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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38화 (38/170)

< -- 38 회: 일반인 속에 혈마. -- >

슬슬 수희가 학교에서 돌아 올 시간이었다. 대충 빨리 일을 마무리 지어야했다. 왜냐면 오늘은 수희가 모의고사를 본 날이니까!

“시험은….”

창현은 유일하게 수희에게는 계집이라는 단어를 그리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덜하긴 덜했다. 그 것에 큰 의미를 부여 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 의식 속 숨어 있는 영혼과의 동화가 점점 많이 이뤄진다는 뜻이기는 했으니 간과 할 수도 없었다.

그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고, 창현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러모로 새로운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지금의 삶과 더불어 이 시대의 흐름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쿡쿡! 재밌어!”

일류 고수의 존재!

그 것은 많은 것을 의미했다. 기억에서처럼 무공이 소설에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아무리 과학이 발전을 했어도 무공은 엄청난 능력이었다. 이곳은 그 때보다 훨씬 정치 체계 역시 발전 한 상태였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있었다.

‘원래 있는 것들은 늘 그러는 법이니까.’

창현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기억 속에 국가라는 단체는 분명 무공의 존재를 알고 또 그 것을 우매한 국민들에게는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간단한 사술에 이들이 그토록 놀라고 당황 할 수가 없었다.

“창현님?”

간드러지는 지현의 목소리에 창현이 잡생각을 지웠다. 집 앞을 둘러싸고 있는 놈들은 더 이상 접근하지 않고 있었다.

“저 멍청이들이 이제야 알았나 보군.”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둘은 오피스텔 밖에 나와 있는 중이었다. 당연히 덩치들에게도 둘의 모습이 보인다는 뜻이었다. 아직 저녁 시간이고 해가 지지도 않았다. 덩치들 역시 창현과 지현의 얼굴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완전히 달라진 지현의 자태에 침을 꿀꺽 삼켰지만 곧 그들은 자신들이 왜 이 곳에 와 있는지, 어째서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지 금방 자각했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은 한 가지였다.

“강창현 너 이 개새끼 어떤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아 시끄러워!”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의 말에 창현은 심드렁하게 귀를 후볐다. 울긋불긋 해지는 그의 얼굴이 꽤나 귀여웠다.

“야!”

창현은 귀를 후빈 손가락을 후, 불며 말을 이었다.

“이리 와 봐.”

덩치는 창현의 말에 혀를 차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곧 우뚝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갈치를 비웃다 자신은 어떤 꼴이 되었던 가?

그와 똑같이 피를 토하며 말을 하다 부하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나마 갈치보다 나은 것은 그 이후로 이곳을 다녀 온 놈들도 모두 같은 말을 했기에 웃음거리가 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사실 뿐이었다.

하지만 조폭 인생 10년에 그건 씻을 수 없는 오명이었다.

비록 지현의 집 앞에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팽배해지고 지현이나 창현이 알 수 없는 능력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지기는 했어도, 우두머리의 금간 자존심은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히죽히죽 웃고 있는 창현의 머리통을 당장이라도 부숴 버릴 수 있었지만 일단은 창현이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나와야 한다는 가정이 필요했다.

“너 이 개새끼 어디서 어른을 오라 가라…강창현 네가 제대로 미쳤구나?”

창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우두머리들과 덩치들은 그제야 창현 역시 지현처럼 상당히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소해 보이던 체격은 온데간데없고, 떡 벌어진 어깨와 단단해 보이는 상체 그리고 하체 역시 제법 날렵해보였다. 순진하게 껌벅거리던 큰 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았다.

“본좌는 귀찮으니 네가 알아서 처리 해.”

“창현님…제가요?”

“그냥 대충 휘둘리고 하면 돼. 아마 너도 네 몸이 신기 할 거다.”

지현은 불안했지만 창현의 말을 굳게 믿었다. 천천히 걸음을 내딛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두머리를 향해 다가갔다.

