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4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그리고…그들이 독단적으로 나섰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도환의 말은 무거웠지만, 날카로웠다.
똑똑-!
이광길의 표정이 일그러지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들렸고, 곧바로 회의장에 요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야?”
“각하께서…급히 부르십니다.”
“….”
이광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올 것이 왔군.’
아마 미국 측에서 상당한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용병 소속이기는 하지만 자국민 마법사들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갈가리 찢어져 죽어버렸다. 특히 붉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던 릴리라는 여자는 5클래스 마법사였고, 전투형에서는 특히 특화가 되어 있어서 본래 등급보다 1클래스 높은 등급을 받은 여자였다.
이제 20살이 갓 넘은 것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인재라 할 수 있었다.
서양과 동양은 그 능력의 발화가 달랐다.
서양의 검사 계열 능력자들은 동양의 무인들처럼 하단전에 내공을 축척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본디 동양인보다 근육 발달이 조금 더 선천적으로 뛰어난 편이었고, 그들 지역에 나타나던 몬스터라 불리는 괴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그 힘이 더욱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 검사들은 그 힘을 온 몸으로 흡수하기 시작했고, 검을 휘두르는 그 과정 자체에서 마나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언뜻 그 것은 동양에 널리 퍼진 운기조식과 비교 했을 때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검술을 발전시키고 마나홀이라고 그들이 정의한 가슴 아랫 부분을 중심으로 축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동양의 무인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았다.
반명 동양에는 주술사라 불리는 존재들이 꾸준히 천대를 받아왔다.
술법은 창현 시절 절정을 이뤘다.
당연했다. 창현이 그 간단한 술벌 하나라도 고수들을 손가락 하나로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거나 문파 하나를 그냥 박살낸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창현이 죽고, 배교가 망해가는 과정에서 자연히 술법은 천대 받기 시작했다.
그런 동양과는 다르게 서양의 마법사들은 심장 밑에 자신들의 마나 고리를 이용함으로써 한층 강해질 수 있었다. 근접전에 약하다는 것은 소설 속 상식이었지, 서양 마법사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상식이었다.
그들의 심장 밑에 있는 그 마나고리라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창현이 동양의 무인들을 하나 밖에 모른다고 비웃었지만, 적어도 마법사에게는 흥미를 나타냈다. 그들은 선천지기 즉 영력으로 고리를 만들어내고 그 고리를 회전시켜 일반적으로 알려진 마나(동양은 내공)를 뿜어내며 마법이라는 것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이 것 역시 효율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전혀 달랐다.
그 근원이 정순했기에 당연히 뿜어져 나오는 힘이 기존 무인들이나 검사들보다 훨씬 강력했다.
5클래스, 릴리처럼 6클래스 전투형 마법사라함은 그녀의 마법의 위력이 검기 이상은 된다는 소리였고 검기는 일류 끝자락에 이른 무인이 간신히 그 형태만을 보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더구나 마법사는 그 특성상 광범위 지역에 마법을 펼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으며 가벼운 실드 마법만 가볍게 치더라도 릴리 수준의 마법사가 펼치는 것이면 수연 정도의 경지의 무인은 흠집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따라서 전투형 마법사들은 동일 경지에 있는 무인들보다 대규모 전투이든 일 대 일 전투이든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법사들이 오로지 방어마법만을 익히고 그 것만 특화 시킨다면 그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식, 재래식 그 어떤 무기로도 해를 입힐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셀린이 그 큰 사고를 예측 했을 때 곧바로 방어 마법사들을 포함해서 요원들을 파견한 것이다.
무인들과는 다르게 그녀들은 광범위하게 일반인들을 지켜줄 수 있으니까.
어쨌든 그런 마법사들 중 꽤 실력자라 할 수 있는 릴리는 물론 여러명의 검사, 그리고 여러명의 마법사가 한 꺼번에 죽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 것도 한국에서.
대통령이 똥줄이 타는 것은 이광길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머저리!’
생각은 짧게, 대답은 빠르게 나왔다.
“좋아. 지금 가지. 회의는 이어서 하도록 하지. 그리고 그 영상기록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똑똑한 녀석이군. 언론을 더욱 부추기도록 해. 영웅이 되고 싶다면 만들어주도록 하지.”
도환은 이광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창현의 미소를 떠올렸다. 자신조차 짐작할 수 있는데…창현이 모를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광길은 또다시 창현을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번 책임을 창현에게 완전히 떠 넘길 심산인 것 같았다.
