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8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아우! 진짜 이렇게 냄새나는 곳에서 왜 돌아다니는 거야?”
칼슨은 젊은 용병 중 한 명이었다.
멋들어진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잔뜩 얼굴을 찌푸렸지만, 지나가는 여자들은 꼭 한 번 칼슨을 되돌아보면서 가고 있었다.
휘날리는 붉은 머릿결, 깨끗하면서 새하얀 피부, 약간 붉은 입술, 멋들어지게 깎여진 턱 선, 신비롭게 빛나고 있는 에메랄드 색 눈동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작은 얼굴은 물론 떡 벌어진 어깨와 더불어 길게 이어지는 기럭지까지.
서양 남자에 대한 환상을 충족 시켜 주기에 충분했고, 오히려 그림이라도 한 폭 그려 놓은 듯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그의 겉모습은 비단 한국의 여자들만이 아니라 같은 서양 여자들도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 젊은 여성에게 칼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여자 역시 제법 외모에 자신이 있었던 모양인지 풍만한 가슴을 내밀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병신년아 마늘 냄새 나니까 그 주둥이 좀 치워주겠어?”
“…아, 안녕하세요.”
아쉽게도 여자가 아는 단어는 헬로우 하나 뿐이었다.
“야, 장난치지말고 빨리 와.”
“그러니까 이 냄새나는 곳을 언제까지 돌아야 하냐고!”
미국 정부로부터 경고를 들었다. 이광길은 미국 정부와의 힘싸움에서 승리 할 수 있었다. 명분이 너무나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칼슨 용병대에게 의뢰를 했고, 의뢰 도중 용병대원이 사망을 했다고 의뢰인을 추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본적인 정보는 이광길이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제공을 했으니 따지고 들어가면 그는 용병 조약에 따라 아무런 책임이 없었다.
오히려 이광길의 위치를 생각 했을 때 자국민과의 분쟁을 칼슨 용병대에게 일임한 것, 그가 초절정 고수라는 사실을 감안 했을 때는 거의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이광길이 의뢰를 했다고 하지만 이미 그 의뢰는 실패를 했으니 창현을 지켜줘도 모자랄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탐욕은 강했고, 잘만 이용하면 그를 자국민으로 섭외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칼슨 용병대에게 제안을 했지만 씨도 먹히지 않았다.
미쳐버린 여자 마법사가 칼슨의 친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억조작 마법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개, 몬스터, 요괴는 물론 갖가지 흉물스러운 모든 것들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믿고 있는 칼슨의 여동생은 미쳐 버리는 것이 당연했다. 스스로를 고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녀는 분명 천재였지만 그 것은 마법 쪽으로 발달한 두뇌이지 그 이외 것들은 오히려 독선적이며 편협한 성격이었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에 두뇌는 결국 정신을 놓는 것을 선택했다.
기억조작 마법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
좀 더 높은 서클의 마법사가 되돌리는 것은 당연히 가능한 것이었지만 이미 그 마법사가 마법을 걸 때 윤미와 창현이 그 마나를 완전히 칼슨의 여동생에게 각인 시켜 버렸고, 둘 중 한 명은 현경을 바라보는 경지, 그리고 한 명은 이 세상 무인과는 다른 완연한 현경의 경지였으니 설령 대마법사라 하더라도 그 마법을 풀 수 없었다.
미국에는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은 초인, 유일 무일한 8서클 익스퍼트 마법사가 한 명 있기는 했지만 그가 칼슨의 여동생을 위해 몸을 봉사를 행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어디서….”
“닥쳐!”
닥쳐라는 말 정도는 알 수 있었기에 칼슨을 보며 얼굴을 붉히던 여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욕지거리라도 할 수 있었지만 칼슨이 차고 있는 검을 보아서 그의 신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고, 그제야 어제 보았던 뉴스를 떠올렸다.
칼슨 용병대의 입국 소식은 대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저기다!”
“아, 진짜 줄리아 그만 돌아가자고!”
카메라를 들고 쫓아오고 있는 수십명의 남자를 보면서 칼슨은 한국에 대한 인상을 더욱더 나쁘게 가질 수밖에 없었다.
“칼슨 용병대가 맞으십니까?”
유창한 영어였다.
“꺼져.”
“….”
“꺼지라고 마늘 냄새나니까. 가뜩이나 미개한 것들이 잔뜩 모여 있어서 냄새 나 죽겠는데 다 죽고 싶어?”
기어이 칼슨이 검을 빼들었다.
1년 전 괴생명체 사냥에서 얻은 마나석으로 만든 최고급 롱소드였다. 햇빛에 반짝이는 롱소드는 칼슨의 긴 다리 길이만큼이나 길었고, 영롱한 보라색을 뿜어내고 있었다. 2서클 마법까지 방어 할 수 있는 주문은 마나석으로 만들었기에 미약하게나마 사용자의 마나까지 어느 정도 보정 해 주었다.
