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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61화 (61/170)

< -- 61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팽팽한 피부는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떡 벌어진 어깨와 더불어 약간은 타이트 하게보이는 정장임에도 맵시가 잘 살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남자의 몸이 꽤 좋다는 것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투명한 대리석이 얼굴빛으로 비출 것 같은 넓어 보이는 홀 안, 대리석만큼이나 투명한 유리 테이블을 탁탁, 두드리고 있는 손가락은 커 보이는 신장만큼이나 제법 길고 곱게 뻗어 있었다. 떡 벌어진 어깨와는 달리 고운 손은 차라리 여성의 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탁탁-!

“흐음!”

손가락이 테이블에 부딪힘과 동시에 남자의 입에서 얕은 신음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높은 천장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조명이 반짝이고 있었고, 남자의 뒤로는 한강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이고 있었다. 투명한 대리석 바닥과 날카롭게 다듬어진 테이블, 그리고 한 쪽 벽면에 길게 늘어뜨려 걸려 있는 빛나는 검(劍)들은 단순한 주택 거실이 아니라는 사실은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오히려 어떤 회의를 하는 넓은 홀 같았고, 그 것이 사실이었다.

그 넓은 홀에 남자는 홀로 앉아 고민에 빠져 있었다.

검제라 불리는 이광길이었다.

수연의 친할아버지이기도 한 이광길은 정부 소속 부서인 한국 무인 협회 협회장이었고, 소속 무인들 중 가장 높은 경지에 올라서 있다고 평가 받은 사람이었다. 슈퍼컴퓨터라 불리는 셀린 맨 처음 개발 되었을 당시, 셀린은 이광길의 잠재적 능력을 무척이나 높게 평가했고, 그는 그 평가와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했다.

일류에서 절정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그 것은 누구나 그런 것이니 크게 문제가 될 바가 아니었다.

어쨌든, 이광길은 정부 소속 최초의 절정 고수라 할 수 있었고, 숨겨진 인원들을 제외하지 않아도 그는 최고수였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하면 곧바로 승인이 떨어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탁탁-!

장성한 손녀를 둔 할아버지라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민에 빠진 그의 모습은 중후한 멋과 더불어 탄탄한 느낌은 물론 상반되는 이미지인 가녀린 느낌마저 함께 풍기고 있었다. 멀리서 보는 체격과는 다르게 얇은 손가락과 매끈한 피부 덕분인 것 같았다.

칠흑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 역시 그의 나이를 훨씬 어려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초절정으로 가야 하나?’

그의 고민은 간단했다. 초절정의 경지로 곧바로 내딛을 것인가 그냥 이 경지를 유지 할 것인가?

다른 무인들이 안다면 기겁할 일이었다.

일류 고수가 절정 고수가 되는 것보다 절정 고수가 초절정 고수가 되는 것이 몇 배는 어려웠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은 현경의 경지는 그가 고민을 하는 것처럼 그리 쉬운 경지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광길의 고민은 분명 그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고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광길은 스스로가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이 아직 십이성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 벽이 자신을 가로막고 있었고, 그 벽은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허물어지지 않았다.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는 그 벽을 뚫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깨달음을 얻고, 진정 화섬이실공에 대한 요체를 깨닫는다면 그 벽은 순식간에 뚫릴 것이고 완전한 초절정의 경지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초절정의 경지라면 무황도 쉽게 이길 수 있다 자신하는 이광길의 고민은 그 벽을 온연히 정석적인 방법으로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그 벽을 강제적으로 허무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또 그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단일 단체로써는 최강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문파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단체의 수장은 이광길이었고, 정부라는 기관의 특성상 모든 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국제적인 협약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한국에도 법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법이었지만, 요괴나 귀들의 처리 문제는 언제나 정부가 도맡아서 해 왔다.

아! 아니, 처리가 아니라 그 결과물에 대해서!

범죄형 요괴나 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그들 중 제법 강한 녀석들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 은밀하게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또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점점 일반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목격하게 되는 일반인들을 뒷수습 하는 것도 점점 힘에 부치고 있었다.

어쨌든, 그런 요괴나 귀들을 제압하고 남은 결과물은 바로 내단이다.

내단은 한국 무인협회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그러지 못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무인들이 권력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 내단을 직접 관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안 주면 그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또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무인들이 분명 강하기는 하지만 국가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그들은 소수 엘리트들이었다. 국가와 전면전을 벌인다면 국가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건 무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 너무나 많은 피해를 입기와 국가와 무인들은 협력과 공존을 선택했고, 그 일차적인 방법이 바로 내단의 문제였다.

