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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30화 (130/170)

< -- 130 회: 세력 -- >

“명령? 쿡!”

실비아가 론즈를 비웃고 있을 때 쯤 창현은 설난과 함께 그동안의 정보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세상이야. CCTV라는 과학적인 물건도 물건이지만 그 마법이라는 것이 그런 기계까지 조작할 수 있다고?”

“응, 잡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내 슈퍼컴퓨터는 근본적으로 모든 것을 인식할 수 있는데…… 네트워크를 점령하고 샅샅이 뒤져보아도 발견되는 것이 없으니까.”

창현은 피식 웃었다.

“그 마법사가 너보다 능력이 뛰어난 모양이군.”

설난의 이마에 힘줄이 빠직 하고 돋는 것 같았다.

“아니거든?”

“그럼 뭔데?”

“야!”

설난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중얼 거렸다.

“하여튼 저 것이 뭐가 좋다고 내가 이 날까지 따라다니는지…… 아버지는 쓸데없는 유언을 하셔가지고 진짜! 고귀한 피는 무슨 개뿔, 사람 알기를 쥐뿔로 알고 맨날 자기 멋대로 인데다 부려먹기는 엄청 부려 먹으면서!”

“설난.”

창현이 조용하게 그녀를 부르자 설난이 홱 하고 고개를 돌렸다.

“난 널 믿는다.”

“……그, 그 건 당연한 거고 멍청이! 네가 나 아니면 누굴 믿어?! 윤미? 윤미 고 계집애는 애가 무식하게 가슴 큰 거 하나 빼고는 볼 것도…….”

“뒤에서 험담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갑작스런 윤미의 등장에 설난이 히익, 하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강원도 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당한 사건을 보면서 창현은 작은 행복을 느꼈다. 설난이 윤미를 정말로 그렇게 밖에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힐끔 설난을 노려보고는 윤미는 창현에게 입을 열었다.

“일단 잠잠해진 것 같습니다. 아주 넓은 지역을 테두리 삼아 감시하고 있지만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의 파동도 없습니다. 아마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을 가능성도 염두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윤미의 말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난이 도와주기로 한 이상 잡는 것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히! 당연하지!”

또 금세 가슴을 내밀며 의기양양하게 말을 하고 있는 설난을 보면서 창현은 빙그레 웃었다.

“생각보다 단순하시군요.”

“……뭐? 너 지금 나한테 한 말이야?”

“없는데서 가슴만 무식하게 큰 여자라고 하는 것보다는 이편이 좀 더 매너가 있는 것 같습니다.”

“히익! 그, 그건…… 저 멍청이 녀석이…… 하여튼 둘 다 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 요새 꼭 붙어 다닌다 싶더니만 아주 작정하고…….”

창현은 몸을 일으켰다.

“그 정도 마법사를 보유하고 있는 단체는 한 곳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맞지?”

“……그래.”

설난 역시 론즈 가문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릇 인간이란 자신보다 잘난 인간을 시기하기 마련이다. 한혈문이 커 가면 커갈수록 견제하는 단체들 역시 많아질 것이 분명해. 당장 정부라는 것들만 해도 우리 눈치를 보고 있는 척 하지만 언제든지 명분이라는 올가미를 씌워서 날로 먹으려는 수작이 뻔히 보이니까.”

창현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한혈문이 돌아가는 전반적인 상황을 창현은 잘 알고 있었다. 각각의 각에서 들어오는 수 많은 보고들을 대충 보는 것 같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미 중원을 지배했었던 배교라는 단체의 수장을 오랫동안 해 본 경험이 있는 창현이 단체라는 곳의 특성을 모를리 없었다.

최근에는 윤미와 함께 외출이 잦아지면서 감찰각의 부재를 느끼고 내부에서도 잡음이 하나, 둘 생기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는 이유는 그 것 역시도 단체라는 곳, 즉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걸리적거리지는 않으니까.’

재계 인사들 역시 앞으로는 교류를 나누면서 뒤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혈문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었다.

사체와 마나석 그리고 그로인해 생산되는 에너지와 무기 그리고 방어구들…… 그 것으로 볼 이득은 상상을 초월했고, 세계 각국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었다.

또한 한국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혈문이 유명해지는 만큼 한국 역시 유명해지고 있었고, 한국인들과 정부는 그 효과를 톡톡히 보기 시작했다.

때로는 한혈문의 이름을 팔면서 말이다.

그 모든 것들을 창현은 지금 상태에서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내 도움을 애초에 바라지 않았지. 또다시 내가 영웅이 되기를 원치 않았을 테니까.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뒤만 생각하는 것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증거야…… 정의감 따위가 아니다. 그저 본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행동이라서 그러는 것일 뿐.’

창현의 미소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무황이 하던 일은 대충 마무리가 되었나?”

“그렇습니다.”

윤미의 대답에 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동이각에게 이 일을 넘기고 일단 한혈문으로 돌아간다.”

“벌써?”

설난은 국민들이 창현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만큼 큰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바로 고귀한 피의 주인이 진정한 이 땅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내, 내가 저 자식이 뭐가 좋다고! 이게 다 아버지 탓이야.’

얼굴을 붉히고 도리도리 젓고 있는 설난을 보면서 창현은 그녀가 대충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역시 꼬맹이군. 윤미 봐라, 이상적인 여성상은 바로 이런 것이다.”

“꺼, 꺼져 버려!!”

