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 맞잡은 손 (39/154)


  • #39 맞잡은 손
    2021.11.11.


    한달음에 안으로 들어선 리엘라는 팔을 뻗어 카넬의 손목을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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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덕에 카넬이 들고 있던 단검이 아래로 챙그르르 떨어졌지만 카넬은 굴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리엘라의 손목을 틀어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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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앗, 카넬 경!”

    카넬에게 말을 걸거나 그를 진정시킬 새는 없었다.

    카넬은 리엘라의 손목을 비틀어 꺾고는 어깨를 밀쳐 리엘라를 짐짝처럼 바닥으로 팽개쳤다. 리엘라는 신음을 내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넘어질 때 손을 헛짚은 탓에 와르르 빈 선반과 테이블이 함께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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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윽……. 카넬 경!”

    온몸이 찢기는 것 같이 아팠지만 그래도 리엘라는 이를 물고 고개를 들었다.

    카넬은 자결을 결심한 사람이라기엔 어떤 감정도 없어 보였다. 그 퀭하고 멍한 얼굴로, 카넬은 떨어진 단검을 줍고 있었다. 다시 자결을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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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 경! 제발 이러지 말아요! 아시온 대장님! 제스 경! 도와주세요, 제발!”

    리엘라는 크게 울부짖으며 일어나 카넬에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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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 경. 제발 그만둬요! 당신이 진짜 첩자라면 용서를 빌고, 아니라면 결백을 밝혀요. 이런 선택은 비겁해요! 폐하께 죄송해서라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제발요.”

    협박인지 애원인지 모를 말을 하며 카넬을 꽉 끌어안은 그 순간, 리엘라는 카넬의 멍한 눈이 서서히 총기를 되찾는 것을 또렷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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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 경……?”

    그때 리엘라의 비명을 들은 아시온이 급하게 안으로 들이닥쳤다. 아무 설명 없이도 상황을 파악한 그는 단번에 카넬이 쥔 단검을 빼앗고서 카넬을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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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습니까, 리엘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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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저는 괜찮은데 카넬 경이…….”

    아시온은 카넬의 어깨를 눌러 바닥에 꿇어앉히면서 이를 악물었다.

    제스는 카넬에게서 빼앗은 단검을 들고 그의 행동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입을 틀어막았다.

    곧바로 이어진 카넬의 말은 모두를 더 경악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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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온 대장님. 제스 경. 그리고 리엘라 양……. 지금 제가 또 무슨 짓을……?”

    설마 또 기억이 나지 않는 거냐고 아시온이 그를 다그치려는 찰나, 뒤로 물러났던 리엘라가 대뜸 다가가 카넬의 손을 잡았다.

    카넬이 자신을 스스로 해치는 것을 막겠다고 리엘라가 열심히 잡고 버티던 손자국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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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 경. 기억할 수 있어요. 그렇죠? 봐요. 내가 여길 이렇게 잡았었잖아요. 카넬 경은 떠올릴 수 있어요. 잘 생각해봐요. 네?”

    울먹거리는 리엘라의 말에 카넬은 뭔가로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움찔하며 눈을 부릅떴다.

    카넬의 검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꼭 거울처럼 맑아서, 그를 지그시 바라보는 리엘라의 간절한 얼굴이 그대로 비치는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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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카넬은 그렇게, 리엘라와 끝까지 눈을 맞추며 떨다가 아주 느리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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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습니다. 기억이 납니다. 이제 전부……, 떠올랐습니다. 이전 일까지 다요.”

    카넬의 고백에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아시온의 팔이 후들거렸다. 리엘라의 뒤로는 제스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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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제가 한 일입니다. 제가 한 것이 맞나 봅니다. 제가 폐하를…….”

    카넬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헤르한은 카넬이 기억을 되찾았다는 말에 급하게 일어나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제스의 연구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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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 폐하……. 이러고 있어야 카넬 경의 마음이 놓인다고 하셔서요.”

