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3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시선이 주목 되는 것은 당연했다. 한 눈에 보아도 어려 보였다. 양 갈래로 딴 머리가 마치 꼬마 여자아이의 머리를 어머니가 묶어 따준 것처럼 보였다. 단지, 그런 머리를 하고 있는 여자 아이는 키도 5살 아이보다 훨씬 컸고, 몸매도 웬만한 성인여성 못지않다는 것이 주목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옆에서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고 한숨을 내쉬고 있는 여성 역시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어린 여성에게 네가 아무리 몸매가 좋아도 자신만큼은 아니라는 듯 거대한 가슴을 자랑하고 있었다. 셔츠를 즐겨 입는 모양인지 하얀 와이셔츠의 단추가 매우 불편해 보였지만 사람들, 정확하게 남자들은 그 모습에 꿀꺽 침을 삼키고 있었다.
유일하게 긴 생머리를 휘날리고 있는 여자는 다소곳이 문에 기대어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늘씬하게 뻗은 긴 다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탄탄한 허벅지가 거대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여자보다는 얇았지만, 그 것이 오히려 얇은 각선미를 더하고 있었다.
몸매만 보아도 확 시선을 잡아 끄는 세 명의 여자가 한 명의 남자를 보며 제각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놀이공원은 저도 한 번도 안 가 봤어요.”
주말인 탓인지 사람이 무척이나 많은 지하철 안에 가뜩이나 시선을 모으고 있으면서 작지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수연과 지현 그리고 수희를 보면서 창현이 피식 미소를 터뜨렸다. 그를 무슨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처럼 바라보고 있는 남자들과 세 여자를 각기 시기 질투로 흠을 잡거나, 아니면 부러움의 탄성을 터뜨리고 있는 다른 여자들의 목소리까지 들으면서 창현은 이 시대로 건너 온 이후 처음으로 사람들 ‘무리’ 가 어떤 것인지 겪고 있었다.
‘확실히 신기해.’
지하철을 처음 타보기에 창현은 창 밖을 구경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세 여자가 각기 무엇이라 떠들건, 경공보다는 빠르지 않지만 일정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 지하철이 무척이나 신기한 것 같았다.
여러 가지 냄새들이 한꺼번에 혼용되어 들어오는 것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확실히 자신이 살던 시절에는 없던 것들이니 신기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음역은…!”
“창현님, 내려야되요!”
“오빠!”
“주…창현님!”
세 여자가 먼저 내리고 내리지 않는 창현을 뒤늦게 발견한 탓인지 목소리를 다시 높이고 있었다. 창현은 가볍게 사람들을 밀어 내었다.
“어어어?”
4호선, 2호선, 1호선! 출근을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경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려야 하는 역인데 빼곡히 사람들이 들어 차 있는 지하철 가운데에 끼어 있는 그 답답하면서도 조급한 심정을 말이다.
하지만 창현은 여전히 여유롭게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부드럽게 밀어 내고 있을 뿐이었고, 버티고 있던 사람들은 이상한 힘을 느끼며 저절로 문 밖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갑작스레 사람들은 밀려나는 느낌에 어어, 하며 당황하고 있었지만, 창현은 여유롭게 세 여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바, 방금 어떻게 하신 거예요?”
수연이 가장 놀랐다. 수희는 그저 얼굴을 갸웃 거렸을 뿐이었다. 무공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니까. 지현 역시 내공만 아직 일류일 뿐이지 무공은 거의 알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창현은 그저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수연은 방금 전 광경을 다시금 떠올리고 있었다.
내공으로 사람들을 미는 것이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강력함 힘을 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방금 전 창현처럼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내공으로 사람들을 전체적으로 밀어낼 수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 한 명도 넘어지지 않았고, 말 그대로 전체적으로 밀려났을 뿐이었다.
“일단 가지?”
창현은 수연의 궁금증을 뒤로 했다.
“…네.”
곧 입구가 보이자 수희가 잔뜩 들뜬 얼굴로 말했다.
“여기야, 오빠.”
“그래.”
사실 단 둘이 오고 싶었지만, 본디 착한 수희였기에 간곡하게 부탁하는 지현과 수연의 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창현에게 근 몇 년을 차갑게 대했지만,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묵묵히 참고, 견뎌 낼 정도로 그녀는 어쩌면 약간 유약한 성격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늘 벼르고 벼러 왔던 만큼 창현에게 팔짱을 끼는 용기도 서슴지 않았다.
두 여자와 창현과의 관계를 대충이나마 짐작하고 있었고, 그녀들의 태도에서 창현과 어른들의 관계를 맺었다는 것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질투라는 생소한 감정을 느꼈지만, 수희는 걱정하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하고 있었다.
창현은 두 여자보다 훨씬 특별하게 자신을 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야 대박? 이거 영화는 아니겠지?”
“진짜 쩐다.”
“와 말도 안 돼!”
“미국에서 왜 구라를 쳐?”
“각 국에서 다 발표 했다는데?”
“우리나라도 있대?”
“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대표로 두 명인가 나왔어.”
“진짜 대박, 대박! 야 사람들 정보 다 뜨고 있어.”
.
.
.
.
주말이기에 사람들은 무척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부터인가 공통적으로 핸드폰을 들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수연은 짐작되는 것이 있어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실시간으로 떠오르는 수십개의 기사들, 검색어들!
‘마, 말도 안 돼? 발표는 한참 뒤인데 왜 벌써?’
황급히 시선을 창현에게 돌렸다. 혼란은 예정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그렇다면 그 속에서 창현의 움직임도 빨라야만했다. 조력자가 많기는 했지만, 결코 어떤 단체 하나를 단신으로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수연은 적어도 그렇게 판단했다.
