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15화 (115/130)

1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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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

"실렌시오."

카르카로프는 대화를 하지 않고 입을 먼저 열었다. 그리고 그 입에서 터져 나온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성이었고. 나는 지팡이를 휘둘러 카르카로프에게 침묵 마법을 걸었다.

카르카로프는 휘적휘적 대며 빠져나가려고 기를 썼지만, 안타깝게도 공중부양 마법에 걸려있기 때문에 그 시도는 미수로 끝났다. …뭔가 처량해 보인다.

"저는 볼드모트 때문에 이쪽으로 온 게 아니에요."

카르카로프의 움직임이 뚝 멎는다. 그러니까,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 하지 말라고.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카르카로프는 둥둥 떠다닌 채로 소파에 안착했다.

"저는 협상을 하러 온 겁니다."

카르카로프의 얼굴에 괴상한 표정이 떠올랐다. 해석하자면 이런 태도가 협상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럴 거면 처음부터 소리 지르려고 하지 말았어야지. 어차피 밖에서 싸우고 있어서 들리지도 않을 거다.

"먼저 소란을 피우셨으니까요. 그래서 마법을 쓴 거예요."

"……."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카르카로프의 눈은 나에게 고정되어 있지 않고, 힐끔힐끔 그의 지팡이만을 살필 뿐이었다. 나는 일부러 지팡이를 더 멀찍이 떨어뜨려 놓고는 지팡이를 한 번 더 휘둘러 방음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카르카로프에게 걸린 침묵 마법을 풀어주었다. 카르카로프의 안색이 더욱더 어두워진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방음 마법이 걸려있어요. 소리 지르셔도 상관없고요. 일단, 제안이나 듣고 움직이시죠. 그리고 움찔거리지 좀 마세요."

"…그 제안이 뭐길래?"

카르카로프의 목소리에 불신이 가득하다. 무슨 불신론자냐고. 나는 태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덤블도어의 편에 서세요."

"뭐라고…?"

"솔직히 지금 잠적해서 쥐 죽은 듯 있으면 모든 게 끝나리라고 생각하시죠? 아니면 끝나길 바란다던가. 볼드모트에게는 복수를 당할 것 같아서 다시 못 가겠고, 덤블도어의 편에 서는 건 싫잖아요. 싫을 만도 하죠. 교수님은, 어둠의 마법을 좋아하시고 또 죽음을 먹는 자였으니까."

카르카로프의 얼굴이 휙휙 바뀌는 건 꽤 볼만했다. 처음에는 조금 아리송한 표정이 되었다가, 화가 난 듯 붉은 얼굴이 되었다가, 뭔가 들켰다는 걸 인식한 듯 낭패한 얼굴이 되었다가 했다. 볼드모트를 말할 때는 움찔거리기도 했고 말이다. 어쩐지 방금 전에 시벨인가 시발인가 하는 애랑 비슷했다.

"솔직히, 카르카로프 교수님은 볼드모트가 관대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분의 이름을 부르지 말거라!"

"그건 대화 주제가 아니죠."

"……."

카르카로프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지팡이를 휘둘러 카르카로프가 호신용 도구에 다가가는 걸 막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볼드모트는 관대하지 않아요. 특히, 배신자에게는 더욱 그렇죠. 카르카로프 교수님은 몇 년을 못 버티실 거예요."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니?"

"아뇨. 상관할 일이죠."

카르카로프가 움찔하는 걸 보니 내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차가웠던 모양이다. 나는 카르카로프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교수님은 교육자이시잖아요?"

"……?"

"교수님은, 한 학교의 교장이시죠. 그리고 그 학교의 학생들을 책임지실 필요가 있어요."

카르카로프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별 희귀한 말을 다 들었다는 태도였다. 그 태도에 나는 조금 더 짜증이 났다. 호그와트에 입학한 게 다행일 정도다. 저런 교수가 교장인 학교에 입학할 뻔했다니.

"이걸 드릴게요."

"……?"

나는 주머니에서 빨간 버튼같이 생긴 동그란 기기를 내려놓았다. 카르카로프가 뭔지 관찰하듯 그 기계를 유심히 쳐다본다. 나는 쇼파에 몸을 기대며 빨간 버튼을 던져주었다.

