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23화 (123/130)

1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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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리야? 교수들이 싸우다니?"

"이름은 말하지 않겠지만, 진짜 유치하다."

무슨 일이 생겼나 했더니. 나는 그들이 벌베이지의 사감실에 끌려가는 것까지 보고는 투시 마법 사용을 그만두었다. 다프네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듯 연녹빛 눈동자를 끔뻑거렸다.

"그걸 어떻게 아는데?"

"투시 마법."

"이젠 하나하나 놀라기에도 지친다."

그럼 반응 안 하면 되는 거 아니냐. 마침 한구석에 쳐박아놓고 잊었던 숙제가 생각났다. 난 시어도르의 말을 무시하며 기숙사로 들어가 양피지를 가지고 왔다. 500까지의 번호가 적힌 종이를 아련한 눈길로 쳐다보다가 모닥불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태워버려야 하나.

"무슨 숙제인데?"

"장점 적어오기."

"뭔 숙제가 그래?"

"너희들이 좀 도와줘."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 생각나는 것도 없었고, 내 장점이라고 해도 '마법 잘한다' 정도일거라 여겨 한 말이었다.

팬시가 내 말에 눈을 불길하게 반짝거린다. 다프네도 후후 웃었는데, 그 웃음은 평상시보다 더 무서워 보였다. 시어도르는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었지만.

"아니, 생각해보니까 안 말해줘도 괜찮을-"

"음- 500개라 이거지? 우리만 믿어! 전부 꽉 채워줄 테니까!"

"안 그래도 되는데."

"아, 좋다고? 사양하지 마!"

나는 왠지 모를 불안한 기분으로 마지막 남은 시어도르를 응시했다. 제발 쟤네들 좀 멈춰줘. 시어도르는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다가 활짝 웃었다. 꽤 즐거워 보이는 웃음이었다.

"나도 도와줄게."

"……."

순간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 * *

Side, Severus Snape

세베루스는 현재 다시 벌베이지의 사감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빌어먹을 블랙이 옆에 앉아 있었지만, 다른 교수들 때문에 그와 말장난 할 시간이 없었다.

방금 전에 이곳에서 다른 이들을 전두지휘한게 꿈같이 느껴질 정도로, 교수들은 그들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도 이 정도로 무섭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눈을 지그시 내리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아아, 됐어요. 처리는 거의 다 했으니까."

스프라우트의 말에 더욱 깊은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건 다 시비를 건 블랙의 잘못이었다. 세베루스는 짜증 어린 눈으로 블랙을 노려 보았으나, 다른 교수들의 눈초리에 금방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험악하다면 험악하다고 할 수 있는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교수들이 바깥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했지만, 여전히 쏘아보는 눈초리들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참다 못한 블랙이 먼저 말을 꺼냈다.

"뭘 원하시는 겁니까?"

여전히 달라진게 없는 버릇없는 어조였다. 역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게 없군. 세베루스는 자신도 비슷하게 버릇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블랙도 세베루스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사실도.

블랙의 말에 맥고나걸은 깊은 한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그녀의 눈에는 어느 때보다 단호한 결심이 서려 있었다. 세베루스가 움찔 몸을 떨 정도로 매서운 얼굴이었다. 물론, 블랙은 학창시절에 많이 본 얼굴이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뭘 말입니까?"

"둘 말이에요. 지금 이 상태로는 치료제고 뭐고 소용 없어요."

"큼큼!"

블랙이 들으라는 듯 헛기침을 했다. 교수들의 시선이 블랙에게로 모이자 그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며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맥고나걸의 눈썹이 점점 치켜 올라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세베루스도 한숨이 나오려는 걸 막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많이 반성했습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다음에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게요. 싸우는 건 되도록 자제-"

"싸우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맥고나걸이 책상을 손으로 쾅, 쳤다. 그녀의 기세는 죽음을 먹는 자들과 싸우러 가는 불사조 기사단의 모습과 흡사했다. 다른 교수들마저 몸을 흠칫 떨 정도였다. 그녀가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로 둘을 노려보았다.

"둘이 그렇게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팀워크가 깨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세베루스가 이 일을 지휘한다면, 시리우스는 따라야 해요! 비꼬거나 꼬투리 잡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세베루스는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가 흡족한 기색으로 한 쪽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렸다. 씩씩거리는 블랙이 반발하려고 나섰지만 그보다 맥고나걸이 더 빨랐다. 그녀는 사자같은 는을 번뜩이며 다시 소리 질렀다. 맥고나걸이 그리핀도르라는 걸 다시 상기할만한 표정이었다.

"세베루스, 당신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게 시리우스를 무시하면 그의 태도가 거칠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시리우스는 아직 철이 없지만(그게 무슨 소리예요? 블랙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아이가 아닌 성인이라고요! 즉, 둘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는 소리예요!"

세베루스는 자신의 귀를 틀어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블랙과 그에게 존중과 배려라니, 그보다 안 어울리는 표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얼굴도 미묘한 기색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입술도 소리없이 떨렸다.

