서는 가질 수 없다 (143/154)


#143 미치지 않고서는 가질 수 없다
2022.11.10.


카일은 잠시 주춤했지만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리엘라는 어쨌거나 공식적인 제국의 황후이니, 황제를 처리하겠다는 자신의 말에 충분히 놀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황후 폐하. 아니, 리엘라. 진정해요.”

리엘라를 향하는 카일의 목소리는 여전히 애틋했다.


“무서워할 것 없어요. 진정하고 내 쪽으로 와요. 당신은 내 손을 잡아야 해요.”

아니 진정해야 할 건 너 같은데.

리엘라는 자신에 대한 순정으로 인해 판단력을 잃은 그가 안쓰러우면서 동시에 화가 나고 소름이 돋아 그로부터 한 발 더 뒤로 물러났다.

*


 


“연맹의 간부들을 전부 황궁으로 부른다고요?”

리엘라가 헤르한의 계획을 전해 들은 것은 약 일주일 전이었다.


“그래. 그 앞에서 루도비코 주교를 자멸하게 만들고 동시에 아직 남아 있는 잔당에게 본보기를 보일 거야.”

헤르한의 계획은 명쾌했다.

연맹은 이미 몰락했다. 고위 간부들마저도 대다수가 도망쳐 버렸다고 하는 이 시점에, 그들 중 포섭할 만한 이들을 몇몇 골라내는 건 헤르한에겐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헤르한은 그들을 이용해 주교를 속일 생각이었다.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주교에게 초대장을 보냈고, 그보다 앞서 포섭할 연맹의 간부들을 불러들였다.

따로 거래를 제안하고 말 것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죄를 사면 받는 것만으로도 넙죽 엎드리며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문제는 다른 쪽이었다.


“이번 연회엔 분명 카일도 오겠지.”

“그를 초대하지는 않았잖아요?”

“정체를 숨기고 올 거야. 초대받은 간부들 중 그의 뒤를 봐줄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테니까.”

그 말에 아시온과 제스가 동시에 눈을 번뜩였다.


“그자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잡아서 족치겠습니다. 성문 안에 들어서는 순간 당장 멱을 따다가!”

흥분해서 순서를 다투는 두 사람을 막은 건 리엘라였다.


“두 사람은 절대로 카일에게 접근하면 안 돼요.”

“왜요? 저를 못 믿으십니까? 제가 이래 봬도 이 황실에서는 제일 강한……!”

“그러니까요. 이 황실에서 제일 강한 아시온 대장이, 그것도 폐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키는 당신이 함부로 덤비다가 카일에게 조종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해요?”

리엘라의 말에 아시온의 입이 턱 벌어졌다.

리엘라가 굳이 설명하기 전부터 그 뜻을 알아챘던 제스도 표정이 심각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제가 나서야겠어요.”

리엘라가 말했다.

아니라고, 모든 건 우리에게 맡기고 당신께서는 안전한 곳에 물러나 계시라고 말해야 하는데, 아시온과 제스는 입이 열 개라도 나설 수가 없었다.

*

덕분에 며칠간 리엘라와 헤르한이 대치했다.

늘 그렇듯이 헤르한이 고집으로 몰아붙이면 끝날 일이 그렇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리엘라의 주장이 너무나 명백하게 옳은 것이어서.

또 그것을 받아들이기 싫은 헤르한의 마음 역시 너무나 명백한 것이어서.


“폐하. 카일에게 조종당하지 않는 사람은 나뿐이잖아요.”

리엘라의 설득은 줄곧 차분했다.


“카일을 순순히 끌어낼 미끼가 될 만한 것도 나뿐이에요. 다른 사람이 접근하면 카일은 바로 눈치를 채고 도망칠 게 뻔하잖아요.”

“싫어.”

“그래야 하는 일이에요. 폐하가 싫고 말고 할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싫어.”

하지만 헤르한의 거절도 줄곧 강건했다.


“왜요? 내가 위험해지니까요?”

“네가 너 스스로를 ‘미끼’라고 말하잖아!”

리엘라는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널 지키려고 놈들을 불러들였어. 내가 황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전쟁을 불사하는 것도 전부 다 널 지키기 위해서야. 그런데 너를 미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작전에 몰아세워야 한다는 게, 그게 내게 얼마나 괴롭고 두려운 일인지 알아?”

