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 총애한다고 생각했는데 (27/154)


#27 총애한다고 생각했는데
2021.09.30.


제스의 연구실까지 오는 내내 루는 아시온 옆에서 쫑알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황실의 근위대장이라고 하면 왕국의 어린 시녀로선 무서워할 법도 한데, 며칠 전 ‘병문안 사건’ 덕에 미리 안면을 튼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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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대장님? 저는 제가 당연히 창고 정리를 맡게 될 줄 알았어요. 아니면 빨래방으로 가든가요. 리엘라 님의 시중을 들게 될 줄은 정말로 정말로 몰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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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뭔가 착오가 있으려나. 다시 확인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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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안 돼요. 대장님. 히잉…….”

금세 울상인 루가 워낙 웃기고 귀여워서, 아시온은 그쯤에서 루를 놀리는 것을 그만두고 사실을 들려주었다.

이번 인사는 황제 폐하께서 직접 명하신 거라고. 그러니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도록 리엘라 양을 옆에서 씩씩하게 모시라고.

그 말에 ‘네!’ 하고 대답하는 루의 목소리가 우렁찼다.

쩌렁쩌렁한 메아리가 다 흩어지지도 않았을 때, 마침 제스의 연구실 문이 열렸다.

바깥으로 나오는 리엘라는 제법 지친 기색이었다가 앞에 와 있는 아시온과 루를 보고 금세 화색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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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녀석 상대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리엘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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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마중 왔습니다, 하는 식의 서두도 없이 다짜고짜 건넨 위로였는데도 리엘라는 금세 그 뜻을 알고 살포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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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폐하와 제스, 아시온 경은 셋이 서로 막역한 사이라고 했던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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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고맙습니다. 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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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왔어요! 이제부터 제가 리엘라 님을 모셔요! 정식으로요!”

루가 방방 뛰며 하는 말에 리엘라는 진심으로 기쁘게 웃었다.

황실 안에 자신이 머물 숙소가 배정되었다는 말엔 조금 놀란 듯도 했다. 계속 황실 안에서 지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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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는 회의 중이십니다. 루를 따라가십시오. 아주 영특한 아이던데요. 벌써 황궁 지도를 다 외웠다고 하니, 앞으로 리엘라 양이 머무실 숙소로 잘 안내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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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시온 대장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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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용건은 사실 이쪽입니다.”

아시온이 제스의 연구실 안쪽을 가리키자, 리엘라는 ‘아’ 하고 작은 입 모양을 냈다.

아시온은 리엘라가 루와 함께 멀어지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다.

제스는 연구실 안쪽에 등을 보이고 앉아 있으면서도 문밖의 기척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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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여기까지 부른 거야? 바빠 죽겠는데.”

아시온은 의자 하나를 아무렇게나 끌어다가 제스 곁에 앉았다.

주군에게도 비밀로 하고 자신만 은밀하게 연구실로 부른 것이 내내 찝찝하고 불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시온이 들여다본 제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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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 그러니 아시온 너만 알고 있어.”

서두부터 제스의 목소리는 무척 참담했다.

그래서 아시온은 더 조마조마하기 시작했다. 제스가 이런 목소리를 내는 건 언제나 주군의 안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뿐이었으므로.

넓은 연구실 안엔 꽤 긴 적막이 흘렀다.

막상 아시온을 불러다 앉혀놓고도 시간을 끌던 제스는 한참 뒤에야 망설이던 말을 내뱉었다.

세상에서 가장 자신이 잘난 줄 아는 제스는 평소 오만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라서 말꼬리를 길게 늘이는 법이 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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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내 추측이지만, 확실히 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내 생각엔 아무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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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확정은 아니래요. 임시로 머무실 곳이라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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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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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요. 왜 임시일까요? 중간에 숙소를 옮기면 귀찮기도 하고. 어차피 황궁에 계속 머무실 거면 계속 같은 방을 쓰시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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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앞으로 내가 황궁에 머물지 않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루가 아주 많이 들떠 있었기 때문에, 리엘라는 굳이 그 대답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속으로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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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호의를 계속 받아도 될지…….’