맥고나걸은 조금 진정한듯 숨을 가다듬으며 침착한 기색을 되찾았다. 그녀는 이제 아기를 혼내고 나서 달래주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블랙도 세베루스도 삐딱한 태도를 취한 채로 그녀의 말을 들었다.

"시리우스와 세베루스는 앞으로도 많은 협력을 해야 하죠. 존중과 배려가 없다면 모든 일을 그르칠 지도 몰라요."

"하지만, 미네르바! 말이 안 됩니다! 어떻게 제가 저 스니-"

순간 맥고나걸의 눈이 번뜩였다.

"-이에이프에게 존중과 배려를 합니까? 정말 말이 안 돼요!"

"마찬가지입니다."

"좋아요, 둘 모두 드레이코가 치료제를 찾지 못해 아픈 걸 바라는 건 아니겠죠?"

맥고나걸은 평소답지 않은 강한 어조를 사용했다. 그들을 자극시키려는 게 뻔히 보이는 속셈이었다. 물론 뻔히 보인다고 해서 안 걸려들지는 않았다.

세베루스가 멈칫한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심호흡을 한 번 했다. 블랙은 입술을 조금 깨물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맥고나걸은 그들의 반응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이런 말을 한 것이 후회되는 듯 눈썹을 조금 찡그리고 있었다.

"둘의 사이가 회복되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그냥, 서로 존중이라도 해주세요."

"호그와트에 있을 때만은 노력해 보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블랙이 퉁명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세베루스는 한심하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그는 맥고나걸을 볼 때와 같은 시선으로 블랙을 보려고 노력했다. 시리우스 블랙은 미네르바 맥고나걸이다… 미네르바 맥고나걸이다…

"뭘 봐?"

"시리우스!"

"…왜 보는거야?"

아무리 봐도 시리우스 블랙이 미네르바 맥고나걸로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아니꼬운 기분이었다. 세베루스는 마주 보며 비꼬는 대신 고개를 돌려 블랙을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으로써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블랙에게 존중의 눈빛을 보내기란 롱바텀의 마법 약 점수가 O일 가능성보다 낮았다.

맥고나걸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깊은 한숨소리에도 블랙을 보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미네르바, 너무 실망하지 마요. 말싸움을 안 한 것 만으로도 나아진 거 아닌가요? 세베루스는 누군가가 말한 소리를 흘려 들었다.

* * *

"31번, 드레이코는 반짝반짝하다!"

"그게 장점이냐…"

"장점이지!"

뭐만 해도 장점을 말하는 통에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나와는 다르게 싱글싱글 웃고 있는 팬시를 바라보았다. 팬시는 이 상황 자체가 꽤 즐거운 것 같았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니까?"

"그럴 순 없지! 시간이 촉박하다며? 이 누나만 믿어, 드레이코."

"언제부터 내 누나였냐."

"생일 상으로는 내가 더 빨리 태어났거든."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산으로 가는 분위기에 아예 말하는 걸 포기했다. 다프네가 후후 웃으며 팬시와 속닥거렸다. 처음에는 말리는 것 같더니, 이제는 동조하고 있었다.

배신감 어린 눈으로 다프네를 바라보다가, 흥미진진하게 상항을 관전하는 시어도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좋아, 말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건 알겠군. 더 머리 아파진 느낌이다. 난 거의 허탈해진 심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프네가 그 하나까지 놓칠 수 없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32번? 걸음걸이가 우아하네."

"이건 그냥 예법이잖아? 여기서 예법 모르는 사람이 있어?"

"그걸 평상시에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시어도르 좀 봐봐. 흡사 좀비의 걸음걸이잖아?"

"왜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시비냐?"

시어도르가 눈썹을 꿈틀댄다. 저번에는 눈을 크게 뜨는 걸로 그쳤었는데. 나는 점점 진화하는 감정표현을 신기한 기분으로 감상했다. 다프네도 그런 시어도르가 마음에 드는 듯 다시 후후 거리며 웃었다. 다프네와 합심해서 시어도르를 놀리고 있는데 갑자기 팬시가 끼어들었다.

"33번, 피부 진짜 좋다…"

"그건 동감. 넌 피부결은 진짜 좋더라."

"이제 하다 못해 피부결 칭찬이야?"

"칭찬을 어색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좋지 못해."

시어도르가 근엄한 척하며 대꾸한다. 저건 분명히 방금 전 일의 복수일거다. 나는 올라오려는 욕을 다시 삼켰다. 칭찬해주는 이들에게 욕하기도 좀 그랬다. 이건 칭찬이 아니라 놀린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나는 한숨을 삼키면서 깃펜을 꺼내들었다. 어쨌든 숙제를 수월하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장점을 이렇게 적는 건 약간 낯뜨거웠지만,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별 수 없었다.

"34번! 글씨체가 고급스럽다!"

"이건 그냥 필기체라고?!"

"그 필기체마저 드레이코스럽다!"

"무슨 뜻이냐?"

내 짜증 어린 대꾸에 아무도 말을 잇지 않았다. 그거 진짜 무슨 뜻이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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