그리고…그 속에서 하나의 놀라운 소식도 알 수 있었다.
‘한국은 두 명의 초절정 고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 명은 해동 소속인 무황 최민석, 나머지 한 명은 정부 기관인 한국 무인 협회 소속 검제 이광길….’
“하, 할아버지가 초, 초절정 고수?”
“지난 번 기의 흔들림은 그 것이었나 보군.”
“네?”
창현은 가벼운 대답 뒤에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는 수희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뭐부터 탈래?”
“바이킹부터!”
피식 미소가 새어 나왔다. 비록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곳이지만 기억 속에 간단한 지식 정도는 남아 있었다. 그리고 꺄아, 꺄아 비명 소리가 터지고 있는 커다란 배를 보면서 무척이나 신기한 눈동자를 빛낼 수밖에 없었다.
“저거?”
“응!”
19살. 처음으로 소풍다운 소풍을 와 본 수희의 기분은 깨고 싶지 않았다.
수연 역시 창현의 그런 마음을 짐작한 모양인지 나지막하게 말했다.
“전, 조금 더 알아 볼 게요.”
“수희야 배고프지는 않아? 언니가 뭐라도 사다 놓을까?”
“일단 타고 나서요.”
“응!”
“너는 안 타?”
창현의 말에 지현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전 멀미가 심해서요.”
“오빠 그럼 둘이 가자!”
내심 단 둘이 타고 싶었던 수희는 지현에게 약간의 고마움을 느끼며 창현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무리 넓은 곳이라도 두 여자를 잃어버릴 일은 없기에 창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수희와 함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손목에 차고 있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놀이기구라는 것을 타려면 어쩔 수 없다는 수희의 말을 생각해 내고는 휘파람을 불며 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아까부터 사람들 핸드폰 보면서 대박, 대박 그러는데 무슨 일 있나?”
“오빠 같은 사람들이 이제는 공개가 된 모양이지.”
“아!”
수희는 단 번에 탄성을 터뜨리며 어떻게 된 일이지 알 수 있었다. 수연이 한동안 집에서 함께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창현이 어떤 존재인지까지 알려주었던 것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모르겠어요…주인님과는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동생이잖아요…아무래도 근골이나 재능 같은 것은 유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주인님의 아버님은 그 잠재능력이 굉장하셨던 것 같아요. 그 것이 주인님 대에서 폭발한 것이고요.’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괜찮았다. 그녀가 앞으로 있을 혼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야기 했을 때도 걱정보다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오빠가 지켜 줄 거니까.”
“뭘?”
“오빠가…그 괴물들 한테서 지켜 줄거잖아.”
창현은 다시 피식 웃었다. 창현도 수연에게 대충 들어서 알고 있었다. 요괴들이나 귀들이 점점 그들 단체에서도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나고, 약육강식 본연에 본능에 충실한 것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음지에서 행해지던 일들이 밖으로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따지고보면 이런 곳은 굉장히 위험하지.”
곳곳에서 무인들의 기운이 느껴지기는 했다. 오늘 발표를 하면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사회적 풍토가 바뀌기 시작할 것이 분명했다.
저들은 일반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정부의 사람들이 분명했다.
“좀 모자라 보이지만…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곳에서 사람들을 놀리는 없지. 가끔 바보들이 하나 씩 있기는 하지만.”
요괴나 귀라고 해서 꼭 사람의 영력만을 취하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창현은 곧 그 생각을 지웠다.
누가, 어떤 것이 오든, 또 어떤 일이 벌어지든 해맑게 웃고 있는 수희 한 명 정도는 꼭 지켜 줄 자신이 있었다.
“우와! 오빠 저 끝으로 가자!”
수희는 재빨리 바이킹 끝 부분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놀이기구를 타면서도 여전히 핸드폰을 보며 오늘 있었던 발표 내용, 그리고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실시간 정보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나도 내일 가 볼까?”
“아서라, 네가?”
“그래도 나 어렸을 적에 무협지 꽤 많이 읽었어.”
“븅신, 무협지랑 그거랑 같냐? 너 아직도 이게 농담 같아? 지금까지 사고 사례 안 보여줬어? 아까 미국은 사고 영상 풀 공개 해서 사람들 경각심부터 일으킨 것 모르냐?”
“야 그래도,”
“뭘 그래도긴 그래도야. 그리고 떡 하니 써 있잖아. 10세 미만이라고 븅신아.”
“예외도 있긴 하다잖아.”
수희는 옆에 두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창현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었는지까지 유추해 낼 수 있었다.
한 가지 궁금증도 생겼다.
“오빠 있잖아 나는….”
“내가 알려준 것 하면 제법 고수 소리는 들을 수 있을거야. 그리고…지현이나 수연이처럼 되고 싶어?”
“…지현언니는 오빠랑….”
창현이 허, 하고 웃었다.
“고 잔망스러운 계집이 어린애한테 별 걸 다 이야기 했나 보군?”
수희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아니야. 별 이야기 안 했어.”
그 때, 창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런 빌어먹을, 꼭 안 좋은 느낌은 다 들어 맞는단 말이야.”
“응?”
“내려라, 수희야. 시끄러워질 것 같다.”
“오, 오빠?”
실내 놀이공원의 천장에 강한 굉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 작품 후기 ============================
두령이랑 정동진에서 일출보고 물놀이까지하고
집에 오자마자 썼습니다..
하하하하하...ㅈㅅ
담엔 써 놓고 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