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18화 (118/130)

1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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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좀 이상한데."

"뭐가?"

다프네가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묻는다. 꽤 오랜만의 연회장이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다. 은근히 둔한(사실 시선을 너무 많이 받아와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다프네와는 다르게, 쏟아지는 시선을 느낀 팬시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따라 시선이 더 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집요정이 힘들어 보이길래 연회장으로 나왔더니…"

"그러게 그냥 먹자니까?"

"그럼 집요정이 힘든 걸 모르는 척 하란 얘기야? 완전 노동착취거든?"

다프네가 톡 쏘아붙이며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더 먹었다. 팬시가 그걸 보며 시어도르에게 속삭인다. 다프네는 은근 아이스크림 좋아해. 시어도르가 왠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왜 그걸 알려주는 거냐고.

"드레이코, 너한테 시선 몰리는 것 같은데?"

"최근에 무슨 짓 한 거 있어?"

"나도 몰라."

시어도르가 다프네가 먹은 아이스크림을 퍼먹었다가 별로인건지 인상을 찡그린다. 그럴 거면 왜 먹은 거냐. 시어도르는 주스를 마시고는 조금 더 나아진 안색으로 말했다.

"드레이코 말포이 군께서 한 짓이야 많잖아? 래번클로 토론 개척한 거, 마법약 수업 무단결석한 거, 연회장에 안 가고 집요정 괴롭힌 거, 이유없이 학교 무단결근-"

"뭔가 그렇게 나열하니까 되게 중죄 같은데."

"저지른 일이 한두 가지여야지."

시어도르가 비웃는 듯한 기색으로 말을 마친다. 아니, 그것보다 연회장은 너희들도 안 가는 거잖냐. 마법약 수업은 망할 쌍둥이들 때문에 한 번 빠진 거였고. 나는 뭔가 억울해진 마음으로 호박 주스를 한 모금 더 마신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의자에 가시라도 붙었냐?"

"드레이코, 잘 갔다 와-"

이제는 어디 가는지 물어보지도 않는 거냐. 나는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는 쏟아지는 시선들을 애써 무시했다. 오늘따라 더 집요한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 * *

Side, Daphne Greengrass

"갑자기 왜 이러지?"

"원래부터 눈에 띄는 건 싫어했잖아. 내버려 둬."

다프네는 아이스크림 용 수저를 내려놓으며 태연히 대꾸했다. 시어도르도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팬시가 뚱하니 팔짱을 끼고 관심이 없어 보이는 둘을 응시했다.

"그게 아니잖아. 갑자기 왜 이렇게 시선이 몰리는 거냐고."

"맨날 이래왔잖아?"

"뭐, 심한 건 사실이지만."

그들의 대수롭지 않은 반박에 팬시의 눈썹이 더욱 치솟았다. 조금 있으면 터질 것 같은데. 시어도르와 다프네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네가 좀 말려봐. 싫어.

"진짜 이상하다니까? 원래부터 라기에는 엄청 집요한데."

"별일 아닐 거야. 뭐, 무단결석도 아니잖아. 다른 어떤 이유가 있을-"

"…저기."

다프네가 눈길을 돌리며 목소리의 근원지를 살펴보았다. 곱슬머리를 하고 앞니가 큰 여학생,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팬시와 시어도르는 연신 다프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고. 마치 방금 전의 팬시를 대하는 눈길과 비슷했다. 머글 말로는 폭탄 이랬나.

자신은 그렇게까지 성격이 나쁘지는 않는 데 말이다. 말 좀 끊었다고 뭐라 하지는 않는다고. 다프네는 머릿속에서 어른거리는 래번클로(레이븐 클로다)를 머리를 한 번 흔들어 없앴다.

그녀가 눈꼬리를 접고는(시어도르와 팬시가 더 불안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동시에 입술을 끌어올렸다. 그녀가 최대한 친절한 어조로 그레인저에게 말했다.

"왜?"

"음… 그러니까… 드레이코는 괜찮아?"

"괜… 찮지? 설마 저번에 무단결근 때문에 그러는 거야?"

"너희는 아직 몰라?"

"뭘?"

팬시가 그레인저를 바라보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시어도르는 흘깃 이쪽을 바라보다가, 관심이 없는 척하면서 식사만을 계속했다. 수프를 포크로 떠먹고 있었지만 말이다. 관심이 없는 척을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다프네는 시어도르를 한번 더 흘켜보다가 다시 그레인저를 바라보았다.

"드레이코도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뭘 말하는 거야?"

그레인저는 조금 당황스러워하다가도 눈을 도르륵 굴리면서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이 꼭 다람쥐 같아서 다프네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필사적으로 참아야 했다.

"드레이코에 대한 기사 말이야."

"…? 기사가 있었어?"

"오늘 아침에 나왔거든. 나도 다른 애들이 얘기하는 거 듣고 알았어. 너희들은 뭘 알고 있나 싶어서 물어본 건데…"

모르는구나. 헤르미온느가 조금 쳐진 기색으로 말을 덧붙였다. 다프네는 충격적인 사실에 연신 눈을 깜빡거렸다. 잠시 뇌가 생각하기를 멈춘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게, 그녀는 그 사실을 지금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슬리데린에서 현재 그들의 위치는 완벽한 고립 그 자체였다. 순수 혈통 28가문에 속한다는 명목으로 건드리지만 않을 뿐이지, 그들과는 상종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으니까. 정작 다프네와 시어도르, 팬시는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그 덕분에 슬리데린들은 더욱더 그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드레이코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고? 무슨 내용인지 알아? 이상한 내용이야? 아니면 설마-"

"네가 생각하는 그 설마가 맞아."