이상한 일이었다.

헤르한이 언성을 높이면서 따지고 드는데, 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이리도 애틋할까.

조금이나마 속상했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그 자리에 남은 건 여전히 그를 향한 그윽한 사랑뿐이었다.


“미끼라는 말이 뭐 어때서요. 내가 너무 유혹적인 걸 어떡해?”

리엘라가 눈꼬리를 늘어뜨리고 한풀 꺾은 목소리로 던진 농담에 헤르한이 속상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헤르한 역시 리엘라와 같은 얼굴을 했다.

눈꼬리를 한껏 늘어뜨리고, 어깨도 축 늘이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가 결국은 리엘라를 꼭 끌어안았다.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는 마. 그를 너무 자극하지도 말고.”

“알았다니까요. 다 어제 했던 얘기잖아요.”

“아시온을 네게 붙여 줄게. 1기사단과 근위대도 네 쪽에 매복시킬 거야.”

“전부 다 제게 보내면 폐하는 어쩌려고요. 폐하는 연맹 간부들을 맡아야 하잖아요.”

“난 혼자서도 잘하니 신경 쓰지 말고.”

그건 내가 할 말인데.

리엘라는 입술을 쭉 내밀면서도 이런 어리광을 부리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 계속 헤르한에게 안겨 들었다.


“약속해. 리엘라. 절대 다치지 않기로.”

그 말에 리엘라는 안긴 채로 고개를 들었다.


“카일은 나를 좋아해요. 날 둘러매고 도망가는 일은 있어도 날 해치진 않을 걸요?”

그러자 헤르한이 사나운 표정으로 리엘라를 흘겨보았다.

리엘라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헤르한이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는 건 뻔히 알면서. 일부러.

하지만 그를 놀리는 건 이쯤이면 되겠지.

지금 헤르한에게, 또 자신에게 필요한 건 농담이 아니라 굳은 다짐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폐하.”

리엘라는 고개를 들어 헤르한에게 입을 맞추었다.

부드럽게 포개진 입술 사이로 흐르는 호흡이 애틋했다.

리엘라의 달콤한 맹세에 열렬히 화답하면서, 헤르한은 더 깊고 뜨겁게 숨결을 얽었다.

두 사람의 입술은 한참 뒤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닿을락 말락 가까운 리엘라를 내려다보는 헤르한의 얼굴이 붉었다.

긴 속눈썹 아래 그윽한 푸른 눈이, 리엘라를 가득 담고 있어 언뜻 붉게도 보였다.

네 것인지 내 것인지, 마침내 하나로 섞인 눈빛 속에서 리엘라는 다시 그에게 강인한 고백을 했다.


“나는 무사히 당신 품으로 돌아올 거예요. 언제나 그랬듯이.”

 

*

그렇게 흘러온 지금.

리엘라는 이제 당당히 주먹을 쥐고 서서 카일을 노려보았다.


“카일 파를란테.”

카일이 겸허히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어 주었다.


“폐하께 그 이름을 들었어요. 연맹을 이끄는 수장의 이름이 바로 카일 파를란테라고. 그게 혹시 당신이에요? 내가 아는 카일 도련님이 그 모든 일을 꾸민 그 남자였어?”

아주 잠깐 머뭇거렸지만, 카일의 시인은 빨랐다.

허무할 정도로.


“그래. 바로 나예요.”

대체 왜 그랬냐고 따져 물을 것도 없었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오로지 당신을 되찾기 위해서 이 모든 일을 벌였어요.”

리엘라의 앞으로 한 발 더 다가온 카일이 스스로 고백을 이어갔기 때문에.


“그러니까 나와 함께 떠나요. 내가 당신의 행복을 찾아 줄게요.”

“…….”

“리엘라.”

헤르한이 불러줄 때는 그토록 예쁘던 이름이 지금은 어떻게 이다지도 소름 끼치게 들릴 수가 있지?

리엘라는 카일이 다가서는 만큼 뒤로 물러났다.


“카일을 정원 중앙 분수대로 데려가. 거기서 자기 이름과 정체를 스스로 말하게 하는 거. 딱 거기까지면 돼. 그 뒤엔 절대로 위험한 행동 하지 말고 날 기다려야 해. 내가 널 데리러 갈 테니까.”