창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여기 정보를 무황에게 네가 좀 넘겨주는 역할 좀 해줘. 내 말도 정확하게 전달 좀 해주고 앞으로 행동 사항들도 말이야. 난 윤미와 함께 경복궁으로 돌아가 볼게.”

창현은 말과 함께 용신을 불렀다.

언제나 곁에 있는 일이 많았기에 용신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강원도 산골에 그 큰 괴생명체가 나타나면 다른 사람들이 놀랄 법도 하지만 이제 용신은 너무나도 유명했기 때문에 오히려 신기한 표정으로 도시에서 산골짜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가, 가게?”

“가라며.”

창현은 윤미의 손을 가만히 붙잡았다.

차가웠던 표정은 또다시 온데간데없고 수줍게 고개를 숙이는 윤미가 창현의 손에 부드럽게 깍지를 끼고 있었다.

“그럼 수고 좀 하라고, 각주.”

“……이, 이……!”

설난은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것 같았지만 창현은 어느새 윤미와 함께 용신의 등에 올라타고 있었다. 용신은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쳤고, 별장 앞마당에 덩그러니 남은 설난이 몸을 떨고 있었다.

이내 창현이 자신에게 지시했던 것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겨, 결코 너 따위를 위해 열심히 하려는 것은 아니야.”

설난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는 윤미와 창현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그려 보았다. 그리고 윤미 대신 그 자리에 자신의 모습을 넣으면서 서둘러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어느새 구축 해 놓은 여러 장비가 놓여 있었다.

“이 살인마 자식들 하루만에 잡아 주지, 뭐? 내 능력보다 뛰어나서 그 마법사를 못 잡는 거라고? 한 번 보라고!”

설난이 모종(?)의 이유로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 무렵 용신은 30분도 되지 않아서 경북궁 하늘에 도착했다.

윤미가 무황에게 명령을 전달하러 나갔고, 대길은 일본에서 남은 잔존 세력들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피콜로는 여전히 수희의 호위 무사 역할을 하고 있었고, 수연은 재정 상태와 한혈문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현이는 뭐 하고 있으려나……?”

최근 얼굴을 본 적도 없는 것 같다는 느낌에 부르려 했지만 이내 지현이 새로 들어오는 인원, 특히 근정전 내부나 자신의 침실 위주로 행동반경이 있는 고용인들을 교육하느라 바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각주급이 부족해.”

오소리의 부재가 한 번 더 아쉬운 지경이었다.

다시 근정전 내부로 윤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달했습니다. 무황은 맡은 일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동이각 각원들을 이끌고 강원도에 있는 설난 각주에게 가기로 했습니다.”

“좋군.”

창현은 일을 시킬만한 사람이 윤미 밖에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각 문파에 배첩을 돌렸으면 한다.”

“수연 각주에게 말을 한 뒤 받아서 곧바로 돌리고 오겠습니다.”

배첩, 즉 초대장을 전달하는 인물도 중요한 법이다.

한혈문이 국내 제일의 위세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창현은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고 싶었다.

일반 각원들을 시키기에는 모자라고 확실히 윤미나 다른 각주급 인물 정도가 전달을 해야지 초대장 역시 그 무게가 실리는 법이었으니까.

“솔이는 어느 정도나 진척이 되고 있는지 혹시 아나?”

그 문제를 설난에게 자세하게 물어볼 걸, 하고 창현은 후회하고 있었다.

“방어술사 전문으로 커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5서클 익스퍼트 경지에 올랐다는 것도 함께 들은 것 같습니다.”

5서클 익스퍼트면 이제 일류 이상의 경지라 봐야 옳았다.

아직 마법사와의 전투, 그리고 마법사가 끼어 있는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동양 무인들이었지만 서양의 경우를 볼 때 그들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방어 마법사 같은 경우도 대규모 전투나 대 괴생명체 전투에서 상당한 활약을 한다.

일반 검사들에게 그들의 마법은 몸을 사리지 않는 결과를 가져다주니까.

“그 아이도 슬슬 하나의 각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어. 아직 어리다고는 하지만…… 수연이 또 바빠지겠군, 동양에는 마법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윤미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것은 나중 일이고…… 각 문파들에게 배첩을 돌려줘. 명목은 화합 도모. 안 올 인간들은 단 한 명도 없겠지.”

전국에 있는 모든 문파들이 모일 것이다.

‘그 속에서 일단 가려낸다. 배후는 확실히 그 마법사가 있는 론즈 가문…… 하지만, 분명 누군가가 끼어 있는 것이 분명해. 그 마법사가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그 흔적을 지우는 일만 도와주고 있는 것을 보면 오히려 무엇인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창현은 빙그레 웃었다.

“다른 각주급 인원들이 늘었으면 좋겠군, 너랑 함께 다니는 시간이 좀 더 늘어 날 테니까.”

윤미가 살짝 몸을 떨었다.

“주, 주인님”

그녀의 수줍은 미소에 창현 역시 진한 미소를 이었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설난이 여자였기에 아까도 이런 미소를 살짝 지은 것이다. 그 어떤 남자도 윤미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창현은 마치 하나의 보물을 혼자만을 누리는 사람처럼 즐거워졌다.

“수연에게는 잠시 후에 가지.”

창현이 말과 함께 혈마지기를 일으켜 근정전의 문을 모조리 닫아 버렸다.

아마 당분간 아무도 열 수 없을 것이다.

윤미의 얼굴은 물론 목, 그리고 검은색 정장 위로 드러난 하얀 피부가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귀여웠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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