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2 회: 집 주인 혈마 -- >
“아닐세!”
노인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그렇게 하면 원형에 손이 가잖아! 아무리 복원 건물이라 할지라도…아 무황님!”
노기를 잇던 노인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김치우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한국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서울에 있는 궁궐은 물론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대부분의 문화재 복원이 이 노인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멋들어진 콧수염을 매만지고 있는 남자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내 그 역시 김치우의 모습을 보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적어도 창현 이전에는 무황 김치우가 한국 최고의 고수였고, 유일하게 천외천 고수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국제적 영향력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많이 바쁘신가 보군요.”
“괜찮습니다.”
아니, 노인은 오히려 힘이 났다. 경복궁을 감싸고 있던 봉인의 결계가 풀리면서 그 성지의 역할과 위대함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었다. 실제로 방문객들 중 외국인들도 상당수 보였다. 중국에서 단체로 온 손님들이 아니라, 일본은 물론 동남아, 서양 사람들까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었다.
정부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관광객들만으로도 충분히 그 경제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거기서 욕심을 더 내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세계에 퍼진 성지는 꽤 많은 편이긴 하지만 경복궁처럼 압도적인 기운을 품고 있는 곳은 없으니까.
그건 민족의 한(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 많은 관광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성지의 기운을 더욱 크게 만들고, 결계에 숨겨져 있었던 것들까지 모두 이끌어내어 완연히 본래의 모습을 갖추게 만드는 공사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기계 하나 없이 오로지 동이문 제자들의 손으로만 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중 한국 무형 문화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학자들까지 모여들었고, 각지에서 내노라하는 건축과 교수들까지 대부분 참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진두지휘 하는 것이 노인이었고.
“얼마나 더 걸릴 것 같습니까?”
“말씀해 주신 결계가 풀리고 나니 한결 작업이 쉬워졌습니다. 아마 보름 정도면 모두 마무리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군께서 생활 하시기에 불편하지는 않겠죠?”
“본래 그대로 사용해도 딱히 크게 불편할 점은 없습니다. 단지 현대식 건물이 아니기에 그런 점들은 불편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문파의 건물로 사용하고 각 부를 나누고 집무 형식으로만 사용하신다고 하니 크게 불편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노인은 완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경복궁의 모습과 그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맑고 청량한 기운에 작업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을 느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무황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동이문 역시 창현이 개파 하는 문파의 부서 중 하나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제자들의 반대도 없었고, 본래 성지의 주인을 섬기는 것이 동이문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주인이 나타난 이상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외관의 큰 변화는 없지만 곳곳에 확실히 어느 정도의 변화는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것이 그동안 가로 막고 있었던 봉인된 결계가 없어진 까닭이었다. 그 흔적을 한국 최고의 전문가들과 세계적으로 명망이 있는 건축가들이 모두 모여 없애는 것은 물론, 그 흔적 위에 문파의 편의를 위한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드는 중이었다.
물론, 문헌에 남아 있는 본래의 경복궁 모습을 따서 말이다.
전체적인 진행을 알게 된 무황은 곧 윤미가 있는 근정전 앞뜰로 향했다.
관광객들은 물론, 단순한 관광이 아닌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아직 정식 개파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 그 여자는….”
“함부로 말 하지 마. 주인님의 제자가 된 이상 네가 함부로 말해도 될 사람이 아니다.”
남자는 반박하려 했지만 서릿발 같은 차가운 윤미의 기세에 결국 입을 다물었다.
“정식 개파가 된 이후에는 주인님께서 공식적으로 본문의 문도들을 받아들인다고 하셨으니 그렇게 알도록 해.”
창현이 문파를 세운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현대 사회의 특성상 그 정보를 대부분 인터넷에서 구하려했다.
그저 말 한 마디 던져 놓은 것이 전부였기에 아직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는 창현이 문주가 된다는 그 사실 하나 밖에 없었다. 당연히 몇 명이나 모집하는지, 또 자격은 어떻게 되는지, 시기는 어떻게 되는 지 일반 사람들은 알 수가 없었다.
창현 주위에 주인님이라 부르는 여자가 셋이나 된다는 점, 직접적으로 컨택한 여자 역시 상당한 외모와(연약해보이기는 했다. 아주 심하게.) 우물쭈물 주인님이라 불렀던 그 점까지 소문이 부풀려져 문도는 여자만 받는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기는 했다.
“곧 공식적으로 너희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사이트도 개설할 생각이야. 일단 이 곳 공사가 모두 마무리 되어야 하니까, 오늘은 편안하게 성지의 기운을 받고 돌아가도록 해.”
윤미는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몇 몇 남자들이 얼굴을 붉혔고, 여자들은 괜스레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실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었기에 결국 그들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대모님.”
김치우는 윤미에게 확실히 예를 취했다.
실력이야 김치우가 더욱 뛰어나지만, 창현이 그녀를 아끼고 그녀 역시 가까이 두는 것은 물론 추후 문파를 운영할 때 윤미와 수연 그리고 대길과 피콜로는 물론 지현이나 오소리까지 그 역할이 막중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손수 예를 갖춤으로써 추후 동이문과 창현 측근들이 부딪히는 일은 미연에 방지하자는 무황의 생각이었다.
