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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91화 (91/170)

< -- 91 회: 집 주인 혈마 -- >

‘절맥의 치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야.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이 시대에서조차 고치치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의 흐름만이 막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음절맥도 아니고, 육음절맥이다. 그렇다면 절정 이상의 경지에 오른 고수의 힘만으로도 막힌 혈맥을 뚫을 수 있어.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런 고수나 명의 같은 인간들에게 보인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절맥이 막힌 것만이 아니라, 끊어지면서 본디의 선천지기가 이상하게 이어지고 있어. 말 그대로 혼잡한 상태이지.’

창현은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여기저기서 전문가들이 경복궁 내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창현은 곧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왔군.”

그 날 백화점에서 생각이 있으면 경복궁으로 찾아오라 일러둔 터였다.

이미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겨우 20살. 육음절맥이기에 어린 나이에 죽을 일은 없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위험한 것은 사실이었고, 서른 전에는 결국 몸이 굳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병원에서는 고개를 저었고, 알 수 없는 불치병이라는 진단만 내려 준 상태였다.

뻣뻣하게 굳어가는 몸을 풀기 위해 여러 가지 운동과 더불어 많은 약을 꾸준히 먹어야 했지만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백화점에 세미와 함께 갔던 것은 그녀가 늘 자신을 깔아뭉개면서 이상한 희열을 느끼지만 그 이후에는 꼭 대가가 따른다는 점이었다. 마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는 듯 밥값이라 하라며 던져주는 그 몇 십만 원이 솔이의 생활비 중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다.

그래서 개처럼 부리고, 무시했어도 늘 참았던 것이고.

그 것만 견디면 돈이 남아도는 그녀에게 솔이게는 너무나도 필요한 돈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경복궁이 이랬나?”

솔이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경복궁이 성지인 이유와 창현이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대대적으로 발표가 이어진 뒤였다. 그 누구도 아닌 무황의 말이었기에 사람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황은 그 자리에서 일본가문에 대한 선전포고 비슷한 말을 살짝 흘렸다.

동이문과 정부에 숨어 있었던 일본 가문 사람들과 독도 괴생명체 역시 일본 술법사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말이다.

당연히 일본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 것이 곧 시인하는 꼴이었다.

사람들은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창현을 더욱 칭송하기 시작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미묘한 감정! 그 감정을 창현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건드려 주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지금 골치를 썩고 있었지만, 창현이 의도한 것이니 지금은 솔이에게 다시 돌아간다면,

“사람…진짜 많구나.”

성지라는 것이 알려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늘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경복궁은 동이문이 그 옆으로 이전을 하면서 무황은 결계를 하나 해제했다. 결계라기보다는 봉인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진짜, 뭔가 충만해지는 느낌이야.”

“응, 맑은 느낌이랄까?”

솔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늘 머리가 무겁고 몸이 늘어지는 기분이었는데 경복궁 주위에 내리자마자 힘이 넘친다기보다는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 것은 창현이 맨 처음 이 세계에 온 이후 집에 왔을 때 느꼈던 그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곳은 작은 집이었지만 서울의 궁들은 굉장히 넓다.

왜 성지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가, 강창현이닷!”

창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경복궁 앞뜰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 꺼번에 쏠리고 있었다. 솔이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머리가 꽤 자란 창현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가볍게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 깜짝 할 사이에 그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솔이의 앞에 섰다. 마치 축지법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면 10M 앞,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면 또 20M 앞, 관람객들은 눈을 비비고 있었다.

“…진짜 멋있다.”

뒷짐을 지고 솔이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창현을 보면서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남자들조차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지현이 골라 준 정장을 빼 입고 있는 창현은 괜스레 훨씬 더 고급스러워보였다. 한옥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경복궁의 주인이 정장을 입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참 묘하게도 어울리고 있었다.

“왔군.”

“…네.”

창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때 그 현설 백화점에서 강창현한테 직접 스카우트 된 여자 아니야?”

스카우트라는 표현에 창현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내 기억 속에 그 뜻을 찾아내고 피식 미소를 터뜨렸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절맥의 특성상 굉장한 재능을 타고난다. 천재적인 머리가 있거나, 절맥만 고칠 수 있다면 그 근골이 최상체이거나 그 것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향으로 그 천재성을 가지기 마련이었다.

그 것은 칠음절맥부터의 이야기였고, 육음절맥이나 오음절맥은 조금 애매하다.

그 밑으로는 딱히 천재성은 찾아 볼 수 없고 그저 지병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 가볍게 어깨를 짚는 것만으로도 창현은 솔이의 신체에 대한 것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굳이 제자로 선택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저기 주인님….”

솔이의 말에 관람객들의 시선이 다시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꼭 겪어보았던 상황이라 창현은 생각했다.

****

동이문에 솔이를 맡겨두고 창현은 윤미와 함께 한 외국계 대기업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수연이 전문가들과 함께 창현이 1차적으로 정화 시킨 마나석을 쪼개는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이제는 그 것을 유통 시키는 일만 하면 되었다.

괴생명체의 사체 문제도 있었다.

정부는 창현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저 눈치만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여긴가?”

“네.”

