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회
3695
*
Side, Harry Potter
"드레이코는 괜찮은 걸까?"
해리는 신문에서 시선을 뗐다. 헤르미온느가 걱정 섞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 병동 갔으니 괜찮겠지."
론이 입 안 가득 케이크를 욱여 넣으며 말했다. 헤르미온느의 눈썹이 못마당하다는 듯 휘어졌다. 그녀는 론의 빵빵한 볼을 찌를 듯 노려보았다.
"케이크나 다 먹고 좀 말해. 넌 드레이코가 걱정되지도 않니?"
"하지만 여긴 다 초상 분위기잖아." 론은 나머지 케이크 조각을 접시에 담으며 말했다. "걱정만 계속 하다보면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리 집 로니- 가 의외로 맞는 말을 하네."
"세상에, 퍼시가 잘난 척 안 할 가능성만큼이나 낮은 일을!"
"찰리가 용을 안 좋아할 만큼이나!"
프레드와 조지가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속닥였다. 그들이 낄낄거리자, 론은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해리는 론의 귀가 벌겋게 된 걸 발견했다.
"헤르미온느, 이 신문 좀 봐."
해리는 놀림받을 게 뻔한 론을 위해 말을 돌렸다.
"돌아온 크라우치?"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손에 들린 신문을 낚아챘다. 그녀는 확연히 고요해진 자세로 신문을 정독했다. 팬시가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넌 신문을 맨날 가지고 다니니?"
"그건 알려줄 수 없는데."
"쌍둥이만의 영업비밀이라고 해줘."
팬시는 쌍둥이를 깔끔히 무시한 채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으로 정황을 물었다.
해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도 신문을 프레드와 조지에게서 넘겨받던 참이었다.
"뭔 내용이길래 그러냐?" 시리우스가 헤르미온느의 어깨 너머로 얼굴을 들이댔다.
"크라우치하니까 하는 말인데, 퍼시가 완전 난리야."
론이 몸을 부르르 떨며 앓는 소리를 냈다. 으, 프레드와 조지가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셋의 표정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찌그러져 있었다.
"편지로 얼마나 잔소리를 퍼부어 대는지. 예언자 일보가 크라우치의 말을 완전히 곡해하고 있다더라. 그러니 너도 그 간악한 수작질에 넘어가지 말고 잘 있어라. 공부해라- 열심히 살아라-"
"퍼시는 분명 엄마의 피가 흐르고 있을 거야."
"그것도 잔소리만을 퍼붓는 피!"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들었다. 헤르미온느는 시리우스에게로 신문을 던지듯 넘겼다. 헤르미온느의 얼굴 가득 의문점이 들어 차 있었다.
"왜 그래?" 다프네가 담담히 물었다. "뭐 건진 게 있어?"
"크라우치가 그런 말을 할 리는 없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 기자가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이면 좋겠어." 시어도르가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기자지!" 프레드가 상큼하게 받아쳤다.
"크라우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갑자기 나타나서, 갑자기 오러 본부로 자리를 옮기겠다니 말이야."
"애초에 몇 주 동안 땡땡이 치고나서 할 말은 아니지." 팬시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도 그는 지지자가 많아. 그가 마음만 먹으면 부서 이동은 시간문제라고."
"그래도, 일주일 후면 인수인계를 마친다는 말은, 그 전에도 계속 몸을 단련하고 있었단 소리잖아? 크라우치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 걸까?"
"오러에 싸우는 쪽만 있니?" 팬시가 짜증스레 말했다. "분명히 작전 쪽으로 들어갔겠지. 머리를 쓰는 곳으로."
"그는 권력에 대한 야망이 넘치는 사람이야."
시리우스의 안색이 어두웠다. 시리우스는 신문을 다 읽었는지, 그걸 발로 자근자근 밟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변방보다는 오러 본부의 자리가 탐났다 이거지."
"왜 저래?" 시어도르가 다프네에게 속삭였다.
"블랙 교수는 크라우치에 의해 아즈카반으로 넘어갔어. 그를 싫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다프네가 조용히 대답했다.
문제는 다프네의 조용한 목소리보다 휑한 복도가 더 고요했다는 거다. 모두가 입을 다물며 시리우스의 눈치를 보았다. 해리도 시리우스를 살폈다. 시리우스는 이 기묘한 침묵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시리우스의 눈에 온갖 감정이 들끓었다. 분노, 짜증, 경멸, 살의….
