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 이엘 바이스 (48/154)


#48 이엘 바이스
2021.12.12.


몇 주 전만 해도 오래된 먼지만 날리던 호수궁은 매우 활기찬 새 여름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때 역대 황후들의 별궁이었고 이제는 리오타 왕국 대사관인 호수궁의 주인은 리엘라 블리니테였다.

자신이 어떻게 감히 이렇게 큰 것을 가질까. 커다란 성채. 과분한 직함. 자신을 떠받들어주는 사람들과 저 아름다운 호수까지.

처음엔 그 모든 것이 분에 넘쳐 어렵기만 했던 리엘라는 이제 다른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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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폐하께서 내게 마음을 담아 주신 것.’

생각을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많은 것이 저절로 바뀌었다.

부담스럽기만 했던 것들이 감사하고 소중한 것이 되었고, 어렵고 겁나는 일들이 꼭 씩씩하게 해내고픈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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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님. 날이 무더우니 오늘은 머리를 묶어보시는 것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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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낮게 묶어주실래요? 너무 높으면 책을 볼 때 목이 아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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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흡. 네. 오늘도 업무가 많으시지요?”

이제는 시녀들의 손길을 받는 것도 꽤 익숙했고, 그들과 소소하게 일상을 나누며 웃고 떠드는 일도 제법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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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밀린 공부를 한 번에 몰아서 하려니 정신이 없어요. 원래 다들 이런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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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루를 보세요. 오늘은 기필코 자기가 리엘라 님의 머리를 만져드리겠다면서 밤새 머리 묶는 것만 연습하더니, 결국엔 곯아떨어져서 일어나지도 못했잖아요.”

리엘라는 웃다가 자기 입을 가렸다. 자신의 큰 웃음소리가 혹시나 바로 옆방에서 곤히 잠든 루를 깨우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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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새나 양. 오늘 머리 장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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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머리 장식은 이 핀으로요? 말씀 안 하셔도 이젠 알아요. 어제도 이걸 하시고 그제도 이걸 하셨잖아요.”

리엘라는 시녀가 정성스럽게 집어 올린 핀을 보곤 수줍게 미소 지었다.

이게 그렇게 마음에 드냐는 시녀의 물음에, 리엘라는 속으로 황제와 한 약속을 떠올렸다. 딱 하나만 샀으니 그만큼 소중하게 여기기로 한 약속.

리엘라는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키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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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나만 더 사달라고 할까?’

이제는 제법 그런 앙큼한 욕심도 부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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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했습니다! 저 혹시 늦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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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30분 일찍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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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행이네요. 혹시 지각할까 봐 열심히 뛰어왔거든요! 호수궁이 생각보다 너무 넓어서.”

리엘라는 가쁘게 숨을 고르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창문 너머, 반짝이는 호수가 튕겨낸 햇살이 그대로 내비치는 화사한 실내.

볕이 가장 잘 드는 자리에 놓인 상앗빛의 책상은 이 공관의 주인이자 리오타 왕국 대사인 리엘라의 자리였다.

흰 셔츠에 남색 베스트를 깔끔하게 갖추어 입은 남자는 그 책상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리엘라를 향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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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나’ 일찍 오셨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는 건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또 다른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일에 가능한 시간을 정확히 맞추십시오. 미리 움직이더라도 10분을 넘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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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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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함부로 뛰지 마십시오. 여긴 공관입니다. 대사께서는 언제나 방정한 품행을 유지하셔야 합니다.”

남자의 말투는 딱딱했다.

길게 드리운 검은 머리칼 아래 살짝 가려진 눈빛은 차가웠고, 창백하리만치 흰 피부와 대조되는 입술은 꼭 리엘라의 어딘가 물어뜯을 구석을 노리듯이 핏빛이었다.

음침하고 사납지만 그걸 무마할 만큼 아름다운 남자.