그래서 칼슨은 소드익스퍼트 경지임에도 불구하고 완연한 검기, 그들의 언어로는 오러소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두 남매가 워낙 강했기에 칼슨 용병대가 유명세를 떨치는 것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집안에서는 서자 출신이라 버림을 받았지만, 생색내기나마 매달 후원금 형식으로 돈도 보내주었다.
그 돈이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기에 칼슨의 여동생의 마법도구나, 칼슨의 여러 가지 장비들은 모두 그 돈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버려진 서자에게 그 정도 투자를 하는 것과, 또 굉장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두 남매를 서자라는 이유로 버릴 만큼 그 집안이 대단한 것이 분명하겠지만, 지금은 그 집안이 문제가 아니었다.
칼슨은 방송국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거친 말을 이었다.
“어디서 개미 같은 것들이….”
“그만해 칼슨. 다가오고 있어.”
“뭐야?”
“녀석이 오고 있다고.”
여자는 말과 함께 가볍게 투명한 창을 띄웠다.
“오!”
인종차별은 물론 인간적인 모욕까지 들었지만 방송국 관계자들과 칼슨을 보며 얼굴을 붉혔던 여자, 그리고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탄성을 터뜨리고 있었다.
서울의 지도가 투명한 창 위에 떠 있고 빨간점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모습은 무척이나 신기했다.
네비게이션이 꼭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2초 후 도착했다.”
퓨슉-!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연의 손을 붙잡고 있는 창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들이 생각보다 많네.”
“가, 강창현이다!”
창현은 카메라라는 물건을 처음 보았다. 지식 속에는 존재하지만 본 것은 분명 처음이었다. 그래서 들이미는 카메라에 창현 역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생각이 있는 건가요?”
수연이 차갑게 말했다.
칼슨에 이어 같은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는 수연에게까지 핀잔을 듣게 생기자 여러 방송국 관계자들 중 가장 나서는 성격인 피디 한 명이 소리쳤다.
“인터뷰 한 번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입니까?”
“그럼 묻겠어요. 인터뷰 하다가 당신이 죽어도 상관없나요?”
“….”
“알고 있다 시피 이 용병대와 주인님과 나는 전투를 벌이러 왔어요. 눈 먼 칼에 죽어도 당신들 책임이라는 것은 알고 있나요?”
“아니 그게 무슨….”
“발표를 똥으로 들었나보군요. 요괴의 습격이나 괴생명체의 습격이 아닌 무인과 무인, 능력자와 능력자간의 혈투에서 요원들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일반인은 그 목숨을 잃어도 국가는 물론 무인들이나 능력자들에게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어요.”
거의 살인법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여러 가지 안전장치로 되어 있는 법안들이 있기는 하지만 수연은 굳이 그 것까지는 말 하지 않았다.
정말 답답했다.
이들은 아직도 현실감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수연은 거리 위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를 향해 가볍게 내공을 끌어올렸다.
퍼어엉-!
수연도 창현과의 관계를 거듭할수록 실력이 늘고 있는 중이었다. 일류 끝자락이었던 그녀는 이제 완연하게 강기를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그 실력이 늘었다. 곧 절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일류에만 들어도 강기를 다룰 수 있어야 하지만 이 곳 기준과 창현의 기준은 많이 다르니까.
“꺄아아아!”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혼잡하던 거리는 더욱 혼잡해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이 거리를 봉쇄 하도…!”
“그럴 필요 없어 애송이.”
창현이 말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국 무인 협회 인원들로 보이는 남자 수십 명이 모습을 드러내며 일반인들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세상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창현의 목소리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소리에 내공을 담았고, 심령을 그대로 뒤흔들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으 냄새! 네 놈이 내 여동생을 미치게 만든 계집의 상관인가? 저 여자가 노예라도 되나보지? 미개한 나라답게 아직도 노예 문화가 있을 줄이야.”
칼슨은 정말로 한국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듯 싶었다.
“저 노예는 내가 갖도록 하지. 그리고 내 여동생이 떠들고 다니는 말을 저 노예 계집에게 그대로 실현 시켜 줄게.”
수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창현은 칼슨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여전히 카메라를 툭툭 두드려 보고 있었다.
“이거 튼튼한가?”
“아, 아닙니다. 잘 부서집니다.”
마치 제 몸처럼요, 라는 말은 카메라 감독은 삼킬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이 그 TV라는 곳에서 나오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인가?”
“…그, 그렇습니다.”
괜히 나섰다고 개망신을 당하고 완전히 하얗게 질려버린 피디는 무엇인가 감이라도 온 모양인지 용기 있게 나섰다.
“지금 여기서 촬영되는 것은 언제 나가지?”
“아무래도 뉴스를 통해 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 나이 연령 제한을 없애려면 이 녀석들이 잔인하게 죽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창현은 이제 제법 현대에 익숙했고, 본래의 기억을 더 많이 흡수하고 있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할 부분은 하겠지만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아마 자막 정도로만 뉴스가 나갈 수 있습니다.”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있잖아 너.”
