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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헤르한의 선택 (32/154)


  • #32 헤르한의 선택
    2021.10.17.


    황제와 약속한 저녁 시간.

    리엘라는 어정쩡한 자세로 본궁의 집사장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본궁 1층, 긴 복도를 따라서 한참 걸어간 뒤에 들어선 내실 로비는 리엘라가 황성 시내에서 봤던 광장보다도 넓고 웅장했다.

    로비 한가운데에 놓인 2층 분수대와 절로 빛을 내는 금빛 기둥. 그 기둥마다 동상처럼 반듯하게 서서 눈을 번뜩이는 기사들의 위용에 리엘라는 절로 어깨를 움츠렸다.

    안 그래도 긴장되는데 옷은 또 왜 하필 이렇게 불편한 것을 입고 왔는지.

    황제의 저녁 식탁에 불려가게 되었다는 소리에 서궁 시녀들이 야단법석을 떤 흔적이 리엘라의 온몸에 치렁치렁 매달려 있었다.

    몸에 딱 맞는 드레스는 가뜩이나 가슴골이 보일 만큼 깊이 파인 디자인이었는데, 하필 재질도 속살이 비칠 만큼 하늘하늘해서 허투루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목이 뻐근할 정도로 주렁주렁한 목걸이나 귀걸이는 또 어떻고.

    리엘라는 마음 같아선 액세서리만이라도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서궁 시녀들이 배로 귀찮게 달려들까 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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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로 들어가십시오. 폐하는 안에 계십니다.”

    마침내 도착한 황제와의 만찬장 앞에서, 리엘라는 한번 숨을 골랐다.

    황제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리엘라가 긴장감을 떨치려 괜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사이, 시종들이 양옆에서 문을 열었다.

    벌어진 문 안으로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형형색색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들도 아니고, 눈이 멀 만큼 화려하고 밝은 촛대도 아니고, 황제 헤르한이었다.

    헤르한은 종일 제복을 입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단정한 셔츠 차림이었다.

    그런데도 별다른 치장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식탁에 턱을 괴고 있는 그가 리엘라의 눈엔 그 무엇보다 찬란하고 빛나 보였다.

    문득, 자신이 얼마나 과하게 단장하고 왔는지가 떠올라 부끄러운 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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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리엘라의 애써 낸 인기척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는 길에 집사장이 언질 주기를 그건 식탁에 앉아도 좋다는 허락이라고 했다.

    리엘라가 자리에 앉자 시종들이 주변을 분주히 오갔다. 이미 식탁에 충분한 음식이 차려져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시종들은 끊임없이 음식들을 내왔다.

    리엘라는 가만히 앉아 헤르한을 살폈다.

    헤르한이 음식을 집어 먹으면 저도 같은 것을 집어 먹고, 헤르한이 물을 마시면 저도 물을 한 모금 머금고, 헤르한이 냅킨으로 입을 닦으면 저도 그를 따라서 아무것도 묻은 것 없는 입술을 한번 훔쳐냈다.

    그렇게 긴장 속에 식사를 이어가다가 리엘라는 문득 깨달았다.

    헤르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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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냥 화기애애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숨 막히다니.

    아까 빨래터에서의 일에 아직도 화가 나신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식사를 함께하자고 청했던 건 황제 나름의 화해의 시도이고 배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리엘라는 자신이 먼저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이런저런 얘기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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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차림이 좀 이상하죠? 다들 하도 성화여서. 그래도 시녀들이 내준 것 중에 제일 나은 것을 고른다고 고른 것이긴 한데……. 많이 어색한가요?”

    황제는 리엘라를 흘긋 보고 말 뿐, 대답이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초조한 마음을 감추고 열심히 웃어 보이는 건, 리엘라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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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는 여기 황궁이 조금 낯설고 힘든가 봐요. 아직은 어린아이니까. 아까도 혼자서 말없이 빨래터에 가 있길래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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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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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렇다고 아까 일을 핑계 대는 건 아니고요. 아깐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제 행동이 폐하의 위신에 끼칠 영향은 생각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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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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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고해성사를 했는데도 여전히 목석처럼 앉아 침묵하는 헤르한의 모습에 이제는 리엘라도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러게 왜 그랬니, 왜 그런 잘못을 했어, 하고 스스로를 탓하며 고개를 푹 숙인 리엘라 앞에 낮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입을 꾹 다물고 리엘라를 쳐다도 보지 않던 황제가 드디어 마음의 빗장을 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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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까지 자책할 만큼 죽을죄는 아니야.”

    리엘라는 고개를 벌떡 들었다.

    헤르한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으나, 이제는 적어도 눈을 마주쳐줄 정도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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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바보 같다고 혼날 정도의 죄는 되지. 내 이름을 팔면 서궁의 시녀들을 혼쭐내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왜 그리 시녀들에게 꼼짝 못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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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야…….”