 
헤르한의 당부대로라면 목적은 이미 달성한 것이었다.

그러니 이제 적당히 카일에게서 멀어지면 될 일인데도 리엘라는 카일 앞에서 도저히 가만히 침묵할 수가 없었다.


“리엘라.”

그렇게 같잖은 목소리로 내 이름이나 부르자고.


“리엘라. 당신은 내 곁에서 행복해야 해.”

그렇게, 나는 허락한 적도 없는 같잖은 망상에나 혼자 취해서.

카일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조종하고 해치면서 신이라도 되는 양 군림했다.

여러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었고, 황제와 자신을 위협했고, 그러는 동안 늘 뒤에만 숨어서, 정정당당하게 싸움에 임한 적은 한 번도 없는 남자였다.


“내 첫사랑은 일곱 살 때 시장에서 만났던 남자애야. 사탕 따먹기를 하던 게 엄청 멋져 보였거든. 알고 보니 전부 속임수를 쓴 거라는 걸 알고 하루 만에 첫사랑이 깨져 버렸지만.”

그런 카일을 향해, 리엘라는 진실을 꺼내 보이기 시작했다.


“도련님이 첫사랑이었단 건 거짓말이었다는 뜻이야.”

그러자 카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들은 것을 차마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모양이었지만, 아직 리엘라가 전할 진실은 더 있었다.


“도련님. 난 당신을 만나러 가는 날이 늘 끔찍했어. 그날마다 난 어른들에게 시달려야 했으니까. 저택 사람들은 날 빌붙으러 온 벌레 취급했고, 내 동료들은 더 득달같이 달려들었어. 당신이 내게 늘 비싼 선물을 준 날이면 더더욱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마찬가지로 어린 당신은 전혀 몰랐겠지.”

“……뭐라고?”

카일이 눈을 부릅떴다.

달빛처럼 낭랑하던 목소리는 파들파들 떨렸다.


“행크의 손에 억지로 끌려서 당신에게 내던져지던 그때는 내 인생에서 제일 어둡던 시절이었어. 그러니 감히 내 행복을 찾아주겠단 말 같은 건 그만해. 당신 옆에서 행복한 적이 없는데, 무얼 무슨 수로 찾으려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카일은 넋이 빠진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기에겐 유일하게 빛나는 순간, 빛나던 사람.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자신은 그저 끔찍한 기억의 일부일 뿐이었다니.


“물론 그때 어린 당신은 죄가 없었겠지만.”

단지 그뿐이었다면 당신은 나에게 그저 가여운 누군가로 기억되었을 테지만.


“지금은 다르지. 지금 당신은 그냥,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는 범죄자일 뿐이잖아.”

리엘라가 한 발 더 물러났다.

이제 그들 사이는 열 발 남짓.

그건 카일이 평생 뒤쫓았던 거리에 비하면 엄청 가까운 것인데도 카일은 앞이 가로막힌 것처럼 손을 뻗지 못했다.


“날 많이 사랑한 모양인데, 미안해. 날 평생 그리워했겠지만, 난 당신 같은 건 기억도 안 났어.”

열 발 앞선 곳에서 카일을 노려보는 리엘라의 눈이 매서웠다.

그 눈에 담긴 것이 자신과 같은 마음의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 카일은 믿기지 않아 끔찍했다.

카일이 무장한 이의 구둣발 소리를 들은 것은 그때쯤.

자신이 선 곳을 인지한 것도 그때쯤이었다.

그저 리엘라가 이끄는 대로 따라왔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사방이 철창으로 둘러싸인 정원의 안쪽이었다.

커다란 분수대를 가운데에 두고, 유일한 길은 자신이 들어왔던 그 좁은 길목뿐.

그리고 이제는 그 길목으로 병사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하…….”

카일은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루도비코 주교가 황제의 수에 놀아나는 것을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제 꼴도 그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음을.


“하하하…….”

카일이 허탈하게 웃는 동안 좁은 길목으로 병사들이 더 빼곡히 들어섰다.

철창을 둘러싸고 바깥에서도 병사들이 포위망을 좁히며 접근했다.