그게 리엘라의 새 보좌관, ‘이엘 바이스’를 두고 호수궁 사람들이 평가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리엘라에게 이엘은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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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앞으론 시간도 잘 지키고 행동도 조심할게요. 더 주의할 사항은 없나요?”

부족한 자신을 도와주는 ‘참 고마운 사람’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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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오늘 할 일을 정리해두었으니 앉아서 확인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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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걸 전부 미리 봐두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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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 더 있습니다. 서류 결재를 마치신 뒤엔 의례적인 황실 연회 식순과 예절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리오타의 왕녀께서 오시면 관례상 최소한 한 번의 환영연은 주관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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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군요. 오늘도 바쁘겠어요.”

지난 사흘, 리엘라의 일상은 줄곧 지금과 같았다.

이른 아침 출근하자마자 몇 가지의 업무를 처리한 뒤에 종일 정치니, 외교니, 사교 예절 등을 이엘에게 배우는 것이었다.

보는 이들은 이엘이 리엘라를 너무 혹독하게 대한다고 걱정했지만 리엘라의 생각은 달랐다. 리엘라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자신을 위해 이엘이 남보다 몇 배로 고생해주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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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은 대체 호수궁의 시녀인 겁니까, 아니면 공관 직원인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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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요. 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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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도 않을 빵이나 차를 들고 온종일 주변을 얼쩡대는 게 신경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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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 경이 멋있어서 그럴 거예요. 서로 이엘 경을 보려고 순서를 다투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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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할 일도 없는 사람들이군요. 앞으로는 업무 시엔 간식을 들이지 말라고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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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네.”

주변 사람들의 수선을 불편해하는 것이 꼭 황궁에 처음 왔을 때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아서 정감이 가기까지 했다.

그런 리엘라를 두고 이엘은 언짢은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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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말고 집중하십시오.”

네, 하고 야무지게 대답한 뒤 다시 펜을 쥐는 리엘라는 햇살을 가득 머금은 꽃 한 송이 같았다.

그런 리엘라의 머리에 그제도 어제도 꽂았던 머리핀이 오늘도 반짝였다.

이엘은 영롱한 빛을 내는 머리핀을 빤히 바라보았다.

보석이 튕겨내는 빛을 그대로 노려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 안에는 리엘라가 모르는 날카로운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

그날 오후, 리엘라는 이엘과 나란히 호수궁 밖을 나섰다. 공부에 필요한 책을 가지러 황실 서고로 가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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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호수궁 외에 다른 곳은 아직 못 가 보셨죠?”

황제가 잠시 정무에서 손을 뗀 덕에 제대로 임명식도 치르지 못하고 곧바로 업무에 투입된 이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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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로 가는 길은 제가 잘 알아요. 안내해드릴게요. 이쪽으로 가면 본궁 앞 정원을 통해갈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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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요? 그냥 빠른 길로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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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면 그럴까요?”

말은 그러자고 했지만 리엘라의 목소리엔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이엘은 그런 리엘라를 빤히 보다가 못 이기는 척, 그냥 정원을 통해 가 보자고 제안했다. 예상대로 리엘라는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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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구경하는 게 그렇게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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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그럼요. 예쁘고 좋잖아요.”

아쉬운 티 기쁜 티 팍팍 내가며 이끈 것에 비해선 리엘라의 반응이 시원찮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유가 있었다.

리엘라가 가까이 가서 보고자 한 건 정원의 꽃이 아니라, 그 정원에서 올려다보이는 본궁 안쪽의 어딘가였던 것이다.

정원 펜스를 붙잡고 까치발까지 딛고 어딘가를 넘보는 시선.

그 시선의 끝에, 까만 커튼이 드리워진 채 굳게 닫힌 창문.

그걸 확인하고 금세 풀이 죽어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눈길. 실망감에 동그랗게 말린 작은 어깨.

