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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89화 (89/170)

< -- 89 회: 집 주인 혈마 -- >

내륙으로 돌아오자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일반인들의 열렬한 환호가 이어지고 있었다. 중공업도 중공업이지만 어업을 하는 주민들도 상당히 많았고, 물고기 괴생명체 때문에 생계에 큰 지장을 받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괴물을 단 번에 처리한 창현이었으니 어찌 고맙지 않을 수가 있을까.

생계유지만이 아니라, 그 괴물이 내륙으로 올라왔을 경우 목숨까지 위협 받을 수 있었다. 주민들은 그래서 더욱 창현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

“충성!”

대통령은 직접 행차했다.

A-급 괴생명체의 출현은 국가의 재난이고, 그 재난을 막아 준 창현에게 직접적으로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그녀 특유의 처세술이었다. 힘의 균형은 이광길이 가지려 했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하게 창현에게 기울고 있었다.

국제적인 흐름이었다.

“국민을 대표해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평소에는 수많은 경호원들을 대동했겠지만, 대통령은 단출한 행색으로 창현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맙군.”

창현 역시 까닥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수연이 잠시 놀랐다.

곧 창현은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는 것처럼 수연과 무황과 함께 길을 나섰다.

“교통편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거절하지는 않지.”

고급 승용차에 올라 탄 창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대통령 역시 창현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그녀는 군인들과 경찰들에게 주변 정리를 명령하고 짧았던 창현과의 만남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수많은 취재진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은 덤이었다.

넓은 뒷좌석에 몸을 기댄 창현에게 수연이 물었다.

“설마 인사를 하실 줄은 몰랐어요.”

“처세술이 뛰어난 여자더군. 그리고 굳이 압박을 할 필요는 없지.”

자신에게 적대적이지 않았기에 창현은 그저 그녀의 인사를 받은 것뿐이었다. 추후 그녀와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를 넓혀 갈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대통령이고 문화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잡음을 없애주는 역할을 해야 했기에 딱 그 정도의 예의만 차린 것이다. 이내 창현이 수연이 들고 있는 마나석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기운이 응집되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초록색과 푸른색이 뒤섞여 영록하게 빛나고 있는 마나석은 무척이나 신비로웠다.

“무엇을 할 수 있지?”

내단 형식이 아니었기에 사람이 취하려면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에너지 덩어리에요. 그동안의 자원이 낼 수 없는 에너지를 몇 천배는 더 많이 낼 수 있어요. 또 이것으로 여러 가지 병장기도 만들 수도 있고요.”

“생각보다 기술력이 굉장하군.”

창현은 생각에 잠겼다.

저런 에너지 덩어리를 무인이 섭취할 수 있게 만들고,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은 확실히 굉장한 것이다.

“무기를 만드는 것이 더 낫겠군.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겠지?”

당연하다.

일반 핵무기와는 차원이 다른 무기를 만들 수가 있으니까. 그리고 A-급 괴생명체의 마나석이면 몇 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돌릴 수 있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환경에 전혀 영향이 없는 순도 높은 에너지를 말이다.

“무인이 내단의 형식으로 만들어 취한다면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지만…오히려 조금 손해라 할 수 있어요. 담고 있는 에너지에 비해서요.”

“정화를 전부 시키지 못해서 그런 것 같군.”

“네.”

창현은 빙그레 웃었다.

“좋아, 통째로 파는 것보다 가공해서 파는 것이 훨씬 돈이 더 되겠지? 사체 역시?”

“네. 사체도 마찬가지에요. 사체 역시 마나석처럼 에너지를 담고 있고, 무엇보다 단단하기에 보호구로 상당히 인기를 얻고 있어요. 특히 마법사들에게요.”

전투형 마법사가 아무리 근접전에 뛰어날지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몸이 무인보다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요즘 같은 안전 불감증 시대에 괴생명체의 사체를 가공한 보호구는 고위층에게도 엄청난 인기였고, 돈이 넘쳐나는 인간들은 사체로 보호구나 무기만이 아니라 전시품까지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체의 반을 국가에게 팔도록 하지.”

“네.”

“가격은 얼마 정도나 하지?”

수연이 잠시 고민했다.

“대충 천억에서 이 천억까지 받을 수 있을 거예요.”

“….”

창현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격이 나오자 살짝 입을 벌렸다.

“이미 반으로 분해되어서 가격이 떨어질 거예요. 그리고 그 반만 파는 것이니까요. 아마 사체를 온전히 보전하고 팔았으면 그보다 몇 배는 더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그 마나석은?”

“이건 가격을 측정할 수가 없어요. 아직 시장에 A-급 괴생명체의 마나석이 유통 된 적이 없으니까요. 물론 서양의 최상위급 능력자들이 유통시킨 적은 있을 테지만…그들이 광고를 하면서 거래를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가는 데로 그 일부터 윤미로 의논해서 처리하도록 해. 그리고 무황.”

“네, 주군.”

흰 수염을 쓸어내리며 무황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성지 근처에 있는 건물로 동이문을 옮기도록 해.”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장문인은 자네의 사제인가?”

“사손입니다.”

“자네도 나이를 많이 먹었군.”

스무 살의 창현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무황은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 랭킹 시스템에서 그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그의 별호는 혈마였다. 무황은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피에 반응하는 성지를 보면서 확신했다.

중원을 지배했던 혈마가 자신의 선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선조가 어떤 이유로 후손에게 깃들었다. 후손의 영혼이 아직 의식 너머 속에 웅크리고 있다는 것까지는 무황이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동화 되었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의 앞에서 나이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술법을 제법 잘 사용하는 인간이기는 했어. 날 이용해서 전력을 약화시키고 분쟁 지역에 괴생명체를 풀어 놓는다. 공권력이 집중 되어 있는 사이 명분을 얻고,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려 했겠지. 하지만 내가 여기서 부르는 천외천의 고수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웅크릴 테고. 똑똑하다고 해야 하나?”

