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5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나의 황후 (95/154)


#95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나의 황후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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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됐나? 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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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일반 서고에 대사님과 함께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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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양을 찾았어? 두 분 다 무사하시지?”

황실 도서관 로비.

병사의 대답에 곧장 2층 계단을 향해 시동을 거는 아시온을 제스가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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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장 폐하께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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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 눈치도 없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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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아시온은 일단 자기 옷을 잡아당기는 제스의 손을 뿌리친 후에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폐하가 리엘라 양과 함께.

병사들을 전부 서고 바깥으로 물리시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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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머쓱한 표정으로 멈춰 선 아시온을 제스가 다시 한번 더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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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되면 나오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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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가 알아서 하시겠지.”

아시온은 2층 계단 위, 그 중앙에 굳게 닫힌 서고문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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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무래도 만만찮은 황후 폐하를 맞게 생겼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드시네.”

안도감 섞인 한탄에 동의하면서 제스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앞으로 참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듯이.

아시온은 그런 제스를 보며 피식 웃음을 뱉었다.

제스가 바깥을 향해 턱짓했다.

이만 연회장으로 돌아가 준비나 마저 하고 있자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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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책장이 드리운 그늘에.

사방에 책이 난잡하게 흐트러져 있는 바닥 한가운데 웅크리고 앉은 리엘라는 한동안 그 자세 그대로였다.

제법 길어지는 침묵 속에서 리엘라는 한 곳만을 말없이 응시했다.

헤르한이 꼭 쥔 손, 그 손가락 가운데에 붉게 빛나고 있는 영롱한 보석에.

헤르한은 그 손을 아주 소중하게 붙들고서 한동안 숨을 죽인 채 리엘라의 반응을 살폈다.

몇 번이나 주저하며 꿀렁거리던 그의 목울대는 한참 뒤에야 조심스러운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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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로잡힌 듯 반지만을 보고 있던 리엘라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자신과 눈높이를 맞춘 채로 대답을 기다리는 헤르한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남자가 내 앞에서 이렇게 떤 적이 있던가.

신기하기도 하고 멍하기도 해서 헤르한을 빤히 보는데, 그가 다시 초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만히 저를 바라만 보는 리엘라의 시선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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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나의 여왕이 되어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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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의 여왕이…….’

리엘라는 다시 고개를 숙여 반지를 보았다.

반지의 보석은 리엘라의 붉은 눈동자와 꼭 같은 빛깔로 타오르면서 헤르한의 질문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내가 나의 자리를 찾았듯, 당신 역시 그럴 각오가 되었느냐고.

***

헤르한이 자신에게 청혼할 계획이란 걸 알아챈 직후.

리엘라는 루와 시녀들을 전부 떨치고 나와서 제스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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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태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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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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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이아몬드의 이름 말입니다. 여왕의 태양.”

아.

리엘라는 작게 탄식했다.

귀한 물건일 줄은 알았지만, 그런 대단한 이름까지 붙어있는 보석이라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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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다시 가져오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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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끝냈어요. 제스 경이 준 물음에……. 답을 알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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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제스는 심드렁했다.

그다지 놀라지도 않는 것을 보면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예상한 모양이었다.

결국 자신이 황제의 뜻을 알아채고 여기로 오리라는 것을.

리엘라는 그게 참 괘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중언부언할 것 없이 솔직한 마음을 터놓아도 된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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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리엘라는 다짜고짜 자신의 복잡한 속내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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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폐하의 짝이 된다는 건 이 나라의 황후가 된다는 것인데……. 그건 너무 큰일이에요. 무섭고 부담스러워요. 생각도 해본 적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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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본 적이 없으시다고요?”

제스는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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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런 생각은 해본 적 있습니까? 폐하 옆에 본인이 아닌 다른 여자가 서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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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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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다른 여자를 품으시고, 거기서 후사를 보시고, 평생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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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스 경!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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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요? 마땅히 할 말만 한 것 같은데? 리엘라 양이 황후를 할 생각이 없다면, 다른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폐하는 이제 시한부도 아니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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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지만…….”