내단은 비단 무인들에게만 효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었다.

에너지의 집약체, 오랜 시간 동안 영력을 수련 해 온 요괴와 귀의 모든 것이 담긴 그 내단은 절정고수조차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고, 극도로 과학이 발전한 시대에 그런 무기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만큼 강한 요괴나 귀의 내단이 있어야 했으니 그 수요가 지극히 한정된 것은 당연했다.

정부는 그 내단을 직접 관리했다. 그리고 무인 협회 역시 그 내단을 회수하는 대로 정부에게 넘겼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많은 무기들이 그 내단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건 현대식 무기와는 다른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들이었다. 일반인들조차 고수와 상대를 할 수 있는 무기들이었으니 내단의 중요성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다시 돌아가자면, 이광길은 귀력이 300년이 넘는 내단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협회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하여 중간에 빼돌린 것이다.

추후에 수연에게 줄 생각이었지만, 셀린은 그녀가 성장을 하면서 잠재적 능력이 점차 하향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 결과를 내 놓았다. 수연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이광길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절정고수가 되는 일은 요원 한 일이고 지금의 경지에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버린 것이다.

혈육이었지만, 이광길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목적과 권력을 위해서 혈육조차 아무렇지 않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그저 온화함 속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는 협회장이라 평가 받고 있지만 혼자 있는 지금은 그 본모습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조금만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긴 해! 직접 나서야 한다니.”

이광길은 혀를 찼다. 고민이 너무 길었다. 어차피 결론은 하나였다.

“무황? 웃기는 소리지. 300년짜리 내단을 삼킨다면….”

초절정으로 가는 막힌 그 벽은 단 번에 허물어질 것이 분명했다. 비록 완전한 초절정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현경의 경지에 도달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육체는 또다시 재구성 될 것이고, 수명은 그만큼 또 늘어날 것이다.

현경의 경지에 오름과 동시에 막대한 귀력을 몸속에 흡수하니 상당한 수명을 얻는 것은 당연했다.

결정은 이미 내려진 뒤였다.

어쩌면 그저 잠시 고민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오랜 세월 아무런 변화없이 편안하게 살아왔으니까. 그렇지만 뜻 밖의 변수에 의해 예정되어 있는 혼란은 좀 더 앞당겨졌다.

“힘이 있는 자가 모든 것을 쥐기 마련이지.”

결국 불변(不變)의 진리라 생각하는 그 힘을 사용할 때가 임박했다는 소리였다.

똑똑-!

웅장한 느낌을 주는 큰 갈색 문이 천천히 열렸다.

“말씀하신 물품…준비 해 두었습니다.”

“가지.”

이광길은 몸을 일으켰다. 남자의 얼굴 역시 조금 상기 되어 있었다. 드디어 정부에도 초절정 고수가 탄생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환희에 찬 것일까? 남자의 몸이 약간 떨렸다. 그 사실을 느끼고 이광길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더 긴장하는 것 같군.”

“알게 모르게…문파 무인들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난 그저 내단의 힘을 이용해 한 단계를 더 높이는 것 뿐인데?”

“이미 화경에 이르시지 않았으면 영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남자의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아부성 발언이 아니라 남자는 정말로 이광길이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나가는 것이 무척이나 기쁜 것 같았다.

“무(武)는 사람을 가리지 않아. 재능이 없다고 좌절하고 날 보며 대리만족이나 한다면 언제고 다시 뒤쳐질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협회장님.”

남자는 본디 셀리이 뛰어난 인재라 평가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류가 넘어서자 무공이 답보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하늘 같은 이광길이 직접 격려를 하자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재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혈육조차 버린 이광길이라는 사실을 남자가 알 리가 없으니까.

길게 이어져 있는 복도를 어느 정도 걷자 곧 거대한 문이 보였다. 서울 한 가운데 이런 건물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한강의 전경까지 보이던 그 넓은 홀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부지를 찾는 것은 극도로 밀집되어 있는 서울에서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가능했다.

이곳은 방공호라 불리는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곳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곳이었고, 한강의 풍경은…홀에서 직접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 능력자가 지상의 풍경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었다.

‘여러모로 쓸만한 놈들이 많아. 무공에 치우친 동양과는 확실히 다르지.’

요괴나 귀의 형태도 달랐다. 확실히 동서양은 그 지역에 전설에 따라 모습과 능력이 많이 나뉘는 것 같았다.

