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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남겨질 그녀를 위해 (41/154)


  • #41 남겨질 그녀를 위해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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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거처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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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계속 서궁에서 지낼 건 아니잖아?”

    리엘라는 놀라서 큰 눈을 몇 번 깜박거리다가 이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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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네. 그렇죠. 그렇긴 한데……. 그러면 어디로……?”

    리엘라는 말꼬리를 흐리면서 헤르한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 나 지금 쫓겨나는 건가, 하고.

    헤르한은 그런 리엘라의 모습에 실소가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고 애써 근엄하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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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궁 안에 네 거처로 쓸 만한 적당한 곳이 있다. 본궁과 가까우면서도 내측이라 서궁보다는 훨씬 더 거동이 자유롭지. 제스의 연구실이나 격리실과도 가까우니 네가 편하게 다니기 좋을 거야.”

    리엘라의 고개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헤르한은 그녀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분명 귀가 솔깃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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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곳이 있나요?”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니 역시나 휘둥그레 뜬 눈이 참 순수해서 깨물어버리고 싶을 만큼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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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무엇보다 내 직할 구역이고 현재는 담당 시종장도 따로 없어서 네게 필요한 시녀만 최소한으로 붙여줄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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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요!?”

    리엘라는 저도 모르게 눈을 반짝이며 튀어 올랐다.

    한시도 쉴 틈 없이 서궁 시녀들에게 시달리던 입장으로서는 그보다 더 반가울 것이 없었다.

    그런 리엘라가 귀여워 헤르한은 웃음을 참았다. 쐐기를 박자고 일부러 한 말이었지만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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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저 때문에 이미 그곳에 계신 분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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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없어. 오랫동안 주인 없이 비어 있는 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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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거기로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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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는 밝게 소리치고는 헤르한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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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와 함께 그곳으로 거처를 옮겨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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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준비하라 이르지.”

    선심 쓰는 척 마지막 대답을 할 때, 헤르한은 일부러 리엘라로부터 등을 돌렸다. 참으려고 해도 스멀스멀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리엘라는 마냥 기쁘고 홀가분한 마음에 헤르한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자신이 무슨 속셈이 휘말린 것인지 리엘라가 깨닫기 시작한 것은 그날 늦은 저녁이나 되었을 무렵이었다.

    *

    리엘라의 이사 준비는 황제의 명령이 떨어진 지 고작 서너 시간 만에 모두 끝나버렸다. 필요한 절차는 모두 황제의 선에서 정리했다고 했다.

    옮길 짐도 그리 많지 않아서 그야말로 이제 ‘몸만 떠나면 될 때’쯤, 숨이 넘어가는 모양새로 리엘라에게 달려든 건 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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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 님! 큰일 났어요! 리엘라 님이 앞으로 거처로 쓰실 곳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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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거기가 왜요?”

    조용하고. 자유롭고. 심지어 남는 공간이라 자신이 차지하기에 부담도 없는 빈 궁.

    꼭 자기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처럼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곳이었기 때문에, 리엘라는 설령 거기가 지붕도 없이 낡았다든가 유령이 나온다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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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궁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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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궁이요? 거기에 호수도 있나 봐요? 와아.”

    그런데 심지어 경관마저 뛰어나다고 하니 리엘라로선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다.

    늘 폐하께 빚만 지네, 이걸 어떻게 다 갚을까, 하며 리엘라는 헤르한의 배려에 보답할 방법만 궁리했다.

    사색이 된 서궁의 시녀들이 비명 아닌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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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궁이라고요? 정말이에요? 정말 리엘라 님이 옮기신다는 거처가 호수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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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그, 그거 정식으로 결정된 것 맞아요? 숙부님께 그런 말씀은 못 들었는데? 오늘 오전 회의 때만 해도 아무 얘기 없다고 하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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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께서 정하신 거니 확실한 거겠죠. 벌써 그쪽으로 짐도 다 옮긴 것 아닌가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이 경악하던 시녀들은 전보다 더 강하게 리엘라의 팔다리를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제발 자신을 데리고 가 달라면서, 리엘라의 곁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머리끄덩이까지 잡고 몸부림을 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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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다들 왜 그러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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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 님. 설마 모르세요?”

    당황한 리엘라를 향해 리엘라보다 더 당황한 시녀들의 눈빛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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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궁은 황후궁이라고요!”

     

    *

    그날 밤 아시온은 리엘라의 호수궁 이사 소식을 듣자마자 주군의 침실로 쳐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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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 양을 황후로 앉히시려고요? 왜, 아주 이 기회에 후계자도 낳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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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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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설마 정말 아기가 생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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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라니. 너 지금 내게 반말한 거냐.”

    아기는 또 뭐야.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헤르한은 황당해서 그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삼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시온은 그 의미를 알아듣고 엉거주춤하게 떠올랐던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였다.

    한풀 진정은 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모든 흥분과 의문이 다 가라앉은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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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너무 급하게 나가시니 하는 말 아닙니까? 폐하께서 리엘라 양을 아끼시는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호수궁이라니요. 대신들과 귀족사회가 강하게 반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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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온 네가 언제부터 그들을 대변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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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반발에 가세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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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놓고 반역을 해보시겠다. 그래. 해 봐. 해볼 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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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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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가 왕국에서 데려온 여자에게 푹 빠져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건 너도나도 다 아는 사실이야. 기어이 그 여잘 황후에 앉히겠다고 해도 다들 그러려니 하는 수밖엔 없을 거다. 안 그래도 미친 황제가 더 단단히 미쳐 돌았군, 하고 말겠지.”

