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6 회: 집 주인 혈마 -- >
아무리 지능이 있다 하지만 괴물이 괴물이라 불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 생김새와 막강한 힘 그리고 본능에 가까운 행동을 고집한다는 것에 있었다.
이미 한 번 각인 된 공포심은 쉬이 제어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눈알을 굴리며 창현의 눈치를 보고 있는 괴물의 모습은 2000만 시민을 공포에 빠뜨린 그 괴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나미코는 여전히 제주도에 있다. 서울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괴물을 제어하는 것에 많은 힘이 들어가는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눈동자 속 눈동자에 분노가 스치는 것을 보며 창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주문이 이어졌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술법이든, 강시술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인과의 심령 연결이었다.
심령 연결이 어렵고, 또 술법사들이 꺼린 이유는 소환수든, 아니면 나미코처럼 본래 있던 생물을 길들이는 것이든 그 대상에 타격을 받으면 주인 역시 고스란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 어떠한 것보다 강한 지배력을 자랑하는 것은 분명 사실이었고, 술법문은 단지 대상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내공심법으로 본신의 힘도 강조를 했기에 대부분 심령 연결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현의 주문은 그 심령 연결을 강제로 끊어 버리는 주문이었다.
붉은 혈마지기가 괴물의 뇌를 향해 뻗어가기 시작했다.
“카아아아아아!”
눈동자 속 눈동자가 피를 토하는 것을 본 창현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괴생명체는 창현의 압도적인 힘에 공포를 느꼈다. 거기서부터 제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창현이 심령 연결을 끊어 버리자 본능만이 남아 그 공포심을 터뜨리고 있는 중이었다.
술법의 최고라 할 수 있는 것은 영력끼리의 연결이었다.
심령 연결은 내공을 의미했고, 영력을 연결하는 것은 바로 오소리와 창현과의 관계라 할 수 있었다. 그 그릇 자체를 공유하는 것! 물론, 오소리가 죽는다고 창현이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소리는 창현으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간단하게 자신의 피 한 방울로 펼쳤던 술법이었지만, 그 것은 창현이 최고의 효율로 만들어낸 술법이었다.
“그렇지만 이 녀석은 말을…호오!”
초록색 마나탄이 괴생명체의 주위에 생기기 시작했다. 그 개수가 수백 개에 다다랐다.
“반항할 생각인가?”
창현의 눈빛에 살기가 스치자 녀석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창현이 다시 녀석의 머리에 손을 대고 나지막하게 주문을 외웠다.
이번에는 손가락을 살짝 베었다.
“….”
괴물은 머릿속으로 직접 파고들어오는 창현의 핏방울과 혈마지기에 크게 몸을 떨었다.
“코오오오오오오오!”
“근처에 무인도가 많은 곳이라 하더군. 대충 자리를 잡고 있도록 해라. 나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인간들은 적대시해도 좋다.”
괴물은 마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전체적으로 용을 닮은 모습이었지만 머리가 훨씬 컸고, 네 발이 꽤 긴 편이었다. 용과 뱀을 합치고 거기에 큰 머리와 긴 다리를 붙이니 꽤 흉측스러웠지만 분명 A급 괴물이었다. 현대식 무기로는 그 방어막조차 뚫을 수 없고, 검강도 견뎌내는 단단한 껍질 거기에 보여주었듯 수백 개의 마나탄을 생성할 수 있는 공격력!
만약 창현이 괴물과 전투를 벌였다면…뭐 한 수에 끝이 났겠지만.
다시 증명 되었다.
천외천이라 불리는 고수들은 S급까지 단신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8클래스 마법사는 마법사라는 특성상 단신으로 잡을 수 있다고 평가 받은 것이었지만 창현은 단순히 죽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복종을 시켜 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굉장했다.
천천히 상공을 내려오는 창현을 향해 김소령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애완견으로 하나 키우려고. 집 지키는 개 한 마리 정도는 있어야지.”
“….”
김소령을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경복궁 관광객 문제 역시 정부랑 논의를 좀 해야겠군.”
지금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창현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관광수입 역시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 양도를 받을 생각이었다.
“내가 집주인이니까. 여튼 거기 군인, 시민들에게 안전하다고 발표해.”
“…네!”
창현은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냈다.
“아참 부산 소식은 알 수 있나?”
전투 중이면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창현은 김소령에게 묻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했다. 곧 김소령은 알아보겠다며 다시 뛰어 나갔고, 경복궁 근처에서는 엄청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죽음의 공포는 누구에게나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술법사 꽤 타격 좀 받았겠는걸.”
