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1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호홋”
“컥!”
윤미는 남자의 목을 가볍게 꺾었다.
우드득!
“이, 이런 미친!”
설마, 죽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남자의 동료들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잘 훈련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그들은 곧 윤미를 빙글 둘러쌓다. 한국 정부의 현장 요원들이었고, 외국인들도 여럿 보였다.
모두 함께 팀을 짜서 태극문파와 창현이 부딪히는 것을 지켜 보러 온 모양이었다.
“우리는 정부 요원….”
“인간이 아니에요.”
붉은 머리를 찰랑거리는 여자의 끼어듬에 남자는 흠칫 얼굴을 굳혔다.
인간형 요괴나 귀라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었다. 창현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아서는 그의 동료였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가 살해를 일으킨다면 법적인 책임으로 창현을 옭아 맬 수가 없는 것이다.
도의적인 책임이야 당연히 물어야겠지만, 창현이 여자를 빼돌리고 통제가 되지 않던 요괴라고 우기면 할 말이 딱히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목이 돌아 간 부하의 시체를 보면서 남자는 신음성을 삼켰다.
“…강창현을 따르는 모양인데 그냥 돌아가라. 책임은 묻지 않지.”
사실 부하를 죽일 때 움직임조차 보지 못했기에 남자는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었다. 셀린이 기의 파동을 느끼고(창현이 의도적으로 파동을 흘린 것이지만) 큰 전투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넘겼다.
그리고 정보를 파악한 결과 창현과 태극문파간의 전투였고, 개인과 문파의 갈등이기에 정부는 끼어들지 않으려 했지만 위에서 직접적인 명령이 내려왔다.
현장을 파악하라는 지시와 더불어 남자는 알지 못하게 외국 용병들에게 틈을 타 창현을 정리하라는…이광길의 직접적인 지시였다.
“저 여자정도는 정리해야합니다.”
붉은 머리의 여자가 끼어들자 남자는 다시 얼굴을 굳히며 대답했다.
“함부로 나서지 마라.”
남자의 말에 여자가 조소를 흘렸다.
“당신이나 끼어들지 마세요. 지금부터 통제는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자는 말과 함께 가볍게 손을 들었다. 마치 컴퓨터 모니터에 인터넷 창이 뜨는 것처럼 투명한 창이 남자와 윤미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광길 회장의 명령서입니다. 이런 상황이 오질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오고 마는 군요.”
말과는 다르게 여전히 비릿한 비웃음을 물고 있는 여자는 천천히 시선을 윤미에게 돌렸다.
“이름 이윤미 인간형 2급 요괴. 남자의 정기를 흡수하며 귀력을 쌓는 범죄 요괴. 귀력 100년 이상으로 추정.”
“….”
남자는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이곳에 투입된 인원은 총 30명. 그 중 여자와 함께 온 무리는 열 명 가량이었다. 명령서에는 분명 이광길의 친필 싸인이 있었다. 메모라이즈 마법이었고, 조작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남자의 정기를 빨아들여서 2급까지 오르고 귀력 역시 100년이라면…걸레라는 말이네.”
여자가 혀를 찼고, 그녀의 동료들처럼 보이는 남자들 역시 피식 웃고 있었다. 남자의 부하들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정부 요원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호홋.”
윤미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걸레?”
“그래 걸레년아. 아랫도리로 귀력을 빨아들이는 건 정말 최악이야. 수치스럽지도 않나. 허약한 남자들이 헉헉 거리며 아랫도리를 찌르게 하는 것도 모자라 그 약하디 약한 마나를 빨아들이면서 귀력을 쌓는 꼴이라니. 그 짓을 얼마나 했으면 100년 이상 추정이야?”
“그래도 몸뚱이는 꽤 좋네. 가슴도 동양인들과는 다르게 크고.”
“왜 따먹고 싶어?”
“냄새나는 인간들한테 저기 감시나 맡기고 우리는 재미나 좀 보지. 어차피 내단은 네가 취할 것이니 우리도 어느 정도 보상은 있어야지. 이 변방까지 날아왔는데.”