뭐 어쨌든, 나이도 두 세배는 윤미가 많으니까.
“무황께서도 고생이 많으십니다. 공사는 혹시 언제쯤 끝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딱딱한 군인 말투였지만 폭발적인 염기와 묘하게 어울렸다.
김치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예상대로군요.”
“혹시 이번에 주군과 가신 일은….”
“아, 1조 5000억에 마나석의 절반을 넘기기로 했습니다.”
“언론에 나온 것보다는 조금 더 적네요.”
윤미는 싱긋 웃었다.
난리가 났다.
듀란 에너지 회사는 외국 계열의 회사이다.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하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자본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한국에서 오히려 돈을 벌어가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회사에 A-급 괴생명체의 마나석이 팔.렸.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적어도 그 돈이 정부를 통해 유통이 되고 창현이 몇 마디만 했어도 서민경제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창현이 듀란 에너지 회사에 그동안과는 차원이 다른 그 마나석과 그 마나석을 정제함으로써 더 얻은 더 치솟은 가치를 인정받고 판 이유를 설명했다.
단순했다.
불쾌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그 어떠한 협의도 없이 마치 당연하다는 것처럼 창현에게 기부와 유통을 요구했고, 사체는 물론 마나석 자체를 아예 정부의 물건인양 취급했다. 따지고 보면 이우길의 부재로 한국 무인 협회는 괴생명체를 막아낼 능력이 없었다.
문파들을 동원할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져야 했으니까.
창현은 그 모든 것을 희생해서 직접 나선 것이다.
그로 인해 얻을 이득은 당연히 창현의 몫이었다.
-씨발, 그래 1조든, 2조든 팔았다 쳐. 근데 그건 우리 목숨 값 아니냐?
-가뜩이나 강창현 혼자 한국 존심 다 세워주고 있는데 정부는 우리 목숨 값을 날로 먹으려 한 거지. 지들은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잖아.
-이광길이 나설 때부터 이상했어. 솔직히 내가 강창현이라도 빡치겠다. 한국 제일의 고수가 대접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맞아. 칼슨 용병대에 팔아먹는 것도 모자라 국민의 목숨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결국 손 안대고 그 마나석이랑 사체 꿀꺽 하겠다는 거 아니야
-이번에 문파 개파 한다고 하던데 성지 아니었음 강창현 외국 갔을걸. 미국에서 귀화 하면 1조가 뭐야 그냥 아예 나라의 한 주를 주겠다는 말도 있었는데. 그 쪽 국민들도 솔직히 천외천 고수 한 명 더 오면 손을 들어 반겼으면 반겼지.
-쪽바리 10대 가문에서 정부에는 물론 각 문파에도 전부 첩자 비스무리한 형식으로 보냈다며?
-솔직히 지금 쪽파리 가문 대적할 사람 강창현 밖에 없는데.
-그건 그렇지. 걔네는 중국도 한 명 밖에 없는 천외천 고수가 둘이나 되잖아.
-씨발, 진짜 그 새끼들 모가지에 힘주고 다니는 거 못 보겠어. 독도도 그렇고. 진짜 그 인간들 전쟁 준비하는 것 같지 않냐?
-국제 발표 이후에 걔네 이제 아예 대놓고 신사참배는 기본이고 위안부고 뭐고 공식적으로 다 부정했잖아.
-그런 와중에 정부는 강창현한테 절해도 모자랄 판에 벗겨 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지.
-
.
.
여론은 창현의 편이었다.
난감한 것은 맨 처음 대통령에게 명분을 이용해서 마나석과 사체를 강창현에게 얻어내자고 했던 이두호 장군과 그 대통령 본인이었다.
그들은 수차례 창현에게 연락을 했지만, 돌아 온 것은 듀란 에너지와의 협약 내용이었다.
“아시는 기업은 어떻습니까?”
윤미의 말에 무황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대기업이긴 합니다.”
“그럼 지금 여론에 힘은 되지 못하겠습니다.”
윤미와 무황 그리고 수연의 생각은 간단했다.
그 누구도 창현에게 반기를 들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건 꼭 무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무력이 있기에 가능하기는 하지만, 여론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제 멋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사체 절반과 나머지 마나석은 중소기업을 통해 유통 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명하신 선택이십니다.”
“으, 아무래도 머리 쓰는 사람은 따로 뽑는 것이 좋겠어요.”
무황은 빙그레 웃었다.
“정식적인 개파가 얼마 안 남았으니 부서 역시 그 전에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 좋겠죠.”
“아무래도 수연 동생에게 힘을 빌려야겠어요. 그래도 그 아이는 조직에 있었으니까요.”
동이문은 좀 특이한 문파였기에 무황 역시 그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정부 소속 기관 출신이었으니까.
“근데…주군께서 따로 생각 해 두신 문파명이 있으시답니까?”
“이제 물어 봐야죠.”
윤미는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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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데?”
“네?”
“없어.”
윤미가 처음으로 약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배교의 진전을 이으실거면….”
“배교의 진전은 무슨, 내가 뭐 하러?”
“….”
“그럼 성지의 주인이시니….”
윤미도 딱히 생각나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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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번 시즌에 제가 직관 갔을 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네요.................................
곧 명절이네요^^오늘만 버티면 명절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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