해리는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비볐다. 그가 눈을 뜨자, 시리우스는 평소처럼 당당하고 오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미안, 바쁜 일이 생긴 것 같네." 시리우스의 눈이 장난스레 휘어졌다. "깜짝 생일 파티를 여는 기특한 짓을 했으니,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각각 10점 추가. 그리고 드레이코가 괜찮은지 알려주렴!"
시리우스는 그 말을 끝으로 복도를 빠져나갔다.
"깜짝 파티를 해서 10점이라니…." 시어도르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대놓고 차별 대우잖아."
"스네이프처럼 말이지." 론이 케이크를 반으로 나누며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님이야, 론."
다프네가 활짝 웃었다. 그 웃음에 왠지 모를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스네이프 교수. 론이 불퉁한 기색으로 정정했다.
"…어쨌든 크라우치의 의도는 조금 명백해진 것 같아."
조용했던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었다. 헤르미온느는 지금까지 이걸 생각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녀는 말을 꺼내면서도 슬리데린의 눈치를 보았다.
"갑자기 오러 본부로 직장을 옮긴 거…. 아무리 봐도 '그자'랑 관련된 거 같은데?"
*
"다른 이상 증세는 없구나."
폼프리가 지팡이를 내려쳤다. 불똥이 타닥 사방으로 튀겼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폼프리의 눈썹이 곡선을 그렸다. 어딘가 미심쩍은 듯한 기색이었다.
"…혹시 모르니 성 뭉고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구나. 드레이코, 가련?"
"괜찮아요. 그보다… 제 상태 말고, 델라쿠르가 왜 이런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음, 망포이는 괜찮은 거죠?"
델라쿠르가 나에게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폼프리의 강렬한 시선도 느껴졌다. 완전 부담스러워. 나는 부러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래서 병동은 안 가겠다고 한 거다.
"괜찮단다." 폼프리가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하며 말했다. "내가 있잖니."
무언가를 결심하듯 폼프리의 눈동자가 점점 또렷해졌다. 델라쿠르도 폼프리에 감화된 건지, 퍽 진지한 얼굴이다. 나는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화제를 돌렸다.
"저랑 델라쿠르가 왜 이러는 거예요? 그 후로 델라쿠르가 마법을 더 써봤는데, 여전히 제 마력으로 마법이 써졌어요. 전 마력을 준 적도 없었는데요."
"전 영영 망포이의 마력으로 마법을 써야 하는 건가용?"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델라쿠르는 트리저워드의 챔피언이다. 학교 대표도 아니고 나라 대표인 셈이고. 마법을 쓰지 못하면 잃는 게 생각보다 많았다.
"제가 다시 한 번 마력을 빨아들여볼까요? 아직 그건 안 배웠지만…."
"그럼 내가 마법을 써볼겡."
"아니, 괜찮아. 괜찮단다."
폼프리가 일어나려는 나를 손수 앉혔고, 마법을 쓰려는 델라쿠르를 손짓으로 진정시켰다.
"일단, 드레이코, 네가 마력을 준 대상은 델라쿠르가 아니라 델라쿠르의 지팡이란다. 그래서 마법을 아무리 써도 네 마력으로 마법이 써졌던 거야. 마력은 마법을 쓰는 원동력이지만, 물체에 잘 잔류하니까 말이다. 델라쿠르, 물체에 잔류해 있는 마력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네가 마법을 쓰지 않는 한 말이야. 30분 쯤 뒤면 네 지팡이로, 네 마력으로, 네 마법을 쓸 수 있을 거야."
"하지망, 마력은 마법을 쓰지 않으명 나오지 않아용. 지팡이로 어떻게 다룰 수 있능 힘이 아니라고요. 게다가 망포이는 손으로 그걸 다뤘잖아용." 델라쿠르가 눈썹을 휘며 반박했다.
"정확히는 마력이 마음대로 이동한 거지." 내가 곧바로 정정했다.
"어딜가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야. 이 시대의 현자인 덤블도어를 생각해보렴. 다룰 수 없다는 마력을 어떻게 보고 느끼겠니? 마법을 다룰 수 없다면, 지팡이는 왜 존재하겠어? 게다가, 드레이코는 마력을 다루지도 않았고 말이야."
델라쿠르가 흠, 하는 비음을 내며 입을 다물었다.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헤르미온느와 흡사했다. 나도 조용해지긴 마찬가지였다. 활용할 게 늘었으니까. 이건 변수를 줄일 수 있는 좋은 패였다.
어느 정도의 정리를 끝마친 후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교수님, 좀 더 설명해 줄 수 있나요?"
