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7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집 안은 상당히 넓었다. 창현의 집 역시 거실은 어느 정도 넓은 편이었지만, 대길의 집은 차원이 달랐다.
수연이 그 기색을 알아차리고 현관에서의 말을 이었다.
“창현님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서시면 훨씬 더 좋은 집도 주려고 안달나려는 사람들이 득실거릴 거예요.”
기업의 문화는 이미 변해 있었다. 단지 일반인들이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들 역시 안전이 최우선이었고, 내단 거래를 따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내단을 사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굳이 무인들이나, 서양의 능력자로 통틀어지는 마법사나 검사들만 에게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 것은 차원이 다른 에너지 덩어리였다.
당연했다.
인간의 선천지기는 위대한 것이다. 우주의 기운을 받아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요괴나 귀도 마찬가지였고, 그들은 일반인들은 물론 심지어 무인들과는 다르게 애초에 그 것만을 수련할 수밖에 없었다.
과학자들이건, 정부건, 기업들이건 군침을 흘릴만한 것은 당연했다.
요괴나 귀는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었고, 그 것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강자만이 가능했다.
아니면 무인들이 모여 합심을 해야 하는데, 그건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부나 문파들이 나서야 했고, 한국은 정부가 직접 관리를 하기 때문에 오로지 정부만이 그 내단을 취급하고, 또는 기업들에게 팔 수 있는 것이었다.
“주인님은 이미 언론을 통해서 그 존재가 널리 퍼졌어요.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고수가 되었죠. 한국에 절정고수가 채 10명이 되지 않고 초절정도 무황 한 명 뿐인데 그 중 한 명이 주인님이 되신 거니까요. 거기다 내단의 소유권을 직접적으로 주장을 했으니 정부도 무시하지는 못 할 거예요. 아마 여러 기업들에서 접촉을 해 올 것이고, 이 번 법안의 부당함을 함께 타파하자 할 것이 분명해요. 그들이야 정부에서 독점을 하는 것보다 문파들이나 개인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한다면 사고파는 것이 훨씬 자유로우니 당연한 일이죠.”
사실, 창현은 현대 경제에 관해서는 그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본래 기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본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쎈 놈 마음대로라는 거잖아.”
수연은 싱긋 웃었다.
창현은 가볍게 지현을 끌어당겼다. 탄탄한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며 말을 이었다.
“일반인들에게 무인들의 존재를 알리면서 그 정보도 공개했다 그랬나?”
“네, 각국은 자신들이 보유한 고수의 숫자와 고수들의 동의를 얻어 개인정보까지 공개하고 있어요. 특히 절정이상 경지의 고수들은 얼굴까지 널리 알리고 있어요. 군대 역시 국력이라 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도 이제는 아니까요. 고수의 보유 숫자가 핵무기 보유 숫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국력의 측정 기준이라는 사실을요.”
“우리나라는 얼마나 되지?”
“지금까지 공개 된 절정고수는 총 10명, 그리고 초절정 고수는 무황 한 명….”
대길이 수연의 말에 끼어들었다.
“어젯밤에 정부가 이굉길 한국 무인 협회 회장이 초절정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
수연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 할아버지가요?”
절정의 끝자락에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상태에서 이미 한참이나 답보 상태였기에 내심 힘들 것이라 생각했었다.
수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창현은 여전히 지현의 허벅지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지난 번 그 기운인 것 같군.”
“네?”
“기의 파동이 강하게 느껴졌었거든. 은밀하게 갈무리 하려던 것 같았지만…혹시 네 할아버지라는 인간이 사는 곳은 기의 파동을 차단하는 기계라도 있는 것인가? 이 시대는 그럴 법도 한데.”
이제는 자신이 살던 시절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창현은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과학과 무공, 그 이외의 능력이 점철된 세상!
이 좁은 땅덩어리로만 국한을 한다면 초절정의 벽을 깬 고수가 내는 기의 파동을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아주 우연이 느낀 것이었고, 그 것은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창현은 지레 짐작으로 물은 것이다.
“네…저희 집은 내단을 이용해서 방어막을 따로 쳤기 때문에…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동을 밖에선 느끼기 쉽지 않아요.”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정말 할아버지가 초절정에….”
수연은 못내 이광길에 대한 원망을 지울 수 없었다. 꿈의 경지라 일컬어지는 그 강한 힘을 얻고서도, 굳이 자신을 버려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이 치솟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는 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주인님 가장 좋은 건 새로운 문파를 창건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형님께서 문파를 창건하시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선 가장 유리합니다.”