    감히 자신이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 무섭다, 혹은 싸우고 싶지 않다.

    헤르한은 리엘라의 입에서 그런 식의 대답이 나오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리엘라가 대답한 말은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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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분들은 전부 폐하의 사람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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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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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폐하께서 직접 고용하신 게 아니더라도, 폐하의 사람이 되고자 온 분들이에요. 제가 좋아서 온 분들이 아니라요. 전부 이름 있는 가문의 여식들이고, 또 앞으로 언제 어떻게 폐하께 도움이 될지 모르는 분들인데, 제가 함부로 할 수는 없어요.”

    헤르한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여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이 무색하게 쓴웃음을 뱉었다.

    어쩌면 리엘라는 정말로 누군가가 보낸 ‘첩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평생을 떠돌이 용병으로 살았다는 여자가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제왕학의 도리를 입에 담을 수가 있나.

    헤르한은 그쯤에서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시간 내내 그를 따라 하던 리엘라가 이번에도 반사적으로 엉거주춤 따라 일어났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헤르한은 리엘라에게 다가가기 위해 일어선 것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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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아라. 네게 줄 것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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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무엇인데…….”

    리엘라는 일어날 때 다급하고 어설펐던 것처럼 다시 앉을 때도 영문을 몰라 어정쩡한 자세였다.

    ‘줄 것’을 챙긴 헤르한은 그런 리엘라의 등 뒤에 가서 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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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길 뒤진다고 뭐가 나오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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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안 나오기만을 바라는 건 아니고?”

    서궁, 리엘라의 침실.

    방 안을 수색하던 아시온은 제스의 얄미운 추궁에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제스는 손쉽게 아시온에게서 벗어났다. 주먹다짐은 둘 사이에 나름 유구한 전례가 있는 일이라, 제스는 맞서 덤비진 못해도 피하는 데는 도가 튼 상태였다.

    그러는 동안 서궁의 시녀들은 문밖에서 저들끼리 꺅꺅거리며 두 사람을 관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황제 폐하의 양팔이라는 근위대장 아시온과 황제 주치의 겸 보좌관 제스.

    마침 황제와 더불어 미혼이겠다, 외모 또한 빼어난 동년배 삼인방이니 그들을 두고 각자의 취향을 논하는 것에 온종일을 보내는 것쯤은 황궁 시녀들에겐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관심은 부담스럽지만, 제스와 아시온에겐 잘된 일이기도 했다. 덕분에 단 몇 마디로 시녀들의 의심을 피하고 리엘라의 침실을 뒤질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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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한테 주먹 휘두를 틈에 구석구석 한 번 더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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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글쎄, 여긴 뭐가 없다니까. 됐어. 그만 가자.”

    문제는 아시온의 의지가 박약하다는 것이었다.

    리엘라가 첩자가 아닐 거라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리엘라가 첩자일까 봐 두려워서 저러는 것인지.

    이럴 줄 알았다고 제스는 생각했다. 아시온은 쓸데없이 정이 많은 녀석이니까.

    하지만 악역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마다, 악역을 맡아온 건 늘 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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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옷장은 열어보지도 않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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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숙녀분의 옷장을 함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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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볼 테니까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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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제스!”

    제스는 아시온을 밀치고 리엘라의 옷장 앞에 섰다.

    아시온 때문에 더 악독하게 굴긴 했지만 제스도 내심 이쯤이면 충분하지 싶긴 했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옷장만 확인하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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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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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인마. ……어?”

    제스가 옷장 안의 상자에 손을 집어넣어 조심스레 꺼낸 것에 줄곧 쀼루퉁하던 아시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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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폐하께 가자.”

    제스도 딱딱하게 굳긴 마찬가지였다.

    둘 사이에 오고 가는 눈빛엔 더 이상 그 어떤 장난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일은 영 달갑지 않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았다.

    *

    리엘라의 목은 뻣뻣했다. 자신이 가까이 다가온 만큼 긴장한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그 가느다란 목에, 헤르한은 계속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던 것을 꺼내 둘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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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엇인……!”

    리엘라는 황제가 제 목에 걸어준 것을 만지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굳이 고개 숙여 보지 않아도 손끝의 감각만으로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잔뜩 녹이 슨 표면. 투박한 모양새. 한때는 보물처럼 지녔으나, 또 한때는 그 무게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버거워서 내던지고 싶었던.

    행크 용병단의 표식이 새겨진 낡은 펜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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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르 데르에서 널 구했을 때 발견한 것이다.”

    그랬구나.

    리엘라는 당연히 강에 빠졌을 때 잃어버렸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을 황제가 여태 갖고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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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그렇다는 건……!’

