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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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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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2022.08.28.
단상 위가 붉은 피로 물드는 가운데, 두두두 울리는 발소리가 사나웠다.
참관인들 속에 섞여 있던 성기사들이 검을 뽑아 단상 근처로 모여드니 그에 맞먹는 수의 제국 기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방어 태세를 갖추고 홀 안으로 들어섰다.
까딱하면 전쟁이 벌어지기 전.
사납게 비명을 질려대던 참관인들은 이제 스스로 제 입을 틀어막고 달달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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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폐하……! 고정하옵소서! 이곳은 중앙 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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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랬지. 순간 도둑놈 소굴인 줄 알고. 감히 내 보물을 탐내는 꼴들이 우스워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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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지만 폐하. 성녀는 신이 정하시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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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여기, 이 땅 위에 선 모든 것 중 내 것이 아닌 게 있나?”
때마침 황제에게 베인 남자가 피를 흘리며 숨을 꼴깍거리는 장면 앞에 원로의 입술이 새파랗게 굳어 버렸다.
이곳은 경건하고도 엄숙한 신의 사당.
게다가 국제법이 보호하는 중립지.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어 미쳐버린 패권국의 황제라고 해도 살생이 용인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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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전 세계가 다 보는 앞에서 칼을 휘둘러? 그건 제 발목을 잡는 짓이라는 걸 저 영리한 황제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드디어 정신이 나가 버렸나?’
단상 아래 가장 상석에 앉은 루도비코 대주교는 덜덜 떨면서도 속으로 은근히 쾌재를 불렀다.
멍청한 연맹 놈의 희생은 좀 안타깝다만, 이것으로 여론은 신전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 것이라 기대하는 바로 그 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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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부디 검을 거두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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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위권을 행사한 것뿐이다.”
살벌한 호령으로 홀 전체를 쥐죽은 듯 만들었던 황제가 이번엔 영문을 모를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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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권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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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인 나, 그리고 나의 황후가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정당한 방어를 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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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가 두 분 폐하의 목숨을 위협했다는 말입니까? 설마 방금 저 사내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원로의 당황한 눈이 헤르한의 발아래, 숨이 끊어진 사내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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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저 사내는 신전의 허가를 받아 입정한 참관인일 뿐입니다. 예고 없이 단상에 오르긴 하였으나 어떤 무기도 휘두르지 않았고, 폐하께 아무 위해도 가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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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그때 원로의 말을 도중에 끊고 등장한 것은 황제의 근위대장 아시온이었다.
그가 다가와 내민 것에 원로의 얼굴이 돌연 창백해졌다.
바들바들 떠는 주름진 손에 쥐어진 것은 그레타 페오도르나의 수배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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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레타 왕녀!?’
그제야 황제 측의 셈을 알아챈 루도비코 대주교가 눈을 부릅떴다.
그의 양옆에 일렬로 앉아 떨던 사제들도 전부 뜨끔한 눈치로 사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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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인 여러분 모두가 현재 수배중인 범죄자, 그레타 전 왕녀를 아실 겁니다. 이번에 리엘라 님이 안투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제보한 이가 바로 그레타 전(前) 왕녀였습니다.”
엄숙한 아시온의 목소리가 회장 안에 울려 퍼졌다.
예상치 못한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던 청중들이 경악했다.
사방이 소리 없이 술렁거리는 와중에 구석구석의 누군가는 낭패감에 물든 표정을 애써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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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연맹의 복권을 꾀하는 이들이 전 왕녀와 결탁한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이미 황제 폐하의 목숨을 위협한 전력이 있는 죄인들이 허가 없이 폐하께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효력도 없는 협약을 운운하며 황후이신 리엘라 님의 신병을 구속하려 하였으니, 저희는 국제법이 보장하는 권리에 따라 자위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거대한 홀 안이 숨 막힐 듯한 침묵으로 가득 찼다.
루도비코 주교는 거의 시체처럼 굳어 버려 눈도 제대로 깜빡하지 못했다.
단상 위, 얼이 빠진 원로만이 손사래를 치며 사실을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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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닙니다. 그건 전부 증거도 없는 추측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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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를 원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 대령할 수도 있다.”
헤르한이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원로는 자신이 자기 무덤을 팠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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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상하군. 신전은 익명의 제보를 받아 제보자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했으면서, 어째서 그레타 페오도르나가 제보자가 아니라고 확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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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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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대들도 범죄자들과 결탁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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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닙니다! 저, 절대로!”
넋이 나간 원로가 단상 아래 루도비코 대주교를 쳐다보았다.
이제 어찌합니까?
헤르한은 피에 젖은 검을 꽉 쥐었다.
아직 분이 다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으나 이제부터 전해야 할 것은, 지금 이 순간도 어딘가에 비겁하게 숨어서 저를 지켜볼 이들을 향한 선전포고.
단상 위, 유일하게 고개를 떳떳이 치켜든 황제 헤르한은 하얗게 질린 청중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며 그들에게 분명한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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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은 몰락한지 오래인 전범 집단이고.”
누군가 움찔하며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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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페오도르나는 나와 내 황실을 위협한 범죄자.”
또 누군가가 숨을 헉 삼키며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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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그들의 말에 동조하는 이가 있다면 그자 또한 나의 적이자 죽어 마땅한 도둑 새끼일 테니까, 기꺼이 여기서 베어 주지.”
그 말에 남은 이들이 전부 겁에 질린 시선을 바닥에 처박고 황제의 눈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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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선포한다. 리엘라 블리니테는 나, 헤르한 린하트 폰 비엘스바흐의 여자임을 분명히 알린다. 오늘 같잖은 소환에 응한 것은 이 말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경고는 이번뿐이야. 그래도 욕심을 부릴 자가 있거든 전쟁을 각오하고 덤벼라.”