경복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하긴, 창현이 어느 곳이 멀다고 느끼기에는 그 가진 힘이 너무 강하기는 하다.

“미리 나와 있는 모양이군?”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몇 명의 남자들을 보면서 윤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정장을 입은 것을 처음 보는 창현이었기에 오늘 돌아가는 차 안에서 광란의 시간을 예약하고 있었다.

‘기억 속에 이걸 제복이라 불렀던가?’

창현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들은 소문과는 다르게 창현이 무척이나 훈훈한 사람이라 느끼고 있었다.

띵동-!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창현이 가볍게 몸을 실었다.

순식간에 30층까지 올라간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고, 회의실 문으로 보이는 거대한 문이 창현이 다가서자 저절로 스윽, 하고 열리고 있었다.

안에는 ㄷ자 모양으로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국인들보다는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욱 많았다.

창현을 맞이하러 온 남자 중 한 명은 나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아무래도 통역인 듯 싶었다. 윤미가 있는 이상 통역 따위는 필요 없지만 그 사정까지 이 회사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꽤 듬직하게 느껴지는 남자가 창현에게 다가섰고, 손을 내밀었다. 약간 찢어진 눈만 아니었다면 상당히 호감형일 것 같았지만, 그 눈 때문에 괜스레 얍삽해 보이기도 했다.

창현은 잠시 고개를 갸웃 거리다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반갑습니다. 황광수라합니다.”

듀란 에너지 한국 지부 대표 황광수.

바로 세미의 아버지였다. 창현은 그 여자를 잊지 않았고, 힘의 우위가 무력만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려 마음먹었다. 솔이는 이제 자신의 제자였으니까. 그리고 그 방법은 그녀가 가장 자신하고 있는 ‘금력(金力)’이었다.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은 단 하나도 없지만, 창현은 수 많은 내단과 그리고 이번 마나석과 사체까지 에너지 회사라면 군침을 삼킬만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황광수 대표는 자신의 옆자리를 권했다.

그가, 그리고 듀란 에너지 회사가 창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창현은 이내 한 곳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제 만났으니, 오랜만이라는 단어는 조금 어색한가?”

“….”

세미는 말 없이 창현을 노려…보지 못했다.

‘최대의 기회다. 본사에서 강창현이 보유한 마나석에 모든 것을 걸었어. 무려 A-급이야, A-급! 듀란은 이제 세계적인 에너지 회사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그런 회사가 말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정부를 탐탁지 않아하고 있는 강창현을 구슬려 마나석을 확보한다. 그 어떠한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황광수가 임원들을 모아놓고 한 말이 아직도 세미는 기억났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황광수만이 아니라 본사 임원진들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세미 역시 한국 지부 실장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발언권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이런, 황실장을 알고 계십니까?”

“뭐…그냥, 조금.”

창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세미를 향해 비릿한 조소를 날려주었다. 그녀의 몸이 움찔 떨리는 것이 보였다.

이내 한 직원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강창현님께서 보유하신 마나석은 A-급,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한 가지 더….”

직원을 침을 삼켰다.

“자사는 물론 많은 에너지 회사는 물론 아이템을 취급하는 회사와 더불어 수많은 국가들의 전문가들이 살펴 본 결과 강창현님의 말씀대로 마나석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정제 과정을 거친 것보다 훨씬 더…거의 100% 정화가 이뤄졌다 볼 수 있습니다.”

“혹시 그 말이 의미인지 물을 수 있나요?”

한 임원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나석을 사람이 취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한 마디로…그 어떠한 것보다 뛰어난 영약이죠. 무인들은 물론 서양의 검사들이나 그 이외의 능력자들 마법사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은….”

“가치가 세 배이 이상 뛰었다는 말이죠.”

모두가 입을 벌렸다.

예상 가격은 3000~4000억 사이였다.

초고수들의 한 경지를 뚫기 위해선 가장 편안한 방법은 역시 영약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보았을 때 돈이 남아돌고도 너무 남아 도는 그들이 보기에는 A-급 정제된 마나석은 너무나 탐이 나는 물건이었다.

에너지 회사들이나 아이템을 취급하는 회사들 뿐만이 아니라.

황광수가 몸을 일으켰다.

짧은 브리핑이었고, 굳이 질질 끌 필요가 없었다.

“본사 임원들도 있으시니 굳이 돌려 말 하지 않겠습니다. 강창현씨 1조 3000억까지 쳐 드리겠습니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세미를 보면서 창현은 그녀를 향해 다시 웃었다.

‘뭐야, 겨우 그 정도가지고 놀라는 거야? 역시 빈티는 어쩔 수 없군.’

머릿속으로 직접 울려퍼지는 말에 세미가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사실 창현은 1조 3000억이 얼마나 큰 돈인지 정확하게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세미를 분노케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 두령이랑 문학갑니다.

스크는 이번 시즌 힘들겠네요.

이 번 시즌은 제가 갈 때마다 졌는데..

좀 이겨주길..

히유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제가 스크 골수팬이거든요..

혹시 SK대넥센 경기에서 카메라에 미친 관중 나오면

그거

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구장 갈 때마다 늘 미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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