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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파괴범-114화 (114/130)

1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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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르게 도서관에서 헤르미온느와 수다를 떠는 크룸을 발견했다. 헤르미온느에게 어색한 인사를 한 다음, 크룸을 거의 끌다시피 해서 배까지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왜 하필 지금, 간다고 한건가."

"질문 몇 가지만 해도 돼?"

"…맘대로 해라."

크룸은 지금 누가보아도 데이트를 방해받아 뾰로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쓸데없이 뒤끝이 긴 거 아니냐. 물론 나는 가뿐히 무시하고 질문을 던졌다.

"카르카로프가 요즘 어땠는지 알아?"

"내가 카르카로프 교수님을, 주시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다만…"

"다만?"

"뭔가 중얼거리는 걸 봤다, 이상한 말을."

"이상한 말?"

"도망쳐야 한다느니, 위험하다느니 따위의 말 말이다."

적어도 지금 볼드모트와 접촉한 건 아니라는 건가. 나는 조금 나아진 것 같은 마음으로 크룸을 따라서 배에 올랐다. 검정색의 배는 기묘할 정도로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바람만 휑 했고, 가끔 끽끽대는 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어쩐지 귀신 나올 것 같은 비주얼이다. 그보다 덤스트랭 학생들은 어디 간거냐.

크룸은 그게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기색으로 지팡이를 두어 번 휘둘렀다.

"…뭐하는거야?"

"호그와트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해서. 여기있는 동안은 몇 가지 보호마법을 썼다. 이건 암호다."

"…? 아무 것도 안 변하는…"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배 안의 공기가 확 달라졌다. 배는 방금 전의 삭막한 곳이 거짓말이라는 듯, 색깔마저 다르게 변했다. 안 보이던 학생들이 하나 둘 자리에 나타났다. 그제서야 수다떠는 소리와 웅성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방금 전에는 햇살이 비치기는 커녕 너무 어두워서 음산하까지 했던 곳에 갑자기 햇빛이 따뜻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검정색의 배가 노란색 정도로 변했고, 확장 마법이라도 건건지 호그와트 복도보다도 더 넓어졌다.

…정원도 있는거냐. 참 가지가지 한다. 나는 혹시나 하며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지나가는 그 어떤 호그와트 학생도 배가 바뀐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혼동 마법?"

"맞다. 힘을 합쳐서, 기술자들과 카르카로프 교수가 설치했지."

나는 거의 황금으로 만든 것 같은 바닥을 보면서, 참 쓸데없는 곳에 정성을 쏟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크룸은 여기저기 쏟아지는 시선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날 붙잡았다.

"만나고, 카르카로프 교수를, 싶다고 했나? 내가 데려다주지."

- 크룸, 너 지금 뭐하는거야!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다른 이 한 명이 끼어들었다. 그 학생은 빨간 머리에 빨간 눈을 가지고, 있는대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그 덕에 얼굴마저도 붉었다. 옷도 붉은색이었고. …빨강파티인가. 크룸은 그 쪽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나를 잡아끌었다.

"가자. 이 쪽이다."

- 저 애는 말포이 아닌가? 배에 호그와트 학생이 침입하면 안 될텐데? 크룸,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빨간색 남학생은 어떻게는 트집을 잡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보다 영국인을 앞에 두고 불가리아 어로 대화하는 거냐고. 나는 아무도 보지 않게 지팡이를 휘둘러서 통역 마법을 썼다. 크룸이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돌려 대답했다.

- 카르카로프 교수님이 초대해주셨다.

- 초대장을 보여줘!

- 그건 카르카로프 교수님이 알아서 하실 문제다. 네가 왈가왈부 할 자격이 없어.

- 그렇지만 크룸, 네가 왈가왈부 할 일도 아니지.

크룸이 짜증나는지 미간을 꾹꾹 눌러댔다. 마치 파리를 보는 것 같은 태도였다. 하지만 남학생은 전혀 굽히지 않았다. 크룸이 나를 힐긋 바라보며 사과를 하고, 다시 불가리아 어로 말했다. 꽤 작은 어조였다.