처벅처벅.
핏물을 밟고 리엘라에게로 돌아가는 헤르한의 구둣발 소리 외에는 쥐새끼 한 마리의 기척도 없이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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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리엘라.”
헤르한은 다른 이들에게 언제 그랬냐는 듯 나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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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이젠 고개 들어도 돼.”
그의 뜨거운 손이 리엘라의 볼을 어루만졌다.
세상에 다신 없을 보물이고, 유일한 정화자이며, 곧 황후의 보관을 쓰게 될 여인.
손대기도 아까운 보물을 대하듯 조심스러운 손길에 리엘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헤르한의 짙은 눈동자는 꼭 거울처럼 제 모습을 가득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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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안겨. 네 발에 더러운 피가 묻어선 안 되니.”
리엘라가 쏟아지듯 기댄 몸을 헤르한은 가볍게 안아 올렸다.
*
신전의 뜰 가득 쉼 없이 먼지가 피어올랐다.
전국 각지에서 우르르 모여들었던 마차가 다시 우르르 물러나느라 사방이 요란했다.
황제 헤르한이 리엘라 블리니테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할 때까지 신전에 틀어박혀 농성이라도 할 기세였던 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일단 후퇴를 택했다.
다른 도리가 없었다.
안투의 후손에 눈독을 들이는 눈치만 슬쩍 비쳐도, 당장 범죄자들의 편을 드는 꼴이 되어 버리는 상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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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친 왕녀인지 뭔지는 대체 왜 나댄 거야? 일을 칠 거면 들키지나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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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연맹이란 놈들도 그래. 왜 하필 범죄자랑 엮여서? 이래서는 성녀 머리카락 하나도 건드릴 명분이 안 서잖아! 제기랄.”
백 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는 성녀를 먼발치에서 흘긋 본 것에 만족하고 돌아서야만 하는 이들은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미련을 떨치지 못해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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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완전히 포기하는 눈치는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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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싸움은 아니니까.”
제스와 아시온은 신전을 떠나는 이들을 지켜보다가 루도비코와 대치하고 있는 주군에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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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진행한 일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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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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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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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이 그레타 전 왕녀를 만나고도 그녀를 잡아 가두긴커녕 제보를 들어주고 신변을 보호해 주었다면, 그건 그대들이 나와 전쟁을 벌일 생각이었다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안 그런가, 루도비코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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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도비코 주교는 헤르한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처음 황제의 마차 앞에 나아가 얼굴을 빳빳이 들고 리엘라를 넘보던 때와는 아예 다른 사람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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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차차 할 생각이다. 중앙 신전 측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서라도 연루된 모든 이들의 죄를 낱낱이 밝힐 테니 그대는 걱정을 놓고 있기를 바라.”
사형과도 같은 헤르한의 당부에 루도비코 대주교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모든 정황을 다 파악한 듯한 황제였다.
연맹에서 온 놈까지 보란 듯이 죽어 나간 판국에, 저라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차라리 당장 엎드려 구걸을 해서라도 이쯤에서 동아줄을 바꾸어 잡아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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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더 할 말이 남아 있는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나의 황후를 도둑질 해야겠다는 미련이 남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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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아닙니다.”
싸늘한 축객령에 루도비코 주교는 일단 몸을 사린 뒤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신전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몇몇은 겁에 질려 짐을 싸 들고 도망을 치다가 제국 기사들에게 잡히기까지 한 모양이었다.
루도비코 주교는 울며불며 제게 매달리는 것들을 다 떨쳐낸 뒤 몇몇의 사제들만을 콕 집어 호출했다.
*
신전 본관 지하의 은밀한 공간.
다급하게 모인 인원들 앞에 루도비코 주교는 참았던 공포와 분노와 의문을 한데 쏟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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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황제가 제보자에 대해 안 거냐고? 다들 입단속을 철저히 시키라고 했잖아? 다 같이 죽을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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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모르겠습니다. 대주교님. 분명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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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긴! 그럼 입을 연 놈이 ‘내가 그랬소’ 하겠나?”
젊은 사제의 멱살을 쥐고 흔들던 루도비코 주교는 노기를 떨치지 못하고 그를 내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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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
그때.
죽 늘어선 이들을 하나하나 못마땅한 눈으로 보던 루도비코 주교의 눈이 금발의 여사제에게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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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대주교님.”
아멜리아의 대답은 낭랑했다.
루도비코는 의심과 걱정이 반반 섞인 눈으로 그녀를 훑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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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은 잘 처리했지? 그날 밤에 왕녀랑 한판 붙어먹었던 그 능력자 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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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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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어떻게 처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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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태운 뒤에 남은 유골과 재는 북쪽에 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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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루도비코 주교는 살짝 인상을 쓰며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이내 의심을 거두고 표정을 풀었다.
아멜리아는 자신이 거둔 사제들 중에서 가장 젊고 유능한 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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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른 놈들은 몰라도 아멜리아, 너만은 내가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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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대주교님.”
아멜리아의 똑 부러지는 대답을 뒤로하고 루도비코 주교는 다시 골머리를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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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실수한 이가 없다는데, 그럼 진실은 대체 어디서 새어 나갔느냔 말이야.”
답도 나오지 않는 고민을 골똘히 하느라 루도비코 주교는 끝내 알아채지 못했다.
아멜리아의 푸른 눈이 참 의미심장한 빛으로 허공을 노려보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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