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21화 (121/130)

1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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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정하기 비슷한 시간은 그 뒤에도 더 이어졌다. 그러니까, 래번클로와 후플푸프의 짝 말이다. 난 래번클로에서는 레이븐 클로가 짝이 되었고, 후플푸프에서는 한나 아보트가 짝이 되었다.

클로는 어색한 듯 말도 붙이지 않았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색해서 공기까지 막힌 기분이었지. 아보트와는 몇 마디 말을 섞었다. 아보트가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걸 제외하면. 도대체 어디까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진 거냐고.

"말도 안 돼."

팬시가 투덜거리듯 중얼거린다. 팬시뿐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4학년생들도 파격적인 수업 방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서로서로 수군대며 교실을 빠져나가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나한테로 오는 시선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완전 교권남용 아니야?"

"우리 학년을 그냥 실험용 쥐처럼 취급하는 거지. 반응을 보고 짝 제도를 할지 말 지 결정하는 거잖아."

"이건 짝(pair)이 아니라 구멍(pore)이라고! 완전 구멍투성이잖아. 이러다가 싸움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

뭐, 난 이러든 저러든 상관없지만. 나는 시어도르와 팬시의 부정적인 말들을 흘려들었다. 다프네도 어느 정도 내 생각에는 동의하는 것 같았다. 다프네는 환히 웃으며 긍정적으로 좋은 점을 짚었다.

"타 기숙사생이랑 친해질 수 있는 기회잖아? 시디, 팬시, 사교성 좀 길러봐."

"오, 위즐리랑 사교성을 기르라고? 마법약을 돌덩이로 만드는 애랑?"

"저번에 화해했다며?"

"그건 그거고!"

팬시의 열띤 소리를 배경 삼아, 시어도르는 팍 인상을 찌푸리고 다니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시어도르의 미간에 난 주름이 더 깊을까, 마법의 모자의 주름이 더 깊을까.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다프네가 시어도르를 다독였다.

"시디, 그레인저는 괜찮잖아? 마법약도 잘 만들고, 꽤 귀엽던데."

"…그러는 넌 롱바텀이랑 짝이잖아."

"롱바텀도 나름 괜찮아. 귀엽고, 성실하잖아."

다프네의 대수롭지 않은 대답에, 시어도르의 눈썹이 더욱 곡선을 그린다. 이젠 아주 땅을 파고 들어가는구나. 깊어진 주름에 나는 그냥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다프네의 도와달라는 눈빛은 애써 무시했다. 난 지금 호그와트의 안전을 위해 관계자들을 조사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배블링 교수님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너희 먼저 가."

"그렇게 쏘다니면 안 힘드냐?"

"어."

"아니, 드레이코, 너도 좀 들어 봐. 아예 짝(pair) 제도 말고 구멍(pore) 제도로 이름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구멍 제도 폐지 운동을 대대적으로 하는 거야. 일단 클럽을 만들어서-"

일단 여기를 탈출해야겠어. 난 조용히 자리에서 벗어났다.

* * *

Side, Severus Snape

세베루스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함께 있는 다른 교수들도 전부 어두침침한 안색이었다. 하긴, 교수들 중에 예언자 일보를 보지 않는 사람은, 느끼한 미소를 짓던 록허트나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아는 록허트, 감히 자신을 귀찮게 했던 록허트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신문은 읽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베루스가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아니, 사실은 담담한 척하는 거라고 할까. 세베루스의 말이 버튼이라도 된 듯 그제서야 다른 교수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요, 봤죠. 그 끔찍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하여간, 리타 스키터는 도움이 되는 게 없죠."

"덤블도어 교수님에 대한 신문에서부터 알아보기는 했어요."

"드레이코는 지금 아는 건가요?"

스프라우트가 걱정 섞인 눈으로 힐끔힐끔 문 쪽을 바라보았다. 다른 교수들이 그녀의 말에 찔끔한 듯 입을 제각기 닫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빈 교실을 세베루스가 구경이라도 하듯 바라보다가, 변함없는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슬리데린의 아이들이 잘 해주고 있습니다. 그… 위즐리 쌍둥이들도 도와주고 있고요. 드레이코는 아직 모릅니다."

세베루스의 말에 여기저기에서 안도 섞인 한숨이 튀어나왔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던 분위기가 세베루스의 말을 기점으로 팍 식었다. 각자 안도 어린 기색으로 말을 내뱉는 교수들 사이에서, 스프라우트가 조금 밝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치료제는 잘 돼가고 있나요?"

"그건 세베루스가 관할했었죠?"