"물론."
폼프리가 흔쾌히 지팡이를 흔들었다.
"예를 들어, 드레이코, 네 몸을 주전자라고 해보자."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나온 하얀 연기가 주전자의 형상을 갖추었다.
"물은 마력이고, 주전자의 부리는 지팡이란다. 이 부리로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처럼, 지팡이로도 마력을 조절해서 마법을 부리지."
주전자에서 나온 물이 델라쿠르에게로 쏟아졌다. 델라쿠르는 눈을 질끈 감았지만, 물은 가루처럼 공기 중으로 파스스 흩어졌다.
"여기서 질문. 주전자의 물, 그러니까 마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폼프리가 유치원 교사처럼 질문했고, 델라쿠르는 발표하는 학생처럼 손을 번쩍 들었다. …자꾸 플뢰르 델라쿠르랑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겹쳐보이는 건 기분 탓일 거다.
"그래, 델라쿠르, 말해보렴."
"영혼에서용. 피를 순환시키는 심장처럼, 영혼도 마력을 순환시켜요. 심장과 영혼은 오묘하게 같은 위치에 있어서, 피와 마력이 의도치 않게 섞이는 거고용."
"보바통 10점! 완벽했어, 플뢰르."
"뭘요, 포피."
그녀의 이름이 포피 폼프리란 건 어떻게 알았는지, 델라쿠르가 능청스럽게 폼프리의 말을 받았다.
"심장도 많이 쓰면 늙잖니? 영혼도 그렇단다. 하지만 조금은 다르지. 영혼은 마음가짐에 따라서 다른 거야. 예를 들어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영혼이 만드는 마력은 이렇게 된단다."
물보다는 석유라고 해야 어울릴 법한 액체가 주전자 안에서 찰랑였다. 주전자가 내 앞까지 다가오자, 나는 슬쩍 몸을 뒤로 뺐다.
"당연히 안 좋은 물을 담던 주전자, 즉 영혼은 상태가 나빠지겠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항상 기분이 좋다면, 마력은 아주 싱싱해지고, 곧 영혼도 그렇게 되지. 오, 그래, 플뢰르. 말해보렴."
"감정이 격해지면 마법이 강해지는 겅요? 포피 말대로라면, 기분이 좋아야 마법이 강한 거 아닌가용?"
"좋은 지적이야."
폼프리가 다시 미소지었다. 어쩐지 잔뜩 신이 난 기색이었다.
"그건 장기적인 관점과 단기적인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단다. 자, 보렴. 이 두 가지의 물 중에 어느 게 더 위험할 것 같니?"
석유 같은 물과 바닥까지 비칠 듯한 맑은 물이 주전자 안에서 찰랑였다. 나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저 시커먼 거요."
"그래, 폭발하는 감정은 꽤 위험하단다. 그 상태에서의 마력은 강하지. 하지만, 영혼에는 매우 안 좋아. 어느 누가 썩은 물이 담긴 주전자를 좋아하겠니?"
이번에는 노란색의 물감이 나왔다. 두 물에 모두 물감을 떨어뜨렸지만, 노랗게 변한 건 맑은 물 뿐이었다.
"유동적으로 변하기에도, 기분이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게 좋단다. 그래, 말하렴. 드레이코."
"그럼 나이가 먹을 수록 마력이 강해지는 건요?"
원작에서, 분명 해리는 어렸기 때문에 덤블도어와 배를 탈 수 있었다. 폼프리의 말에 따르면 그건 전부 모순이 된다.
"좋은 지적이구나. 좋아, 이젠 다른 관점으로 다가가볼까?"
주전자가 펑 터지며 연기가 되고, 그 연기는 다시 똘똘 뭉쳐졌다. 매끈하고 동그란 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뭔지 알 것 같았다.
"…풍선?"
"그냥 풍선도 아니지. 물풍선이야." 폼프리가 나긋한 어조로 덧붙였다. "가정을 하자면, 풍선은 영혼이고."
폼프리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쭈글거리던 풍선이 물을 머금으며 부풀어올랐다.
"이 물은 감정이란다. 기쁨, 슬픔, 아픔 따위의 감정은 영혼에 다양하게 쌓이지. 영혼의 핵심은 감정이야. 마법은 마력에서 나오고, 마력은 영혼에서 나오지. 결국, 마법은 감정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어. 나이를 먹을 수록 감정은 일종의 경험으로 영혼에 쌓이고, 그건 더 큰 마력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단다."