    정말 황당하게도 리엘라가 카넬 옆에 같이 꿇어앉아 그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황제 앞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민망한 줄은 아는 것 같았지만, 난감한 표정으로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계속 카넬을 붙잡고 있는 폼이 자신도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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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폐하. 저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리엘라 양이 손을 놓으면 의식이 흐려집니다. 죽여주십시오. 폐하께서 제 기억을 다 확인하실 때까지만 이러고 있겠습니다.”

    헤르한은 기가 차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헤르한은 리엘라의 흰 손을 꼭 쥔 카넬의 손을 뚫어지도록 보면서, 제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를 죽일 듯이 세게 쥐었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고, 아시온과 제스를 배반하고, 리엘라에게 죄를 전부 뒤집어씌운 자가.

    이제는 의식을 운운하며 리엘라에게 기대어 있다고?

    헤르한이 굳게 잡은 검집 안에서 칼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를 이 자리에서 당장 베어버리지 않고 분노를 억누르는 건 헤르한의 마지막 인내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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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카넬. 네 기억을 내놔라.”

    가는 숨마저도 쉬지 못해 떨고 있는 카넬의 어깨에 헤르헨은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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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네가 한 짓이 맞군. 가짜 약을 만들어 내게 먹이고, 기밀문서를 빼돌리고. 그 뒤의 일들도 전부.”

    주군의 선고에 카넬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시온과 제스도 전보다 더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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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동시에 카넬의 짓이 아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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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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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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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을 한 건 카넬이지만 그때마다 미세하게 다른 목소리가 카넬에게 명령을 하고 있어. 주로 카넬이 잠들었을 때 그 의식이 튀어나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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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정말로 카넬이 누군가에게 의식을 조종당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믿기 힘든 제스의 물음에 헤르한 역시 난해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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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방금 자결을 시도한 것도 마찬가지. 꼬리를 자르기 위해 누군가 조종한 일이다. 카넬의 의지가 아니야.”

    헤르한은 다시 카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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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 혹시 어딘가에서 수상한 최면술사라도 만난 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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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모, 모르겠습니다. 그랬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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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더 큰 적의 실체를 발견한 것 같군.”

    카넬은 평소 주군의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방면의 외부 인사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중에 악의를 가진 최면술사가 하나 섞여 있지 말란 법은 없었다.

    최면으로 사람을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적. 상상만으로도 위험한 그런 적을 맞닥뜨렸으니 당연히 공포에 질렸음에도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다른 긴장으로 가슴을 졸였다. 궁색하지만, 참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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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그러면 카넬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바로 카넬의 처분에 대한 일이었다.

    불안해하는 모두에 반해 헤르한은 냉담했다.

    그런 그의 서늘한 시선이 여전히 리엘라의 손을 맞잡고 있는 카넬의 손에 잠깐 머물렀다.

    답답하고도 뜨거운 한숨이 헤르한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여태 사고 한번 친 적 없던 카넬이,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는 날이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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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야 당연히.”

    설마 사형이라도 내리시려나.

    잔뜩 긴장한 부관들 앞에서 헤르한은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하며 차갑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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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잘못한 것을 스스로 바로 잡을 기회를 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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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숨도 쉬지 못한 채 엎드려 떨던 카넬은 헤르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탄식을 터트렸고 곧 흐느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폐하, 제가 무지한 탓에 모두에게 폐를 끼쳤습니다, 폐하를 위험에 빠트렸습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카넬이 용서를 구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아무도 그에게 눈물을 거두라 다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사실 누명을 벗은 것에 대한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니까.

    헤르한은 한참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그의 어깨를 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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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많이 밉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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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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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고맙다. 네가 날 버린 것이 아니어서.”

    진심이 묻어나는 주군의 말에 카넬의 울음이 드세졌다. 제스마저도 천장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끓는 감정을 참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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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이제 그 손은 그만 놓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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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카넬의 울음은 참 이상한 포인트에서 그쳤다.

    가뜩이나 눈이 벌게진 카넬은 당장 리엘라의 손을 놓고서 다시 헤르한 앞에 무릎을 꿇었다.

    리엘라는 기쁜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그런 카넬을 보며 빙긋 웃다가, 자신을 노려보는 헤르한과 눈이 마주치곤 머쓱하게 시선을 피했다.

    *

    카넬은 배반자가 아니었다.

