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0 회: 집 주인 혈마 -- >
동이문 이전 문제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무황 김치우는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피콜로와 윤미는 마나석과 사체 처리 문제를 처리 해 줄 다른 나라 민간 기업이나 정부를 고르고 있는 중이었고, 대길과 수연은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수희를 경호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현은 언제나처럼 창현의 곁에서 수발을 들고 있었다.
“옷을 더 많이 사시게요?”
“응, 지난번에 피콜로가 사줬던 것이 꽤 괜찮아 보이더라고.”
창현의 말에 지현은 대길의 차를 능숙하게 출발 시켰다.
“그 운전이라는 것 배우기 어렵나?”
“아뇨, 주인님이라면 금방 배우실 수 있을 거예요.”
지현은 싱긋 웃었다.
창현은 점점 더 현대 문명이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을 누려 볼 생각이었다. 사실, 경공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자동차로 이동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나 마찬가지였다.
경공에 크게 많은 힘을 들이는 것도 아니었기에 어쩌면 육체적 노동의 강도 역시 운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창현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핸들을 붙잡고 있는 지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백화점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린 창현이 잠시 하늘을 올려 다 보았다.
“셀린이라는 그 컴퓨터라는 인공지능은 어디에 있지?”
“음, 아마 수연이가 정확히 알 것 같은데…아마도 중요한 곳에서 보호를 받고 있지 않을까요?”
지현의 말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이라는 것이 아니야. 영력을 이용한 것도 아닌데….’
부숴버리려면 부숴버릴 수 있었지만, 창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셀린이라 짐작되는 그 시선을 굳이 어떻게 하지는 않았다. 딱히 그 것이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도 않았고, 일본 가문이라고 짐작되는 인간들처럼 자신을 사냥개처럼 이용하려 하지도 않았으니까.
호기심이 크게 일어나기는 했지만, 굳이 찾아 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때가 되면 언젠가는 한 번쯤 볼 수 있을 것이란 가벼운 생각이었다.
“흐음!”
창현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지현은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지현이나, 수연 그리고 윤미의 존재 같은 경우는 일반인들이 창현에게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되었다. 그녀들은 거리낌 없이 창현을 주인님이라 불렀다. 현대 사회에서 주인님이라는 그 단어는 아주 많은 것들을 상상 시키기 때문이었다.
특히 아름다운 여자가 남자에게 그런 호칭을 사용한다면 그 방향성이 매우…곳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니까.
“와, 진짜 알고보면 막 집 안에 주인님이라 부르는 여자가 한 수 십 명 있는 것 아니냐?”
“나 같아도 달라붙고 싶겠다. 요즘 추세가 어느 추세인데.”
남자의 능력의 대한 기준이 바뀌어가고 있는 시대이다. 여전히 금전적인 것들이 남자의 능력을 잣대하는 기준 중 큰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셀린이 정한 랭킹 시스템에 그 이름만 올려도 따라 오는 부는 상상을 초월한다.
셀린은 거의 모든 무인들의 랭킹을 시스템하고 있었지만, 매일 같이 업데이트가 되어도 고정되어 있는 것은 사실 상위랭커들뿐이라 할 수 있었다.
창현은 한국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천외천이라 불리는 고수였고, 칼슨 용병대 사건과 독도 괴생명체 사건을 통해서 한껏 입지를 다진 상태였다.
그 어느 기업도, 그 어느 나라도 창현을 무시하지 못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진짜 예쁘긴 예쁘다. 말이라도 걸어봤으면.”
들려오는 부러움의 목소리에 창현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들의 평가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지현을 칭찬하는 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늘 칭찬만 따라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자는 남자 잘 만나야 된다니까. 좋겠다, 얼굴 반반해서 능력남 옆에 찰싹 달라붙어 주인님주인님 아양만 떨면 평생을 떵떵 거리며 살잖아. 너도 한 번 앵겨봐. 혹시 알아? 너도 꽤 반반하잖아.”
시기와 질투도 늘 따르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착각한 것은 창현이 그 말을 듣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명품 코너로 사라지는 두 명의 여자를 따라 창현이 걸음을 옮겼다. 지현은 자신의 옷을 사러 간 것이었고, 창현은 마실겸 함께 나온 것에 불과했다.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한 일은 전부 시켜 놓았으니까.
“이거 어 때 어울려?”
가방을 들고 메보고 있는 여자가 친구인 듯 보이는 여자에게 물었다.
“응, 어울려.”
친구로 보이는 여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한 번 메봐라.”
노란색으로 짙게 물들인 여자는 친구에게 가방을 내밀고 있었다.
‘…180만원…세 달은 알바를 해야 벌 수 있는 돈이네.’
여자는 조심스럽게 가방을 받았다.
“아냐, 아냐 너무 싼 티 난다. 아닌가? 네가 메고 있어서 그런가? 내가 들었을 때는 안 그래 보였는데. 후훗.”
단발이 인상적인 검은 머리의 여자는 확실히 반반하다는 노란 머리의 여자 말처럼 꽤나 미인 축에 속한다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약간은 푸석해진 피부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에서 괜스레 어리버리한 느낌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풍만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창현의 취향과는 달리 꽤 마른 편이기도 했다.
“그, 그래 내가 들면 별로 어울리지 않으니까.”
“알긴 아네. 하긴, 이런 거 언제 들어보기나 했겠어?”
창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유추했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인간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창현 역시 수희를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잠까지 줄여가며 일을 한 적이 있었기에 돈의 소중함을 꽤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 강자가 되었고, 지금은 전혀 돈에 압박을 받지 않았지만, 일종의 습성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돈이 많이 생기자 숨겨져 있던 그동안의 소유욕들이 꿈틀 거린 것이다.
“지금 들면 되지.”