"그래서 나이가 들 수록 마력이 늘어나는 건가요? 감정이 영혼에 쌓이니까, 마력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고요?"
"아주 훌륭하게 간추렸구나."
폼프리가 환하게 웃었다. 무엇을 생각한 건지, 그 웃음은 쓴 웃음으로 바뀌었다.
"아까 전에 뭐라고 했지? 심장처럼…."
"영혼도 늙는다고용."
"맞아."
어느새 여기저기에서 나타난 바늘이 탱탱한 물풍선을 콕콕 찔렀다. 구멍이 생긴 자리에서 물이 쪼르르 흘러나왔다.
"마력은 결국 내 몸의 일부분. 내 피와 살을 뽑아다 쓰는 건데, 부작용이 없을 리가 있니? 세월을 머금은 영혼은 이전처럼 싱싱하지 않아. 결국, 마력은 많은데 영혼은 약한 모순이 발생하게 되지."
많은 구멍에서는 많은 물이 흘렀고, 풍선은 처음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그러니까, 저 물이 마력이고 풍선이 영혼이라는 소리지?
"최후의 발악인 셈이네요."
"맞아. 생명이 다할 때가 되면, 마법사들은 일시적으로 강해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력을 흘리기도 하지. 그건 꽃을 피우고 죽는 식물과도 같단다."
"그럼 드레이코는 왜 그러는 거죵?"
델라쿠르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잠깐, 너무 자연스럽게 이름 부른 거 아니냐.
"세월이 흐르는 것처럼, 영혼의 상태를 안 좋게 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지 않니?"
"안 좋은 감정이요?"
"맞아." 폼프리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드레이코, 요즘 스트레스가 조금 있나 보구나."
폼프리의 '스트레스'가 은유적 표현인 건 바보가 아니라면 다 알았다. 나는 덩달아 심각해지는 델라쿠르를 모른 채 했다. 델라쿠르는 머릿속으로 소설 한 편을 다 쓴 듯했다.
폼프리가 겨우 입술을 뗐다. 그녀는 입을 열면서도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영혼이 담긴 마력은 다른 것보다 효과가 좋지. 굳이 지팡이를 통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좋은 원동력이야."
"그래서, 이런 일이 또 있을 수 있나요?"
"없을 거란다."
"부작용은요?"
"없을 거야."
폼프리가 확고히 말했다. 그건 나한테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그녀 자신에게 하는 소리 같았다. 아, 그렇군요. 나는 아예 해탈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폼프리는 나와 눈을 맞추자 바로 생긋 웃어보였다.
"나도 그리 아는 게 없어서, 이렇게 밖에 대답을 못하는구나."
"이건 아는 게 없는 정도가 아닌데용."
그냥 전문가 아녜용? 델라쿠르가 다리를 꼬며 덧붙였고, 나는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전공 분야 -폼프리의 전공 분야는 외상 쪽이다- 도 아닌데 자판기처럼 대답이 계속 나오는 게, 얼마나 공부한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 폼프리가 초조하게 웅얼거렸다. "어쩌면 전문가보다 더 알아야 해."
"괜찮다명, 저도 관련 서적 좀 알아볼 수 있을까용?"
"응?"
"마법을 쓸 때 도움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델라쿠르의 눈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흥미도 생겼고용."
델라쿠르가 나긋하게 입술을 말아올렸다. 그건 시리우스와 비슷한 종류의 웃음이었다.
나는 떨떠름해진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공공연한 환자가 된 게 꽤 불편했다.
아프지도 않은데 쓸데없는 짓을 하게 해서 피해만 끼쳤다. 이 문제 때문에 도대체 얼마나 바뀐 건지 감도 안 잡힌다. 이 지경까지 오니 나도 내 영혼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만약 영혼이 허물어지고 있다 해도….'
나는 생각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델라쿠르와 폼프리의 시선이 쏠렸지만, 둘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영혼이 허물어지고 있다 해도?'
성 뭉고 병원은 최고의 치료사들이 모인 자리다. 내 증상은 나보다 전문가들이 더 잘 알 거다. 그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심각했다. 세계가 다른 영혼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는 종은 똑같지 않은가.
충분히 가능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을 불러주세요."
"드레이코?"
볼드모트는 내 피를 받고 부활했다. 내 피에는 영혼 조각이 들어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는 마침 일곱 개의 호크룩스를 만드느라 영혼이 거의 없는 상태다.
내 영혼이 허물어져 있다면, 상황이 조금 심각할지도 몰랐다.
