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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폐하께 마음 주지 마세요. (42/154)


#42 폐하께 마음 주지 마세요.
2021.11.21.


그날 밤 리엘라는 잠을 설치고 하염없이 창밖의 하늘만 바라보았으나 루를 비롯한 서궁의 시녀들은 그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모두 리엘라가 호수궁으로 이사 갈 생각에 들뜬 줄로만 알고 있을 때, 사실 리엘라의 관심은 ‘호수궁’이나 ‘황후’ 같은 것에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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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준비. 당신이 떠나고 난 뒤에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서…….’

리엘라는 밤새 헤르한에 대해 생각했다.

그가 병을 앓고 있단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다지도 죽음에 가까이 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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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리엘라는 여느 날처럼 일찍 채비를 하고 서궁을 나섰다.

어차피 곧 황후궁으로 자리를 옮기면 폐하를 자주 뵐 텐데 그새를 못 참고 폐하를 뵈러 가시나 다들 중얼거렸지만, 모두의 기대와 다르게 리엘라의 발길이 향한 곳은 제스의 연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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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러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격리실로 바로 오시지.”

앉아서 책을 보던 제스는 벌써 카넬을 조사할 시간이 다 되었나 하고 일어나 서류를 챙기기 시작했다.

리엘라는 그런 제스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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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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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스는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가 이내 리엘라를 외면하며 모르쇠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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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요. 아침부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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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 경은 아시잖아요. 전하는 위험한 불치병을 계속 앓아오셨다고. 오래 더 버티지 못할 거라고. 말한 적 있잖아요.”

아. 그런 말까지 했었나. 제길. 술이 원수지.

제스는 눈을 질끈 감고 제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아무리 리엘라가 밉고, 또 아무리 술주정이었다고 해도 할 말 안 할 말이 따로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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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 경. 말해주세요. 당신, 의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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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폐하의 주치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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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폐하의 주치의라면서 여태 폐하의 병도 못 고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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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당신이 뭘 안다고 나한테……!”

리엘라는 더한 말도 쏟아낼 수 있다는 듯이 제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말로는 분명 화를 내고 있는데, 붉은 눈동자 안엔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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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 않아도 바빠 죽겠는데.’

제스는 신경질적으로 자기 머리칼을 흩트렸다.

이런 여자와 괜히 말다툼이나 해서 무엇 할까.

제스는 리엘라에게 맞서서 언성을 높이려다가 말고, 그냥 리엘라를 빨리 떨쳐내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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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아 계신 것이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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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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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폐하의 몸만 연구한 의사로서 제가 예상한 폐하의 수명은 작년까지였습니다.”

건조하기만 한 제스의 설명에 리엘라는 말문을 잃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걸까. 이들은 그만큼이나 오랫동안 폐하의 죽음을 준비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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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황위를 되찾을 수나 있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특히 작년 가을엔 전부가 지칠 대로 지쳐서 포기 직전이었는데, 심지어 그때 웬 용병단이 귀찮게 얼쩡대기까지 하고.”

제스는 스스럼없이 말하다가 아차 싶었다. 리엘라 블리니테가 바로 그 ‘웬 용병단’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순간 잊었던 것이다.

아,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여자에게 죄책감까지 떠안겨버리다니, 진짜 환장하겠네.

제스는 그답지 않게 리엘라의 눈치를 보며 재빠르게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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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렇게 버텨 오신 것도 벌써 반년이 넘었습니다. 거기에 요새 부쩍 무리하신 데다가 정체 모를 가짜 약까지 드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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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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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일 눈을 못 뜨신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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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군요.”

리엘라는 더 꼬치꼬치 캐묻진 않았다.

제스의 연구실로 달음박질을 칠 때까지만 해도 이것저것 질문할 거리가 끝없이 떠올랐는데 지금 당장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은 딱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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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일 당장 이별이 올 수도 있다는 건가…….’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리엘라는 이제야 다시 사랑하게 된 이 세상에 또 배신감을 느꼈다.

꼭 예상치도 못한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는 것 같았다.

참 믿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분명 자신에게 있어 헤르한은 르 데르의 강물처럼 늘 잔잔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때때로 온몸을 내던져 안기고 싶을 만큼.

이제 나가라고 내쫓지도 않았는데 리엘라가 멍하니 돌아섰다.

그제야, 제스는 자신에게 등을 보인 그 작은 몸이 너무나 작아 보였다. 제스는 입술을 깨물고 잠깐 망설이다가 리엘라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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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양. 나도 충고 하나 하죠. 폐하께 너무 마음 주지 마십시오.”

리엘라가 뒤를 돌아보자, 사납기만 하던 제스의 눈빛이 이제야 비로소 자신만큼이나 괴로워 보였다. 지금까지 감정이 메마른 듯 보이던 것은 사실 잘 꾸며진 모습이었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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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틀렸습니다. 이젠 발도 못 빼요. 저도 그렇고 아시온도. 아시온은 아마 폐하께서 돌아가시면 기꺼이 순장으로 같이 묻히려고 할 테고.”