창현이 갑작스레 끼어들자 점원은 물론, 두 여자 그리고 매장을 둘러 보고 있던 몇 명의 사람들의 시선이 단 번에 모였다.
그리고 점원이 곧 창현을 알아보고 입을 벌렸다.
“아, 안녕하세요! 패, 팬이에요.”
팬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창현은 고개를 갸웃 거렸지만 노란 머리의 여자가 들고 있는 가방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남아도는 강기로.
“헉!”
가방이 혼자 스스로 떠오르자 여자는 꽤 놀라면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창현이 그제야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역시 너도 여기저기 칼을 댄 흔적이 굉장히 많군? 가슴에 보형물도 그렇고.”
“….”
“오! 너는 한군데도 손을 대지 않았네? 드문 여자야.”
성형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대한민국은 외모에 빠져 있다. 물론 그 중에도 한 군데도 손을 대지 않고 살아가는 여자들이 더욱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단발의 여자 같은 경우는 그저 돈이 없어서였지만.
“가져라.”
“네?”
“너 가지라고.”
“….”
“저 여자가 아까 너는 이런 거 들어 본 적 없다더군. 그럼 지금부터 들고 다니면 되겠네.”
“…저기요.”
노란 머리의 여자가 끼어들려 했지만 그녀는 창현의 관심 밖이었다. 오히려 창현은 점점 더 단발 머리의 여자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잘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창백한 안색, 굳어가는 몸…
“절맥이군.”
그리고 이내 씨익 웃었다.
“요새 젊은 사람들에게 문파나 정부 소속 기관의 무인 협회에 들어가는 것이 꿈의 직장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동경한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네.”
여자는 일단 대답했다.
창현이 여자의 어깨를 가볍게 쓸어 내렸다. 여자는 움찔 몸을 떨었다. 노란 머리가 끼어들었다.
“당신이 강창현인 건 알겠는데….”
“냄새나니까 좀 닥쳐라 계집.”
이미 자신의 성형을 전부 까발려 놓은 창현에게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하고 있던 여자였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창현은 분명 무례한 것이었지만…특이하게도 점원들이나 주위의 사람들은 오히려 창현을 응원하고 있었다.
“아, 진짜 힘만 더럽게 쎄다고 세상 전부 가진 줄 아나, 아저씨 나 누군지 몰라…!”
창현이 가볍게 기운을 끌어 올리자 백화점 전체가 흔들렸다.
“꺄아아아!”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창현은 여자를 향해 씨익 웃었다.
“계집, 냄새 나니까 닥치라고 했다?”
그리고 그 때, 지현이 황급히 달려왔다.
“주인님 무슨 일이세요?”
지현은 노란 머리의 여자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그녀에게 관심을 꺼 버렸다. 창현이 약간이라도 화가 나 있는 것이 중요했다.
“다음부터는 그냥 전부 빌린 다음에 오는 것이 좋겠어요.”
백화점 전체를 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창현에게는.
얼굴이 점점 벌게지고 있는 노란 머리의 여자가 소리쳤다.
“이런 무인 잡나부랭이들이 진짜 장난하나!!”
“…세미야….”
안색이 가뜩이나 창백해 보였던 여자가 노란 머리의 여자를 하얗게 질린 채 부르고 있었다.
“아 진짜, 너 같은 계집애랑 놀아주려고 이런 후진 곳 왔더니 별 그지 같은 것들이 다 설쳐!”
지현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큰 언니한테 문자 왔었는데, 저 여자가 있는 기업을 통해서 마나석을 유통 시키려 했었나 봐요.”
“…외국인아닌데?”
“아, 저 여자 아버지가 한국 본사 총 책임자라고 할 수 있거든요.”
세미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기억하고 있지 계집. 그리고 너.”
이미 한 차례 소란 때문에 여기저기서 모여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세미 역시 꽤 유명 인사 중 한 명이었기에 사람들의 호기심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너 본좌 제자 해라. 내가 고쳐주지.”
“…그게 무슨….”
“너 의원…음 그러니까 병원에서 포기하지 않았어?”
세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늘 바보 같이 웃고 있던 그녀에게 지병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최초로 느낀 것은 친구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경멸이었다.
“너 뭐야? 전염병 같은 거 아니야? 어쩐지 계집애가 얼굴만 반반하지 매일 같이 멕아리…컥!”
창현은 참지 않고 여자의 얼굴을 그대로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본좌에게 제자를 들인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 한 번만 더 냄새 나는 주둥이를 놀리면 죽여 버리겠다.”
그대로 여자의 신형이 백화점 한 곳으로 날아갔다.
콰앙-!
“ㅤㄲㅑㄲ!”
비명이 터졌다.
“조용히 해라.”
한 마디에 순식간에 소란은 정리 되고 있었다.
“본좌는 며 칠 후에 개파를 할 거다. 본문은 많은 제자들을 받아들일 예정이지만 너는 본좌에게 직접 사사 받는 제자 중 한 명이 될 거야. 이 여자가 직계제자중 서열 2위라 할 수 있지.”
잠자리에서 정한 순위였지만 창현은 그녀들의 마음을 존중했다.
사실 크게 상관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단발 머리의 청초한 여자는 그 많은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데도 나지막하게 물었다.
(당연했다. 창현이 말했듯 문파는 어느 덧 최고의 직장 중 하나였고, 제자만 되어도 엄청난 혜택이 쏟아졌으니까. 거기에 무소속이었던 창현이 직접 문파를 창설한다고 하니 기존 문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숨막히는 침묵 속에서 그 목소리는 꽤나 크게 들리고 있었다.
“…저도 주인님이라 불러야 하나요?”
창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묘하게 바뀌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음하하하하하핫
연참
전 예약 해 놓고 자고 있을겁니다.
라면 먹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