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05화 (105/130)

105회

690

나는 호그와트에 도착하고 나서, 곧바로 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했다. 내가 들어오자 시선이 몰렸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팬시와 시어도르, 다프네가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진다.

"너 진짜 어디 갔다온거야?"

"말도 없이 사라지고 말야."

"교수님한테 물어봐도 말씀 해주시지 않던데."

"…별로."

말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시어도르가 내 기분을 알아챘는지 빠르게 말을 돌린다. 정말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

"그보다, 내일 트리저워드 시합이란건 알아?"

"벌써?"

"벌써라니. 호그스미드 외출일 이후로 한 달 정도나 지났거든."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간건가. 나는 속으로 시간을 계산하려다가 이내 포기했다. 팬시가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나를 바라본다.

"정말 괜찮은거야?"

"어, 괜찮아."

"아, 참. 빅터 보러가는데 너도 갈래?"

"아니."

다프네가 나를 계속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고, 팬시가 알았다며 시어도르를 데리고 휴게실을 나갔다. 다프네가 시어도르가 내팽겨친 책을 들었다. 나는 기숙사로 들어갔다.

내가 원작에 개입할 수록 상황은 악화된다.

솔직히 내가 개입해도 되는지도 이제는 모르겠다. 예전처럼 원작을 유지해야 했었을까. 나 때문에 마법 세계가 잠식될지도 몰랐다.

"이러면 성 뭉고 병원에서랑 다를 바가 없는데."

계속 자고 혼자 우울해하고. 한심해서 말도 안 나올 지경이다. 결국에는 또 눈을 감았다

* * *

내일 아침이 되어서 나는 다프네, 팬시, 시어도르와 함께 관중석에 앉았다. 무감각하게 수영장을 살펴보고 있다가 이내 해리의 지팡이를 안 돌려줬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부터 셋을 세겠습니다. 하나, 둘, 셋!"

해리는 이미 호수 속으로 들어간 후였다. 뭐, 이번 시합에서는 마법을 쓰지 않으니까. 나중에 돌려줘도 될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팬시가 신음을 흘렸다.

"빅터가 마법을 제대로 못 건것 같아. 아, 그러게 아가미 풀 먹으라니까!"

"호숫물 먹기 싫대."

시어도르가 비웃는 듯한 기색으로 말을 잇는다. 다프네가 혀를 조금 찼다. 팬시조차 한심해서 말이 안나오는 것 같았다.

"아니, 이겨서 '그 애'한테 고백하고 싶다고 하던 애는 어디갔어? 지금 호숫물 먹기 싫어서 저딴식으로 변신한거야?"

그러게. 나도 거기에는 동의했다. 솔직히 상어 머리로 변신한 크룸은 좀… 많이… 그래보였다.

"그나저나 몇 분이 지났는데도 안 올라오는거야?"

"…안 죽을까?"

"몰라."

델라쿠르의 모습이 보였다. 델라크루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몇 백명의 관객들이 있는건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내, 동생이…! 놔! 노라구용!"

"그러면 저기 인질들은 어떻게 되는거지?"

"덤블도어가 알아서 하겠지."

시어도르가 심드렁하게 대답하다가 다프네의 눈초리를 받고는 말을 고쳤다. …그보다 그거 아직도 하고 있는거였냐.

"정말 거억정 되는구나."

"봐봐! 디고리가 나왔어!"

팬시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소리질렀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집중된 것 같았다. 팬시의 말대로 세드릭 디고리가, 초 챙을 데리고 물에서 나왔다. 후플푸프의 떠나갈 듯한 함성이 귓가를 두드린다. 아, 시끄러.

"또 나오는데? 아, 빅터네."

"쟤 분명 내 말 안 들은거 후회하고 있을거야."

팬시가 코웃음 치며 말했지만, 다프네의 눈초리를 받고 다시 말을 고쳤다.

"어, 조금 빅터가 아쉬울 것 같아."

"좋아."

팬시도 하는거였냐. 다프네가 흡족한 듯 웃으며 팬시의 어깨를 두드린다. 다프네의 격려와는 다르게, 팬시도 시어도르도 뚱한 기색이 역력했다. 둘 다 애같다.

"근데 해리 포터는 언제 나오는거지?"

"몰-라."

"드레이코, 포터가 이긴다고 하지 않았어?"

이걸 어쩌나- 시어도르가 나를 이긴게 뿌듯한지 실실 웃으며 나를 약올린다. 재밌냐. 나는 한심하다는 뜻으로 시어도르를 한 번 보고는 다시 시합에 집중했다.

"어, 나온다."

"가브리엘 델라쿠르도 같이 나오는데?"

"뭐지?"

"뭐긴 뭐야. 영웅 심리 발동한거지… 가 아니라 델라쿠르가 걱정된거 아닐까?"

어차피 말을 바꿀거면서 왜 비꼬는건지 모르겠다. 내 생각이 전달된건지, 다프네가 타박하는 어조로 입을 연다.

"도대체 바꿔야 할 말을 왜 하는거야? 말 좀 예쁘게 해."

"풉."

팬시의 비웃음을 끝으로 시어도르와 팬시가 서로를 노려본다. 어째서 안 싸우는 날이 없는거지. 나는 둘을 냅두고 경기에 다시 집중했다.

"와, 쟤 누구지? 카로카츠로인가?"

"카르카로프."

"아, 그래. 아무튼 정말 대단한 편파심판이다."

팬시가 박수를 치며 조용히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했다. 크룸에게는 10점을 주고, 다른 이들에게는 크룸의 반 정도 밖에 주지 않는다. 심지어 제일 먼저 나온 디고리도 말이다.

"이제 재미없다. 나 먼저 들어간다?"

"어, 나도 갈래."

"나도. 드레이코, 너는?"

저조한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지팡이를 안 돌려줬다는 걸 깨달았다.

"난 부엉이장."

"내 부엉이 빌려줄까?"

"아니."

호그와트의 부엉이를 써야 누군지 들키지 않을 거였다. 나는 고개를 젓고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 방어 마법을 풀지 않은 채로 말이다.

"이 지팡이 좀 해리 포터 한테 전달해줘."

저항하는 부엉이에게 엉지로 지팡이를 쥐어준 후, 부엉이장을 나갔다. 내가 다시는 부엉이장에 오나봐라. 뭐, 이제는 올 일도 없겠지만. 아무 것도 못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 나서는 더 그랬다.

나는 그대로 슬리데린 기숙사로 갔을 거다. 익숙한 은발을 보지만 않았더라면.

"흑… 흐윽…"

"…델라쿠르?"

"망포이?"

은발에 푸른 눈. 분명 가브리엘 델라쿠르다. 도대체 왜 여기서 울고 있는거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