심령을 강제로 끊어 버렸으니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한 마리는 강제로 심령이 끊기고 한 마리는 무황과 윤미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 분명할 테니까.
“조만간 그 10대 가문인가 뭔가를 한 번 보기는 해야겠고….”
이내 창현은 셀린의 존재가 떠오르자 피식 웃어버렸다. 모두들 셀린을 인공지능이라 칭하지만 근본적으로 기계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창현은 알고 있었다.
기계에서 결코 영적인 기운이 느껴질 리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만간 다시 보자고 했으니…이번엔 기다려주지.”
셀린이 조만간 자신을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굳이 이번에는 먼저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강창현님! 부산 역시 윤미님과 무황님의 활약으로 괴생명체를 죽이는 것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국가적 재난이었지만 정말 한국의 강함을 알려주는 사건이라 벌써부터 떠들고 있습니다.”
미국과 같이 덩치가 큰 나라는 여러 마리의 괴생명체들이 확실히 동시에 습격할 수 있다. 동양에서도 가끔 여러 마리의 요괴나 귀들이 한 꺼번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A-급과 A급이 주요 도시에 동시에 나타났을 경우 그 어떠한 나라도 이토록 쉽게 제압할 수는 없었다.
창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내 손에 든 핸드폰으로 윤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주인님 일반인 피해 없이 마무리 했습니다. 마나석 역시 회수했고, 사체는 인근 해안가에 잠시 놓기로 했습니다.”
“사체에서 기운이 빠져 나오지 않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래, 그럼 올라오도록 해.”
창현은 전화를 끊고 경회루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경복궁 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각,
“…어떻습니까? 가주.”
“….”
노인은 남자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노인은 술법문 여자에게 기회를 준다던 무력문의 가주였다.
그리고 제주도 역시,
“커어어억-!”
나미코는 연신 피를 토하고 있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두 개의 괴생명체에서 심령이 동시에 끊어지면서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몸에 열이 들끓기 시작했고 내력이 제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윤청량심공!
이름자체에 청량이 들어갈 정도로 정순한 내력 종류였지만 한 번 제어를 하지 못하고 심령이 끊어지자 주화입마 초기 상태로 들어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나미코는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으으윽!”
자신의 몸 상태는 이제 일류 무인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막대한 노력과 자금을 투자한 세 마리의 괴생명체는 모두 잃고, 한 마리는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심령이 끊기고 창현이 가로채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봐야했다. 아마 그 것만 보지 않았다면 그나마 정신을 제대로 수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고아들을 죽여가며 길들인 그 괴생명체를 창현은 단 5분만에 제압해 버렸다. 지배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 못지 않았다. 창현의 명령에 고개까지 끄덕이며 날개를 펄럭이며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그 눈빛은 자신은 전혀 볼 수 없었던 맑은 눈빛이었다.
본디 지능이 뛰어난 A급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장면은 분명 충격적인 것이었다.
나미코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면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도윤청량심공을 운용했다.
주화입마 초기를 간신히 잠재우기 시작한 나미코는 다시 한 번 절망에 나락으로 빠지고 있었다.
몸이 회복되면…이제 자신은 가문에서 폐기처분되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
괴생명체는 모두 잃고, 그 본신의 힘마저 이류조차 미치지 못할 것이니까.
****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나석은?”
창현은 윤미가 건네는 마나석을 보며 싱긋 웃었다. 지난 번 독도에서 취한 것과는 다르게 약간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담고 있는 기운은 그에 못지않았다.
순간의 혼란이 잠잠해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A급 괴생명체와 대화를 한 것처럼 보였던 창현의 능력에 대한 의문과 또다시 A-급 괴생명체의 사체와 마나석을 얻은 창현이 이번에는 그 것을 어떻게 사용할까, 라는 의문까지 동시에 들고 있었다.
아직 독도에서 얻은 것조차 처분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일반인들과 다른 강대국들 그리고 용병 클랜들만이 아니라 무황이나 윤미 그리고 수연과 대길, 피콜로, 오소리까지 모두 마찬가지였다.
“주인님 이 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윤미의 말에 창현은 진한 미소를 이었다.
“응, 집을 지키는 개는 원래 좀 무서워야하는 법이지.”
“…개요?”
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 지키는 개인 동시에 타고 다닐 것 정도가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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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연참! 명절 연휴 시작입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