이엘은 황궁 구조를 전혀 모르는데도 리엘라의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저기가 바로 황제가 있는 곳인가 보군, 짐작하면서도 이엘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리엘라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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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는 요즘 바쁘신가 봅니다. 무슨 일인지 혹시 아시는 것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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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아뇨.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휴가 중이시라고만 들었……!”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나머지 리엘라가 발을 헛디뎌 비틀거렸다. 그런 리엘라를 민첩하게 붙잡아 세워준 것은 이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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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십시오. 대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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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마워요. 이엘 경.”

리엘라는 제 앞으로 한순간 훅 들어온 몸에 당황했다가 금세 자세를 곧추세우고 괜히 치맛단의 먼지를 털었다.

*

헤르한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폐태자로 한 달 넘게 동굴 안에 숨어 은둔하던 때에도 그는 이렇게 바깥이 궁금하고 초조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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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닌데.’

그런데 그는 그 4일이 황위를 되찾아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반년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4일을 더, 이렇게 어둠 속에 틀어박혀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앞뒤로 도합 8일.

8일간 리엘라를 보지 않는 것이다. 그건 기록이었다. 헤르한은 이런 식의 신기록 수립은 영 달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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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거두십시오. 리엘라 양은 호수궁 생활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으니까요. 그곳 시녀들과도 사이가 좋고요. 심지어 대사로서의 업무는, 기대 이상일 정도랍니다. 새로 온 보좌관과 합이 잘 맞는 모양이에요. 외무대신 말로는 리오타 왕녀를 맞이하는 일을 그쪽에 전부 맡겨도 될 것 같다고 하던데요.”

 
그런 헤르한의 속내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놀리는 것인지, 아시온의 보고는 두루뭉술하기만 했다.

헤르한은 자존심이 상해서 차마 그 두루뭉술한 보고 속 ‘리엘라와 새로 온 보좌관의 합이 잘 맞는다’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고 캐묻지 못했다.

아시온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침대에서 일어난 헤르한은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떨쳐보고자 창가로 다가갔다.

뜨거운 태양도 기울었을 시간이니 바깥을 조금 내다보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그런 마음에 암막 커튼을 살짝 들춘 헤르한은 좁은 틈 사이로 익숙한 형체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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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본궁 앞 정원을 거닐고 있는 건 리엘라였다. 꽤 먼 거리였지만 분명했다.

사무치듯 반가운 마음에 나흘간 내내 어두컴컴하던 헤르한의 안색이 환히 피어났다.

마음 같아선 창을 확 열어젖히고 리엘라를 향해 뛰어내리고 싶은 그때, 리엘라의 옆에 선 사내가 헤르한의 눈에 들어왔다.

검은 머리의 키 큰 사내. 걷는 자세는 정숙했지만 걸음이 리엘라와 지나치게 가까워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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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자가 이엘 바이스인 모양이군. 뒤에서 따라 걸으면 충분할 것을 왜 저렇게 옆에 바짝 붙어 걷지? 보좌관의 기본이 안 된 것 아닌가?’

헤르한은 자신이 직접 그를 뽑았다는 사실조차 잊고 매서운 눈으로 그의 흠결을 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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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가 웃는 건가? 저 남자를 보고? 음침한 사내라더니, 그새 저렇게 친해졌다고?’

그러다가 그가 몸을 숙여 넘어지는 리엘라를 잡아주기까지 했을 때는 주먹을 꽉 쥐고 인상을 가득 찌푸렸다.

헤르한은 맹수처럼 이엘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노려보아도 그의 얼굴이 또렷이 보이지 않아 속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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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온! 아시온!”

정원을 완전히 떠날 때까지 다정히 멀어지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헤르한은 당장 돌아서 아시온을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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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엘 바이스의 초상화를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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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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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대사 보좌관으로 정식 등록하면서 본인이 인사청에 제출한 것이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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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아, 아무튼 알겠습니다.”

아시온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뛰쳐나갔다가 다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헤르한은 아시온이 숨 가쁘게 구해온 이엘 바이스의 초상화를 보자마자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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