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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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에는 바로 쌍둥이들을 찾아갔다. 조사하겠다고 한 이들이 쌍둥이들이니 말이다. 역시나 둘은 빈 교실 어딘가에 위치해 있었다.
"도련님-"
"그래서 무슨 일?"
"저번에 한다던 조사. 다 했었어?"
"글쎄?"
조지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내가 조금의 짜증을 담아 노려보자, 프레드가 능글맞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는 했지롱. 후플푸프와 그리핀도르-"
"-다른 교수님들도 다 했어."
"맥심 부인이 조금 어려웠어."
"난 우리의 맥고나걸."
어쨌든 했다는건가. 나는 먼저 조지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조지가 과장스럽게 경례를 하며 엄숙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린 일단 후플푸프로 들어가려고 했어. 근데 오크통을 아무리 쳐도 안되더라고."
그거 여섯 번만 치면 열리던데. 나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둘을 바라봤다. 프레드가 투덜거리며 말을 덧붙여준다.
"덕분에 식초 인간이 되었지."
"아무튼, 그래서 후플푸프의 다른 애한테 부탁했지!"
"누구?"
"우리의 Petty(옹졸한)한테!"
"…후플푸프의 페타 세릴른?"
"어떻게 알았어?"
"저번에 말했잖아."
프레드가 온 몸으로 그랬냐고 묻는다. 나는 그 말을 간단하게 무시하고는 조지를 바라보았다. 조지가 신이 나서 말을 계속했다.
"페티는 안된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쨘!"
"…이게 뭔데."
"위즐리 쌍둥이의 초근접 밀착 카메라☆"
거의 손톱만한 크기의 카메라다. 진짜 어떻게 만든거지. 그보다 이거 사생활 침해 아니냐고.
"페티가 허락을 안해주니까 어쩔 수 없었다구?"
"그래도 화장실까지는 안 들었어."
"……."
"도련님 눈이 꼭 썩은 동태눈 같다…"
"페티도 알고있어, 도련님!"
"물론 잔소리 엄청 듣긴 했지만?"
"…내가 뭐라고 했지."
"하고 싶은걸 하되-"
"-남한테 피해는 주지 말아라!"
뭐, 기억하면 상관없겠지. 나는 대충 아무 의자를 골라 앉았다. 고개를 까딱이자 조지가 입을 삐죽 내밀면서도 말을 이었다.
"후플푸프는 별거 없던데?"
"이 프레드 님께서 5일을 조사해서 알아낸 사실이다-"
"그리핀도르는."
"없어. 수상한 애도, 의심스러운 애도, 뭔가 이상해 보이는 애도."
셋 다 같은 뜻 아니냐. 나는 태클을 포기하고는 프레드 쪽을 바라보았다. 프레드가 나를 보더니 갑자기 눈을 찡끗거린다.
"뭐야, 도련님. 반했어?"
"새삼 잘생긴 걸 느끼는 중?"
"……."
"뭔 말을 못하겠네!"
"뭔가 썩은 걸 바라보는 눈빛이야!"
나는 아무 말 없이 둘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솔직히 내가 이러는 이유는 너네가 더 잘 알지 않냐. 프레드가 과장스레 한숨을 쉬며 말을 이은다.
"나는 맥심, 무디, 벌베이지, 폼프리, 스프라우트, 벡터, 플리트윅이었어-"
"그래서."
"맥심 부인은 마차에서 안 나오던데? 무슨 칩거 생활 하는 것도 아니고. 음… 호그와트에서 있는 걸로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그다지? 사실 호그와트에 있는 시점이 없어서 잘 몰라!"
그래도 카메라는 안 사용한건가. 내가 의외라는 눈빛을 보내자 프레드가 억울한 듯 입을 삐죽 내민다.
"그래도 난 그렇게까지 막장은 아니거든?"
"정해진 선이 있다고-"
"그래서 무디는."
"무디는, 괜찮은 것 같아!"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도 항상 멋있게 하고!"
"그리고 어둠의 탐지기들도 멋있어!"
"말투도 멋있고!"
"마법의 눈도-"
"그만."
결론은 잘 안봤다는 건가. 왜 꼭 저런 학생들만 무디를 좋아하는거지. 맥심이랑 무디도 따로 봐야할 것 같다. 나는 나오려는 한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벌베이지."