    리엘라는 한발 늦게 황제가 이 펜던트를 건넨 것이 의미하는 바를 비로소 깨닫고서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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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에 나는 네 정체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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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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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도 쓰지 말라고 아시온이 날 따돌렸지만. 그래도 웬 용병단 하나가 내 뒤를 캐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 그 용병단의 표식도. 르 데르에서 널 구한 건 우연이었지만, 여관에선 알았어. 네가 그 용병단의 일원이고, 어쩌면 내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일 수도 있단 걸.”

    감히 말대답 따위를 들을 분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리엘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제를 향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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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저는, 아니에요! 맹세코 저는 폐하를 몰랐고,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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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그날 잠들지 않았다. 자지 않고 계속 널 지켜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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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엘라는 자신이 들은 것을 의심했다.

    하나같이 충격적인 말들만 이어지는데, 정작 헤르한의 목소리는 너무나 싸늘하리만치 담담해서 함부로 숨도 삼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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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밤새 고민했다. 널 거기서 죽일지, 말지를.”

    온몸에 소름이 바짝 돋아 리엘라는 몸을 떨었다.

    왕궁에서 헤르한을 다시 만났을 때, 그는 ‘황제’였지만 리엘라에겐 ‘처형인’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가 자신의 죽음을 고민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놀랄 것은 없는데도, 리엘라의 심장이 찌르르 울렸다.

    더불어 지금 왠지 황제가 제 앞에서 악인이 되고자 열심히 자처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리엘라는 그게 싫었다. 그래서 열심히 그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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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절 죽이지 않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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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왜였을까. 왜 그랬던 걸까.

    왜 굳이 자는 척을 해가면서까지 네가 우는 것을 지켜보고, 또 도망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던 걸까.

    헤르한은 답이 없는 고민에 빠지는 대신 다시 말을 잇기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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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오타 왕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접식 때도. 네가 병동에 있을 때도. 굳이 널 살려야 할 이유는 없었어. 말하자면, 내게는 널 끊어낼 기회가 수십 번쯤은 있었다는 거다.”

    수십 번. 아니면 수백 번일 수도.

    헤르한과 리엘라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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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는 매번 너를 내 곁에 두었고 그렇게 오늘이 되었어. 여기, 이 식탁에 너를 앉히기까지 내 선택이 아니었던 건 없었다.”

    대체 황제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길래 짧다면 짧은, 또 길다면 긴 자신들의 시간을 이토록 돌아보는 것일까. 꼭 뭔가의 마지막을 결심하는 사람처럼.

    리엘라는 두려워졌다.

    자신에게 그가 어떤 의미인지도 아직 모르면서, 부디 그가 자신을 끊어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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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궁에 첩자가 있다.”

    그렇게 헤르한이 힘겹게 뱉어낸 말은 리엘라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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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첩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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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내가 모르는, 나의 아주 가까이에서. 내 생명을 위협하고 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리엘라는 용병단의 펜던트라든가, 황제의 선택이 어떠했다든가 하는 앞선 말들은 다 잊고 말았다.

    그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저 황제가 걱정되어서 가슴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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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부관들은 그게 너라고 의심하고 있다. 나 또한 그래.”

    이어진 황제의 말에 또다시 정신이 멍해져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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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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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리엘라는 사그라들듯 먹먹한 호흡으로 황제의 말을 따라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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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번에도 너를 내 곁에 두기를 택해볼까 해.”

    그 말이 끝난 순간 리엘라는 제 심장을 짓누르던 두려움을 탁 내려놓고 입술을 꾹 물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그래서 황제는 어쩌겠다는 것인지, 또 저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아무런 것도 알 수 없으면서 다짜고짜 울음이 꾸역꾸역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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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선택했다. 그러니 이젠 네가 대답해주길 바라. 리엘라 블리니테. 너는 내게 무엇이지?”

    황제의 푸른 눈빛이 꽂혀왔다. 여전히 강렬했으나 싸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뜨겁게 휘몰아치는 눈빛이었다.

    리엘라는 작은 주먹을 꼭 쥐고 그를 응시했다.

    입을 열면 바로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꾹 참고 그의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붉은 입술을 오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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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허락도 없이 들어와 죄송합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만찬장의 문이 벌컥 열린 건 바로 그때였다.

    헉헉, 거친 숨을 내쉬면서 안으로 들어선 것은 아시온.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쫓아 온 제스였다.

    아시온은 공격적으로 들이닥친 것과는 달리, 주군 앞에 있는 리엘라를 발견하고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멈칫거렸다.

    하지만 곧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후에, 다시금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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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리엘라 양을 이쪽으로 내어주십시오. 리엘라 양의 침실에서 증거품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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