"호신기요. 누르면 갖가지 보호 마법이 나오고, 실력자가 소환됩니다. 그리고 소환되는 실력자는 세계 최고의 마법사죠."

카르카로프의 눈이 흔들린다. 세계 최고의 마법사가 덤블도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살짝 찔리는 양심을 부인했다. 원래 세계 최고의 마법사는 각자 다르게 생각하는 거다. 내가 속인 게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걸려든거다.

"카르카로프 교수님, 당신이 할 일은 하나 밖에 없어요. 아니, 두 개 정도?"

"……?"

"물자 충족과 학생들을 지키는 것 밖에는요. 덤스트랭에 계셔도 상관없어요. 위험할 때는, 그냥 호신기 누르세요."

"물자 충족?"

"마법약이나, 마법 장비같은 거요."

"학생들을 지킨다는 건…?"

"최선을 다해서 학생들을 보호해 주라는 뜻이에요."

이번에는 눈이 아니라 얼굴 전체가 부르르 떨린다. …수염도 떨리는건가. 그는 굉장히 두려워 하면서도 내 제안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카르카로프는 눈가에 있는 대로 힘을 주면서 생각에 몰두했다. 의심할 만한 구석을 찾으려고 온갖 생각을 다하는 것 같았다. 곧 그가 쥐어짜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넌,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아니, 어째서 이렇게까지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

호신기는 잘 넘어갔으면서 이거는 왜 안 넘어가는 거냐. 나는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변명거리를 떠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뜻이에요. 절 대신 보냈거든요. 그리고-"

"그리고?"

"-볼드모트는 부활하면 안 돼요. 저는 죽고 죽이는 광경이 싫어요."

"넌, 역시…"

"어떻게 하실거죠? 도망쳐 다니면서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개죽음 당하는 걸 선택하실 건가요, 덤스트랭에 안락하게 쉬면서 상상을 뛰어넘는 명예와 명성을 얻는 걸 선택하실 건가요?"

꽤 긴 침묵이 흐르고, 카르카로프가 고개를 든다. 그의 눈에는 약간의 결심이 서려 있었다. 아니, 조금의 불안도 있나.

"나는 솔직히 '그분'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굉장히 강력하고 잔인하시니까. 그분이 활동을 시작한다면, 덤블도어도, 그 흉터가 있는 어린애도, 어느 누구도 그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카르카로프는 속사포로 말을 내뱉었다. 마치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것 같은 태도다. 결국에는 거절인가. 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카르카로프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도망쳐봤자 죽기 밖에 더하겠지! 어쩌면 네 말대로 개죽음일 수도 있겠군."

카르카로프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다. 하지만 그는 입을 열어서 말을 계속했다.

"어차피 나를 받아줄거라는 생각은 예전에 버렸다. 너희 쪽 사상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서, 할 건가요?"

"…좋다."

카르카로프가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말끔히 사라져 있었고, 그 대신 왠지 모를 후련함과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체념 만이 가득했다.

"솔직히, 죽음을 먹는 자가 마법 세계를 지배한다면, 그건 순수혈통을 위한 나라가 아닌, '그분'을 위한 나라가 되겠지. 내가 원하는 결과는 어디에도 없어."

"좋아요. 절 따라오세요."

아직은 카르카로프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지팡이를 쥔 채로 교장실로 향했다. 카르카로프의 순순한 발자국 소리가 내 뒤 쪽에서 울린다. 크룸과 보코바가 여기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그보다 아직도 싸우고 있었던 거냐. 나는 그 둘을 무시하고 바로 호그와트로 들어갔다. 어쩐지 다프네의 목소리가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 전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사는거지.

볼드모트를 죽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못하고 상황만 악화시킬 지도 몰라. 하지만 상관없다. 난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으니까.

지금 두려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세드릭 디고리가 죽고, 시리우스 블랙이 죽는다.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죽을 거고, 리무스 루핀도 없겠지. 앨러스터 무디도, 도비도, 프레드 위즐리도. 전부 없는 건 전생만으로도 충분했다.

[작품후기]

카르카로프 +1= 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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