웃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울라고 하는 소리인지 리엘라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제 정신이 조금만 더 온전했다면 저 말을 넉살 좋게 받아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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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엘라 양은 아직 폐하께 뒤돌아설 수 있잖습니까? 배신하라는 게 아닙니다. 더 다가가지만 마세요. 그게 당신의 평화를 위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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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 경. 변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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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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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는 제가 폐하께 해가 될까 봐 걱정하시더니, 이제는 저를 걱정해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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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당신이…….”

거기에 그러고 서서 우리랑 같은 표정을 짓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제스는 뒷말을 소리 없이 속으로 삼켰고, 리엘라는 듣지 않아도 그의 마음을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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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스 경의 말씀은 잘 알아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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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어이 리엘라 블리니테에게 호수궁을 내주겠다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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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대신들 사이에선 불편한 한숨만 나왔다.

소식을 접하고 황제에게 긴급 알현을 요청할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황제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런데 헤르한의 태도는 생각 외였다.

사랑놀이에 빠져 감정을 제어 못 하는 것도 아니었고 여인의 치마폭에 쌓여 판단이 흐려진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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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블리니테를 황후로 앉히기라도 하시겠다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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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궁을 내어주겠다고만 했지, 황후로 앉히겠다는 적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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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지만 호수궁은 역대 황후께서 별실로 쓰던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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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별실로 쓰던 공간이지. 엄밀히는 3대 황제께서 호수 경치를 즐기기 위해 본궁 가까이 지으신 별궁이고. 당시는 황제의 집무 공간으로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호수궁을 황후만 쓰란 법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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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나 현재 관례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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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리엘라 블리니테를 황후로 책봉할까? 대신들만 허락한다면 난 좋은데.”

여유만만한 헤르한의 웃음에 ‘황후’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덤비던 대신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다음 주자로 나선 것은 조금 더 온건한 설득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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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서궁에 계속 두셔도 되지 않습니까? 굳이 호수궁이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궁의 빈방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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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블리니테에게 집무 공간이 필요하다. 서궁은 좁고 국빈들이 계속 드나드니 곤란해. 다른 곳도 마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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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 공간……이요? 그 여자에게 무슨 집무 공간이 필요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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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타 왕국 대사로서 양국 외교에 관한 공무를 처리할 공간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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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신들의 되물음이 우렁찼다. 온건파라고 해서 황당함에 되묻는 목소리까지 온건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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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블리니테가 리오타 왕국 대사로 임명되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언제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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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왕국 측이 입장문을 보내왔습니다. 곧 공식 성명과 함께 임명장도 보내겠다고 합니다.”

왕국의 인장이 찍힌 서신 봉투를 흔들며 대답한 건 아시온이었다.

헤르한은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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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를 임명하는 건 그 국가의 권한이야. 리오타 왕국의 왕실에서 그렇게 하겠다는데 어쩔 수 없지 않나? 난 파견 온 외교관을 대접해 주어야 하는 처지일 뿐이니 다들 이해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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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리오타 왕국 측은 왜 갑자기……. 그런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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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호수궁 일부를 리엘라에게 내주고 리오타 왕국 대사관 공관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차라리 여인으로서 리엘라를 곁에 두겠다고 꼬장을 부리는 것이었다면 충언이랍시고 따끔한 말씀이라도 하나 올렸을 텐데.

대신들은 꼭 눈 뜨고 있는데 코가 베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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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확실히 정리해주십시오. 폐하.”

그때, 그나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던 대신 하나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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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블리니테는 리오타 왕국 측에서 파견한 주재 외교관으로서 호수궁에서 지내며 근무하는 것입니다. 공적으로 말입니다. 맞습니까?”

그래, 그거지,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그 여자가 정리되는 거라고 봐야지, 하고 대신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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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여자로서는 인정하지 않겠다, 그거로군?”

헤르한은 역시 그 질문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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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그건 약속 못 하겠다. 왕국이 리엘라를 대사로 임명한 것보다 내가 그 여자를 품은 게 먼저라서 말이야. 또, 황제가 외교관과 연애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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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결국 바라는 것은 하나도 얻지 못한 대신들이 넋 나간 얼굴로 회의장을 빠져나갈 때, 헤르한은 그들 중 한 명과 손등이 스쳐 속마음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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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원하는 건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시려는지. 살다 살다 저렇게 욕심 많은 분은 또 처음 보는군.’

 
헤르한은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었다.

아시온이 자신을 두고 ‘한 번쯤은 폐하 본인을 위한 선택을 해보시라’ 일침을 가하곤 했던 것이 떠올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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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는 욕심 많은 황제로 비쳤다니. 많이 발전한 건가.’

그렇게 홀로 앉아 있는 헤르한에게로 아시온이 다가왔다.

무슨 재밌는 거라도 건지셨습니까, 묻는 아시온에게 헤르한은 입꼬리를 올린 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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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찾았는데. 재미있는 거. 알려드릴까요?”

또 무슨 싱거운 농담을 하려는 거냐고 고개를 든 헤르한 앞에서 아시온은 입을 여는 대신 회의장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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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출세하게 된 소식은 폐하께서 직접 전하십시오.”

아시온의 속삭임을 뒤로하고 수줍게 안으로 들어선 것은 리엘라였다.

예상하지 못한 등장에 헤르한이 눈을 크게 부릅뜨자, 리엘라가 작고 도톰한 입술로 ‘폐하’ 하고 다정한 인기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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