*
Side, ?
하얀 대리석 조각이 바닥을 빛낸다. 모닥불이 타닥거리며 열을 내뿜고, 햇빛이 커튼 사이로 은근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어느 것도 눈 앞의 남자 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도자기 같은 피부에 오밀조일 모인 눈코입은 마치 누가 작정하고 만든 작품인 것 같았다.
남자는 눈살을 찡그렸다. 그건 그가 생각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주인님, 어디 불편하신지…?"
불행히도, 어느 멍청한 하인은 그 사실을 모르지만 말이다.
하인은 남자의 붉은 눈빛을 마주하며 흠칫 몸을 떨었다. 곧 표정을 가다듬었다. 하인은 파들파들 떨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들어올렸다. 그건 놀라울 정도로 비굴한 표정이었다.
"다른 방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간단히 식사라도 하시려는지요?"
"한 번." 남자의 눈이 곱게 휘어졌다. "이제 다음 기회는 없을 거다. 멋대로 입을 나불댈 기회 말이야."
하인은 시선을 바짝 내리깔았다. 남자의 바뀐 모습은 하인이 긴장할 이유를 주기엔 충분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정적이 방안에 녹아들었다. 하인은 눈을 한곳에 두지 못하며 안절부절거렸다. 남자의 침묵 또한 하인은 두려웠기 때문이다. 솔직히, 하인은 남자가 그의 공로를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대우는 반역자들이 받는 게 마땅하지 않겠는가!
남자는 하인에게 시선 한 줌 주지 않은 채 손으로 턱을 쓸었다. 수려한 외모의 남자가 생각에 잠긴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남자가 되찾은 것은 외모 뿐만이 아니었다. 남자는 사고방식과 성정마저 변했다. 전에 없던 여유로움과 신중함을 지니게 된 것이다. 남자는 이제 얼굴을 구기지 않았다.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우아하게 미소지을 뿐.
하인른 남자가 어떻게 지배자가 되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남자는 마치, 지배자가 될 운명을 타고난 듯보였다. 교묘한 말솜씨와 뛰어난 두뇌, 행동으로 옮기기 전의 신중함까지 갖추었다. 거기다 수려한 외모까지!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게 어려울 지경이다.
"…재밌어."
남자가 작게 읆조렸다. 무엇이 말입니까? 하인은 질문을 꾹 삼켜냈다. 그 정도의 눈치는 하인에게도 있었다.
"데려올 이가 한명 더 생겼다고 전해라."
"누구를…?" 하인은 혼자서 지레 겁먹고는 덧붙였다. "아니, 그, 그러겠습니다. 지금 당장 마법으로 전합지요."
남자의 무감정한 눈이 하인을 샅샅히 흝었다. 하인은 땀을 뻘뻘 흘리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그 작태를 감상하던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쯧, 혀를 찼다.
"네 실력으로는 바로 들킬 게 뻔하니…."
남자는 눈썹을 까딱였다. 윤기를 머금은 남자의 흑발도 따라 흔들렸다.
"…그는 알아챌 수도 있겠군."
"예?"
"편지를 써. 어느 멍청한 학생의 장난질인 것처럼. 끝에 '쥐'가 썼다는 표식을 남기고. 작은 용 조각상과 귀여운 편지지에, 아이다운 글씨체로."
남자가 여상한 어조로 덧붙였다.
" '잠자는 용(Draco)을 간지럽혀라-' 라고."
남자, 볼드모트의 눈이 곱게 휘었다.
초승달처럼 접힌 눈 사이에서 붉은 눈동자가 살벌함을 담고 번뜩였다.
[작품후기]
+플뢰르 델라쿠르=3695명
+) 얼마나 늦은 건지 감도 안 잡히네요…. 저를 매우 치세요..ㅠㅠㅠㅠ
++) 이번화는 설명충 바이 설명충이었습니다ㅠ 내용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슬프네요..
+++) 역시 볼디는 잘생긴 게 본체 아니겠습니까…ㅎ… 나름 반전이었는데 놀라셨으면 좋겠네요
++++) 폼프리 교수님 수업한다고 신나시는 거 봐라… 보건도 나름 중요한 과목인데… 덤비 일 안 하냐
+++++) 리코멘 선착순 3분!
DsJoker님
- 저도 작품 기다릴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죄송합니다.... 저를 매우 치세요...
소설이 좋은 사람님
- 독자님도 지금까지 선삭 안 하시고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 다시 한 번 늦어서 죄송하고, 앞으로 이런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