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1 회: 집 주인 혈마 -- >
한혈문은 크게 외성과 내성으로 나누기로 했다. 딱히 궁궐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고 내정과 외정을 나누는 것뿐이었다. 절대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창현이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문제가 크게 생길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알력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 것마저도 창현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세 여자는 창현의 노예나 다름이 없었고(꼭 나쁜 의미는 아니었다. 그녀들은 스스로를 낮추지 않았다, 단지 그만큼 창현을 섬긴다는 뜻) 오소리와 피콜로 그리고 여자들 중 윤미까지(윤미는 최근에) 창현과 영혼의 그릇을 공유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창현이 그들의 그릇에 자신의 기운을 각인 시킨 것이지만, 그들은 요괴이기에 그 각인은 창현을 따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고리이기도 했다.
물론 그들도 그들 스스로 충분히 창현을 따르고 있었다.
성지의 주인인 창현이니 무황이 주군으로 모시며 따르는 것은 당연했고, 그는 동이문의 실질적인 문주나 마찬가지였으니 동이문이 한혈문에 흡수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용신이야 말 할 것도 없고 대길 역시 창현으로 인해 태극문파와의 관계를 해소하고 본인 스스로 떳떳하게 살 수 있으니 충성심이 무척이나 강했다.
최측근들이 그토록 충성심이 강하니 이제 막 들어오는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품지도 못했다.
물론, 한혈문이 한국 제일의 대문파가 되는 것이 기정사실이었기에 그들은 창현이 주는 혜택을 물론 국가에서 주는 혜택까지 누리고 있으니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었다.
외성에는 대길이 각주로 있는(그는 특이하게 새로 들어오는 제자들을 자신에게 대장이라 부르게 했다. 무황이 잠시 나무라기는 했지만, 창현이 괜찮다고 한 이후 계속 그렇게 고집 중이었다.) 일도각이 있었고, 동이문에서 이제는 동이각이 된 동이각이 있었다. 그 곳에 각주는 당연히 무황이었다.
그의 나이가 일선에서 뛰기 무리라 할 수 있지만 그는 초절정의 끝자락에 서 있는 고수였고, 동이문 제자들을 그만큼 잘 통제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요각이라 불리는 요괴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그 곳은 오소리가 맡았다. 오소리는 일부러 더 인간형 요괴를 섭외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대길이 각주로 있는 일도각보다 그 무력자체는 더욱 뛰어났다. 각주끼리야 무황이 제일 강한 것은 당연했고, 대길과 오소리는 거의 막상막하였다.
하지만 대길은 이제 수하들을 받아들이고 교육을 시키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오소리는 이미 어느 정도 귀력이 되는 요괴들을 창현의 이름과 윤미의 이름으로 모아왔기에 그들을 하나로 묶기만 하는 되는 일이었다.
물론 그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외성은 세 각으로 나눠져 있었고, 그들은 실질적인 무력을 담당하고 있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었지만 무력으로 한혈문이 쪼개질 일은 전혀 없었다. 창현이 천외천 고수로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성에도 무력 각이 존재했고, 각주들 중 2인자라 불리는 윤미가 그 자리를 맡게 되었다. 윤미가 무력도 있고 제법 두뇌도 명석하며 경험도 굉장히 많은 편이라 내부 감찰 역할을 하는 감찰각을 맡게 되었다. 내부 감찰이라는 것이 상당히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 편이 좋았다.
그래서 윤미에게 창현은 맡긴 것이다.
창현은 수연을 전체적인 재정 관리와 더불어 내외성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각의 수장으로 임명했고, 수연은 그들 인원을 무인보다는 추후 대기업을 목표로 입사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나 이미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섭외했다. 내부 감찰이야 윤미가 착실하게 해 줄 것이고 말 그대로 수연은 한혈문의 살림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현은…지난번처럼 새로 들어오는 제자들 중 특이 여제자들의 교육을 맡고 있었고, 창현이 언젠가 약속 했던 것처럼 첫 번째라는 그 메리트로 직속호위부대에 배치가 되었다. 피콜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호위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창현이었기에 지현은 언제든지 곁에 두는 메리트를 준 것이고(여제자들을 교육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쏟기는 했지만) 피콜로는 그냥…잔심부름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일반인들은 더 이상 창현이 경복궁의 주인이라는 것에 일체 의심과 불만을 품지 않았다.
독도와 서울 그리고 부산 습격 사건은 물론 그 괴물들의 마나석과 사체 처리를 통해 일반 서민 경제까지 도운 것은 물론 중소기업을 활성화 시켰다. 그 일은 지금까지 적어도 20년 동안은 정부가 말만 하고 단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창현은 그 일을 짧은 시간 만에 해냈고,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지고 있는 일본 10대 가문의 역사 왜곡과 한국인 비하 발언 등에 가장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한 편으로는 정면충돌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창현이 한국 무인의 유일한 자존심이고 희망이라 생각하는 그들은 창현 홀로 10대 가문과 맞선다면 여러모로 밀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신의 존재가 널리 퍼지고 그 괴생명체가 S급이라 알려진 후 경악했지만, 그래도 전력이 밀리는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어쨌든 수치로 환산한 랭킹에는 3,5위가 일본 10 대 가문에 있었고 창현은 12위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 불안감도 오래가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근정전에서 보내고 있는 창현은 자신을 위해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높은 천장과 한국의 정서가 그대로 묻어나오는 근정전! 그 웅장함과 따뜻함은 결계가 풀리면서 한층 더했고, 집무실라 할 수 있는 근정전은 그 따뜻함의 중심에 서 있었다.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었지만 내부는 전처럼 들어가지 못했다.