“그들은 언제나 철저한 자들이었습니다.”

“뭐 상관없어. 개기지만 않으면 되는데 그 인간들이 날 또 사냥개 취급했다는 것이 문제이지.”

“….”

창현이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한 이후에 그 죄를 묻도록 하지. 동이문은 성지의 정문으로 오면서 정리할 것들은 확실히 정리하고 와. 늘 옆에 안 붙어 있어도 되니까.”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주군.”

자동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창현이 경공을 사용하는 것보단 훨씬 느렸지만, 창현은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기억 속에서는 멋진 차에 대한 동경이나 소유욕도 남아 있었다. 지난 번 피콜로가 사준 옷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오래 전 그 시절보다 더욱 편안하면서도 멋진 느낌이었다.

영혼의 동화가 좀 더 많이 이뤄진 것 같았다.

창현은 나중에 본래의 영혼과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강한 힘을 갖추었으면 그 역시 육체에 대한 욕심이 생겨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식 깊은 곳에서 있을 뿐, 그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지 않았다. 딱 한 번 수희를 적대하려 했을 때에만 의지력을 발휘 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영혼은 분명 희미해질 것이다.

그리고 완전한 동화가 이뤄질 것이다.

딱히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겠지만, 창현은 스스로가 현대 문명에 적응을 하는 것과 그 것에 대한 소유욕이나, 성격 등의 변화가 조금씩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나지.”

“네?”

“아니야. 얼마나 걸리지?”

“한 세 시간 정도는 더 가야 할 것 같아요.”

“일단 운수대통 집으로 가지. 그리고 무황.”

“네.”

“돌아가면 동이문 이전 문제와 경복궁 문제 역시 잘 처리 해 놔.”

“아무래도 전문가들을 전부 불러 모아야하겠군요.”

창현은 경복궁을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생각이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궁들 모두를 정말로 자신이 사용할 생각이다. 넓은 뜰은 제자들의 기합 소리로 가득 찰 것이고, 그들은 역사의 뿌리라는 것을 증명하면서 창현에게 무공을 사사 받을 것이다.

그 속에는 동이문의 제자 역시 있을 것이다.

“생활을 하시려면 훼손이 불가피 할 수도 있습니다.”

창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알고 있듯 모든 사물에는 영력이 깃들어 있다. 그 곳은 성지이니까. 그리고 내가 그 것들을 되살릴 거야. 네가 전문가라 부르는 그들은 그 것을 다듬기만 하면 돼.”

“아!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창현은 경복궁을 집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그 곳에서 보는 것으로 하고 먹고 자는 것은 현대식 건물을 따로 높게 올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경복궁 밖에 있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인수해서 사용할 생각이었다.

경복궁을 바라보는 형식으로 아예 새로 짓거나.

그 정도 자금은 충분히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마나석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 할 수 없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빠르게 처리 하도록 해.”

무황은 일단 돌아가서 인간문화재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교수들까지 모두 불러 모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쯤, 대길의 집 앞에 차가 멈춰 섰다.

“오늘 하루는 쉬고 내일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그리고 수연.”

“네, 주인님.”

“확실히 파동이 너무 심하군.”

아마 부근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기운에 몸을 떨 것이다. 마나석에서 나오는 파동은 그만큼 강력했다.

창현이 가볍게 주문을 외웠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붉은 막이 마나석에 덧씌워졌다. 창현은 자신의 손을 살짝 찢은 후 피를 묻혀 덧씌워진 혈마지기에 가져다 대자 그것은 곧 상자 형태로 변하고 있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운전석의 남자가 살짝 얼굴을 굳혔다.

“수고하셨어요.”

“…네.”

수연이 상자를 들고 조심히 내렸고, 창현과 무황이 이어서 내렸다.

“저는 일단 동이문으로 돌아가 말씀하신 일을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주군.”

“그래.”

무황이 그 자리에서 피슉 하고 사라졌다.

창현과 수연이 집으로 돌아가자 모두가 그들을 반겼다.

“오빠!”

“학교는?”

“다녀왔어.”

창현만큼이나 유명한 수희였다. 하긴,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한국 랭킹 1위인 창현 그리고 유일한 천외천 고수라는 호칭을 달고 있는 그의 동생이니 어쩌면 당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수희와 피콜로, 오소리, 윤미가 보고 있던 TV에서 포항에서 보았던 대통령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 분의 자비로 좀 더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윤미가 입을 가리고 호호, 웃었다.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는 몰라도 주인님이 너그러우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명분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어요.”

그녀의 말은 간단했다.

창현이 나라를 위해 마나석과 사체를 나라에 기부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아직 결정 된 것은 아니지만 창현의 그동안 행보만 보아도 애국심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열심히 포장을 하고 있었다.

마치 내놔, 보다 줄거지? 라고 협박을 하는 불량배처럼.

“재밌군.”

창현은 옅게 웃었다. 자신이 일반인들의 여론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었고, 처세술이 뛰어나 보이던 그녀는 그 것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윤미.”

“네, 주인님.”

“마나석과 사체를 가공해줄 인물들을 찾아. 그리고 사체 역시 이 나라의 기술과 인력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알아 봐.”

호의가 계속 되면 당연한 것인 줄 안다.

그런데…한국 정부 인원들은 창현이 호의를 보여준 적이 없음에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꼭 무력으로 후두러 패야만 강한 것이 아니지.”

창현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야밤에 라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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