“네년이 정말 미친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가게를 네년 꼴리는 대로 안 나올 수 있지? 저 새끼랑 붙어먹느라 정신이 없었어?”

우두머리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한층 더 가까이 오는 지현의 모습에 갑자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가까이서 보니 훨씬 예뻤기 때문이었다. 가게에 있는 수많은 아가씨들 중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지현이었거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짧은 시간에 수술을 했을 리는 만무하고, 가슴은 또 눈에 보일 정도로 커졌고, 가디건이 묶여 있는 복근은 무척이나 매끈했다. 허벅지와 엉덩이를 간신히 가리고 있는 핫팬츠였지만 전혀 천박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모든 상황을 잊고 아랫도리가 불끈 서게 만드는 각선미는 숨이 막혔다.

“저 새끼? 감히 창현님한테!!”

여자들은 남자들과 다르다. 지현이 일류에 이르렀지만 창현이 살던 시절의 여류고수들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여자였고, 무공의 무자도 몰랐다. 여자들은 대부분 남자들을 때릴 때 어떻게 때리겠는가?

쫘악-!

당연히 싸대기다.

부웅?

가만히 지켜보던 덩치들의 눈이 찢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지현 스스로조차 놀라고 있었다. 우두머리는 당연히 지현보다 덩치는 훨씬 컸고, 신장도 거의 15CM이상 차이가 났다. 그리고 지현은 여자였고, 우두머리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조폭 10년차였다.

그런데 뺨을 한 대 맞고 날아가고 있었다.

우당쾅-!

“커어억!”

하필이면 얼굴부터 떨어진 우두머리가 아스팔트에 얼굴을 쓸리며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코피는 물론이고 뺨 한 방에 입술까지 터졌고, 얼굴은 꼭 아스팔트에 쓸린 것이 아니더라도 이미 찌그러져 있는 것이 보일 정도로 쏙 들어가 있었다.

“뭐, 뭐야!”

“혀, 형님!!”

스무 명에 가까운 덩치들이 한꺼번에 우두머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창현이 그 모습이 무척이나 우습다는 듯 큭큭 대고 있었다. 지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전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곧 창현을 향해 물었다.

“창현님 이건…!”

“네년은 첫 번째가 될 자격이 있어 쿡쿡!”

“아!”

창현의 말에 지현이 홍조를 피우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씨발년이!!”

짙은 눈썹이 꽤 인상적인 덩치가 지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현은 곧 눈을 부릅떴다. 덩치가 다가오는 것이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천천히 보였다.

마법처럼 지현의 손이 덩치의 손을 붙잡았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놀란 것은 도리어 덩치 쪽이었다. 지현은 힘껏 발을 내질렀다.

빠아아악-!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강하게 들렸고, 우두머리를 에어싸고 있던 덩치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화경의 고수라고 그건 다르지 않았다.

‘…생각보다 잘 적응 하는 군.’

약간은 오한을 느끼며 창현이 습관적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는 것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아랫도리를 슬며시 내려다보았다.

지현에게 사타구니를 얻어맞은 덩치는 신음조차 흘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시뻘게진 얼굴로 극도의 고통을 온 몸과 표정으로 호소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뭐, 뭐야!”

덩치들은 하나 둘 씩 상황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지현은 싸움을 해 본적도 없지만 그 일의 특성상 남자들이 치고받는 것은 꽤 많이 본 편에 속했다. 서로 다른 식구들이 모이는 거리였기 때문에 그들끼리의 싸움도 꽤 자주 목격했다.

그래서일까?

상대가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직접 느끼자 지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곧바로 앞에 있는 덩치에게 달려갔다.

연약하고 작은 주먹이 넙죽 얼굴을 강타했다.

퍼억-!

“커어억!”

단 한 방에 또다시 몸이 붕 떠서 날아가는 덩치를 보면서 나머지 남자들이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지도, 놀라지도 않고 지현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지현은 그 모습에 문득 두려워졌지만 오히려 그들 틈으로 빈틈이 보였고, 그 곳으로 몸을 낮추며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중심을 잃은 네댓 명의 덩치들이 휘청거렸고, 지현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덩치들의…사타구니를 강타했다.