리엘라는 속이 화끈거려 볼까지 뜨거워졌다.

헤르한의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모습이라니. 그런 건 상상 속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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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의 무게니, 정치가 어떻고 여론이 어떠니 하는 건 생각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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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감당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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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결심하신 이상 감당은 저희가 합니다.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저희의 일이니 리엘라 양은 리엘라 양 본인이 원하는 꿈만 그리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

리엘라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우두커니 서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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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은…….’

헤르한의 곁에서 그를 지키고 사랑하는 것.

더는 어디로도 숨지 않고. 더는 누군가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고.

당당한 그의 사람으로 인정받아서, 언제나, 어디서나, 헤르한의 손을 꼭 잡고 힘을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단지 안투의 후손이어서가 아니라, 헤르한의 유일한 ‘사랑’으로서.

리엘라는 심호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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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제가 정말 황후가 되어야겠다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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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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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말 황후가 되어서 다 난장판을 치면? 허구한 날 제스 경을 불러서 이래라저래라 거들먹거릴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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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제 운명이죠. 그런 게 무서웠으면 지금까지 폐하 옆에 있지도 못했습니다.”

제스는 달관한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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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 결정하기가 정 버거우면 반지를 다시 가져가서 꼭꼭 숨겨버리시든지요. 폐하는 그 반지 없이는 당장 청혼하시진 못할 테니까.”

인심 써서 친절한 대안까지 알려주는데도 리엘라는 선 채로 곰곰이 생각만 했다.

그러다가 휙 돌아서더니, 연구실을 나가다 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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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아시온 대장님이 여기로 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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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연회 막바지 준비로 단체 야근이라. 곧 올 겁니다. 왜요?”

대답은 없었다.

그저 말없이 스윽 나가버리는 리엘라의 모습에 제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폐하의 청혼을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말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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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생각이면 미리 말을 해 줘야 대책이라도 세울 거 아냐?’

마지막까지 미처 꺼내지 못한 계약서를 떠올리며 제스가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던 그때.

이번엔 아시온이 흐느적거리면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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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제스. 난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다. 먼저 저세상 가서 기다릴 테니……. ……어?”

힘없이 말하던 아시온은 별안간 바닥으로 푹 엎어져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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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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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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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제스는 책상 밖으로 나와서야 아시온의 ‘야’가 자신을 부르는 말이 아니라 그저 감격과 환호에 찬 울부짖음이었음을 깨달았다.

거북이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린 아시온이 손을 벌벌 떨면서 쳐다보고 있는 건, 제스의 책상 앞 바닥에 살포시 떨어져 있는 ‘여왕의 태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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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

살았다, 나 이제 살았다, 하는 안도의 절규가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아시온은 그 상태 그대로 수십 번을 허공의 신을 향해 머리를 조아린 뒤에야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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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 나 먼저 폐하께 간다! 너 알아서 정리하고 와!”

여왕의 태양을 낚아챈 아시온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근래 볼 수 없었던 아시온의 씩씩한 뒷모습. 그리고 그 뒷모습에 피식 웃어버리는 저 자신의 꼴을 생각하다가 제스는 문득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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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벌써 적응한 건가.’

글쎄.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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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악마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라.’

암담한 것 같기도. 기대되는 것 같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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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대답은?”

헤르한이 다시 물었다.

같은 물음이 반복될 때마다 헤르한의 푸른 동공은 더 불안하게 떨렸고 눈길은 더 집요해져 갔다.

리엘라는 꾹 물고 우느라고 빨개진 입술을 퉁명스럽게 오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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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이시면서, 아무 데에서나 무릎 꿇지 말라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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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왜 아무 데나야. 네 앞인데.”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꼼짝하지 않는 헤르한 앞에서, 리엘라의 시선은 다시 제 손에 끼워진 반지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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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과분해요. 이렇게 예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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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

헤르한이 몸을 더 가까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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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넌 나에게 넘치는 존재야.”

고개를 든 리엘라는 가까이 맞댄 얼굴에서 저 대단한 보석 반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자신을 보는 헤르한의 눈이었다.