외뢰와 명령은 그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느 곳에서도 소속되지 않은 야인이라는 것을 강조해라. 이제 막 문파를 창건한다고? 고실장에게도 말 해 놔. 허가 내주는 것을 최대한 끌라고.”
회의실에 있는 여러명의 요원들이 깊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광길은 차갑게 돌아서며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실장님….”
“빌어먹을!”
도환은 차라리 말 하지 않았던 것이 나았다고 생각했다. 영상기록도 그 부근에서 절묘하게 이광길이 끊어 버렸다.
‘직접 찾아간다고 해.’
창현의 말이 다시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제 멋대로 경지를 나누지 말라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는…어쩌면 초절정이지만 한, 두수 아니 그 이상 이광길보다 위일지 몰랐다. 그가 초절정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무황에 반 수 이상 밀리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원한이 깊은 무황에게 곧바로 찾아가지 않았을리 없으니까.
“뭐 어쩌겠나. 시키는대로 해야지.”
도환은 생각했다.
자신은 창현을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결과는 아무래도 독재권력에 맛을 들인 이광길의 처단으로 끝이 날 것 같다는 예감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어머 말꼬리 잡는 것 좀 봐? 어린 게 싸가지가 무척 없네?”
“…이보세요.”
수연은 눈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윤미가 그런 그녀의 큰 가슴을 손가락으로 툭툭 찌르며 말을 이었다.
“주인님 앞이라고 네가 아양 떨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아?”
대길은 슬쩍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윤미를 향해 말했다.
“큰누님…아직 아이가 어려서.”
언뜻 윤미를 말리는 것 같았지만 아주 적절하게 윤미의 편에 서고 있는 것이었다. 수연의 나이를 들먹이면서 너그러운 윤미가 참아달라는 그런 뜻이었다.
수연 역시 한 조직의 실장까지 맡았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조직의 후계자 수업을 받은 사람이었고. 그런 사회적 물타기를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그래도 먼저 만났다고 제법 섭섭한…
“아저씨, 지금 이 여자 쪽에 서는 거예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치기 어린 말이었다.
“같은 식구인데 내 편, 네 편이 어디 있니.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야지. 그리고 큰누님은 경험도 많으시고…무엇보다 강하시잖아.”
“하! 그럼 아저씨는 주인님보다 강한 사람 있으면 쪼르르 따라 갈 거예요?”
“수연아.”
대길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사건의 발단은 너무나 간단했다.
창현이 윤미를 소개 시켜주는 과정에서 아주 사소한 여자들의 문제가 터진 것이다. 지현이야 별다른 말 없었지만, 내심 창현이 앞으로 여자를 많이 거느리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던 수연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위계질서는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도무지 현대 20세 여성의 사고방식이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었지만, 창현이 너무나 강했고, 또 이미 거의 세뇌에 가까운 맹목적인 충성 중이었기에 창현이 하는 일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고 있는 수연이었다.
그가 여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고, 순서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아니 나이 많이 먹은 게 자랑도 아니고! 더구나 인간도 아니고 요괴잖아요!”
윤미는 여전히 여유롭게 웃었다.
“그게 뭐 어때서? 그리고 새파랗게 비린내 나는 것보다 주인님은 완숙함을 더 좋아하셔. 보아하니 봉사하는 방법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은데.”
심드렁하게 누워 있던 창현이 끼어들었다.
“운수대통, 오소리랑 같이 수희 이사하는 것 좀 도와줘. 근데 너희 집 좋기 좋다!”
대길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형님!”
그러면서도 윤미에게 살짝 윙크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50대! 그리고 한 지역구의 조폭 두목! 전설을 만들었던 남자!!!
…
는 거기에 없었다.
그저 외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남자만이 손을 흔들며 집 밖으로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 저 아저씨가 진짜!”
“나보다 오랜 산 대모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대모도 알다시피 이 쪽 나라 남자 여자관계는 좀 특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매우 엄청나게 잘생긴 미남자였지만, 윤미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피콜로의 말이었다.
“따지고 보면 주인이 취한 여자 중 가장 늦게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 않나. 예전에 보았듯 이 곳 남자들이 제법 그런 부분에선 똑똑했지. 조강지처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 했으니까. 많은 계집들을 다루는 비법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리고 그건 탁월한 방법이었어. 아무리 조강지처가 못났어도 서방이 우대를 해주니 자연히 대감 집에서 온 첩이라 할지라도 존중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거든.”
윤미가 싱긋 웃었다.
“피콜로?”
“…응, 내가 피콜로다.”
