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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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는 어떻게 만낭거예용?"
"일단 슬리데린 기숙사로 가야 돼."
"왜요?"
"거기가 호수랑 제일 가깝거든."
슬리데린 기숙사는 지하 감옥이다. 이 말은, 지하, 그러니까 땅 속 밑에 기숙사가 지어졌다는 말이다. 그것도 물 쪽에 말이다.
덕분에 슬리데린 기숙사의 유리창으로 온갖 생물들이 보이지. 대왕오징어가 보인 적도 있다.
"기숙사는 제일 지하에 있으니까. 인어도 지하 쪽에 살지 않을까."
"오, 도련님, 그런 일에 우리를 안 데려가는거야?"
"완전 서운한데?"
"……!"
델라쿠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거기에는 쌍둥이들이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고 있었다. 그보다 언제 온거냐.
"해리가 우리한테 말해줬지롱."
"숙녀 분, 우리도 도와줘도 될까?"
"네, 네…"
델라쿠르가 얼떨떨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 거기서 허락하면 안되는데.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 뭔가 갑자기 피곤해졌다.
"도련님, 된다는데?"
"델라쿠르 양께서 된다셔!"
맘대로 해라. 나는 체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쌍둥이들은 허락을 받아서 기쁜 것 같았다.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듯 별 짓을 다하고 있었다.
"그보다 어디 가는거야?"
"슬리데린 기숙사."
"그래-?"
프레드가 싱글거리며 꾸러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프레드의 손에 든건, 꽤 멀쩡해 보이는 망원경이었다. …더 불안해졌다.
"이 망웡경으로 잉어를 찾으려고용?"
"오, 전혀 아니지."
"잉어 먹고싶다…"
어째서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는거지. 내가 빨리 설명하라는 의미로 둘을 쳐다보자, 조지가 재미없다는 듯 입을 삐죽 내밀며 망원경을 들었다.
"이건 시력을 몇 배나 높여주고, 잘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망원경 이랍니다-"
"옴니큘러 아니예용?"
"그거랑 비교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나도 똑같이 생각했는데. 쌍둥이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둘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 마냥 손에 얼굴을 갖다대고는 소리를 질렀다. 시끄럽다.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
"큼큼, 이 물건으로 말씀드리자면-"
"-쌍둥이 형제의 보물찾기 망원경!"
"보고 싶은 형상을 생각하면 망원경이 그걸 찾아준답니다!"
"지금은 테스트 용이니까 2갈레온으로 해줄게."
결국에는 물건 팔러 온거냐. 델라쿠르는 혹 한 것 같았다. 아니, 저런 물건 사지말라고. 내 시선을 느꼈는지 프레드가 큼큼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그, 그래도 도련님이니까 특별히 깎아줄게."
"아무나 그러는게 아니라고?"
특별히는 무슨. 쌍둥이들을 보자마자 생각난 폼프리 부인과의 대화에 혈압이 오를 지경이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쌍둥이들을 노려보자, 둘은 망원경을 손에 쥐어주며 웃었다. 뭔가 용돈 주는 아저씨 같다.
"자, 자, 그렇게 노려보지 말고 성능을 확인하러 갑시다-"
조지는 어느새 노트까지 꺼내 든 것 같았다. 나는 떨떠름하게 망원경을 받아서 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했다.
"너희들은 여기 서 있어. 내가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 나갈게."
"에에-? 성능 확인해야 하는데!"
"뱀."
조지의 말을 적당히 흘려 들으며 암호를 말해 슬리데린 기숙사로 들어갔다. 언제 들어온건지 모를 셋은 휴게실에서 체스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길거야."
"글쎄, 그럴 수는 있을까?"
최종 보스처럼 후후후 웃는 팬시가 어쩐지 무서워 보인다. 나는 완전히 집중한 것 같은 셋을 놔두고는 유리창으로 향했다. 파란색이 가득 담겨 있어서 언뜻 보면 하늘 같기도 했다.
…추적 마법을 사용할까. 하지만 나는 인어를 만나지도 못했다. 애초에 추적 마법은 만난 사람의 흔적(약간 냄새를 찾는 개와 비슷하다. 냄새를 지우면 찾을 수 없는 것까지)을 찾는거다. 페티그루를 추적했던 것처럼 만나 보았다면 알 수 있었을거다. 아니면 크라우치의 경우처럼 이상한 부분이 있는 사람들만 걸리도록 추적 마법을 건다던가.
"……."
결국에는 이 망원경을 써야 한다는 소리다. 나는 한숨을 삼키고 망원경을 눈가에 댔다. 순간 시야가 확 넓어지면서, 모든게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녹색 머리를 한 개로 묶은 인어. 보석을 치렁치렁 달고 있는 날카로운 인상이래."
내 말이 끝나자마자 망원경이 제 의지를 가진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나는 망원경이 가는 대로 고개를 흔들었고. 머리 아프다.
"드레이코?!"
"거기서 뭐해? 체스 게임하자."
"인어 찾고있어."
"인어……?"
분명 팬시일 것 같은 목소리가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답해줄 정신이 없었다. 망원경에 내 손에서 계속 날뛰었기 때문이다. 쌍둥이들의 발명품답게 엄청 재멋대로다.
망원경 속에서 보이는 화면이 확대를 한 것처럼 클로즈업 되었다. 나는 얼마 지나지않아 초록색 머리의 포니테일 스타일 인어를 찾을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많아."
문제는 그 인어가 열 명 정도 된다는거다. 전부다 보석을 치렁치렁 휘두르고 있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렇게 고개를 흔든건가.
"파란색 보석이 박힌 반지도 끼고 있어."
순간 다시 망원경이 돌아갔다. 계속 휙휙 움직여서 머리를 대고있기도 좀 그랬다. 나는 망원경을 머리에서 떼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걸 구경했다.
"인어를 찾는다고?"
"왜?"
어느새 내 옆으로 온 다프네와 팬시, 시어도르가 나를 바라본다. 그보다 언제 온거냐. 시어도르가 망원경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그거 위즐리 쌍둥이들이 만든거야."
"……!"
어, 바로 손 뗐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어느새 다 찾은 것 같은 망원경을 눈에 대었다. 뭔데 그런 용감한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인거지. 나는 이상한 눈빛을 받으며 망원경이 찾은 인어들을 살펴보았다.
"총 세 명인가."
"…? 무슨 소리야?"
"반지 훔쳐간 인어."
"……?"
팬시가 더욱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한다. 나는 슬리데린 테이블에 걸터 앉아서 지팡이를 휘둘렀다. 방금 본 형상을 사진으로 만들어야 했다.
"포토그라피아."
"그거 7학년 수준 마법 아니냐."
"그걸 너는 또 어떻게 아는건데."
팬시가 끔찍하다는 듯 시어도르를 바라보았지만, 시어도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보았다.
나는 세 개의 사진에 끼여있는 반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화질이 아무리 좋더라도 물 속에 있는 사진 이다보니, 반지가 델라크루가 산건지 알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해리한테 다시 갔다와야 하나.
"사진 마법은 은근 어려운데."
"아니, 어떻게 그걸 아냐고."
팬시의 태클은 다시 무시당했다. 나는 세 개의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는 망원경을 들었다. 아마 위치를 저장해 놨을거다. 아니라면, 내가 대충 계산하면 되는거고.
"나 갔다올게."
"어디 가?"
"호수."
"……?"
고개를 들고 슬리데린 기숙사를 나갔는데, 이 때 살짝 보였던 셋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분명 처음 보는 이상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