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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파괴범-124화 (124/130)

1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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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의 장점 말하기를 빙자한 놀리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낮잠을 잘 때도, 걸을 때도, 밥 먹을 때도 심지어 수업을 할 때조차. 쉬지 않고 장점을 말해 칭찬을 들을 때면 살짝 질릴 정도였다.

팬시는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열성적으로 나를 뜯어보았고, 다프네는 이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안 그러는 척 하다가도 후후 웃으며 팬시에게 동조했다. 시어도르는 그런 나를 비웃었다. 그러면서도 놀리는 건 제일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반납할 책 챙겼어?"

"응, 가져왔어."

"67번! 의외로 남을 잘 챙겨준다!"

"의외로는 뭐야?"

"이번에는 반박 안 하네?"

"포기 했어."

"잘 생각했어."

다프네의 부드러운 대꾸에 할 말을 잃었다. 팬시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뭔가 예법을 배울 때만큼 피곤한 것 같다. 움직일 때마다 장점을 말하는 통에 아무 것도 못할 지경이었다. 시어도르가 나를 보며 다시 비웃었다. 꽤 기분 나쁜 미소였다.

"뭐, 반박하는 것보다는 뻔뻔하게 나가는 게 더 나아."

"……."

칭찬이 귀에 익으면 좋은건가. 여전히 떨떠름한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능청스럽게 대꾸하는 시어도르를 한 번 노려보았다가, 그냥 한숨을 쉬고는 모든 상황을 포기해버렸다. 그렇게 나쁜 기분도 아니었으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냅두면 끝날 거다.

"그나저나, 이번부터 마법약 수업 짝이랑 하는 거지?"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도 걔네들이랑 할걸?"

"넌 그 수업 안 들어가지? 좋겠다…"

"그리핀도르 애들은 진짜 만용이 탑제된 것 같아. 어떻게 위험한 생물을 그렇게 다룰 수 있지?"

"다 조용히 해. 내 짝은 위즐리다."

"……아."

가던 걸음을 멈추자 셋이 날 돌아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눈을 잠시 느릿하게 깜빡였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라고 하니 이상한 깨달음이 뇌리를 스쳤다.

생각해보니 내가 해그리드의 특별수업에 갔었나. 스네이프의 수업도 가지 않은 내가 갔을 리가 없었다. 나는 여전히 침대 한 켠에 방치된 스터를 떠올리다가 곧 생각을 털어내려 고개를 흔들었다.

"왜 그래?"

"지금 며칠이지?"

"3월 23일? 아니, 24일인가?"

"한 달 넘게 빠졌네."

"뭐를?"

"해그리드 특별 수업."

아… 누군가의 깨달음 어린 탄식이 새어나왔다. 어렵지 않게 혼자 울먹거릴 해그리드를 상상할 수 있었다. 내가 가기 싫어서 안 온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나는 약간 미안해진 마음으로 오두막집이 있을 게 분명할 쪽을 바라보았다. 팬시의 불퉁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안 가도 되는 거 아니야? 해그리드는-"

"교수님."

"알았어, 해그리드 교수님은 뭐라고 말도 안 했잖아."

"요즘 수업 때 풀죽은 것 같던데."

"시어도르, 조용히 해."

"68번, 교수님을 존중한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다프네의 목소리가 깔렸다. 이 와중에도 칭찬 릴레이냐. 조금 질린 표정으로 다프네를 바라보자, 그녀가 생긋 웃었다.

나는 그냥 고개를 돌려 무시하기로 했다.

"그래도, 안 한다고 말 해야하지 않을까?"

"안 할거야?"

"동물이 안 다가오는 건 고쳐질 수 없는 부분이래."

"왜?"

"영혼이 거의 달라서 동물이 적대한다나? 아마 동물같은 지능이 부족한 이들은 나를 싫어할거야."

내가 이쪽을 온전히 받아드린다면 몰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말을 가까스로 삼켰다. 별로 하지 않아도 될 종류의 말이었다.

아마 패트로누스를 부르지 못하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일거다. 거기서 나온 동물이 나를 좋아할지도 의심스러웠다. 솔직히 동물이 나를 따르는 건 너무 먼 옛날의 이야기 같아서,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최근에 있었던 동물은… 무스 정도인가. 그것도 동물이 아닌 페티그루였다. 입 안쪽을 조금 깨물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던 생각을 하자 약간은 기분이 나빠졌다.

"……."

"……."

나는 조금 생각에 잠겨있다가, 미묘하게 조용해진 분위기를 뒤늦게 자각했다.

"어… 음… 일단 도서관이나 가자."

"도서관에 가기 보다는, 거기에 있는 빅터를 만나러 가는 거지만-"

시어도르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시어도르는 이상하게 고요한 분위기를 환기시키듯 특유의 어조로 말을 꼬았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분위기를 환기시키듯 말을 거들었다.

"그레인저랑 잘 되는 것 같았는데 지금 있나 몰라? 얼굴 확 좋아졌던데?"

