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06화 (106/130)

10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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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있어?"

"그게…"

델라쿠르가 말 끝을 흐린다. 뭔가 말할 수 없는 사정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나는 눈을 조금 굴리다가 말을 바꿨다.

"말하기 싫으면-"

"그, 저, 도와주시명 안됭까요?"

"뭐를?"

델라쿠르가 다시 우물쭈물 거린다. 아니, 말해야 도와주든지 말든지 할거 아니냐고. 나는 말해보라는 뜻으로 델라쿠르를 빤히 바라보았다.

"바, 반지를 잃어버령어요…"

"반지?"

"저벙에 산거…"

아, 저번에 플뢰르 델라쿠르한테 준다고 했던건가.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이내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오수, 에서…"

오수라면, 호수를 말하는건가. 아, 물 속에 있다가 빠져버린 것 같았다. 보통 소중한건 따로 두지 않나? 나는 델라쿠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왜 가지고 있었던 거야?"

"…주머니에 넣고 까멍어서용."

진짜냐. 소중한 선물의 취급이 말이 아니다.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려다가, 이내 울상이 된 델라쿠르를 발견하고 빠르게 표정을 수습했다.

"도와주실 거예용?"

"…뭐, 알았어."

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니, 이제부터 없어진건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델라쿠르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델라쿠르가 헤실헤실 웃으며 내 뒤를 따라온다. …뭔가 강아지 같은데 기분 탓인 건가.

"내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데."

"괜창아요! 같이 찾아주시는 겅도 감사항걸요. 그리고 도움 엄청 되고 있어용."

"…그보다, 왜 거기 있었는데?"

"플뢰르가 선뭉이 뭐냐고 물어봐서… 그 때 없어징 겅 깨당고 그냥 뛰쳐나왕어요."

"……."

의외로 행동파구나. 델라쿠르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는 입술을 내민다. 그녀가 눈썹을 추욱 늘어뜨리고 말을 이었다.

"엉니가 나항테 실망아면 어떵하죠. 제가 일을 망쳐서-"

"넌 일을 망치지 않았잖아."

"그래도-"

"애초에 일을 망쳤다고 해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괜찮아.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거야."

말하고 나서는 뭔가 미묘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뭐지? 내가 이상한 말을 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말 아닌가. 나는 멍하니 델라쿠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정신을 차리고 손길을 거두었다. 델라쿠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미안."

"괜창아요. 기붕 좋은걸용."

델라쿠르가 이내 환하게 웃으며 조잘거린다. 나는 그 말을 대충 들으며 델라쿠르의 뒤를 따랐다.

"저능 오그와트가 좋은데, 플뢰르는 싫대요. 그래서 저도 싫어하기로 결싱했어용."

그 말은 보통 호그와트 학생 앞에서라면 말 안하지 않나. 정말 눈치 없을 정도로 순진한 것 같았다. 이런 점에서는 플뢰르 델라쿠르랑 엄청 닮았다.

"아, 기붕 나쁘셨어요?"

"괜찮아. …반지는 어떻게 찾으려고?"

"잉단 어디있는지 알아보려고용. 애리 포터가 절 구앴으니까, 포터에게 뭉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안 물어본거야?"

델라쿠르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 그러니까 부끄러웠던 건가. 나는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애리 포터라니. 로널드가 알았다면 십년치 놀림감이었을 거다.

"대신 물어봐줄까?"

"…! 그래도 돼용?"

"상관없어."

델라쿠르가 과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 그렇게 안봐도 되는데. 나는 눈길을 자연스럽게 피하며 말을 돌렸다.

"같이 갈거야?"

"네, 네!"

"그럼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가자."

델라쿠르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많이 고개 흔들면 안 아픈건가. 나는 델라쿠르를 데리고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향했다.

"기숭사 위치 알아요?"

"여기야."

"앵자 밖에 없는데용."

델라쿠르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암호를 어떻게 풀까 고민했다. 별 방법이 없다는걸 깨달은 나는 액자의 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해리 좀 불러줘."

"내가 누구 호출해주는 사람인 줄 아니?"

부인은 투덜투덜 대면서도 소리를 질러 해리를 부른 것 같았다. 해리가 초상화의 구멍을 통해 나왔으니까 말이다. 델라쿠르는 심하게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부담스럽다고.

"드레이코…? 너 요즘에 안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없었는데."

"…그래?"

해리가 의심스러운 눈빛을 계속 나에게 보낸다. 도대체 내 이미지가 어떻길래 그러는거지. 델라쿠르가 빨갛게 물든 안색으로 내 팔을 잡아당겼다.

"망포이…"

"풉, 아니, 미안해."

망포이란 말이 웃겼던게 틀림없다. 애리 포터 주제에. 나는 해리를 짜증스럽게 바라보다가 바로 말을 꺼냈다. 델라쿠르는 아예 얼굴이 터질 듯 했다. 저 상태로는 말도 못 꺼낼 것 같았다. 이래서 해리한테 안 물어보러 간거구나.

"너 반지 본 적 없어?"

"응? 갑자기 웬 반지?"

"호수에 들어갔을 때 반지 본 적 있냐고."

해리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싶더니 눈살을 찌푸린다.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았다. 도움이 안된다. 내가 그런 의미를 담아서 해리를 바라보자 해리가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아니, 애초에 그런걸 생각할 여력이 있지도 않았거든?"

"그래서 기억이 안 난다는 거구나."

"으음…"

델라쿠르의 얼굴이 점점 울상이 되어간다. 나는 델라쿠르의 머리를 대충 쓰다듬었다. 해리는 델라쿠르와 내가 같이 있다는 거에 어리둥절 하면서도 열심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 조금 반짝이는게 보였던 것 같기도 한데…"

"…! 어디서용?"

델라쿠르가 빨간 안색도 내다버리며 열정적으로 묻는다. 그렇게 물을 거였으면서 왜 도와주라고 한거냐. 해리는 델라쿠르가 말을 걸었다는데에 놀라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거지.

"어, 어, 맞아! 분명 인어 중 한 명이 갖고 있었어."

"진짜?"

"응, 확실해. 인어 중 하나가 반짝거리는 걸 손가락에 끼웠었거든. 은색 테두리에 파란색 보석이 박힌 반지 맞아?"

"맞아용!"

델라쿠르가 열정적으로 외쳤다가 다시 볼을 붉히며 내 뒤로 숨었다. 해리는 조금 떨떠름한 기색으로 그걸 바라보다 곧 시선을 돌렸다.

"그 인어 생김새 말해줄 수 있어?"

"음, 초록색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었어. 그리고 조금 날카로운 인상에 보석을 치렁치렁 달고 있었지."

"고마워."

멀뚱히 서 있는 해리에게 인사를 건내고 델라쿠르를 잡아서 빠져나왔다.

왜 반지를 찾는 일에 이렇게 열중하는 지는 나도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내 주위를 돌릴 다른 사건이 필요한 듯 싶었다. 반지 찾기는 그것에 딱 들어맞는 사건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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