“네, 네!”
“그 식당이라는 곳에 가서 마늘 좀 사와 봐.”
“….”
창현은 말을 맺고 다시 칼슨을 바라보았다.
“애송아 너 공항에서부터 냄새난다고 하더라?”
“미친새끼.”
그의 언어를 창현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윤미는 많은 나라의 언어를 알고 있었고, 지식 전이 무공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본래 창현의 기억보다 오히려 윤미는 무인이기에 그녀가 알고 있는 지식 정도는 이미 몸을 섞었기에 좀 더 흡수하기가 쉬웠다.
일종의 전이 술법이었고, 굉장히 고급 술법이었지만 둘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창현은 말을 하지는 못했다.
알고 있는 것과 내뱉는 것은 차이가 있다.
뭐 그 차이는 생략하도록 하고.
“구하러 갔나?”
“아, 네네!”
“잘 찍어라. 홍보 영상에 추가 해야 하니까.”
생각보다 문파 홍보에 공을 기울이고 있는 창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창현의 몸에서 투명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
“!!!”
거의 백여 명에 가까운 칼슨 용병대는 함께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칼슨과는 다르게 부용병대장은 한국의 서울을 구경하고 싶어 했고, 매일 같이 툴툴 대지만 남몰래 그녀를 흠모하고 있던 칼슨은 그녀를 위해 걷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것은 칼슨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실수였다.
“마, 말도 안돼….”
칼슨이 흠모하면서 칼슨 용병대의 실질적인 머리라 할 수 있는 여자 마법사, 투명한 네비게이션 창을 띄웠던 그녀는 주위로 쳐져 있는 투명한 막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일반인들은 힘에 의해 투명한 막 밖으로 밀려 났다.
“잘 찍히지?”
“네네!”
그 것이 걱정인 모양인지 창현은 다시 확인했다.
“마늘은?”
“지, 지금 오고 있습니다.”
창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수연 역시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애송아 재주 좀 부려 봐.”
“…하!”
어색하지만 윤미 덕분에 구사할 수 있는 영어를 칼슨은 충분히 알아들었다. 이내 일반인들과 한국 무인 협회 사람들을 힐끔 바라보았다. 일반인들은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들고 있었다.
그런면에서는 칼슨보다 한국인들의 눈치는 참 귀신 같았다.
투명한 막이 일종의 보호막이라는 사실은 그들은 무인도 아니면서 알아챈 것이다.
긴 롱서드에 보라색 마나가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창현은 단 번에 그 검을 알아보았다.
“나도 꺼내야겠지.”
나와, 라는 말 한 마디에 칼슨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마나의 파동이 땅 속으로부터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쩌저적!
곧 땅이 갈라지고 도괴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킥! 키키킥! 키키ㅤㅋㅣㅋ킥! 주인! 주인! 워? 어 주인! 설마 저 더럽고 하찮은 것 따위와 날 부딪히려는 것은 아니라 믿겠다 킥킥! 키키킥!”
도괴는 정확하게 칼슨의 롱소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칼슨은 조금 놀랐다. 요괴를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괴생명체 역시 신기한 것이 많았기에 금방 안색을 수습할 수 있었다.
“꽤 괜찮아 보이는 검인데?”
“헐! 주인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저렇게 더럽고 하찮은 것은 검이라 부를 수도 없다. 자아조차 없는 검이 무슨 검인가?”
“마치 도로 태어나서 수행을 하고 잇는 척 하지 마. 너도 도에 붙어 있는 것뿐이잖아.”
“헐! 주인 난 이미 이 도와 한 몸이 되었다. 이 도는 자아가 있었지만….”
웃지 않고 이어지는 도괴의 말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
“닥쳐 한 마디만 더하면 피콜로 똥구멍에 박아 버릴테니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쓸데 없는 말 더 하면 저 녀석에게 널 사용해서 마늘까라고 시킬거야.”
“….”
도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 그럼 우리 홍보 영상의 주인공 애송이 시작 해 볼까?”
“…미친…새끼.”
아까처럼 칼슨은 강하게 나가지 못했다. 마나의 파동 그리고 투명한 막…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여주마. 미개한 네 동포라는 것들이 보는 앞에서.”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
============================ 작품 후기 ============================
짧게 자를 생각이었는데 쓰고 나니 기네요.
두 편에 코멘트와 추천을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승부의 신 5권 작업이 끝이나면 이벤트는 날 잡아서 제대로 한 번..
제 글 계속 읽으신 독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비축분 쌓아놓고 연재하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실시간 연참 배틀?? 이라 할 수 있겠네요.
여유가 생기면 한 번 할 거구요 마감이 다음 주이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 합니다.
그럼 주말 재미있고 힘차게 보내세요!
코멘트는 많이 달리면 많이 달릴 수록 기분은 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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