    헤르한은 제 얘기를 꼭 남 얘기하듯 한가롭게 했다.

    그래서 아시온은 더욱 복장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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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건 모르는 자들이 하는 말이고요. 폐하! 실상은 다르지 않습니까? 아무리 리엘라 양을 아끼신대도 실상은…….”

    아시온은 한번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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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께서는 리엘라 양을 황후에 앉히실 생각까진 없으시잖습니까?”

    그 물음 뒤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주 짧았지만 두 사람의 숨통이 꽉 막힐 만큼 무겁고 아픈 침묵이었다.

    실없는 조소로 침묵을 먼저 깬 건 헤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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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리엘라를 황후로 맞을 생각 없어. 그냥 그러려는 척만 해 보이는 거다.”

    헤르한은 제법 담담했다. 하지만 그런 주군의 담담한 얼굴 때문에 아시온의 마음은 더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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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고운 여자를 과부로 만들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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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말씀 하시면서 웃지 마세요.”

    아시온이 툴툴거리며 맥 빠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들의 말이 맞았다. 헤르한은 리엘라를 황후로 맞을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 누구도 황후로 맞을 생각이 없었다.

    ‘황후’니 ‘혼인’이니 하는 문제까지 갈 것도 없었다.

    아시온은 제 주군이 얼마든지 여인을 품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평생 수절하다시피 하며 살아온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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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이것도 ‘준비’의 일환입니까? 폐하의 그 대단한 ‘죽을 준비’ 말입니다.”

    아시온이 먹먹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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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만스러운 찬탈자 오명을 써가면서 급하게 황위를 되찾고. 폭군 소리 들어가며 반대 세력도 무리해서 숙청하시고. 또 폐하 없으면 굶어 죽기라도 할까 봐 없는 작위까지 만들어서 저희에게 다 나누어 주셨잖아요. 폐하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 남은 자들을 위해서. 남겨질 우리를 위해서.”

    헤르한과 정면으로 맞부딪친 눈길 안에서 아시온은 분노마저 터트리는 듯했다. 태연히 떠날 준비를 하는 주군에게, 또 그런 주군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력한 자신에게.

    헤르한은 그런 아시온을 보며 검을 다루는 이 치고는 너무 마음이 약해 탈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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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젠 리엘라 양도 그 안에 포함된 거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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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아마도.”

    다시 아시온의 입에서 흘러나온 리엘라의 이름에, 헤르한은 정신을 바짝 가다듬었다.

    씁쓸하고 애달픈 상념은 이만하면 됐다. 아시온의 말마따나 ‘준비’는 냉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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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죽어도 그 여잔 살아야지. 그러려면 허울뿐인 지위라도 필요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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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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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를 호수궁에 데려다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으니 너도 리엘라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줘. 같은 처지끼리.”

    아시온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이걸로 반역은 다 끝이지?’ 하고 뒤따른 헤르한의 쓴웃음만이 무겁게 퍼질 때.

    틈이 벌어진 황제의 침실 문 밖에서 리엘라는 가만히 제 가슴을 주먹으로 짓눌렀다.

    어쩐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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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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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용무를 다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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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조용히 황제의 내실 문을 닫고 나온 리엘라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다가 다시 문지기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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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제가 왔다 갔다는 얘기는 폐하께 비밀로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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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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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께 깜짝 선물을 드리려고 하는데 김새면 실망하실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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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런 거였습니까?”

    리엘라가 아무렇게나 둘러댄 변명이라는 것도 모르고 내실의 문지기는 눈을 헤벌쭉하게 떴다.

    폐하께서 시도 때도 없이 리엘라를 곁에 두고 총애하신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늦은 시각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문을 열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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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겠습니다. 비밀은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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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감사합니다.”

    문지기가 능글능글하게 대답하는 반면 리엘라는 경직된 표정을 쉽게 풀지 못하고 도망치듯 내실을 빠져나왔다.

    긴 복도를 지나오니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던 루가 저 앞에서부터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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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 님! 폐하께 잘 확인해보셨어요? 정말 황후궁으로 가시는 것이 맞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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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응. 그래요.”

    사실 폐하께 직접 여쭙고 확인한 건 아니지만.

    리엘라의 말에 루는 탄성 반, 걱정 반으로 입을 벌리고 커다란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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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요? 그럼 리엘라 님이 황후가 되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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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닌데…….”

    리엘라는 쉽게 뒷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리엘라는 자신이 옮겨 지내게 될 이른바 ‘호수궁’이 대대적으로 황후들이 사용해 온 공간이었다는 말에 깜짝 놀라 급하게 달려온 것이었다.

    이 늦은 밤에 내실을 직접 찾아오는 것이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그걸 무릅쓸 만큼 황제의 뜻이 궁금했었다.

    그가 늘 자신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단 건 알았지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째서 황후궁씩이나?

    리엘라는 당황스럽고, 그래서 심장이 떨렸었다.

    자신을 두고 태연하게 ‘내 여자’라고 말하는 그라면, 어쩌면 이번에도 ‘널 황후로 만들려고.’ 하는 태평한 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만일 헤르한이 그러거든, 리엘라는 아주 재미있는 농담 잘 들었다며 웃어버리려고 했었다.

    분명히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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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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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겠어요. 루.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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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 님! 괜찮으세요?”

    리엘라는 더 걷지 못하고 서궁으로 돌아가는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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