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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20화 (120/170)

< -- 120 회: 세력 -- >

아보 총리는 언론을 통하여 발표를 했다.

-일본의 전 무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행정 기관으로 거주지를 반드시 신고 하도록 할 것.

-각 문파 역시 무인의 규모와 문파의 특성 및 경지 정도까지 확실하게 기입하여 문주를 비롯한 대표자가 행정 기관에 신고를 따로 접수 할 것.

-전 국토가 힘을 내 복구 중이며, 한혈문 제 1 지부로써 기존 일본이라는 나라의 정부가 무인에게 주던 혜택은 완전히 백지화되었음.

-각 문파들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비롯한 정부에게 지원을 받았던 자금을 비롯한 인력의 회수를 명함.

문파들은 크게 반발 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문파에 대한 모든 것을 간섭하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반발은 아보 총리 역시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언론이 들끓지는 않았다. 일반인들은 더 이상 정부를 정부라 생각하지 않았고, 아보 총리 역시 총리라는 직함 대신 한혈문 제 1 지부 지부장이라는 직함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기자 회견 자리에 선 아보 총리는 잠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이마가 꽤 많이 부어 있었다. 점점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어서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을 것 같았다. 큼, 하고 헛기침을 하며 이마를 매만져 보았다.

“뭐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었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었고, 오히려 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일본의 한혈문 지부화! 이미 그들은 무인들 때문에 그런 괴물들이 나타난 것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이 수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입에 담지도 못할 참혹한 세상을 초래했다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가 외면한 순간에 유일하게 나타나 구원의 빛을 내려준 창현을 일본의 국민들은 믿고 따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식민화라는 굴욕적인 사실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분명 식민화가 아니라 한 나라가 그저 한혈문에 속하는 것뿐이었다. 쉽게 말한다면 일본이라는 거대 문파가 있는데 그 거대 문파가 명문과 전력 측면에서 한혈문에게 모든 것을 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준 것이라는 말이다.

아보 총리 역시 그런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었고, 한혈문에 대한 일종의 세뇌 연설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중이었다.

팟-!

파팟-!

팟-!

수많은 플래쉬가 눈을 반짝이게 했다. 아보 총리는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 곧 플래쉬가 잦아들자 아보 총리는 입을 열었다.

“아, 이번에 발표한 법안에 대해서 궁금한 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그 쪽 기자.”

“산카이 언론의 이즈미입니다.”

“자기소개는 안하셔도 됩니다.”

잠시 기자 회견장에 웃음이 번졌다.

아보 총리는 더 이상 무거운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그저 지부장이었고, 창현의 의견과 한혈문의 의견을 대신 전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의 위상이 낮아졌지만, 그의 말에 공신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행정 기관은 엄연히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기존 정부라는 기관은 한혈문 본문과 일본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의 기관을 통째로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창현은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고 그저 소속을 한혈문 지부로 바꾼 것이다.

어쨌든,

“많은 무인들이 총…아니, 지부장님이 일본 전체를 한국에 팔아버렸다는 매국노라 지칭하고 있습니다. 어제 발표하신 법안은 일본의 자주권을 완전하게 박탈하는 것이라고요.”

자주권?

말도 되지 않는다.

자주권이라는 의미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하지만 무인들은 어떻게 해서든 아보 총리를 끌어 내리고 여론을 등에 업고 있는 한혈문에 대한 안 좋은 의식을 퍼뜨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황폐화 되어 버리기 했지만, 결코 작은 나라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의견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창현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꽤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기존 무인들이었고, 10 대 가문의 잔존 세력을 비롯한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여러 문파들이었다.

아보 총리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창현이 원하는 것은 그들의 완전한 말살! 다시는 일본이 스스로 한국에게 칼날을 들이 내밀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사실을 아보 총리 역시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법 처음부터 강도가 센 질문이 들어왔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일본? 일본이라는 나라는 더 이상 존재 하지 않습니다. 벌써 한 달 전 일을 잊으셨습니까? 그 괴물들이 이 열도를 휩쓸고 다닐 때 하루에도 수천 명, 수만 명이 죽어 나갔습니다. 지금 일본의 인구는 기존의 50%도 채 안됩니다. 전 국토는 황폐화 되었고, 아주 힘겹게 복구를 해 나고 있습니다.”

“그 것이 이 번 법안과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의 말이 처음부터 잘못되었기에 바로 잡고 있는 겁니다. 그 생각은 아주 위험한 생각입니다. 일본? 이제는 그런 식으로 말을 한다면 전에는 없었던 ‘반란’, ‘폭동’ 이라는 단어를 적용 시킬 수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여기자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귀속이 된 것이 아닙니다. 한혈문 제 1 지부! 라는 명칭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한국이라는 나라 소속이 아닌 한혈문 소속입니다. 그 것을 정확하게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것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이 번 법안이 왜 옳은 것인지가 설명이 되니까요.”

아보 총리는 질문을 받는 것보다 그저 자신이 준비한 말을 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한 뒤,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기자들에게 손을 내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앞에 있는 물을 한 모금 삼킨 뒤 목을 촉촉이 축였다.

