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파평부원군이 양명군을 찾아왔다는 하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행여나 담장을 넘어 다른
이들의 귀로 흘러들어갈 새라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어떤 말도 없이 자신의 입안으로
술잔만 털어 넣었다. 물러 나간 하인을 통해 전달되어진 말은 양명군이 만나기를 거절하더란
것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파평부원군을 보내고, 그 다음 날도, 그리고 또 그 다음 날도
찾아오는 유혹의 발길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며칠의 헛걸음 뒤에 파평부원군은 기어이
양명군의 사랑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다. 양명군은 그간의 며칠이란 시간동안
술만 들이켰는지 흐트러진 옷매무새에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파평부원군을 맞았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술상과 비워진 술병 몇 개가 나뒹굴어져 있었다.
“어찌하여 나요?”
취기로 흐트러진 양명군의 목소리가 절을 올리는 파평부원군을 때렸다. 그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절을 마친 파평부원군은 자리에 앉아서야 입을 열었다.
“어찌하여 양명군이시라니요?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옵니까?”
“그대가 찾은 이가 왜 나인가 말이오!”
“무슨 뜻인지······? 혹여 양명군을 찾은 저의 이유를 물으시는 것이라면 이렇게
답해드리지요. 상감마마의 성후가 걱정되어 의논코저 함이라고······.”
“내가 언제 날 찾은 이유를 물었소? 어이하여 다른 왕자군들을 두고 나를 찾았는가를 물었소!”
양명군의 화난 목소리가 사랑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파평부원군은 여전히 왕권을 농락하듯,
양명군을 농락하듯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상감마마의 성후를 의논하기엔 서장자이신 양명군 외에 누가 더 적격이겠습니까?
하긴 제가 상감마마의 숙부들을 찾아가면 참으로 큰 환대를 받았을 것인데······.”
양명군의 아랫니가 윗니에 짓눌러졌다. 분명 그랬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그와 마주보고
앉은 것이기도 했다. 양명군은 파평부원군을 경멸하는 표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말했다.
“그런데 그리 큰 환대를 마다하고 어이하여 나요?”
파평부원군은 눈으로 양명군의 흐트러진 자세를 살펴보았다. 취기로 흐트러진 듯 보이나
결코 빈틈은 없는 왕자였다. 언제나 자신의 속내를 보이지 않는 현재의 왕과 너무도 닮아서
이용하기엔 위험부담이 크긴 하지만, 그런 그이기에 왕으로 추대한다면 그의 중심 아래에
많은 사람이 뭉칠 것이니 더 없이 적격인 사람이었다.
“환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기와 자질이라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어떤 동기가 있고, 어떤 자질이 있단 말이오?”
“왕이 되고자 하는 동기와 왕으로 받들어질 자질!”
“나도 모르는 나를 알고 있다 말할 참이오! 난 갑갑한 왕 자리도 싫고, 나를 받드는 자들도 귀찮소.
한량으로 사는 재미만 아는 나를 가당찮은 역모에 끌어들이지 마시오!”
“상왕전하께옵서 양명군을 어찌 대하셨는지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양명군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슬픈 눈동자를 가리려는 듯 눈꺼풀을 덮었다.
하지만 감정을 다 삭이지 못하고 목소리에 한을 담아 말했다.
“왕이라면······그리 하시어야 하오. 비록 정통성을 지닌 적자이나 위에 서장자인
형이 있는 세자라면 애정을, 그리고 힘을 서장자에게 나누어주면 어린 나이에 보위를 잇는
세자에 위험한 것이니. 왕권을 위해서라도 마땅히 그리 하시어야 하오.”
마치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말인 듯 들렸다. 영특한 머리는 이해하되, 치유되지 못한
상처받은 마음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그의 번뇌를 느낀 파평부원군의 가슴엔 작은 희망이 일렁였다.
한 잔의 술을 더 마시고 난 양명군이 적막한 주위 공기에 보조를 맞춰 말했다.
“상감마마의 성후를 의논코저 한다면 내의원을 찾으시오.”