대길까지 나서자 한 쪽 구석에 박혀 있는 피콜로도 나섰다.
“그렇다. 인간들의 특성이 그렇지 않나. 독보적으로 혼자 강한 것도 좋지만 강한 문파의 강자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법이니까. 인간들과의 관계는 모르겠지만…혈마 네놈은 요괴나 귀들의 표적이 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 번 발표는 요괴나 귀들 역시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었는데, 그들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에서 넌 자신들에게 첫 번째로 칼을 들이민 사람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호오!”
창현은 피콜로의 말에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수연, 혹시 다른 나라에서 요괴나 귀들과 인간이 함께 문파나 각 단체를 이룬 곳은 없나?”
“없어요.”
창현은 몸을 일으켰다. 조용히 있던 지현이 가볍게 창현의 등 뒤에 얼굴을 기댔다. 그녀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렇게 크게 상관 없는 것 같았다.
“문파를 창건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말이야 너희들이 나랑 함께 하려면 선택을 해야 해.”
“네?”
“난 배교를 재건 할 생각이거든.”‘
“!!!”
대길과 수연의 몸이 움찔 떨렸다. 피콜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럼 그렇지.”
“너 삐딱선 타면 도괴 꺼내서 내장 속에서 헤엄치라고 한다?”
“…미안하다.”
험악한 말을 웃으며 하는 창현을 보면서 피콜로는 시선을 돌려 딴청을 하기 시작했다. 그 역시 무엇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 것 같았다.
“조만간 내단 하나 구해줄게. 그리고…오소리 못 봤냐?”
“…그 개새끼는 왜?”
“너도 알자나. 그냥 하수구나 다니던 오소리가 지금 나에게 종속되고 어떻게 되었는지.”
“….”
“잘 생각 해 보라고. 너가 떠난다면 난 말리지 않아.”
창현 역시 시선을 돌렸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다.”
놀라고 있는 수연과 대길에게 창현은 짧게 설명했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없는 경우도 아니었고, 배교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미 멸문의 길을 걷고 있는 사파 계열의 문파를 창건한다는 것은 약간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더구나 본토나 마찬가지인 중국에서도 엄청난 비판을 받던 교가 배교였으니까.
“꼭 배교라고 할 수만은 없지. 그냥 형식을 그렇게 하겠다는 거야. 단체라는 울타리가 있으면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것은 사실이니 굳이 거부 할 필요는 없지. 그렇지만 공명정대한 정파 계열은 내가 싫거든.”
“전 상관없습니다. 형님께서 새 삶을 주셨으니.”
수연은 망설였다. 창현에게 주인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에게는 아직도 애국심과 자부심이 남아 있었다.
“당장 네가 속 해 있던 정부 기관이나, 운수대통이 속해 있던 태극문파라는 정파를 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난 그들처럼 덩치를 키울 생각은 전혀 없어. 앞으로 여자야 늘어날 수 있겠지만…꼭 그래서는 아니고, 그들처럼 더럽게 살지는 않는다.”
창현의 말에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언제까지나 주인님 옆에 있을 거에요.”
“이 번 내단 사건과 더불어 네 말대로 여러 가지 영향력을 생각 했을 때 네 할아버지는 지금 쯤 날 죽이지 못해서 꽤나 안달나 있을 거야. 그 전에는 날 사냥개로 이용하려 했지. 난 그런 것을 굳이 참는 성격이 아니다. 그리고 그가 초절정에 올랐다면…문파 창건과 함께 내 실력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
“…!”
수연이 더욱 몸을 떨었다.
이내 지현이 창현의 앞으로 다가와 가볍게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을 했다.
“창현님, 이야기 마무리 되면 2층으로 올라가실거죠?”
2층은…침실이었다.
“상관 없었요. 절 먼저 버린 것은 할아버지셨고, 늘 제게 가르쳤던 것과는 달리…가장 선두에 나서서 국가를 좀 먹고 계시니까요. 그렇지만 목숨만은….”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너도 내 노예인데.”
“아으!”
수연은 그 소유적인 말에 몸을 떨었다. 지현이 남몰래 싱긋 웃었다.
“오소리를 포함해서 요망한 계집까지 데리고 오면 최초로 요괴와 인간이 함께 있는 문파가 될 거다. 그 것에 경쟁력은 수연이 네가 더 잘 알겠지.”‘
“…아!”