"있으면 좋은거고 없으면 그거대로 괜찮아."

"아, 너희들 반납할 책 나한테 줘. 내가 반납해줄게."

"괜찮은데?"

"핀스 부인이랑 얘기할 거리가 필요해서 그래."

팬시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면서도 순순히 책을 넘겼다. 다프네도 싱긋 웃으며 책을 주었고, 시어도르는 책을 던졌다. 항상 느끼는건데, 시어도르의 인성은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나는 시어도르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봐주고는 어느새 도착한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적당히 시끄러운 분위기가 꽤 떠들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었다.

"근데 핀스 부인은 왜 만나려는 거야?"

"크라아- 우아상이 먹고 싶어서."

"……?"

"크루아상 받으려고."

별 이상한 애를 다보겠다는 시어도르의 눈초리를 외면했다. 크라우치 2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잖냐. 시어도르의 눈초리가 조금 날카로워 져서 난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마침 가까운 곳에 핀스가 있었다. 그녀는 눈을 홉뜨며 떠드는 아이들을 뚫을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애들은 보지 못했는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심성 없게 떠드는 걸 보니 신입생일 가능성이 다분했다. 핀스의 눈초리가 더 날카로워 진다.

난 애들을 구해주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핀스 부인."

"누가- 말포이 군이구나."

"네?"

"무슨 책 빌리고 싶니?"

핀스의 얼굴이 조금 상냥해지자, 다른 애들의 표덩이 점점 경악으로 바뀌어았다. 그도 그럴게, 호그와트의 사서는 대부분 냉철하고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무척이나 싫어했기 때문이다. 뭔가 주목 받는 것 같은 기분에 더 떨떠름해졌다.

"그 핀스 부인이 웃었어…!"

"하지만 쟨 드레이코 말포이잖아?"

"아… 하긴…"

뭔데 납득하는 거냐고. 나는 이상한 것만 잘 듣는 귀를 무시하며 핀스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순식간에 다른 애들에게 보내는 험악한 표정을 풀고 존중해주는 것 같은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무서워지는 건 기분탓 일거다.

"책을 빌리는 게 아니라,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말해보렴."

핀스의 또렷한 눈동자를 바라보려다가, 이내 고개를 털었다. 다른 사람에게 적당히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해야 된다. '레질리먼시'는 정말 모르겠을 때만 쓸 예정이었다.

일단 '핀스'스럽지 않은 부분에서 크라우치 2세일 가능성은 적어진다. 그는 배우 뺨칠 정도의 연기실력을 자랑하니까, 이런 식으로 굴리가 없었다. 난 머리를 굴리면서 확실히 판단하기 위한 말을 꺼냈다.

"출입 금지 구역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뭐? 어째서…?"

"잡히지 않은 죽음을 먹는 자들을 확인해야 하기도 하고-"

핀스의 표정을 살피니, 당혹스러운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한순간도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거나, 진짜 핀스이거나 둘 중 하나다.

핀스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말을 딱 잘라낼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은 이유가 뭐지? 처음부터 상냥한 태도도 이상했다. 물론 그렇게 행동할 수록 크라우치 2세라는 가능성은 멀어졌다.

"-아즈카반에 있는 디멘터란 존재를 더 알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금지 구역의 책은 매우 위험하단다. 그런 걸 어째서 알고 싶은거니?"

"아즈카반이 얼마나 탈출하기 어려운지 알고 싶어서요. 그리고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을 잡고 싶어서요. 아직 잡히지 않은 죽음을 먹는 자들은 쓰레기나 다름 없잖아요. 장래희망이 오러예요!"

나도 모르는 새에 오러가 되고 싶었나 보다. 나중에 루시우스랑 나시사에게 사과도 해야 겠다. 하나 뿐인 아들이 부모님을 쓰레기라고 불렀습니다.

크라우치 2세라면 이런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거다. 그는 볼드모트를 외면하고 모른 척한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을 거의 혐오한다. 그들을 혐오해서, 볼드모트를 경외시하는 모임을 표식을 날려 중지시킬 정도다.

나는 그녀의 반응을 티나지 않게 살폈다. 그녀는 어쩐지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크라우치 2세이건 핀스건, 말포이의 아들이 이런 말을 하면 당혹스러워 할 수도 있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을 잡고 싶다고 했니?"

"아, 네."

"다른 책은 안 보려는 거야? 치유 마법이라거나…"

"네?"

내 반문에 핀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듯, 안경을 조금 치켜올렸다. 나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걸까. 예상 외의 반응에 약간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어쨌든 이걸로 크라우치 2세일 가능성은 없어졌다. 그가 할 말은 핀스의 역할에 몰입해서 그녀가 할 대사와 내가 하는 말에 반응해서 크라우치 2세가 할 대사 이외에 존재하지 않았다.

핀스를 제외시키고, 남은 사람들은 베그만, 필치, 트릴로니, 벌베이지, 시리우스인가. 별로 남지 않은 인원에 약간 초조해졌다. 볼드모트가 부활한 시점부터 시간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일어날지 몰랐다.