    그 사실에 모두가 마음을 놓았지만 헤르한의 말대로 아직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었다.

    언제 또 카넬이 다른 의식에 지배당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카넬은 한동안 아시온과 제스의 관리하에 격리되어 지내기를 스스로 택했다.

    그가 기억을 전부 되찾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제스는 카넬의 기억을 토대로 ‘가짜 약’의 성분을 알아내는 일부터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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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리엘라 양. 저를 구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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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 경이 저를 더 많이 구해주셨잖아요.”

    상황이 일단락되고 다시 마주 앉은 자리에서 카넬과 리엘라는 쑥스러운 인사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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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할까 봐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때 서궁에서 싸늘하게 지나친 거. 그거 저 아닙니다. 저라면 분명, 리엘라 양이 제게 인사한 것보다 더 반갑게 먼저 인사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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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겠어요.”

    리엘라는 맑게 웃으면서 답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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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앞으로는 절 보면 지금처럼 웃어주세요. 그걸로 카넬 경이 의식이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 구분하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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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그렇게 하겠…….”

    카넬 역시 리엘라를 따라 웃으며 대답하다가 섬뜩한 기분에 그대로 멈추었다.

    천천히 고개를 든 그는 리엘라의 뒤에 선 주군이 팔짱을 낀 채 무시무시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리엘라가 워낙 반갑게 인사하는 통에 잠시 잊은 것이다. 여기로 굳이 리엘라를 데려온 것은 황제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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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 안부나 주고받으라고 온 게 아니다. 제스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카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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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 죄송합니다. 폐하. 제스 경은 잠깐 서고에 가셨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뒤늦게 흠흠 목청을 가다듬으며 주군 앞에 예를 갖추는 카넬 앞에서 헤르한은 리엘라의 왼팔을 번쩍 들어 보였다. 꼭 아끼는 보물에 흠집이 난 것을 따지러 온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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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의 이쪽 팔. 여기. 상처.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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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보입니다. 날카로운 것에 베인 모양이군요. 어쩌다가 이렇게…….”

    리엘라는 카넬에게 상처를 내보이기가 민망한지 애써 황제의 손아귀에서 팔을 빼내어 다친 곳을 가렸다.

    멋쩍은 그 태도에 오히려 카넬은 바로 눈치를 챘다. 아, 엊그제 날 구하다가 다치신 거로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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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이 정도는 그냥 두면 알아서 나아요.”

    리엘라가 변명하자 곧장 헤르한이 눈을 매섭게 떴다.

    아마 둘은 본궁에서부터 저 작은 상처를 가지고 내내 실랑이를 하면서 여기까지 온 모양이었다.

    카넬은 벌떡 일어나 붕대와 소독약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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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쪽으로 가까이 오십시오. 리엘라 양. 팔을 들어보세요.”

    리엘라는 고분고분했다.

    차마 죄송하단 말을 더 할 면목도 없어서 묵묵히 소독약이 묻은 솜을 집어 드는 도중에, 카넬은 또 헤르한과 눈이 마주쳤다.

    아주 싸늘하게, 자신에게 무언가를 종용하고 있는 주군의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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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주군의 뜻을 눈치챈 카넬은 홀린 듯이 손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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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엘라 양. 생각해보니까 제가 처치해드리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사 받는 동안엔 휴직하기로 했어요. 지금 전 의사가 아니니 치료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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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아니, 이건……. 그냥 약 바르고 붕대 감는 거잖아요?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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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러고 보니 할 일이 있었는데 깜빡했네요. 죄송하지만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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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카넬 경. 휴직했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요? 카넬 경?”

    리엘라는 카넬이 갑자기 도망치듯 자리를 뜨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렇다고 카넬을 따라 나갈 수도 없어서 다시 돌아와 보니 카넬이 내려놓은 소독약과 솜을 헤르한이 집어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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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지금 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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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하긴.”

    보고도 모르나, 하고 헤르한이 제 앞의 빈 의자에 앉으라 턱짓했다.

    리엘라는 그제야 카넬이 꽁무니를 내뺀 이유를 눈치채고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카넬을 협박하고 조종하는 건 멀리 어딘가에 있는 적이 아니라 폐하이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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