진짜로 과분한 건 이 반짝이는 반지가 아니라, 그의 마음.

하지만 그 과분한 것이. 너무 깊고 아득해서 과연 내가 다 껴안을 수나 있을까 싶은 그 마음이 리엘라는 욕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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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상에서 제일 어설픈 황후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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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되어주긴 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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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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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황후가. 나의 반려가.”

헤르한이 반지를 낀 리엘라의 손등을 들어 그 위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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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생 남은 목숨을 다 바쳐 섬길 나의 주인이 되어준다는 거지?”

리엘라는 다시 입술을 꾹 물고 헤르한을 원망하듯 보았다.

헤르한은 웃고 있었다. 미워할 수도 없게.

제스의 말이 맞았다. 앞으로 닥칠 난관들은 지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헤르한이 손을 내밀어주면, 그 손을 잡으면 그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오늘까지 왔고, 그 모든 순간은 전부 정답이었다. 헤르한이 늘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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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게요.”

리엘라는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작은 움직임에야 헤르한은 두 눈을 감으며 긴 호흡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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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뭐라고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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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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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가 왜 이따위냐고 폭동이 일어나도 전 책임 못 질…….”

아직 울음기와 떨림이 가득 깃든 말을 헤르한의 뜨거운 호흡이 도중에 덮어버렸다.

조급한 마음에 미처 다 고르지 못한 숨결이 가쁘게 얽혀들었다.

헤르한의 입술은 평소보다 더 조급했다. 더 간절했고 더 정성스러웠다.

그러다가 잠시 떨어진 그는 자신에게 와 준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벅찬 눈빛으로 리엘라를 보았다.

올곧기만 한 그 눈빛이 리엘라는 감사하다 못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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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이……. 다 망가져서 어쩌죠. 머리도 공들인 건데…….”

그래서 괜히 헤르한의 시선을 피하며 되지도 않는 걱정에 우물쭈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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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어떤 모습이더라도, 넌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황후가 될 테니까.”

헤르한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다시 입을 맞추어 왔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은 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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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님! 대체 어디에 계셨……. 흐이익!”

연회장에 딸린 대기실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루는 헤르한과 함께 나타난 리엘라를 보고 기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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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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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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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긴요! 흐흑. 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폐하의 계획을 말해버리는 바람에 리엘라 님을 겁먹게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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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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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얼마나 우신 거예요. 얼마나 엉엉 우셨기에 입술 화장까지 다 번진 거예요?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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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는 황급히 제 입을 가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리엘라 대신 나서준 것은 헤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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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루. 스스로 잘못한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군. 벌을 받을 준비는 되어있겠지?”

엄한 꾸짖음에 루는 그렁그렁 눈물을 맺으면서도 겸허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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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폐하. 제가 책임지고 목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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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고 리엘라를 다시 단장해주어라. 입장까진 10분이 남았어.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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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루의 눈이 동그랗게 떠올랐다.

당황해서 사방을 훑는 눈동자 안에 들어온 건 깍지를 낀 채로 꼭 잡은 두 사람의 손. 그리고 그 틈으로 보이는, 리엘라의 손에 끼워진 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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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두 분이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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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죄책감에 눈물을 매달고 있던 눈도 놀라움과 기쁨에 점차 휘둥그레져갔다.

헤르한은 루가 또 소리를 지르며 날뛸세라 선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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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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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하, 할 수 있습니다! 해내겠습니다!”

루는 언제 울먹였냐는 듯이 힘차게 외쳤다.

헤르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리엘라가 화장을 고치는 동안 일부러 자리를 피해 주고자 함이었는데, 그런 그를 리엘라가 재빠르게 따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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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안해? 같이 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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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게 아니라…….”

머뭇거리던 리엘라가 대답 대신 내민 것은 흰 손수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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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고개를 갸웃거리는 헤르한 앞에서, 리엘라는 검지를 들어 제 입술과 헤르한의 입술을 번갈아 가리키며 민망하게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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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입술…….”

그러고선 얼굴이 빨개진 채 후다닥 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리는 리엘라의 모습에 헤르한은 정신이 아찔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나의 황후.

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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