어쨌든 4권에서 '만악의 근원'을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해야 했다. 그것 때문에 카르카로프를 끌어들였다. 다른 복합적인 이유도 더 존재했지만 말이다.

"우선… 금지 구역은 안된다고 말하고 싶구나. 다시 말하지만 그곳의 책은 매우 위험해. 그리고 학생에게 적절하지 않은 책이 대부분이란다."

"…네, 알겠습니다."

생각에 잠겨서 한 박자 늦게 대답하자, 핀스의 안색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시선도 처음 대화한 것보다 몇 배는 늘어난 것 같았다.

꽤 불편한 상황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계속 들고 있던 책들을 건냈다. '어둠의 마법 치료법' 따위의, 다프네와 시어도르, 팬시가 빌린 책이었다. 지금 보니까 제목 상태가 좀 이상하다. 도대체 뭘 보는거냐.

"반납할 책들이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사방에서 오는 시선들에 질식할 지경이다. 저번에 한 달 정도 무단결석한걸 이렇게 돌려받는 건가. 항상 생각하지만 호그와트는 소문이 쓸데없이 빠르다. 남 얘기 하는 걸 좋아하는 인간의 특성과 7학년까지 있는 것 치고는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학교가 합쳐난 결과물이었다.

난 조금 질린 기분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슬리데린의 교복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향했다. 슬리데린들은 머글 혈통이 많은 도서관에는 잘 오지 않는 편이었다. 덕분에 도서관에서 제일 쉽게 찾을 수 있는 복장이다.

"……?"

도대체 왜 책장 끝쪽에 숨어 있는 거지. 숨으려고 노력하지만 굉장히 잘 들킬 것 같은 자세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쭉 내밀며 무언가를 보는 셋을 관찰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경악한 표정이었다.

"맙소사."

"쟤가 '그애'랑 대화를 하고 있어?"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눈을 굴리자, 크룸이 헤르미온느와 도란도란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크룸은 상기된 기색으로 말을 몇 번 던지더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었다. 이걸 저렇게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거였다. 대화하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이었던 거냐.

"그레인저가 웃었어. 빅터 말 듣고 웃었다고."

"멀린이시여… 이건 기적이야."

"사실 어이 없어서 웃은 거 아닐까?"

시어도르가 충격받은 얼굴을 한다. 그게 그렇게 충격적인 이야기였냐고. 나는 어쩐지 짜게 식은 얼굴로 시어도르의 뒤통수를 툭툭 쳤다. 그가 흘깃 나를 보고는 다시 크룸 쪽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보았다. 뭔가 무시당한 기분이다. 난 뒤통수를 세게 때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벌써 온 거야? 크루아상은 잘 받았냐?"

"…없다고 안 주셨어."

"거짓말도 티 안나게 해라."

"69번, 거짓말을 못한다."

"그게 장점이야?"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이 아니지는 않아."

"솔직한 건 좋은 거니까."

"그걸 받아줄 만한 상황에서는."

시어도르가 여전히 크룸 쪽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상태로 중얼거렸다. 다른 애들도 충격 받은 얼굴로 그쪽을 관망했다. 이런 뜨거운 시선이면 들킬만도 한데, 크룸은 헤르미온느만을 열렬히 바라보고 있었다.

"드레이코, 너 도청 마법 쓸 줄 알아?"

"쓸 줄 알기는 한데, 남의 얘기를 무단으로 듣는 건 좀…"

"70번, 피해를 끼치는 걸 싫어한다."

"그보다 그거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

칭찬 세례를 하는 것과 크룸을 몰래 지켜보는 걸 동시에 합친 말이었다. 뭔가 스토커가 된 기분이 찝찝하기만 했다. 그 와중에도 크룸은 바보같이 웃었다. 어차피 깨질 운명이지만, 참 열렬한 사랑꾼이다. 나는 조용히 크룸을 향해 명복을 빌어 주었다.

"너희, 크룸 좋아한다고 열렬히 따라다니는 팬들이랑 비슷해 보이는 건 알고 있어?"

"켁…"

"실제로 시어도르는 그 팬들 중 하나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심한 말을-"

"드레이코?"

헤르미온느의 말에 말 그대로 굳었다. 크룸은 그제서야 우리를 발견했는지,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날 노려보았다. 뭔가 배신감 드는 것 같다. 난 애초에 훔쳐보지도 않고 말렸다고. 반면에 헤르미온느는 별 생각 없어 보였다. 그녀가 발그레한 볼을 매만지며 느릿하게 물었다.

"혹시, 봤어?"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굴려 다프네와 시어도르, 팬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나처럼 당황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그들이 나를 버리고 튀었기 때문이다. 참 아름다운 우정에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시발…"

"응?"

"아무것도 안 봤다고. 책 빌리러 지나가는 길이었어."

크룸이 헤르미온느의 뒤에서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어쩐지 좀 억울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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