“본문에서 우리에게 전력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본문에서 자비를 베풀었죠. 하지만 벌써부터 이렇게 잊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문주님의 걱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문주님은 무인들의 무공을 폐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변해 버린 현대 사회에서 무인의 존재 자체를 없애 버리겠다는 말은 곧 군대를 없애 버리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일본이 현재 국방력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그 문제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지, 사실 지금 일본의 군사력은 10대 가문 잔존 세력과 기존 문파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본문은 혼란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그 것을 받아들여야합니다. 차트.”

아보 총리의 말에 비서관으로 보이는 여자가 뒤에 있는 화면을 켰고, 아보 총리는 오른 쪽으로 물러나 화면이 기자들 전체에게 보이게 만들었다.

“…!”

“!!!”

화면에 나타난 것은 일종의 장부였다. 모두의 눈이 찢어질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십억, 백억, 천억….”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공의 향연에 하나, 하나 자릿수를 세던 기자 한 명이 보였다. 옆에 있던 기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굳이 셀 필요가 없다는 듯 말했다.

“80조엔이야.”

예전이라면 80조엔에…놀랄 수밖에 없다.

한창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잘나가고 나라에 부채가 하나도 없을 때의 일 년 예산이 대충 100조 엔에 육박했다. 한국 돈으로 무려 1100조원이라는 감조차 잘 잡히지 않을 만큼의 액수였다.

그 때는 그 때이고 지금 일본의 엔화 가치는 엄청나게 떨어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국가 신용도는 최악이었고, 이제 더 이상 일본의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기업이 한국의 기업과 인수합병이 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물론, 그들은 더 이상 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대신 원화 가치는 몇 배는 뛰고 있었다.

복잡한 것은 제외하고, 결론은 창현은 한 창 잘 나갈 때의 일본 1년 예산을 한혈문의 지부라는 이유로 그들의 복구를 위해서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1100조까지는 되지 않았지만, 500조가 넘어가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500조…작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1년 예산이 약 350조원이니 얼마나 큰 액수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원화 가치가 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돈의 가치는 그보다 훨씬 올라간다.

“제 1 지부를 위해 문주님께서 엄청난 자금을 대고 계십니다. 아시다시피 일본 경제는 모두 무너졌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기업이 인수 합병을 하고 있는 이유도 모두 제 1 지부가 한혈문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 것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기업들은 전 세계 기업들이 알아서 잘 나눠 먹었을 겁니다.”

아보 총리는 조금 극단적인 예시까지 들고 잇었다.

창현이 그 정도 돈을 댈 수 있는 이유는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고, 일단 기자들은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복구 작업에 대부분의 자금을 창현이 대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전(前) 일본이라는 나라의 10 대 가문들은 전 세계 인류의 멸망까지 유도 할 수 있었던 엄청난 짓을 저질렀습니다.”

본격적으로 아보 총리는 자신의 능력을 창현에게 보여주기 위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었다.

일본 무인이 없어야 하는 이유와 무공을 폐하는 명분이었다.

“그들은 아무 죄도 없는 지부민들의 목숨 값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벌이 바로 무공을 폐하는 것이죠.”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아예 무너뜨리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총…지부장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본문에서 걱정을 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지부는 그 규모가 전 세계 어떤 지부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사시에 지부 스스로 방어 할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도 멀리보면 맞는 이야기인데…그렇다면 무인들은 남겨 두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아보 총리는 고개를 저었다.

“본문은 그래서 추후에 본문에서 직접 지부민들을 선별하여 무인을 양성한다고 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본문에서 유사시에 확실히 보호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한 번 보지 않았습니까? 아무도 막을 수 없었던 그 괴물들을 본문에서 막아주었습니다. 이야기가 잠시 샜는데 그들이 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보 총리는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후쿠시마 사고는 아직 전부 해결 된 것이 아니니까요.”

승부수였다.

그리고 그 시각,

창현은 오소리, 윤미 그리고 요각의 각원들과 함께 도쿄 안에 있는 문파 한 곳을 방문하고 있었다.

“…당신들은?”

도쿄에 그리 크지 않지만 작지도 않은 중소 규모의 문파였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가문이었다. 일본 무인들의 특성 상 한 가문 형태로 대부분 무인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외부인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전부 혈연으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을 키웠고, 그 것이 곧 문파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정문으로 모이고 있는 무인들의 시선은 무척이나 적대적이었다.

그들 모두 창현과 윤미를 알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습군. 괴물들이 나타났을 때는 집을 비우고 가장 먼저 사라졌던 것들이 정리 되니까 다시 힘이 있는 가문이랍시고 마치 애국투사인척을 한다니 말이야.”

“….”

창현의 비웃음에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내 창현이 차갑게 말했다.

“정리해라 윤미.”

“네.”

윤미가 한 걸음 나섰고 곧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지독히 차가운 기운에도 가문의 남자들은 얼굴을 붉혔다.

윤미의 특기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녹일 정도의 염기 즉 색기였기 때문이다. 차가운 표정은 오히려 도도해 보였고, 가장 앞에 있던 사내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 것이 마지막이었다.

침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그의 목젖에 검이 박혔고, 곧 피분수가 터졌다.

검을 회수하는 것조차 보지 못한 일본 무인들의 얼굴에 경악이 스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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