"음- 머글 연구를 엄청 열심히 했어. 그것 빼고는… 물통을 들고 다니는거?"
"물통?"
"응! 어떤 후플푸프가 준 차라면서 들고 다니더라고."
"폼프리 부인."
"우리가 장난치다가 다쳐서 갔었지."
"사실 다 도련님을 위한 거였어."
헛소리도 참 창의적으로 하는 것 같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프레드를 바라보았다. 프레드가 볼을 부풀리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항상 약을 만드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던데?"
"아, 맞아! 교수님들 다 뭔가 만들고 있었어!"
"…뭐를?"
"몰라? 뭔 약?"
뭔 약을 만든다는 거지. 아무튼 정보를 머릿속에 넣어둔 나는 다시 프레드를 바라보았다.
"스프라우트는- 음, 맨날 약초만 보고, 벡터는… 뭔가 의미모를 기호를 책상에 쓰고 있었어."
"그 기호 기억해?"
"몰라."
"떠올려봐. 내가 읽어볼게."
프레드와 눈을 마주치며 레질리먼시를 사용했다. 프레드가 연신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레질리먼시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들은거지.
"도련님, 이거 뭐야? 막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지나간다-"
"…참 다양하게 조사했구나."
작게는 엿듣기부터 크게는 미행까지. 정말 쌍둥이들답게 조사를 했다. 신기한건, 절대로 걸리지 않았다는 건가. 설마 한동안 잠잠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냐.
"그래서, 그 문자는 뭐야?"
"…이건 그냥 수식이잖아."
심지어 방정식. 공부를 어떻게 한거지. 나는 한동안 말을 잃다가, 그냥 프레드를 바라보며 레질리먼시를 사용했다. 말하는 것보다 이게 더 편하다.
남은 사람은 플리트윅 뿐이었다. 플리트윅은… 사감실에 캐리어가 있었다. 다른 교수들의 사감실도 보니, 캐리어가 전부 있는 것 같다. …암담한데.
"조지. 나 봐봐."
"에엑? 도련님하고 눈 마주치기 싫은-"
"……."
"-건 아니고 전 아이컨택을 위해 태어난 남자입니다."
조지와 눈을 마주치고는 휙휙 바뀌는 장면을 하나하나 머리에 담았다. 조지가 휘파람을 불며 신기한 듯 감탄을 한다. 평소보다 대충해서 그런지, 레질리먼시를 당하는걸 자각하는 것 같았다. …일단 결과를 분석해 보자면, 빈스와 후치, 해그리드, 맥고나걸, 스네이프는 아무런 의심가는 점이 없었다. 그래, 이 다섯만 의심가는 점이 없었지.
배블링은 계속 피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룬 문자 해석으로 보자면, 뭔가를 안정시키는 부적 같았다. 사실 종류가 꽤 다양했다. 공격 부적이나 다른 부적들도 넘쳐났지. …도대체 뭘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트릴로니는 평소처럼 수업했지만 뭔가 다른 것 같았다. 폴리주스 마법약의 재료인 오소리 가죽, 바이콘의 뿔 가루를 가지고 다녔다. 오소리 가죽은 망토라고 치자. 바이콘의 뿔 가루는 왜 가지고 다니는건데.
결국에는 맥심 부인, 무디, 벌베이지, 배블링, 트릴로니만 의심가는 사람인가.
아, 내가 조사 안한 7명도 더해야 한다.
…인생.
"도련님, 도련님! 아까 그 마법 알려줘!"
"아, 도련님은 조사했어?"
"Oh, 이게 누구신가! 우리의 위즐리 쌍둥이들과 호그와트 대표 도련님 아니신가!"
누구지. 뭔가 낯익은 목소리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앞을 바라보니 잠옷을 입고 있는 투명색의 무언가가 보인다.
"오, 소개할게, 도련님!"
"우리의 동업자, 피브스야."
"와우, 위즐리들이 꼼짝을 못하는데?"
"에이- 같은 동업자끼리 왜 그래?"
"도련님도 동업자야!"
쌍둥이들과 낄낄대는 피브스를 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쟤네들 벌써 친해진거냐. 시끄러워질 호그와트에 명복을 빌도록하자. 아, 나도 호그와트 다니고 있었지.
"도련님, 갑자기 왜 한숨을 쉬어?"
"…? 아! 그러고보니 왜 조사하라고 한거야?"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