망설이는 리엘라의 머릿속으로 오늘 마주친 무수한 눈들이 떠올랐다.

황궁 뜰에서 황제를 따라가는 자신을 보던 부인과 시종들의 눈.

로비에서 만난 대신들의 눈.

또 주치의 제스의 눈.

하나같이 자신을 경계하고, 의심하고, 꺼리는 눈빛들이었다.

리엘라는 그들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 그리 두렵지는 않았다. 리엘라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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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폐하도 같은 눈길을 받게 되면 어떻게 하지.’

누구에게 미움받든 상관없지만, 그분께는 절대 미움받고 싶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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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왔어요! 리엘라 님! 바로 여기예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여기가 서궁 중에서도 제일 넓고 좋은 데래요. 바로 앞에 정원도 있고요. 귀빈들에게만 가끔 내주던 곳이라던데요?”

앞으로 쪼르르 달려나간 루가 어느 문 앞에 멈춰선 건 그때였다.

리엘라는 윤이 반질반질한 상아 손잡이에 함부로 손을 뻗지 못하고 한참 숨을 골랐다.

루는 망설이는 리엘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기대에 부푼 얼굴로 계속 리엘라를 재촉했다. 어서요, 리엘라 님, 들어가서 청소도 하고, 리엘라 님의 짐도 풀고, 이것저것 할 일이 엄청 많단 말이에요,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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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앞으로 황궁 밖에 지낼 곳을 알아보더라도 그 전에 폐하께 먼저 말씀드리는 게 순서지. 내일 제스 님도 다시 만나 뵈어야 하니 일단 오늘은 여기서 쉬고…….’

리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무거운 문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문이 열린 순간, 루는 ‘와’ 하고 탄성을 지르는 대신 당황한 추임새만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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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문 안쪽, 바로 보이는 응접실에 족히 열 명은 넘어 보이는 아가씨들이 우글우글 서 있는 것이었다.

한결같이 좋은 옷차림을 한 그녀들은 일제히 열린 문 뒤에 서 있는 리엘라와 루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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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찾았나. 여, 여기가 아닌가 봐요. 리엘라 님…….”

어쩐지 맹렬하기까지 한 아가씨들의 눈빛에, 문만 열리면 안으로 뛰어들 기세였던 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런 루를 다독이면서 리엘라도 같은 생각을 했다. 방을 잘못 들어선 모양이라고,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돌아 나올 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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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리엘라 양?”

안쪽에 있는 아가씨들 중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리엘라를 향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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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양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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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네요. 맞아! 듣던 대로 꽃잎처럼 붉은 머리에, 너무 아름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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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들어오세요! 저희가 리엘라 양을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얼떨떨한 리엘라가 ‘저를 아시나요?’ 하고 물을 새도 없이 이젠 아가씨들 전체가 문 쪽으로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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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흰 앞으로 리엘라 양의 생활을 도와드릴 시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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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제가 시녀라고요?”

아. 내가 이분들의 시녀로 일하게 되는 거구나.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폐하의 덕으로 공짜로 먹고 자는 것이 너무나 민망했는데 이렇게 일감을 주셔서 정말 잘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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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푸흐흡. 리엘라 양도 참. 농담도 잘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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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정리는 저희가 다 해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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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와 커튼은 제가 직접 골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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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사루비아 꽃으로 장식해봤는데 어떠세요? 리엘라 님과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아가씨들이 입을 가리고 호호 웃으며 계속 자신을 칭송하는 것이 리엘라는 이해되지 않았다.

어째서 자신의 사방에 들러붙어서 양팔이며, 어깨며, 치맛자락과 머리카락까지 매만지면서 정신없이 구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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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여러분들이 모두 제 시중을 들어주신다고요?”

 

*

이게 그저 착각이나 꿈이 아니라는 건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고서야 다시 실감했다.

하루가 고되었던 것인지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잠들었던 리엘라는 아주 푹신한 침대에서 눈을 떴다.

막 잠에서 깨어날 때는 참 기분이 좋았다. 어슴푸레한 시야에 적당한 햇살이 들었고 사방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푹 잔데다가 온몸 구석구석이 나른하고도 시원한 느낌까지 났다.