잠시 쓸데없는 생각은 접어두고, 이광길은 철제문 옆에 자그마한 잠금장치에 손을 얹었다.

“신원을 확인합니다.”

묵직한 기계음이 들리고 곧 띠리릭 소리가 들린 이후 천천히 거대한 철제문이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은 어두웠지만, 이광길과 남자가 들어가자 조명이 걸음에 맞춰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밖 보다 온도가 낮은지 남자의 입에서는 입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기입니다.”

빼곡히 들어서 있는 서랍들 중 하나를 연 남자는 곧 그 곳에서 조심스럽게 상자를 꺼내었다.

이곳은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내단을 보관하는 장소였다. 그러기에 밖을 지키고 있던 남자들은 당연히 군인임과 동시에 무인들이었다. 정부 소속으로 소속을 선택하는 순간 무인협회와 군인으로 또 그 길이 나눠지게 된다.

한국 무인 협회가 단일 단체 중 최강이긴 하지만 군대 역시 만만치 않은 무인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건 세계의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처럼 두 갈래로 나눠져 있지 않은 곳도 있다. 당장 미국 같은 경우에는 완전히 분리 되어 있었고, 한국의 문파들을 정부가 관리하는 것처럼 따로 국가가 그들을 얽매는 일도 없었다.

뭐 그 것은 그 것이고…상자를 바라보는 이광길의 눈에는 탐욕이 스쳤다.

“협회장님.”

남자가 시선을 돌리자 그 탐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민을 한 것이 우스울 지경이군.’

상자 안속의 내단은 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곳은 내단을 보관하는 곳임과 동시에 정제를 하는 곳이다.

“협회장님 오셨네요? 결국 결정 하신 거에요?”

금발의 여자는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얀 가운을 입고 있고 명찰을 달고 있는 것이 나 연구원이다! 라고 티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가운 속에 숨겨진…아니,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가운을 찢어버릴 정도로 큰 가슴은 풍만한 하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거대했다.

그래 거대했다!

남자는 그 가슴을 잠시 힐끔 거렸다. 저렇게 큰 가슴을 달고 있으면서도 허리는 잘록한 것이 굉장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또 그 밑으로 가운과는 전혀 다른 색인 검은색 스타킹 속에 있는 허벅지는 두꺼운 편이었다.

‘유, 육덕이다.’

남자는 간신히 그 말을 삼켰다.

“오랜만이군.”

“아으! 지하에 쳐 박혀 있으니까 사람들 만나기 참 힘드네요. 최근에 손에 들고 계신 그 놈 정화 시키느라 혼났어요.”

금발은 염색을 한 것이 아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서양인이라 짐작되는 여자는 한국말을 무척이나 능숙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대적으로 발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정부만이 아니라 국가에 경사잖아요. 초절정 고수의 탄생은!”

“내단을 삼킨다고 광고를 할 필요는 없지.”

자칫 무례한 말일 수 있단는 사실을 여자는 깨달았지만 따로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저 동의만 했다.

“아, 그렇군요. 뭐…따로 설명을 안 해도 협회장님이니 그 놈을 잘 다루실 거라 믿어요.”

“애완견이라도 주는 것처럼 말을 하는 군. 영약에 불과한 것을.”

“그 놈을 영약으로 만든 것은 저니까요.”

이광길은 쓰게 웃었다. 한국이 미국에게 굽힐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는 저런 여자의 존재 때문이었다.

아직 한국은…내단을 미국처럼 순도 높게 정화 시키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셀린을 발명한 것이 천고의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오!”

행동은 빨랐다. 상자를 열자 오색찬란한 구슬이 빛을 뿜었다. 여자조차 잠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우고 구슬을 바라보고 있었다.

측정치가 300년이었다. 셀린조차 최소 300년의 귀력을 담고 있는 내단이라고 검증을 내렸을 뿐 정확한 것은 분석해 내지 못했다.

정화를 시키는 것 역시 오랜 시간이 소요가 되었고, 막대한 물적 자원이 들어갔다.

그렇지만 이광길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곧바로 구슬을 삼켜 버렸다.

“!!!”

“!!!”

============================ 작품 후기 ============================

벌써 주말이네요.

무협정치물 아니고 현대 대리만족물입니다.

정통 무협 쓰기에는 지식이 딸리고

정치물 쓰기에도 지식이 딸려요ㅋㅋ

무협하고 짐작하시겠지만 판타지를 따와서 현대에 접목 시켰습니다.

전개가 조금 느린 것은 음..빨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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