- 미안하지만, 네 여자친구가 나에게 고백한건 내 잘못이 아니다.

…어쩐지 내가 다 불쌍해진다. 그걸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거냐. 남학생은 누가 듣기라도 하듯 주위를 휙휙 둘러보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워낙 작은 목소리와 나와 남학생 밖에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모르는 척 해주자.

내가 못 들었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꾸며내자, 남학생의 얼굴에 잠시 안도감이 나타났다가 곧 분노로 변했다. 뭔가 얼굴색이 계속 바뀌는데. 마법인가.

- 내가 언제 그걸 신경썼댔어? 언제?

- 저번부터 계속 시비를 걸고 있지 않았나?

- 안 그랬어!

이제 다른 덤스트랭 학생들도 흥미를 느끼는지, 목을 길게 쭉 빼거나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싸움을 관전하고 있었다.

아무도 둘의 싸움을 말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아직은 아무도 주먹이 나가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이런 일이 자주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나는 후자가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얼마나 싸운거냐. 나는 가만히 서 있다가 마지못해 말을 꺼냈다.

- …미안한데, 카르카로프 교수가 있는 방을 나한테 알려주면 안될까. 나 지금 빨리 가봐야하거든.

아, 방금 나 불가리아 어 말한 거 아닌가. 통역 마법 쓰고 있었지. 덕분에 남학생의 얼굴은 더욱 붉어져만 갔다. 뭔가 자기를 기만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알고 싶어서 남의 연애사를 아냐고. 내가 억울한 표정이 되자, 크룸이 나를 보며 당황한 듯 물었다.

- 불가리아 어 할 줄 아나…?

- 너, 너! 말하기만 해봐! 묵사발을 만들테니까!

- 어… 그래…

- 시발 보코바!

내 떨떠름한 대답은 크룸의 경고하는 듯한 목소리에 파묻혔다. 크룸은 꽤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는 결국 둘 사이에 껴 있는 걸 포기하고는 다른 덤스트랭 학생에게 다가갔다.

- 저기…

- 어, 어?

- 카르카로프 교수가 어디있는지 아니?

- 저쪽, 임시 교장실에 있어. 왼쪽으로 꺾어서 제일 안쪽 방이야.

- 고마워.

나는 바로 임시 교장실로 가려다가, 아직도 말싸움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일단은 말려야하나.

- 드레이코 말포이는 아프다! 그리고 아프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

- 그만해.

- 왜? 말포이가 네 단짝친구라도 되는거냐? 카르카로프 교수님의 총애를 받는다고 우쭐해하지 마!

- 그만하라고.

- 제발, 시발! 그만해라!

- 내 이름은 시벨이야!

방금 이상한 욕이 들린 것 같은데. 두 사람 모두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팝콘을 먹으며 흥미롭게 관전하는 다른 이들을 보다가, 곧 포기하고 임시 교장실로 향했다. 뭐, 알아서 말리겠지.

「카르카로프 교장 선생님.」

나는 크고 분명한 글씨의 명패를 발견하고는 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

똑똑.

"여기가 아닌가…"

분명히 명패에는 '카르카로프 교장 선생님' 이라고 써져 있었다. 설마 벌써 도망간건가? 나는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알로호모라."

그리고 짐을 양 손 가득 싸들고 지팡이를 휘두를 준비를 하는 카르카로프를 발견했다. …잠시만.

"익스펠리아르무스!"

카르카로프의 지팡이가 안전하게 내 손으로 안착했다. 나는 날라가는 카르카로프를 보다가 다시 지팡이를 휘둘러 공중부양 마법을 썼다. 바닥을 몇 센치 정도 남겨두고 카르카로프가 둥둥 뜬다.

"누, 누구냐!"

"초대를 받고 왔습니다. 드레이코 말포이예요."

카르카로프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한다. 아니, 그거 아니니까 일단 들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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