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9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주인님 왜 굳이 이런 멀리까지 오셨습니까?”
창현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기운을 폭발 시킬 예정이어서. 육신의 한계를 벗어나면서 터지는 기운은 제법 강력하니까.”
“환골탈태를 한 번 더 하실 건가요?”
“굳이 정의를 하자면 환골탈태라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화경으로 올라서면 서의 환골탈태와는 조금 달라. 그 때는 육신의 노폐물이 빠져 나가고 근골이 익힌 무공에 맞게 완벽하게 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면 현경으로 올라서는 과정은 육신의 한계를 모두 벗어나면서 선천지기의 정제가 한 번 더 이뤄지는 과정이다. 도가 계열의 말코도사들은 그 것만 이루면 등선을 한다고 게거품을 물었지만 또 그건 아니거든.”
“어떻게 다른가요?”
“하단전을 완전하게 채움과 동시에 마음의 밭으로 가는 중단전의 길을 열면 초절정에 이르는 길이 보이지. 그리고 그 중단전을 하단전처럼 사용할 수 있다면 그 때부터는 내공이라는 틀을 벗어나 자연의 힘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그래서 주인님이 지금의 무인들을 전부 반쪽짜리라 하시는 겁니까?”
“지금의 무인들은 예전과는 다르게 선천지기에 훨씬 일찍 눈을 떳으면서도 내공에 집착을 하더군. 선천지기를 다루기는 어려우니 자연의 기운을 흡수해 하단전이라는 그릇에 담는 것에만 열중을 하는 거야. 하지만 본디 인간은 현묘한 동물이고 신비로운 동물이다. 모든 자연과 우주의 기운을 몸속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요괴나 귀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그들 역시 선천지기라는 영력을 사용하지만 그 기운이 혼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거기서 나오는 거야. 너 역시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신의 축복을 받은 자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니까.”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 요괴나 귀들은 비틀린 존재들이다. 본래 정해진 역할이 아니라 어떠한 이유로 선천지기를 깨달음으로써 생겨나는 종족들이니까. 그리고 그 것이 승천에 대한 욕망이 대부분이고. 생존과 더불어서.”
윤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천천히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나다니는 자동차들보다 몇 배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절정의 끝자락에 오른 윤지 역시 지금의 창현에게 그다지 밀린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단지 보이는 경지에서는!
지금의 절정무인들 역시 창현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판단 자체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현경의 경지에 오르면 자연의 기운을 내공처럼 끌어다 쓸 수 있지. 그건 중단전을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야. 더 이상 하단전이라는 작은 그릇에 자연의 기운을 억지로 가둬 둘 필요가 없으니까. 마음의 밭이 열리면 그 마음의 밭은 비단 가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때부터 ‘공간’ 이라는 개념이 생기는 거지.”
“아!”
수연이나 대길에게는 꽤 어려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윤지는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비단 그녀의 경지가 그들보다 높아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무공에 대한 본질적인 것들은 몸소 느끼고 연구하고, 익혔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육신을 버리고 요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쓰면서 느꼈을 그녀의 여러 가지 감정들이나 상황들 역시 그녀가 더욱 무공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경험 또한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색공에 대한 조예는 없었지만.
“그 공간 속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기운은 무한하다.”
“엄청난 차이이군요.”
윤미는 창현이 새삼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대로 내려오는 구전보다 그는 더 엄청난 인간이었다. 신선이 되기 귀찮아 등선을 하지 않았다는 말은 그저 우스갯소리로 여겼는데 진실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이 정도의 경지로도 지금 현경이라 불리는 고수들에게 승패를 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은 여전히 마음의 밭으로 가는 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야. 몸속의 내공은 무한정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많지만 결국은 인간이 담고 있는 기운에 불과하니까. 공간을 지배하는 나에게는 소용없는 일이지.”
윤미는 한 가지 더 물었다.
“그럼 주인님은 마법사들에게는 훨씬 더 강력하실 것 같습니다.”
“마법사?”
자신의 시대에는 없었던 존재들이기에 창현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주술사들과 같은 존재인가?”
“아닙니다.”
“아 지난 번 그 방어막이라고 하는 무형의 기운을 그 넓은 공간에 감쌌던 존재들을 일컫는 건가?”
“네.”
방어막이 무엇인지 알기에 윤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만나보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모르겠군. 딱히 눈에 띄지도 않았고.”
“아마 전투형 마법사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하지만 전투형이라 하더라도…서양의 파티라 하더라도 주인님에게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에 완전히 초절정에 이르시면….”
창현은 옅게 웃었다. 재밌는 세상이다. 과학이라는 것은 극도로 발전 했지만 무인은 여전히 존재했고, 또 다른 형태의 능력자들이 있는 곳.
“좋군.”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온 높은 산의 모습에 창현은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윤미에게 인적이 아예 없는 곳으로 안내해달라고 했고, 그 곳은 태백산맥의 줄기 중 어느 이름 없는 산이었다.