그 시원한 느낌이, 사실은 자신의 팔다리에 하나씩 매달린 시녀들이 열심히 오일 마사지를 하고 있던 덕이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 리엘라는 방 안이 울릴 정도로 크게 ‘꺅’ 소리를 내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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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러분! 지금 여기서 무얼 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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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리엘라 양. 놀라실 것 없어요. 가만히 누워계시면 저희가 다 알아서 해드릴게요. 이게 아침 부기 빼는 데는 최고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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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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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그럼요. 리엘라 양은 이렇게까지 안 해도 무척 아름다우시지만요. 그래도 폐하께서 언제 갑자기 오실지 모르잖아요?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셔야지요.”

가뜩이나 혼이 빠진 리엘라는 갑자기 튀어나온 황제의 얘기에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멍해지고야 말았다.

시녀들은 그런 리엘라의 반응이 귀엽다는 듯이 한술 더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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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이런 김에, 저희가 마사지해드리는 걸 잘 봐두셨다가 폐하께도 해드리면 어때요? 분명 아주 좋아하실 거예요. 특히 이쪽을 이렇게 만져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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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

리엘라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풀썩 주저앉았다.

예고도 없이 리엘라의 허리춤 안으로 불쑥 손을 집어넣었던 시녀는 얼굴이 붉어질 지경까지 까르르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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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게 다 무슨 상황인 거야……!’

리엘라는 그 뒤로도 계속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름과 얼굴을 다 외울 수 없을 만큼 많은 시녀들이 주변을 오가며 정신을 흩트려 놓는 탓이었다.

오늘 착용할 것을 고르라며 온갖 드레스와 구두를 늘어놓질 않나, 그걸 떨쳐내려고 아무것이나 대충 골랐더니 곧바로 장갑과 액세서리들이 또 종류별로 전시되어 나오질 않나.

누구는 꿈같이 바랄 호사의 연속일지 모르겠지만 리엘라는 그런 것들이 전부 불편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어제만 해도 겁먹은 채 제 옆에 콕 붙어 있던 루가 오늘은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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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는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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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요? 그런 사람도 있었던가? 리엘라 양. 그런 출신이 불분명한 아이는 곁에 두시지 마시고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저희에게 말씀해주세요.”

그렇게 대답하며 다정하게 리엘라의 머리를 빗겨주기 시작한 건 웬 곱슬머리의 키가 큰 시녀였다.

그래도 제게 베풀어주는 호의이니 모두 감사한 것이겠거니, 억지로 받아들이던 리엘라는 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길을 쳐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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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가 누군지도 모른다면서, 출신이 불분명한 아이라는 건 어떻게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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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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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루는 출신이 불분명하지 않아요. 리오타 왕국 출신이라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라면 저 또한 왕국 출신이니 상종하지 마셔야죠.”

곱슬머리의 시녀는 살짝 당황한 듯하다가도 리엘라의 말을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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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리엘라 양이 어떻게 그 꾀죄죄한 아이와 같나요? 리엘라 양은 황제 폐하의 총애를 산 분이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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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산 적 없어요.”

리엘라는 다소 싸늘할 정도로 매정하게 대답했다.

내가 외로울 때 곁을 지켜준 아이인데. 먼 곳에 가서도 우리 씩씩하게 잘 지내보자면서, 손을 잡고 함께 고향을 떠나 온 아이인데. 그런 사람을 두고 꾀죄죄한 아이라니.

그 말만 아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화를 내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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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서운하네. 난 널 총애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만 아니었더라면.

그래서 저도 모르게 선을 긋고 화를 내서, 아침부터 자신을 찾아와 준 황제를 서운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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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폐하!”

황제가 온 것을 먼저 확인하고, 리엘라에게 알리고, 문을 열어주었어야 할 시녀들은 전부 리엘라의 곁에만 우르르 모여 있다가 갑작스러운 황제의 등장에 기겁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리엘라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시선을 떨구었다.

루의 일로 서운한 마음에. 또 황제에게 미안한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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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왔는데 얼굴도 보여주지 않아서 더 서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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