그 대가를 이렇게 받을 줄은 몰랐는데. 팬시의 조금 높은 톤이 어쩐지 멀게만 느껴졌다. 다프네는 멍하니 둘을 바라보다가, 그레인저의 손에 처참히 구겨져서 들린 신문 조각을 발견했다. 그녀는 친절한 목소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며 입을 열었다.

"그거 드레이코의 기사니? 내가 한 번 봐도 될까?"

"어? 어…"

다프네는 조금 떨리는 손으로 신문 조각을 받았다. 그녀는 어째선지 조금 건방져보이는 드레이코 말포이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사진 속의 드레이코가 그녀에게 윙크를 했다. 시어도르가 눈살을 찌푸리는 것까지 보던 그녀는 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순수 혈통 자제의 고문?」

아니야, 아닐 거다. 다프네는 있지도 않은 침을 모아 삼켰다. 어느새 그렇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던 시어도르도, 아까부터 그레인저를 잘잘 흔들며 다급히 말하던 팬시도, 그녀의 옆에서 기사를 읽고 있었다.

「드레이코 말포이 군은 순수 혈통이며 지금도 호그와트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본 기자는 말포이 군의 충격적인 진실들에 대해 밝히려 한다.

말포이 군은 어릴 적부터…」

글씨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다프네는 제대로 읽으려고 눈을 부릅 떴다. 옆의 두 친구들도 똑같은 생각인 듯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글을 읽고 있었다.

「…많은 고문에 시달려왔다. 그 증거로 성 뭉고 병원의 치료사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말포이 군은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이 없어요. 솔직히 영혼이 그 지경인데 살아있는 것도 신기하고요. 영혼의 종류가 아예 달라 보이던걸요? 저주를 어떤 식으로 내려야 그렇게 뒤틀릴 수 있는지…"

말포이 군이 무단결석을 한 것도 성 뭉고 병원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놀라운 사실에 대해 경악할 거라 생각한다. 이에 본 기자는…」

"쓸데없는 내용이야."

팬시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어느새 연회장은 조용해졌는지, 팬시 목소리만이 고요한 식탁에서 울려 퍼졌다. 시어도르는 기사를 다 보고는 다시 접어서 그레인저에게 넘겨주었다. 그가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요약하자면, 드레이코가 고문을 당했고 지금도 후유증이 있을지 모른다는 거네. 이거 쓴 사람 누구야?"

"…리타 스키터."

"어쩐지, 쓰레기 같은 기사였기는 했어."

시어도르의 감상은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다프네는 시어도르가 수만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지금 제일 불리한 가능성들만 추려내고, 그 해결책을 생각하느라 바쁠 거다.

팬시는 신문 조각을 거의 찢어질 듯 쥐었다. 다프네가 조금 더 침착한 상황이었다면, 금방 팬시가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거지만, 안타깝게도 다프네는 그리 침착한 상황이 아니었다.

관찰하듯 날아오는 시선과 이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연회장. 아니, 속닥거리는 소곤거림은 아주 잘 들렸다.

시어도르는 묵묵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고, 팬시는 터질 듯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는 반대로, 차분히 입을 열었다. 팬시의 목소리란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냉랭하고 울음 섞인 어조였다.

"다시 말할게, 슬리데린."

자비니는 파울리에게 말을 전하고 있었고, 크레이브와 고일은 큰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아무도 팬시의 말을 제지하지 않았다. 테이블에 버젓이 앉아 있던 교수들조차 말이다.

"너희의 순혈주의는 이런 거야? 너희의 순수 혈통은 이래? 사람 하나를 망치는 너희의 사상이 그렇게도 존경스러워?"

"……."

"이게… 순수 혈통의 긍지야?"

팬시의 자조 섞인 물음만이 탁자 사이를 떠돌았을 뿐이다.

* * *

필요의 방으로 도착한 나는 안전하게 안치된 크라우치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크라우치는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편안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무슨 안방이냐고.

"에너바이트."

"…허억!"

크라우치가 눈을 번쩍 뜨며 손과 발을 시작으로 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임페리우스 저주 치료제를 크라우치의 입에 흘려주었다. 크라우치는 계속 신음소리만 내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다가, 겨우겨우 눈을 떴다.

"하하, 웨더비? 내가 한 말은 잊었나 보군. 편지를 쓰라고-"

"전 웨더비가 아니에요, 크라우치 씨."

"-하지 않았나? 요즘은 원 말을 안 듣는군, 웨더비."

말을 안 듣는 건 크라우치 같은데. 뭐, 폼프리 부인도 완치되려면 몇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크라우치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발 조금이라도 알아들기를 바라면서.

"집요정 윙키 좀 불러주실 수 있나요? 업무 관련으로요."

"내가 집요정을 안 불렀던가? 집요정! 윙키!"

크라우치의 눈에 조금 초점이 잡히며 조금 부산스럽게 소리를 지른다. 곧이어 들리는 펑 하는 소리에, 안도감이 심장에서부터 퍼져 나왔다. 자각하지도 못하고 쉬지 않았던 숨을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윙키는 그 한숨과 함께 필요의 방으로 나타났다.

"바티 주인님, 윙키는 주인, 님에게…"

윙키의 테니스만한 눈이 더욱 둥그렇게 떠지며 주변을 휙휙 살폈다. 펄럭이는 귀가 쫑긋 세워지면서 놀라움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윙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작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신음 비슷한 말을 내뱉었다.

"바티…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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