졸졸졸-!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을 보면서 창현은 가볍게 발을 담갔다. 올라오는 것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이곳에 온 이후 삭막한 도심 속에서만 있다 대자연의 기운이 풍만한 곳에 오니 괜스레 충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준비한 것은?”
“아….”
윤미는 다소금 놀랐다. 가부좌를 틀고 극도의 집중을 할 줄 알았던 창현이 마치 물놀이라도 온 사람처럼 한가롭게 계곡물에 발을 담고 내단을 달라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분….’
윤미는 조심스럽게 준비한 내단을 내밀었다.
창현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산 밑으로 내려가 있어라. 이런 곳을….”
조금은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필요한 일이기에 창현은 이곳이 파괴되는 것에 미련을 갖지 않았다. 붉은 혈마지기가 온 몸 주위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을 보는 윤미의 눈에 경악 서렸다.
창현은 씨익 웃었다.
“아까 내 설명이 부족 했나봐. 자연의 기운을 끌어다 쓰는 것은 선천지기의 효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일종의 공명현상이니까. 너희 요괴나 귀들이 인간의 영력이 아니라 오랜 세월 수련을 하면서 자연의 기운만 모아 선천지기를 지속적으로 쌓는다면 지난 날의 이무기처럼 용으로 승천을 할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 길은 너무 어렵고 고되고 오래걸리지. 힘이 강해지기까지도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너희들은 시선을 돌렸고, 인간은 모든 동물 중 선천지기가 가장 정순하고 많은 동물이니 당연하다는 듯 노렸다. 사실은 그 것이 지속적으로 승천을 방해하고 있음을 모르고 말이야.”
혁명적인 말이었다.
정석인 줄 알았던 길이 아니라니.
“내려가 봐. 나중에 더 이야기 하도록 하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파장은 상당할 것이니까.”
“굳이 기운을 폭발 시키려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드러내려고.”
윤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곧 사라지는 윤미의 모습을 보면서 창현은 내단을 곧바로 꿀꺽 삼켰다.
이미 정화 시켜 놓은 순수한 내단이었고, 곧바로 반응하는 영력을 보면서 피식 미소를 지었다.
태백산맥 줄기에 있는 어느 이름 모를 산.
우거진 숲과 맑은 계속이 흐르는 곳.
하지만 너무나 험해 인적이 거의 닿지 않는 곳.
그 곳에서 전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르릉-!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 하늘을 가르는 원기둥이 치솟았고, 그것은 언제가 모두가 볼 수 있었던 붉은색 기둥이었다.
마치 소용돌이처럼 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해서 원기둥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 버렸다.
콰콰콰콰콰-!
진정한 현경으로 접어드는 경지.
모든 생명체 중 가장 정순하면서도 많은 양을 지닌 인간.
그런 인간이 드디어 자연과 동화되려는 모습이었다.
지금의 무인들에게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무공의 극치를 이룬 인간만이 신선이 되기 직전의 과정을 밟아가는 단계.
쾅쾅-!콰콰콰쾅-!
창현은 그 경지에 올라서면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선천지기, 혈마지기, 내단의 귀력, 그리고 대자연의 기운을 다루고 있었다.
크게 흔들리고 있는 산은 산사태와는 차원이 다르게 그대로 무너져 내려가고 있었다.
주위에 퍼지고 있는 극강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는 탓이었다.
하늘의 소용돌이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비단 한국의 하늘만이 아니라 주위 국가의 하늘에서도 그 빛기둥을 목격할 수 있을 정도였고, 일본이나 중국의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까지 모두 창현이 만들어내고 있는 빛기둥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콰앙-!
엄청난 먼지가 태백산맥 전체를 뒤흔들만큼 자욱해졌다.
그러면서도 순식간에 창현의 몸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원기둥처럼 그들 역시 가라앉는 것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아니었다.
창현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그의 주위에는 원의 형태로 끊임없이 이어진…평야가 보였다.
산 하나가 말 그대로 폭삭 주저앉은 것이다.
지형조차 변화 시켜버린 엄청난 힘!
“충만하군.”
창현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모두 가루가 되어버려 흙밖에 남아 있지 않은 주변에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슈슥--!
특별히 내공을 뿜어낸 것이 아니다. 그저 여전히 주위에 존재하고 있는 자연의 기운!
그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기운.
그 것을 움직인 것뿐이었다.
단지 중단전, 가슴에 있는 마음의 밭에 그 기운이 잠시 머물러 있다가 가는 것만이 절정의 경지 때와는 다른 점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붉은 혈마지기가 보호를 해 주었어도 기운을 전부 감당하지 못한 모양인지 윤지의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호신강기를 일으킬 수 있는 고수이기에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피해는 없나?”
“근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없고, 큰 기운에 해일이라도 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다행히 먼 바다에서 멈춘 것 같았습니다. 워낙 시간이 빨랐기에.”
윤미의 말에 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갈까?”
창현은 너무나 쉽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 일어난 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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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뚱 쩌네요.
뜬끔포 ㅈㅅ...ㅋㅋㅋㅋ
제가 야구 빠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