“이번의 어환은 오래갈 듯 합니다. 그전에 다른 왕자군들께서 거사하지 않을 것이란 장담은
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성공하지 못할뿐더러 그 역모 자체로 상감마마의 상심이 되실 것입니다.”
“그들은 상감마마 뿐 아니라 윤씨 일파조차 말살시키고 싶을 테니. 파평부원군! 어줍잖은
충신 흉내는 그만 내고 이제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어떻겠소?”
파평부원군은 입을 다문 채 양명군의 입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술만 보았다. 그에겐 권하지도 않고
오직 자작만 하고 있는 양명군의 속내를 먼저 알기 위해 굴리는 눈동자 소리만 요란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서안 위에 꺼내 놓지 않는 그의 검도 궁금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이미
칼집에서 날을 꺼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저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왕좌에 대한
욕심을 비로소 드러내는 것인지, 단순히 취기 때문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파평부원군의 눈길이 양명군의 손에 멈췄다. 옆으로 비스듬히 앉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술을 따르는 술병의 끝은 잔을 조금씩 비켜나고 있었던 것이다. 양명군이 다시 자신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난 금상을 죽이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소! 하지만 가지고는 싶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고스란히······가지고 싶지.”
“소인이라면 가능하게 하여 드릴 수 있습니다.”
“금상은 실수했어. 이렇게 쓰러지시려거든, 소격서의 제천의례나, 유향소는 명하질 말았어야지.
그로 인해 그 어떤 세력도 역모의 명분을 가지게 되었으니······. 의식불명인 금상을
지키기 위해서 난······숙부들 보다 먼저 왕권을 잡아야만 하겠군, 젠장!”
“훌륭하신 명분이옵니다!”
파평부원군은 더 이상의 말은 꺼낼 수가 없었다. 그동안의 양명군치고는 너무 쉽게 일이
풀리고 있는 것이 지나칠 만큼 의아스러웠다. 취기를 원인으로 돌리기에도 이상했다.
아직까지 술 한 잔 권하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지나가는 나그네라 하더라도 물 한 잔이나마
건네는 것이 미덕인데, 파평부원군 앞에는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더 의아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가 더 양명군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너무 쉽게 일이 풀리고 있는 것이 영 꺼림직 하군. 난 파평부원군을 믿을 수가 없소!”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는 양명군으로 인해 파평부원군은 흠칫 놀랐다. 하지만 양명군은
그가 놀란 것을 알아차리지 않은 듯 혀 꼬인 소리로 웅얼거렸다.
“나의 한량 자리를 내어 놓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나, 그대의 국구 자리는 내어 놓기
쉬운 일은 결코 아닐 것인데······. 나 보다 그대가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오.”
파평부원군의 망설임은 더욱 깊어졌다. 양명군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이미 떠난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대로라면 양명군이 자신의 휘하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의 휘하에
묶일 가능성이 짙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를 이용하려다가 자칫 그에게 자신이 이용당하고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순간 파평부원군의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왜 많은 대신들이 다음 보위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양명군인가 하는 것을!
그리고 왜 상왕조차 자신의 아들인 양명군을 그리도 배척하였는지를! 취기로 흐트러진 상황에서도
결국 주도권을 잡아가는 양명군의 위력이었다. 이때, 갑자기 울러 퍼지는 양명군의 웃음소리에
파평부원군의 정신이 퍼뜩 들었다.
“하하하! 나를 우습게 알고 그 발로 쉽게도 걸어 들어왔는데, 이젠 두려워진 게요?
나를 이용하려다 도리어 나에게 당할 것 같소? 자! 그럼 이제 어떡하나? 이 방에 들어올 땐
그대의 의지였으나, 나갈 땐 내 허락 없이는 안 되는 것을. 하하하!”
이 방에 들어서서부터 단 한 번도 양명군은 파평부원군에게 눈길을 던진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속생각을 그대로 읊어대는 그가 두려웠다.