외국 남자들의 대표인 듯한 갈색 구레나룻이 긴 남자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해. 근데 난 더러워서 나서기도 싫은데?”
“저깟 계집 하나 잡는데 네가 나설 필요는 없어.”
“…지금 뭘 하는 겁니까?”
여자는 한국 정부요원 대표…도환의 말에 짜증스럽다는 듯 말했다.
“이광길 회장은 당신에게 그저 감시를 맡겼을 뿐이에요. 그 이외 변수, 즉 전력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벌어진다면 저에게 통제권을 위임했습니다. 당신들처럼 무능한 인간에게 요원을 잃을 수는 없는 까닭이니까요.”
“….”
여자는 말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뜻이었다. 공원 근처에 있는 아파트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 곳이면 창현의 움직임과 동료들과 윤미의 전투 역시 한 번에 지켜보기 편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럼 알아서 잘 들 해. 그리고 한국 요원들…보호는 해 드려.”
“아 왜?”
귀찮다는 듯 손을 젓는 남자에게 여자는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피식 웃었다.
“그 것도 계약 조건 중 하나야.”
눈살을 찌푸리는 남자를 보며 서양인 용병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그대로 몸을 띄우려는 여자에게 윤미가 가볍게 손을 뻗었다.
“…?”
자신의 몸이 그대로 끌어당겨진다는 사실에 놀라기는커녕 도리어 너무 어이가 없어 눈을 크게 뜨던 여자가 곧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끼고 신음을 흘렸다.
“컥-!”
윤미는 가볍게 여자의 몸을 틀어쥐었다.
“재밌는 꼬마 아이야.”
윤미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번졌다.
“마법사를 먹는 건 오랜만인데…주인님의 명령은 없었지만 탓하시지는 않겠지.”
“커억! 컥컥!”
마법을 외우려 했지만 여자는 마나의 흐름이 완전히 막혀 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랫도리로 먹어줄게 아가야.”
윤미의 눈에 진한 살기가 번득이고 있었다.
****
일반인들에게는 윤미가 있는 곳과 창현이 있는 곳은 한참이나 걸리는 거리였다.
그럼에도 창현은 윤미가 있는 곳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또 어떤 소란이 있었은지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붉은 머리의 외국인이 했던 말도 전부 들을 수 있었다. 단지, 그들끼리 하던 말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언어가 아니었기에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윤미는 알아들었지만.
창현은 그녀에 대한 걱정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녀 혼자라도 여기 있는 모든 인원을 정리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초절정의 길을 앞에 둔 절정고수인 윤미였고, 이곳 무인들과는 다르게 자신으로 인해 무공에 대한 원론을 다시 재정립한 상태였다.
몇 번의 관계를 통해 영력 역시 정제 시킬 수 있었고, 초절정의 벽을 뚫기 전 창현보다 더욱 강해진 상태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를 애초에 마법사와 몇 명의 무인들 그리고 한국의 정부 요원들이 잡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창현은 대길을 위해 상황을 빨리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
“피, 피해!”
눈에 보이지 않는 빠르기라는 사실에 태극문파 무인들은 흩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도괴에서 뿜어져 나오는 도기는 사방으로 비산하고 있었다.
펑-! 퍼엉-! 콰앙-!
움푹움푹 꺼지고 있는 땅 앞에는 태극문파 무인들이 발걸음을 멈춰서고 있었다.
20명이 넘는 인원들이 한 꺼번에 흩어지는 것보다 그 앞자리에 도기를 날렸던 창현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던 탓이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놈을 향해 창현이 몸을 날렸다.
“컥-!”
창현은 도괴로 찌르는 것이 아니라 손잡이 부분으로 가볍게 툭 쳤다. 하지만 남자는 다시 피를 토해냈다.
“커억!”
그대로 한 명이 쓰러지고 창현이 다시 사라졌다.