이렇게도 많은 병력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저들 전부가 처음부터 이곳에 매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숨 가쁘게 이곳으로 달려온 건 한 명이었다.

바로 황제 헤르한.


“리엘라!”

“폐하!”

이윽고 정원 안으로 들어온 그를 보자마자 리엘라의 얼굴이 환히 피어났다.

그 모습에 카일은 자신의 패배가 더욱 명백했다.

어쩐지, 짧은 순간, 꼭 꿈을 꾸는 것만 같더라니.


“하하하……. 하하하하-!”

몸을 숙이고 웃던 카일이 고개를 들었을 때, 충혈된 그의 눈에는 절망의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리엘라는 그런 그를 외면한 채 헤르한에게만 향했다.


‘안 돼. 가지 마.’

카일은 저도 모르게 리엘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휘익- 탕!

철창 밖 어디에선가부터 날아온 화살이 카일의 손등을 스치고 날아와 뒤쪽의 고목에 박혔다.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마라. 황후 폐하께 감히 손 하나 까딱할 생각하지 마!”

카일이 경고를 무시하고 움직이기 무섭게 화살이 두 개 더 날아와 그의 발끝 바로 앞에 꽂혔다.

그 앞으로는 한 발도 뻗지 말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평생을 쫓아온 나의 여신이 내게서 멀어지고 있는데.

지금 붙잡지 않으면 이대로 영영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 텐데.

카일은 비죽이며 웃었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전진했다.

저를 쏘아 죽일 테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며.


“저 자식이! 미, 미친 거 아니야!?”

당황한 아시온의 명령에 화살 비가 쏟아졌지만, 그보다 더 창백해진 헤르한이 곧장 공격을 멈추게 했다.

카일은 화살 비를 온몸으로 뚫고 나아가 기어이 원하던 것을 품 안에 낚아챘다.

등과 어깨, 팔뚝까지 통틀어 화살을 몇 대나 맞았지만 리엘라만은 제 품 안에 무사히, 그리고 단단히 끌어안은 채였다.


“폐, 폐하! 아읏! 카일! 이거……, 이거 놔! 당신 미쳤어?”

“네. 미쳤어요. 그러지 않고서는 당신을 가질 수 없잖아.”

한쪽 팔로 리엘라를 끌어안은 그는 다른 쪽 팔로 제 가슴에 박힌 화살을 스스로 뽑아냈다.

피가 묻은 은빛 화살촉이 날카로웠다.

가슴에서 피가 솟구쳤지만, 카일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꽉 깨물 뿐 신음하나 뱉지 않았다.


“당신, 도대체 무얼 하려는……!”

리엘라는 기겁해서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카일이 뽑아낸 화살촉을 리엘라의 목에 가누었다.


“카일.”

난데없는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한 그를 향해 헤르한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분노로 미치기 직전의 황제를 담은 카일의 눈은 쾌감으로 젖어 들었다.


“카일! 당장 놔줘! 이래봤자 어차피 당신은 절대로 이기지 못해!”

“……맞아요. 그건 나도 동의해요.”

카일은 몸부림치는 리엘라를 꽉 붙잡으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는 병사만 해도 수를 셀 수 없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 매복한 이들은 더 많을 것이었다.

인질극을 벌여 봤자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을 거고, 결국 자신은 저 미쳐버린 황제의 분노에 갈가리 찢기고 말겠지.

하지만, 아직 방법은 있었다.

계산을 마친 카일은 리엘라를 협박하던 화살을 던지고 대신 리엘라의 허리를 잡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리엘라의 새하얀 목덜미에 제 입술을 파묻었다.


 
평생 리엘라를 바라만 보면서 그녀를 갈구해 온 그가 난생처음으로 리엘라를 자기 품 안에 가두는 순간이었다.

리엘라는 저항하려 애쓰다가 이내 축 늘어져 버렸다.

카일은 그런 리엘라를 계속 끌어안은 채로 숨을 골랐다.

제 영혼의 일부라도 되는 양 리엘라를 꼭 품은 카일의 푸른 눈은 광기로 초점이 멀어 있었다.

별안간 사방의 병사들이 전부 검을 뽑더니 그 끝을 한 곳으로 뻗었다.

카일과 똑같이 텅 빈 눈을 한 병사들이 겨누는 것은, 자신들의 주군인, 헤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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