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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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페티그루가 권유한거였나? 하긴, 리들 하우스에 갈 때 쥐들을 보기는 했었다. 페티그루가 날 지키려고, 하지만 왜? 나는 의아한 눈길로 페티그루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버사가 조언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크라우치에게 가지 않았을거야. 하지만 버사는 생각보다 도움이 되었고, 나는 네가 권유한대로 크라우치의 저택으로 향했지."
"주, 인님, 제발…"
"크루시오."
"아아아악!"
- 크루시오.
죽음을 먹는 자가 되고나서 제일 자주 봐온 광경이다. 누군가는 빌고있고, 누군가는 망설임없이 저주를 사용한다. 나는 그걸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아량을 베풀어 주었는데 또 베풀라고 할 셈인가, 윔테일?"
"아니, 아닙니다!"
페티그루가 높은 톤으로 소리질렀다. 나는 날아서 볼드모트의 근처까지 다가갔다.
뭔가 멍한 기분이었다. 이게 꿈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아무 느낌이 없는거겠지. 나는 무감각하게 볼드모트를 응시했다. 이대로 살인 주문을 외우면, 볼드모트는 죽을거다. 입을 열려고 했지만 어쩐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인카서러스."
"그럴- 뭐?"
"인카서러스, 인카서러스, 인카서러스."
밧줄이 지팡이에서 튀어나와 볼드모트를 묶고, 페티그루, 그리고 내기니까지 묶었다. 나는 투명 마법을 풀지 않은 채로 볼드모트와 페티그루를 구석에 던져 놓았다.
'아즈카반으로 보내야겠다.'
그러려면 마법부에 다시 가야한다.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지팡이를 다시 들었다. 통신 마법을 사용해야 하나. 볼드모트가 꼼지락 거리는걸 지팡이를 휘둘러 막았다.
"누구지? 누군데 이렇게-"
"실렌시오."
페티그루가 헐떡거리며 내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본다. 나는 적당히 그걸 무시하며 통신 마법을 상기했다. 주문이 뭐였더라.
"……."
이렇게 쉬운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전생에도, 그 전생에서도. 나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뒤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를 향해 돌진하는 윙키와 마주쳤다.
…잠깐.
"…윙키는, 충실한 집요정이에요!"
"……!"
저쪽에서 볼드모트와 페티그루가 밧줄을 풀고 있는게 보인다. 아, 동작정지 마법을 썼어야 하는건데. 서서히 색이 나타나는 몸을 보고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다시 걸려면 집중을 해야하는데, 지금이 집중할 수 있을 상황일리가-
"아바다 케다브라."
고개를 꺾자 초록색 광선이 벽을 맞고는 사라졌다. 볼드모트가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지팡이를 들어 내 쪽을 겨누었다.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군. 크루시오."
"…센티멘툼."
대비도 안했을 것 같냐. '크루시오'는 상대방에게 '고통'만을 주는 마법. 다른 상해는 입히지 않는다. 그래서 통각 마법 하나는 확실히 만들어 두었다. 나는 붕뜬 느낌인 상태에서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통각 마법이 현실감을 일깨워 주기는 커녕 몽롱한 기분을 더 북돋아주고 있었다.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아바다, 케다브라."
"콘프링코! 리덕토! 크루시오!"
"윙키는 충, 실한…"
"어서 움직여! 어둠의 마왕께서 싸우시는데! 리덕토!"
"프로테고."
다른 광선들은 방어 마법에 의해 없어지고, 초록색 광선이 마지막으로 날아오길래 옆으로 피했다. 그 광선은 벽을 맞고 사라졌다. 윙키는 아예 싸울 기력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페티그루의 구박에도 끅끅거리며 바닥에 얼굴을 묻을 뿐이었다.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
페티그루가 그대로 몸이 굳고는 바닥에 부딪혔다. 윙키에게는 조금 고민하다가 기절 마법을 썼다.
나는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내기니를 바라보다가 다시 동작정지 마법을 써서 날려보냈다. 하지만 내기니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무슨 트롤이냐고.
"스투페파이, 스투페파이. 스투페파이."
내기니는 잠시 휘청거리다가, 이내 의미모를 소리를 내며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호크룩스는 호크룩스인지, 무슨 마법을 날려도 다 튕겨내는 모습에 생각을 포기했다. 트롤도 이 정도는 아닌데. 뭐, 마법을 튕겨내면 붙잡고 있으면 되겠지.
"인카서러스."
"아바다 케다브라."
초록색 광선을 다시 피했다. 그보다 계속 살인 마법만 날리는거냐. 뭔가 창의적인걸 날릴 때도 된거 아닌가. 나는 무감각하게 하얀 뱀을 응시했다. 내기니는 밧줄에 묶인 채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끊기겠는데.
"인카서러스, 인카서러스, 인카서러스."
"임페리오!"
방어 마법을 사용해서 주문을 튕겨냈다. 볼드모트는 다시 주문을 쏠 생각도 하지 않으며, 계속 무언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지팡이를 휘둘러 밧줄 마법을 사용했다.
"내가 누군지 아는가?"
"……."
"바로 볼드모트 경이다! 네가 원하는건 다 들어줄 수 있지. 돈? 명예? 권력? 모든 말만-"
"실렌시오."
지금은 완전히 부활하지 못한 볼드모트였다. 그래서 내가 쉽게 제압한걸지도 모른다. 원래 무언가를 자르려면 싹부터 잘라야 한다는 말이 있지. 볼드모트가 싹은 아니었지만.
나는 지팡이를 휘둘러 통신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형식적인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 네, 마법부 입니다.
"아아악!"
- 무슨, 무슨 일이시죠?
"빠, 빨리 좀…"
연극적으로 대사를 마치고나서 통신을 끊었다. 아, 그러고보니 크라우치 2세가 누군지 알아야 하는데. 진짜 피곤하다. 나는 볼드모트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크라우치 2세는 누구지?"
"큭, 크하하하하!"
…미친건가. 그럴 가능성도 적지는 않다.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친절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통각 마법 효과 언제까지 지속되는 거냐. 붕뜬 느낌이 아직도 선명하다.
"크라우치 2세는 누구지? 무슨 모습으로 호그와트에 잠입했지?"
"말하지 않는다면?"
"여기있는 사람들이 위험해지겠지."
"하하하하!"
볼드모트는 정말로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양 계속 웃었다. 내가 정말로 침묵 마법을 걸까 고민하고 있는 와중, 볼드모트가 웃음기 베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넌 하지 못해, 절대로."
"무슨-"
"넌 지금 파괴적인 마법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지. 트라우마라도 있는건가? 아니면 날 죽이길 주저하는 건가?"
입술을 조금 깨물고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어찌 되었든 볼드모트와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아야 했다. 레질리먼시가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마법부는 언제오는거냐.
"죽는 것보다 두려운건 없지. 넌 그 의미를 잘 알고 있군."
"……크라우치 2세는 누구지?"
"참 재밌군. 넌 죽음을 먹는 자였어야 했어. 너같은 사람이 어째서 죽음을 먹는 자가 아닌거지?"
볼드모트의 말은 순수한 의문이었다. 나는 짜증을 억누르려고 애쓰며 볼드모트의 말을 흘려들었다. 안 알려줄 생각이면 내가 직접 찾으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