“어떻게 이용해야 할 지는 네가 잘 생각하고. 그 문제는 네게 맡기지.”
창현은 가볍게 손가락을 테이블에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당면한 문제는 내 실력을 다시 알리는 것과, 태극문파와의 문제지. 태극문파 역시 그 날보니 썩어가고 있더군.”
“…이미 오래전부터 그랬습니다.”
“내가 그 때 그 중에서 제법 괜찮은 놈에게 돼지 새끼 처분을 맡기기는 했는데 아마 그 녀석은 나를 죽이러 가장 먼저 올거야.”
“네?”
수연이 눈을 크게 떴다.
“내분이지. 그 돼지가 무당 말코 도사에다 태극문파가 거기 속가라고 했으니 시늉을 해야 하거든. 그럼 그 무당 말코 도사를 앞세워 태극문파를 장악하려 했던 간사한 늙은이가 그 놈을 나를 통해서 제거하려 할거야. 그 속셈을 알고 그 놈은 가장 먼저 자청해서 나에게 달려오겠지. 그 간사한 늙은이들의 부하들과 함께.”
수연이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말했다.
“김종욱도 주인님을 이용할 생각이군요?”
“그래. 운수대통 그 놈은 악질 사숙에 포함되지 않지?”
“…간사한 늙은이가 누군지 알 것 같고…네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형님을 처리하러 오는 인간들 중 그 사숙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을 것 같군요.”
“그래, 행여나 내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 사고를 빙자해 그 놈을 확실히 처리하려 하겠지.”
창현은 옅게 웃었다.
“복수는 직접 하는 것이 가장 좋지. 그리고 너 역시 일류 고수에 정식으로 등록이 되어야지. 지현이도 마찬가지고.”
“저는 무서운데….”
“잠자리는 계속 하다보면 지겨울 수도 있어. 물론 네 몸이 즐겁지 않다는 건 아니야. 말했듯 넌 어쨌든 첫 번째이니까.”
창현은 지현의 얼굴을 붙잡으며 말했다.
“수연이는 이미 자신의 능력을 여러 가지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잠자리 기술도 점점 늘어나고 있지.”
대길이 있는 곳에서 노골적인 말들에 수연을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대길은 딱히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곧 있을 사숙들과의 만남을 더욱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먹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몸에서 기세가 들끓고 있었다.
“능력 있는 여자가 잠자리에서도 매력적인법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넌 나에게 직접적으로 선천지기를 주입 받고 있는 유일한 여자이니까.”
“…네, 창현님!”
“수연에게 잘 배워. 수연이 너도 내가 준 검술 잘 가르치고.”
“그 정도로 상세한 검술은 처음 보았어요.”
얼마나 놀랐던가. 대충 휘갈기듯 쓴 글씨였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지현의 몸에 최적화된 검술이었다.
자신조차 탐을 냈지만 창현의 어울리지 않다는 한 마디에 깔끔히 욕심을 접었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은 것은 사실이었다.
“자, 그럼 대충 정리가 되었군. 문파 이름은 내가 초절정 고수와의 대결을 끝내고, 운수대통 역시 과거의 인연을 정리하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하지. 그런 법안이 새로 있기는 있나?”
“네, 하지만 크게 무리는 없어요.”
우후죽순 생겨 날 문파들을 우려해 정부는 어느 정도의 커트라인을 만들어 놓았지만 창현의 존재 덕분에 이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좋아, 운수대통 너는 준비하고 있고…지현이나 수연이 역시 여기서 머물서면서 준비하고 있어. 그리고 피콜로.”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피콜로가 움찔 몸을 떨었다.
“왜 그러냐 혈마?”
피콜로는 알고 있었다. 인간들은 배교에 관하여 잊었지만 요괴들에게는 구전이나마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가 있었고, 혈마지기를 직접 몸으로 받은 그는 창현이 혈마라 확신하고 있었다.
딱히 창현이 부정하지도 않았고.
“넌 집 좀 알아 봐.”
“….”
“이왕이면 내가 머물만한 곳으로.”
표정이 썩어가는 피콜로, 말이 피콜로이지 지난 번 언급했듯 그는 상당한 미남자였다. 오히려 창현보다 훨씬 더 잘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
“으리으리한 곳으로. 적당한 곳이 없으면 나중에 지을 생각이니까 수연이한테 여러 가지를 묻고 그런 문제들까지 전부 해결해서 완성된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면 돼.”
“….”
잔심부름꾼으로 전락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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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심부름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