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08화 (108/130)

1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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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도련님?"

"벌써 나왔어?"

"일단, 델라쿠르. 이것 좀 봐봐."

나는 필요 이상으로 나를 반겨주는 쌍둥이들을 무시하고는 세 개의 사진을 꺼냈다. 델라쿠르가 그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네 반지가 뭔지 알겠어?"

"……."

사실 내가 보아도 반지는 거기서 거기였다. 물 속이라서 더 그렇게 보인걸지도 모른다. 예의상 보여준건데 솔직히 찾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해리한테 한 번 더 가봐야-

"이거예용!"

"……?"

"확실해?"

"네!"

진짜 뭐지. 확신에 가득 찬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는 델라크루가 나에게 준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 인어는 필요 이상으로 꾸미고 있었는데, 병뚜껑으로 만든 반짝이는 목걸이는 약간 루나의 것 같기도 했다. 그냥 반짝이는 거라면 다 수집 하는건가.

"일단 호수로 가보자."

"그래!"

"그러자!"

아니, 너희들한테 한 말 아닌데. 나는 힘차게 대답하는 쌍둥이들을 떨떠름하게 바라보다가 델라크루가 따라오는걸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인어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어쨌든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어쨌든 바깥 쪽으로 향했다. 델라크루의 흥분에 찬 목소리가 들린다.

"진짜 보뭉찾기 같아용! 재밍어요!"

아니, 플뢰르의 반지 찾고 있는거 아니었냐고. 나는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그냥 말을 포기했다. 어느새 우리는 호수 쪽에 서있었다. 방금 전에 트리저워드 시합을 한 그 호수였다.

"일단 인어를 불러내야 해. 한 명이라도."

"어떻게?"

"……."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나는 머리를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델라크루가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지른다.

"제가 하고싶어용! 아가미 풍 멍고 등어갈게용!"

"아가미 풀은 어디서 구하게? 위험하니까 내가 할게!"

"아니, 내가 하고싶어!"

쓸데없이 지원자가 넘쳐난다.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셋을 무시했다.

"…2월 달에 호수를 들어간다고? 얼어 죽고싶지 않으면 관둬. 아까도 말했지만, 불러내야 해."

"어떻게?"

"유인 마법하고 통역 마법을 써야지."

뭐,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아, 우리 마법사구나! 프레드의 깨달음 어린 소리가 들려왔다) 지팡이를 휘둘렀다. 낚싯줄 같이 생긴 것이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나는 대충 인어가 있을 만한 거리를 계산해서 낚싯줄을 던져 넣었다.

"이대로 기다리자."

"에이- 재미없어."

그럼 뭘 바란거냐. 나는 한심하게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쌍둥이들을 바라보고는(어쩐지 델라쿠르도 같은 눈빛을 보낸 것 같았다. 기분탓이라고 해두자) 이내 고개를 돌렸다.

"단순한 인어가 아니고서야 30분 정도 걸릴거야. 그 때까지-"

"도련님 낚싯줄 흔들리는데?"

"걸린 거 아냐?"

단순한 인어였냐.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지팡이와 함께 낚싯줄이 들어올려지고, 그 끝에는 사진 속의 인어가 매달려 있었다.

계산한 위치가 대충 맞았나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낚인 인어를 다시 호수에 풀어주었다. 물론 밧줄 마법을 걸은 채로 말이다.

- 지금 뭐하는 짓들이지, 인간들?

"뭐래는거야."

"나도 몰라."

쌍둥이들이 쑥덕거린다. 나는 벌써부터 올라오는 피로감을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팡이를 휘두르자, 인어의 말소리가 정확하게 들렸다. 조지는 조금 감명받은 것 같았다.

- 인어의 이름을 걸고서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도련님, 이 마법 뭐야?"

"통역 마법."

"와우. 어디서 발견한 마법?"

"만들었어."

"만들…?"

미묘하게 굳은 것 같은 조지를 놔두고는 꽥꽥 소리지르는 인어의 앞에서 말을 내뱉었다. 통역 마법이 제 효과를 하는건지, 인어는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일단 이렇게밖에 데려올 수 없었던 것에 사죄합니다."

- 너희는 찢어죽여도 모자를… 어?

"사죄를 받아주시겠습니까?"

인어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최대한 친절하게 웃어주었다.

"도련님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몰라."

쌍둥이들의 말을 흘리며 인어를 바라보자, 인어도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무언가 이상한건, 나를 바라보는게 아닌 뭔가 저 너머의 것을 바라보는 것 같은 태도였다.

- 너는 영혼이 이상해.

"……? 무슨?"

- 뒤틀려있다고 해야할까? 아니, 그건 아냐. 이건 완전히 종류가 달라.

인어가 나를 보며 재잘재잘 떠든다. 아니, 무슨 말을 하는거지.

나는 본능적으로 지팡이를 휘둘러 쌍둥이들과 델라쿠르가 듣지 못하게 했다. 의문 섞인 셋의 표정을 무시하며 인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죠?"

- 말 그대로지. 인간이 아닌 이들은 영혼을 볼 수 있거든. 동물들이 널 피해? 아니면 싫어하나?

"…맞아요."

- 그들은 그저 다른 걸 배척 하는거야. 여기의 영혼이 빨간색이라면 너는 파란색. 지능이 발달하지 않은 이들은, 싫어할 수 밖에 없는거지.

내 영혼이 이 세계와 다른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한 설명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뭔가 신기했다. 인어는 제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았다. 나는 인어의 말을 들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걸 고칠 방법은 없나요?"

- 영혼을 고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인어가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것 마냥 깔깔 웃는다. 하지만 계속 이대로 살 수는 없잖냐. 영혼의 종류가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걱정 끼치는건 피하고 싶었다.

- 영혼은 사람의 본질이야. 성격과 마력, 생명. 모든 것들의 원천이 영혼에 들어가 있지. 영혼을 구성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장소야.

인어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은다. 진짜 아는 척 하고 싶어서 안달 난 것 같다.

- 근데 너는 근본부터가 달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마치 다른 세계에 살다 온 것 같구나.

"그래서, 고칠 방법은요?"

- 뭐, 이걸 고칠 방법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네.

인어가 내 가슴 부분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아마 그 부분에 인어가 말하는 '영혼'이 들어있는게 틀림없었다.

- 받아들여.

"네……?"

- 이 곳을 받아들이는걸 거부하고 있잖아. 받아들이라고. 그러면 영혼은 순리대로 흘러갈거야. 아, 잠시만, 이걸 왜 말한거지? 이, 인간들 주제에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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