열 쌍도 넘는 눈동자가 세베루스를 향한다. 세베루스는 갑자기 쏟아지는 시선에 잠시 당황했다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다른 교수들과 교류하지 않으며 의심 아닌 의심을 샀던 세베루스 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것이 퍽 생소했다.

"주기적으로 치료제를 먹이고 있기는 합니다. 치료제를 먹고 나서부터 피를 토하지도 않은 것 같고요."

"그- 기자는요?"

"예언자 일보에서 퇴출 당하고, 피해자들과 위자료 문제로 다투고 있습니다."

다시 소란스러워진 것 같은 주변에 세베루스가 손뼉을 쳐서 주위를 집중시켰다. 세베루스도 꽤 화가 난 상황이었지만, 더 중요한 문제가 존재했다. 비열한 기자 따위가 아닌 정말로 중요한 일 말이다.

"지금 저희가 이야기해야 할 건은 치료제입니다. 배블링 교수님, 룬 문자는 잘 됩니까?"

"안 그래도 방어나 전투할 수 있는 룬 문자를 잔뜩 만들어 두었습니다. 위험할 때에 찢으면 발동되는 걸로요. 오는 길에 만나서 줬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자들에게 빼앗기거나 악용되면…"

"그에게 귀속된 룬 문자 부적입니다."

배블링은 당연한 사실을 말하듯 말을 끝마쳤지만, 그게 고난도의 마법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룬 문자에 특화된 전문인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마법. 다른 교수들의 소리 없는 경악과 함께, 그 세베루스 마저도 입을 살짝 벌렸다.

"…좋습니다. 그럼, 다른 분들은 잘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아, 네. 그에게 맞는 운동법을 찾았어요. 허락만 해주신다면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어요!"

"쓰러지지 않기 위한 기초 체력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마법약을 먹이고 있으니 5학년 때 실행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전 영혼에 관련된 약초를 전부 재배 중이에요. 다른 몸보신용 약초도 재배하고 있고요."

"고맙습니다. 재배가 성공한다면, 연락을 해 주십시오."

"치료제를 닥치는 대로 찾아서 다 보냈죠."

"받아서 치료제로 사용했습니다."

순조롭게 움직여주고 있는 이들에, 날카로운 검은 눈동자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세베루스는 교수 한 명 한 명에게 약간의 고마움과 경의를 담은 채로 말을 이었다.

"책에서는 뭔가 찾은 게 없었습니까?"

"뭔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책들만 따로 뽑아다 읽어봤어요. 전에 말한 대로, 그건 끊임없는 고문과 우울감, 스트레스에 의해 생겨난 저주예요. 마음에서 생겨난 병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세베루스는 설명을 들으며 침묵을 유지했다. 저번에도 들었던 내용이었지만, 들을 때마다 새로운 짜증이 피어올랐다. 포터 패거리를 보는 것처럼 피어오르는 짜증은 꽤 없었는데. 새롭다면 새롭다고도 할 수 있는 경험이다.

"행복한다면, 치료제와 자신의 의지를 통해 나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아, 놓친 게 있을 수도 있으니 한 번 더 읽어볼게요."

"부탁드립니다."

세베루스가 간결히 말하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각각의 교수들이 꽤 믿음직스러웠다. 세베루스 스스로도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놀라 몸을 흠칫 떨었지만.

"그럼, 이번 회의는 이렇게 마치겠습니다. 다음 일정은 나중에 알려드리도록 하죠. 그리고-"

세베루스가 머뭇거리자 다른 교수들이 귀를 기울이거나 몸을 숙여 그의 말에 집중했다. 세베루스는 보통 중요한 용건을 말할 때 뜸을 들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숨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는 교수들을 보는 건, 꽤 생소하면서도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세베루스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블랙을 응시했다. 그는 삐딱한 자세로 앉아서 세베루스를 비웃고 있었다. 세베루스의 눈살이 찌푸려지자, 보다 못한 벌베이지가 말을 재촉했다.

"그리고요?"

"그리고-"

저 블랙 자식만 아니었다면 당장 말했을 텐데. 아니, 블랙이 없었어도 말을 잘 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세베루스의 일생을 통틀어서 이런 말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자'에게 말한 걸 제외한다면 말이다.

입구멍에 뭔가를 탁 막아놓은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세베루스는 희석되어 별로 남지 않은 혐오감과 한심함을 담아 블랙에게 마주 비웃어주었다.

"세베루스 교수님?"

"……."