“한 번만 더 주둥아리 놀리면 오소리 똥구멍에다 박아 버린다?”
“….”
창현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그저 웃고만 있었다. 사실 자신이 나서서 정리해야 할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고 한 번은 윤미와 수연이 부딪힐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꼬마야, 너는 말만 주인님이라 그러지 표정부터 말투, 태도 그 어느 것 하나 예의가 있는 것이 없지. 그걸 여기 말로 싸가지가 없다고 표현을 하는 거고, 난 그 것을 지적했을 뿐이야. 주인님이 귀여워 해주니까 박박 기어오르는 건 내가 못 보겠거든.”
“그니까 아줌마가 뭔데!”
아무리 이성적이었던 수연이라 하지만 그녀 역시 이제 20살이었다.
지현이야 무인이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여자였고, 이미 그녀 역시 대길처럼 한 발을 걸쳐 놓은 상태였다.
윤미에게.
그리고 피콜로가 다시 나섰다.
“…아무 말 안하려 했다. 난 그녀 이 여자 뒤에 앉아 있으려고.”
수연은 팔짱을 꼈다. 피콜로가 자신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대길이 아저씨 말이 백 번 옳다 쳐도, 그래도 순서가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 거예요!”
“그 빈약한 몸뚱아리로 주인님을 얼마나 만족 시켜 드렸기에 그런 말을 내뱉는지 모르겠네 호호호!”
수연은 한국인에 비해서 거유라 할 수 있다.
평균 수치를 훨씬 상회하니까.
그렇지만 윤미는 거유라는 그 말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몸매였다.
약간 징그럽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수 없었다. 잘록한 허리 라인과 긴 치마였지만 한 쪽 부분이 파여 있었기에 볼 수 있는 매끈한 허벅지와 종아리로 이어지는 각선미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환상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창현조차 처음에는 그녀의 몸매에 감탄을 했었다.
수연이나 지현 역시 상당한 몸매를 자랑하기는 했지만, 윤미는 그녀들에게 없는 특색이라는 것이 있었고, 지현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자신의 색기를 이용할 줄도 알았다.
여자로써의 성숙함과 풍만함이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수연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문파를 창립하면 가장 많이 부딪힐 여자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고, 창현이 그녀를 소개하면서 자신과 지현을 바라보며 일렁이던 한줄기 애욕을 느꼈기에 입술을 질끈 깨물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녀의 몸에 완벽히 빠져 있는 것이다.
비단 창현이 몸만이 좋다고 빠진 것이 아니라 그녀의 강함,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남자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총애하고 있었다.
나름 창현을 따르는 무리 중 참모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실력이 대길 못지않았기에 나서는 것을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는 그의 성격에 따라 그들을 이끌고 있는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수연에게 확실히 윤미의 등장은 껄끄러운 것이었다.
“이이이이!”
붉은 머리 여자 릴리였다면 천박하다 했다가 또 윤미에게 발렸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수연은 윤미의 말에 진심으로 발끈하며 질투까지하고 있었다.
“나도 잘해 아줌마! 비린내는 무슨! 싱싱함이라는 단어는 안 배웠어?”
창현은…일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 때 지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피콜로 넌 돌아가 있고, 가면서 이층 입구에 결계 하나 쳐 놔. 행여나 대길이 오빠나 수희 이사하면서 이 곳 소리 안 새어 나가게. 대길이 오빠는 눈치가 있으니까 안올라올거야.”
“아니 인간 계집 따위가….”
지현은 눈을 부라렸다.
“…지금 치려 했다.”
언덕의 주인도 그 곳에 없었다.
그냥 심부름꾼 인간형요괴 하나가 거기 있었다.
곧 피콜로가 사라지자 지현이 살짝 모두를 향해 윙크했다.
“호호홋 넌 눈치가 있네? 그래 곧바로 확인 해 보면 되지. 주인님 죄송합니다. 제 멋대로 해서.”
“아냐.”
창현은 옅게 웃었다.
편안하게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앉아 다리를 벌렸다.
옆에 있던 지현이 바지를 끌어 내리고 있었고, 곧 세 여자가 동시에…
꿀꺽!
침을 삼키고 있었다.
“나부터야 비린내 나는 꼬마야.”
“이 아줌마가 자꾸 순서를….”
지현이 곧바로 창현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그럼 내가 제일 먼저네? 내가 제일 먼저 침 발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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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 하는 우리 아저씨
심부름 하는 나메이크성인
원래 한국은 먼저 침 발라놓으면 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