빠악-! 빠악-! 빠악-! 빠악-!

창현은 다시 한 번 몸에 오한이 드는 것이 느껴졌지만 지현이 생각보다 재능이 있다는 것에 꽤 놀라고 있었다. 기억에 의하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벌여 보았자 머리채를 쥐어잡는 정도?

하지만 거친 삶을 살아와서인지 지현은 확실히 급소(?)를 공격하는 법을 알았고, 또 결정적인 것은 다수가 달려드는 것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힘을 가졌다 하더라도 처음 겪는 상황과 그 큰 덩치의 위압감은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흡정대법의 효과이군. 내가 주인이라는 것을 자각했고, 내 말이 진리라는 것을 믿기 시작했어. 그래서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가르치면 제법 쓸 만하겠어!’

창현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 이제 그만 해. 전부 터뜨릴 셈이야?”

아직 열댓 명의 덩치들이 남아 있지만 그들은 이미 지현에게 압도를 당하고 있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빠르기! 그리고 단 한 방에 몸을 공중에 띄울 정도로 강한 파괴력!

물론 그 중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놈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이 씨발 연놈들 아주 그냥 죽인다!”

날카로운 사시미 칼이 저녁노을에 반짝였다. 지현이 아무리 창현 덕분에 두려움을 잊었다 하더라도 칼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 할 수는 없었다.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이 폭력이라면, 칼이 오고가는 것은 살인이기 때문이었다.

“아…!”

지현은 곧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는 창현의 손길에 따뜻함을 느끼며 낮은 탄성을 토해냈다. 매끄러운 자신의 복부를 쓰다듬고 거침없이 젖가슴으로 파고드는 손길에 지금의 상황을 잊고 얕은 신음을 흘렸다.

“차, 창현니이임!”

“쿡쿡, 변태 취향은 확실해. 더 느끼는 것 같잖아?”

점점 그가 노골적으로 자신을 원하고, 또 다룬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지현은 오히려 더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곧 지현을 떼어놓은 창현이 칼을 들고 접근하고 있는 덩치에게 말했다.

“그게 여기서 쓰는 검인가?”

“…뭔 개소리야? 계집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랑 저년은 뒈졌다. 너는 아예 쑤셔 박아서 썰어서 버려주고 저년은 아주 그냥 사타구니가 찢어질 때까지 돌려주지!”

“쿡쿡!”

심한 욕설에도 창현은 웃음을 흘렸다. 오히려 여유로운 자신의 표정에서 한방울 땀을 흘리는 그의 모습이 조금 불쌍하기까지 했다.

“선택권을 주지. 무릎꿇고 살려달라고 빌면 저 녀석들처럼은 안 될 거다.”

“….”

“근데 그거 가지고 계속 다가오면 저 녀석들은 지금 그래도 불알만 터졌지만 넌 그 작대기까지 터질 거야.”

창현은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대기가 잘린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어도 터진다는 이야기는 안 들어봤지? 근데 진짜로 거기도 터져. 푸하하하핫!”

옛날 생각이 났다. 무공이 지겨워지고 배교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쯤 중원으로 나가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다녔던 그 시절이 머릿속을 스쳤다.

유일무이한 배교 최고의 교주가 탄생하리라 기대하고 있었던 장로들과 전대교주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았지만 이미 중원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고수였던 창현을 그들이 쉽게 찾을리 만무했다.

그 때가 창현의 나이 겨우 약관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가 치고 다녔던 사고는 정파를 발칵 뒤집어 놓기 충분했고, 그 무공의 고강함과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저속하면서도 악동적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창현이 절대자 이미지를 갖는 것에 시간이 걸렸지만, 어찌되었든 창현은 마치 그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전부 터뜨려 볼까?”

진정 즐겁다는 창현의 미소에 나머지 덩치들이 이상한 한기를 느끼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읽고 계신가요?ㅋ

초반부가 마무리 되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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