오, 젠장. 차라리 펠릭스 펠리시스를 만들고 말지. 세베루스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다른 교수들의 눈초리가 더 매서워지자 그는 한숨을 쉬고 단단히 닫힌 입술을 겨우겨우 땠다. 그리고 주문을 말할 때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교수들의 표정이 더 휘둥그레지자, 세베루스는 빨리 사감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밖에 남지 않았다. 동시에 귀에 열이 몰리는 것도 선명히 느껴졌다.

* * *

"……?"

나는 멍하니 손에 들린 룬 문자 부적들을 응시했다. 방금 밧세바 배블링 교수가 와서 용돈을 쥐여주듯 준 것이다. 룬 문자 부적을 왜 이렇게 많이 만드나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나. 뭔가 푸시식 식는 느낌이다. 나는 짜게 식은 마음으로 다른 교수의 사감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것보다, 학생한테 이런 걸 줘도 되는 거냐고."

뭐,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잔뜩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주는 게 찝찝했을 뿐이지. 나는 아무 도움 안 되는 지팡이를 원망스레 바라보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사의 마력은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아질수록 강성해진다. 이 마법도 그랬다. 호그와트 전체에 광역 마법을 쓸 수도 없었고, 다수에게 쓸 수도 없었다. 학생들은 마력이 비교적 작아서 가능한 경우였다.

게다가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 2세는 꽤 똑똑했다. 탐색 마법이 교수들에게 아예 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뭔가를 나눠주어서 마법을 방지한 것 같았다.

결국은, 하나하나 다 대면하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배블링은 아니고, 덤블도어도 평소 같았고, 카르카로프는 내가 끌어들였지. 무디도 한 시간 넘게 뭔가를 마시지 않았고. 퍼시는 레질리먼시가 아주 쉽게 되어서 아닌 걸 확인했고.'

상식적으로 그렇게 쉽게 머릿속이 읽혀도 되는 거냐고. 나는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퍼시의 생각을 읽고 의심을 버렸다. 그 크라우치는 지금 필요의 방에 있었지만. 얽혀드는 생각에 맞춰 발을 빠르게 놀렸다. 약간은 숨이 찼지만, 힘들어서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남은 건 시리우스, 필치, 핀스, 베그만, 맥심, 벌베이지, 트릴로니인가.'

꽤 많이 남은 사람들을 보며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마법은 도움이 안 되고, 크라우치 2세일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하나하나 대면하기도 짜증 났다.

"아, 도착했다."

이러든 저러든 벌베이지의 사감실 앞이었다. 나는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키고, 문고리를 잡아서 두어 번 두드렸다. 안에서 뭔가 소리 나는 것 같은데. 기분탓 이겠거니 하며 두 손으로 문을 조심스레 밀었다.

조금 낡은 건지 삐걱대는 소리가 교차하며 문이 열린다. 끼익거리는 소리에 다른 교수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았다. 잠깐, 다른 교수들? 벌베이지의 사감실에는 버거울 정도로 많은 교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아마도 교직원 회의 시간인 것 같았다. 몇몇의 시선에 약간은 어색해진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다.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진귀한 장면만 아니었다면.

"-감사합니다."

맙소사. 저 목소리는 분명 슬리데린의 사감이자 호그와트 마법약 교수의 것이었다. 나는 잠시 귀를 톡톡 두드렸다. 설마 내 귀가 망가진 건가. 다른 교수들의 반응을 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들킨다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해 할 스네이프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기로 결정했다. 조심조심 발소리를 죽이고 뒤로 한두 걸음 물러난 나는, 문고리를 느릿하고 조용하게 돌렸다.

끼이익-

"어? 드레이코?"

아, 이 문은 나무 문이었지. 뒤에 딸려오는 시리우스의 목소리가 원망스러웠다. 스네이프는 말 그대로 끼기긱 소리가 나는 것처럼 몸을 돌렸다. 내가 보고 싶어서 본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를 죄책감에 속사포로 말을 내뱉었다.

"실례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쾅, 소리가 나게 닫아버린 문을 불안히 응시했다. 뭔가 망한 것 같은 건 기분 탓 일 거다. 본의 아니게 남의 흑역사를 봐 버린 꼴이다. 나는 어쩐지 억울했다. 솔직히 듣고 싶어서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스네이프 교수님이랑 개인 수업 있지 않았나."

나 혼자 있을 뿐인데 어색한 정적이 주위를 가득 채웠다. 나는 3초 뒤쯤에 내가 장점 적기는커녕 마법약 숙제까지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침입자를 잡느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속으로만 변명을 되뇌면서 지팡이를 움켜잡았다. 되도록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했다.

"윙가르디움 레비오-"

끼이이익-

나무 문이 불길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아, 시발. 이럴 줄 알았다면 바로 도망치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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