한혈문 사람들에게 복장의 자유는 있었지만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소속된 각들의 옷을 맞춰 입고 다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그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고, 경복궁을 관람하다 그들이 지나가면 길을 비켜 서주는 매너를 발휘하곤 했다.
어쨌든 이곳은 그들의 문파였기 때문이었다.
“문주님.”
“응.”
창현은 화면에서 눈을 뗐다. 자신에 관한 기사를 보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언론사는 감히 창현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렇지만 꼭 모난 곳은 있기 마련이었다. 보수 언론 중 한 곳인데 그리 유명한 보수 단체도 아니었다. 아니, 보수단체가 아니라 친일 잔재라고 하는 것이 더욱 맞는 말이었다. 그들은 교묘하게 창현을 비판하고 있었지만, 창현은 잠시 훑어본 이후 피식 웃고 그쳤을 뿐이었다.
“정부와 성지 출입료에 관한 문제 때문에 들렀어요.”
수연이나 윤미 그리고 지현은 이렇게 남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는 이제 문주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물론 그들끼리 있을 때는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버리지 않았다.
“출입료?”
“네, 사실 사체를 판 돈과 마나석을 판 돈 그리고 듀란 에너지 회사에서 받기로 한 돈도 일부 정부에게 넘기기로 하고 개파식을 하면서 상당량의 자금이 풀렸거든요.”
“문에 자금이 없다는 이야기인가?”
“넉넉하지는 않아요.”
창현은 흐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배교 시절이야 종교단체이니 신도들이 알아서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갖다 바쳤다. 그 것만이 아니라 밑에서 알아서 잘 갈취하고 사파 자식들마저 돈을 갖다 바쳤다. 상인들은 물론 황실 사람들까지 배교와 거래를 트려 했으니 배교가 역대 중원 최고의 성황을 누렸다는 것은 당연했다.
그 때야 창현이 황제까지 농락하고 심심풀이로 정사대전을 벌이거나 천마도 후들겨 패고? 등등 많은 일들을 치르고 다닐 젊은 시절이었다. 나이가 먹고 인간사에 초탈하면서 그 이후에는 아예 신경을 껐다.
그렇지만 지금 한혈문은 배교와는 좀 성질이 다르다.
일단 종교 단체가 아니었으니 신도들의 희생정신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세계 각지의 문파 또는 클랜들은 그 형태가 거의 기업과도 같아지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이직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것마저 기업과 똑같았다면 직장이나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어쨌든, 문파의 형태는 그렇게 변해가는 중이었고, 수연이 받아들인 일반인들은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문파 차원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정부도 막대한 세금을 벌어들이고 있었지만 한국 무인 협회 자체의 힘이 약해진 탓에 그동안 모았던 내단이나 무기들을 새로이 풀고 전력을 강화하면서 무인들에 대한 혜택을 조금은 줄였다.
문파야 정부의 혜택만이 아니라 기업들의 후원도 받고 있으니 크게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전시 상황에서 거의 군인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불만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 새로이 푼 내단과 무기들이 상당했기에 단일 세력으로는 분명 아직 최강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리하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군대까지 동원해 한혈문을 제외한 어떤 문파도 이제는 정부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그 전에는 무황이라는 존재가 있었지만 이젠 무황도 한혈문 사람이었으니까.
정부 역시 적절한 선에서 문파와 타협을 했다. 국제적인 흐름이야 일본이나 중국처럼 무인들이 정치 세력에서도 득세하는 그런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한국은 좀 달랐다.
그리고 당분간 그 흐름을 타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단, 창현이 정치적으로 진출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말이다.
“나라도 알아서 강구할테니 경복궁 출입료는 우리가 받도록 하지.”
“네, 문주님.”
사실 협상 할 여지도 없는 일이었다. 성지의 주인은 창현이었고, 이곳에 단돈 1000원을 내고 들어오기만 한다면 심신이 맑고 깨끗해지기 때문에 1000원 정도야 돈도 아니라는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 그 가치도 훨씬 뛰어넘게 심신이 깨끗해졌고. 기존에 청소년이나 연로자들의 무료관람은 그대로 행하기로 했다.
“다른 문제는 없나?”
“…10대 가문 문제가 남아 있어요. 그리고 셀린이 이제는 아시아 지역 역시 서양처럼 괴생명체의 습격이 꽤 많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고요. 오소리 말로는 이번에 요괴들 섭외하면서 여기저기서 소식을 들었는데 그들 역시 심상치 않다고 해요.”
“흐음.”
“정보 각을 따로 하나 운영해야 하나?”
“굳이 무인들일 필요는 없어요. 가장 좋은 건….”
창현이 씨익 웃었다.
“셀린을 이리로 데리고 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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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정보가 중요하죠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