하지만 이 이상 당황하면 영영 주도권을 빼앗겨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인은 국구 자리를 절대 내어놓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대 여식의 나이가 열두어 살 정도랬던가? 지금의 중전을 버리고 새로운 중전을 만들어
또 다시 국구가 되시겠단 속셈이로군. 가엾은 여인들. 아비를 잘못 만나서, 쯧쯧.”
파평부원군의 목구멍을 타고 마른 침이 넘어갔다. 그리고 여전히 술잔만 보고 있는 양명군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파평부원군의 몸과 머리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소인을 시험코저 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이젠 파평부원군의 물음에 양명군의 답이 없었다. 단지 알 수 없는 미소만 보인 채 끝도 없이
술만 들이킬 뿐이었다.
“소인을 시험코자 하시는 것입니까!”
“소리가 높소!”
양명군이 소리를 높이며 드디어 파평부원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섬칫할 만큼의
냉기를 품어내는 그의 눈빛엔 조금의 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보아온 양명군이 아니었다.
멀리 앉은 거리였지만 양명군의 눈빛만큼은 파평부원군의 숨통을 쥔 채 너무도 가까이 있었다.
“그대가 먼저 나를 시험코자 했으니, 나 또한 그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고, 그대가 나를
믿지 못하니, 나 또한 그대를 못 믿는 것이오. 서로의 목숨을 내어놓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모자랄 판에, 속셈을 훤히 드러내 놓고 말하는 그대를 내 어찌 믿을 수 있겠소.”
“제가 믿질 못하는 이유는.”
“이제껏 내가 소인배들을 검으로 위협하여 내쫓았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왜 지금 갑자기 돌변하신 것입니까?”
“돌변? 그것이 아니지. 내 야욕이 검 하나에 놀라 일어서 나가는 그런 보잘 것 없는 것들에게
내비칠 정도로 값어치 없는 것이 아니었을 뿐이지. 내가 그 정도의 신중함도 없을 것 같소?”
파평부원군은 그가 이제껏 마신 술이 어디로 갔는지를 먼저 묻고 싶었다. 분명 마시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파평부원군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양명군의 목을 쥘 힘을 끌어내었다.
“왕권 하나만을 욕심내는 것입니까?”
“난 왕권 따위에는 관심 없소. 그대의 나이 어린 여식은 더더욱이나 관심 없소.”
또 다시 무언가가 뒤틀려져 가는 것 같았다. 끝을 모르는 그의 주량만큼이나, 그의 속내도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왕권에만 욕심을 드러냈다면 양명군을 더 믿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자코 그의 뒷말을 기다렸다.
“내가 욕심내는 것은 종묘제례에서의 제주 자리와,······풍천위의 누이······.”
파평부원군의 손등 힘줄이 힘껏 돋아졌다. 자신의 손아귀에 양명군이 잡혀진 듯 했다.
오래 전부터 궐내 여인들 사이에 헛소문처럼 들려왔던 양명군의 사랑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상대가 세자빈으로 간택된 허씨처녀였던 것도 궁녀들 사이에선 아주 재미난 이야기거리였다.
그리고 상왕에게 자신의 아내로 삼게 해달라 청했다가 거절당했던 슬픈 사연도 궐내에서 비밀처럼,
소설처럼 떠돌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파평부원군의 눈에
보이는 양명군의 슬픈 표정도 사실이었다.
“살아······있는 것도 아십니까?”
“그렇기에 욕심내는 것이 아니겠소? 얼마 전 상감마마의 성후를 묻고자 갔을 때 우연히
보았더랬소. 살아 있는 것을······. 이젠 놓치지 않을 것이오. 상왕께옵서도 또 다시
내게서 빼앗아 가진 못할 것이오.”
얼마 전이라면 갑자기 양명군이 이상해졌다는 보고를 받은 즈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요즈음의 그의 방황은 사람들의 입 사이에 유난히 자주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원인이 드러났기에, 어쩐지 그의 돌변이 납득되는 것도 같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그를 신뢰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속내를 확실히 떠보는 데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저의 여식이 중전자리에 앉게 되는 것에 변함이 없다면, 풍천위의 누이를 어찌하시던
상관 없습니다만. 단, 이미 한번 죽었던 여인을 다시 되살리는 것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모로 복잡할 것이니······.”