다 섯명이 넘게 쓰러질 동안 그 어떠한 움직임도 태극문파 무인들은 할 수 없었다. 아예 창현의 움직임을 잡을수 조차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종욱은 지금 창현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아무리 이명우를 따르는 무인들이라 하지만…그리고 그들 모두를 여기서 창현에게 죽게 만들 생각이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그, 그만! 그만하십시오!!”
하지만 창현은 멈추지 않았다.
“커억-! 컥!”
비명은 연속해서 들리고 있었고, 이명우의 제자들은 얼굴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완전히 질려 버린 탓이었다. 그들 역시 지금 창현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있었다.
“이, 이, 이 악독한…!”
“커어억!”
마지막 남은 제자까지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은 계속해서 피를 토하고 있었고, 그렇게 곧 정신을 잃어갔다.
“무공을 전부 폐하셨군요.”
대길의 무심한 말에 어느새 옆으로 다가 온 창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살인은 내키지 않아서.”
훨씬 더 잔혹한 일을 벌여 놓고 씨익 웃고 있는 창현을 보면서 종욱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장 비참하게 죽인다는 그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머릿속을 때리고 있었다. 무공을 잃은 무인들…단전이 완전히 부서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더 기가막힌 것은 어떠한 외상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저 가볍게 툭 친 움직임이었지만 몸 속만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종욱은 황급히 옆에 있는 제자의 하단전에 손을 얹었다.
“…말도 안 돼.”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일반인으로야 살아갈 수 있다. 이 정도 단전이 망가졌다 해서 죽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코 내공을 담을 수 없었다. 완전히 깨어져 버린 그릇에 물을 담는다고 물이 차오르는 것이 아닌 것처럼.
평범하고 건강한 남자보다 더욱 약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이미 무공을 익히고 있던 그들에게 이 사실은 엄청난 허탈함으로 다가갈 것이 분명했다.
“그 것만이 아니야 애송이. 그들은 가지고 있었던 무공의 초식도 펼칠 수 없을걸? 내가 얇은 심맥을 다 끊어 놨거든.”
종욱은 몸을 일으키며 주먹을 으스져라 쥐고 있었다.
“어째서…깨끗한 죽음을 주지 않는….”
“네가 그런 식으로 지껄이면 안 되지 애송이. 난 너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 썩어 빠진 문파를 정리할 기회. 근데 넌 날 이용하려 했어. 이 곳 대장이라는 이광길인가 뭔가 하는 인간처럼 날 그저 한 마리의 사냥개라고 생각했지. 네 문파 정리는 네가 해야지. 네 고결한 손에 더러운 피를 묻히기 싫다는 이유로 날 이용하려 하면 안 되지. 이건 그 대가이고.”
“….”
종욱은 할 말이 없었다. 극도의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 역시 자신의 판단 착오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괜스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형 사실입니까?”
“닥쳐라. 네놈들이 저 인간을 통해서 날 죽이려 했듯 나 역시 마찬가지였을 뿐이야. 그리고 네놈들은 일이 안되면 스스로 손을 쓰려 했겠지만 난 적어도 그러지는 않으려 했다. 어쨌든 모두 같은 사문을 두고 있는 사형제들이니까.”
“….”
이명우의 제자 역시 대답할 수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사숙.”
그리고 그의 귓가에 대길의 목소리가 꽂혔다.
“너….”
“저도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대길이 가볍게 주먹을 말아쥐고 있었다.
“내 무공은 여전히 철갑외면피공입니다.”
“….”
대길은 종욱에게도 시선을 주었다.
마치…방치한 너 역시 다를 바가 없다는 그런 시선이었다.
“당신들이 쓰레기처럼 던져 준 그 무공입니다.”
============================ 작품 후기 ============================
창현의 순위는 아직 업뎃되지 않았습니다.
산 하나를 무너뜨릴 정도로 강대한 기운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아직 그 벽을 뚫은 것이 창현이라고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셀린이 그 기운을 창현인 것을 모르는 이유는 추후 내용에 나 올 예정입니다.
물론 이 전투의 결과 역시 어떤 형식으로 알려질지는 앞으로의 내용에서 다뤄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