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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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망, 드레이코는 생각을 줄일 필요가 잉어요."
"……?"
"항상 너무 많이 생각하장아요?"
가브리엘은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걱정과 후련함이 반반 섞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해왔던 생각인 것 같았다. 내가 그것에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렸다.
"야, 드레이코!"
"너 자러간다면서 연애하고 있냐?"
"무승 소리세요? 전 좋아하는 사람 있거등요!"
"음, 어, 알았어. 델라쿠르."
다프네가 전혀 믿지 않는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팬시는 조금 떨떠름하게 가브리엘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 신경을 껐다.
"그럼 전 갈게용. 아, 참."
"……?"
"마차에 초대하고 싶어요. 고맙다는 의미로 망이죠. 음… 5월 말 쯤에용."
"포터는?"
"……."
가브리엘이 얼굴을 화악 붉히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몇 초 쯤 지나서야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내가 초대해줄까?"
"정말요? 같이 오시명 기쁠 것 같아요!"
가브리엘의 안색이 갑자기 화악 밝아진다. 해리가 그렇게 좋은건가.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브리엘과 헤어졌다.
"어떡하냐, 너 차인 것 같아."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았어."
시어도르의 나름 진지한 발언에 태클을 걸어주었다. 어째서 그런걸 진지하게 말하는거냐고. 다른 이들은 익숙하게 시어도르의 말을 무시하는 듯 싶었다. 팬시가 궁금한 듯 묻는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한거야?"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하는 고찰."
"뭔 소리야?"
진짠데. 나는 시어도르의 투덜거림을 대충 흘러 넘기며 슬리데린 기숙사에 들어갔다.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다. 시어도르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원래 그럴 나이잖아. 그… 좀 그럴 나이. 머글들 세계에서 뭐라더라-"
다 들린다. 나는 시어도르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기숙사에 들어가려 했다. 생각할게 너무 많아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솔직히 얘네들은 너무 생각 안하고 사는 것 같아. 같이 있기만 하면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팬시가 내 말을 상기하는지 눈살을 조금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팬시가 내뱉듯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삶을 의미를 두고 사는 이들은 거의 없을걸?"
"전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사는거지."
"할 수 있는 만큼?"
"그래.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말야."
시디는 안 그러지만 말야- 아, 드레이코, 너도 안 그러지? 다프네의 잔소리는 흘려들은 채로 계단을 올라갔다.
"그럼 잘 자."
"아, 생각났다! 머글들 용어로 중이병이었어!"
"잘 자, 드레이코."
"좋은 꿈 꿔-"
침대에 누워서 멀뚱히 눈을 끔뻑거렸다. 아까보다는 덜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내가 듣고 싶은 것들만 들어서 그런가. 사실 이것도 다 자기위로일지 몰랐다. 역겹게도 말이다.
그래도 마음이 가벼워진건 사실이라서, 나는 그냥 눈을 감았다.
* * *
Side, Pansy Parkinson
다프네는 먼저 들어간 드레이코를 조금 걱정스럽게 응시했다. 방금까지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던 시어도르의 안색이 조금 바뀌었다. 팬시는 아예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드레이코가 저런 생각을 하는 줄은 몰랐어."
"하아……"
사실 드레이코가 나오지 않은 한 달 동안, 그들은 굉장히 많은 걱정을 했다. 아픈거면 어떡하지? 더 악화되었으면? 설마 드레이코를 다시 못 보게 되는건가?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으면서도, 입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입 밖으로 내뱉으면 사실이 될 것 같았기 때문에.
다프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쓸었다. 그녀도 드레이코가 저런 생각을 하는 줄 몰랐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빠지고 있었을 줄이야.
팬시가 슬리데린 휴게실을 흝어보았다. 아닌 척 하면서도 그들의 말을 듣고 있는게 뻔히 보여, 시어도르가 혀를 찼다. 여기서는 제대로 말하지 못할게 뻔히 보였다. 결국에는 다프네가 둘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점점 인기척이 드물어지고 결국에는 아무도 안보일 호수 쯤이 되어서야, 그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통금시간 까지는 20분도 안되게 남았었지만, 그들은 할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다.
"저번 방학 때, 병동에 간거지?"
"어, 그런 것 같아. 뭐, 스키터한테 걸리면 끝장이잖아."
"소설 한 권도 쓸거라 장담한다."
팬시의 코웃음을 끝으로, 다시 셋에게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셋은 각자 생각할 거리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정적을 깬건 시어도르가 먼저였다.
"저번에 호그스미드, 무슨 일이 있었던게 분명해. 그 뒤로 한 달을 안 나왔지, 아마?"
"드레이코는 항상 언뜻 보기에도 무거운 짐을 들고있어. 그리고 그걸 다른 이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아. 모든걸 꽁꽁 숨기고, 혼자 다 해결하려고 하지."
팬시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옛날부터 드레이코와 소꿉친구였고, 누구보다 드레이코를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그녀가 드레이코의 아내가 될거라고 생각했지.
이제는, 더 무거운 짐을 지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한거였고.
"난 솔직히 모르겠어. 드레이코는 친구잖아. 우리는 믿어주고 지켜보는 것 밖에 해줄 일이 없어. 도와주고 싶어도-"
"-도움을 청해야 도와주든가 하지."
"히지만, 드레이코는-"
팬시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시어도르가 괜히 죄 없는 돌맹이를 걷어차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알아, 그 빌어먹을 죽음을 먹는 자들이 드레이코를 몇 년 동안 고문했다는거."
"그런데 그건 어디서 안거야?"
"해리가, 폼프리 부인과 스네이프 교수님이 하는 대화를 들었대."
"…확실한거네."
시어도르는 짜증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한 증거는 잔인한 현실만을 비추고 있을 뿐이다. 팬시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결국에는 기다릴 수 밖에 없을까?"
"…그래야겠지."
"드레이코가 우리에게 기대기는 할까?"
"일단 자러가자. 통금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
결국에는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한 채로, 셋은 다시 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했다. 잔디가 달빛을 받아 어둑히 반짝거렸고, 딱정벌레가 그 주위를 뱅뱅 돌아다녔다.
[작품후기]
의문의 딱정벌레(?) +1 = 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