파평부원군의 말은 연우를 후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처럼 죽은 사람으로
숨어살게 해라는 뜻이었기에 양명군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드러났다. 어느 때보다 오랜
고민 끝에 어렵게 그의 입이 열렸다.
“그 방법 외에는 없다면······.”
“그럼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믿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젠 가장 큰 걸림돌부터 의논하는 것이
순서겠지요?”
주도권은 다시 파평부원군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젠 양명군보다 그의 목소리에 더 큰 힘이 실렸다.
술잔만 잡고 더 이상 술을 들이키지 않는 양명군을 보면서 파평부원군은 천천히 말했다.
“왕의 가장 측근인 운검과 풍천위를, 왕보다 먼저 제거하는 것!”
양명군의 윗니와 아랫니 사이의 마찰음이 소름끼칠 정도로 큰 소리를 내었다. 그와 동시에
술잔을 쥔 그의 손이 자신의 손아귀 힘을 참지 못하고 파르르 떨렸다. 파평부원군은 양명군의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면서, 말소리엔 감정을 담지 않고 차근차근 보고하듯 말했다.
“운검, 김제운을 미리 제거하지 않고서는 왕에게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그는 혼자서
역대 최강이라 불리던 상왕의 다섯 명의 운검을 상대로 싸워, 그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 아닙니까?
그 하나가 부대 하나와 맞먹는 전력입니다. 그리고 궐내 군사들이 가지는 그에 대한 경외감은
결속력으로 이어지지요.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인물입니다. 그리고 풍천위!”
“그 보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자는 없소.”
“그 조용함이 더 무서운 법이지요. 왜 제일 먼저 그의 날개를 잘라버렸는지 모르신다 하진
못할 것입니다. 얼마 전 그의 단순한 여행도 우리에겐 공포였습니다. 그의 발길과 만난
산림학사들이 얼마나 들끓었는지도 우린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여행이었지만,
상감마마껜 사림세력을 응집시키는 계기였습니다. 왕권이 뒤집어지면 그에 따른 납득가능한
명분이 오고가야만 할 것인데, 그를 상대로 학문적 타당함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왕권이 뒤집힘과 동시에 뭉쳐질 사림세력의 중심이 될 풍천위를 미리 제거하는 것.
이것은 운검과 더불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양명군의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었다. 자신의 떨리는 심정을 가리려는 듯 술병을 술잔에
기울였지만 그나마 술병도 이젠 비어있었다. 그래서 떨리는 손으로 빈 잔을 마셨다.
“그들은······나의 친구들이오.”
“하지만 양명군의 신하가 되어줄 자들은 결코 아니지요.”
파평부원군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그들은 양명군이 왕이 된다면 제일 먼저 양명군의
목에 칼을 겨누어줄 의로운 친구들이었다.
“그들을 먼저 죽인다면 거사를 일으키기도 전에 왕에게 들키고 말 것이오. 왕과 동시라면 모를까.”
“그것도 그렇겠군요. 하지만 풍천위는 그전에 그의 인격을 먼저 죽일 것입니다.”
“인격을 먼저 죽이다니, 그것이 무슨 뜻이오?”
“그것까지 말씀드릴 정도로 양명군과 소인 사이에 신뢰가 깊진 못하다고 생각되옵니다만.
그럼 오늘은 이만하고 소인은 물러나겠습니다. 참! 약소하게나마 선물로 하인 세 명을 바칩니다.
장정들이니 값은 꽤나 나갈 것입니다.”
장정 셋이라면 훈련된 군사를 말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양명군을 감시하고 있겠다는 뜻이었다.
의기양양한 태도로 파평부원군이 나가자 양명군은 머리를 두 손으로 싸매고 술상에 엎어졌다.
“풍천위의 연약한 외모에 속지 마라. 그보다 내면이 강한 자는 없을 것이니. 죽을 인격이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죽어졌을 인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