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00화 (100/130)

100회

689

"오러 본부에서 수고가 많으십니다."

나는 싱글싱글 웃으며 오러를 바라보았다. 오러도 덩달아 조금 기운빠진 미소를 지었다. 원래 사생활 침해는 안하는데. 나는 속으로나마 미안함을 표했다. 그리고 오러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고맙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그래슨 씨?"

"어, 저기, 오러 본부에 신고를 하면 출동해 주시는거죠?"

"오러가 나설 만큼의 일이면요."

오러는 그렇게 받아치며 싱글싱글 웃는다. 역시 안 통하는거냐.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싹 지우고 빠른 톤으로 말을 시작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건 어려운데. 아무튼 불안한 어조면 괜찮을거다.

"그, 그게 있잖습니까. 제가 이상한걸 발견해서요."

"무얼요? 팔이 앞에 달린 괴물이라던가, 보라색 머리의 사람이라던가 하는거면 성 뭉고 병원을-"

"그게, 그게… 그러니까…"

"괜찮으니까, 말씀해 주시겠어요?"

오러가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한다. 무슨 말이든 다 들어주겠다는 태도였다. 나는 오러를 보고 안도한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무려 오러신데, 괜찮으시겠죠."

"네, 그럼요."

그럼요는 무슨. 견습 오러는 훈련의 일종으로 손님들을 상대한다. 아마 지금까지 훈련만 받다가 이제 막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건 알아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오러를 계속 바라보았다.

"제가 집으로 가는데 그, 이상한걸 들어서 말입니다. 그, 그…"

내가 말을 흐리고 눈치를 보자, 친절한 미소를 짓고있는 오러의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아마 속으로 오만 가지 욕을 하고 있겠지. 나는 계속 눈치를 보는 척 하며 느릿느릿한 어조로 시간을 끌었다.

"그게…"

이제는 입꼬리가 부들부들을 넘어서 파들파들 떨린다. 얼마나 떨리는거냐. 나는 눈을 굴리며 일단 말을 꺼냈다.

"아무도 안 믿어줄 것 같아서요."

"…무엇을 보셨습니까?"

"그,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에 걸린 것 같아서요. 여기에 다니는 마법부의…"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속삭일 지경이었다. 오러가 내 말을 듣기 위해 몸을 바싹 붙인다. 하긴, 마법부의 사람이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린 건, 꽤 중대한 사항이니까 말이다. 어느새 짜증 섞인 오러의 얼굴은 긴장된 기색이 만연했다.

"마법부의 누구가요?"

"그게…"

나는 바닥과 오러를 번갈아 바라보며 연신 눈치를 보았다. 오러가 눈썹을 꿈틀거린다. 이제는 입꼬리가 아니라 눈썹인가.

"바,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 씨요."

"네?"

"그 사람이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린 증상을…"

"에이… 설마요."

오러의 긴장된 얼굴이 조금 펴지더니, 싱긋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절대 안그럴거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는 일부러 조금 더 불안한 얼굴을 만들고 손을 떨었다.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 씨는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저번에 길을 걷다가 만나서 싸인을 부탁했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글자를 잘 못 알아보시고, 휘청거리시더니-"

"조금 나이가 드신건 아닐까요?"

오러가 이제는 완전히 긴장을 놓았다는 듯 조금 짜증어린 기색으로 나를 바라본다. 해석하자면 이런 일에 오러를 부르다니. 정도의 얼굴인가. 나는 눈썹을 모으다가 다시 폈다.

"저도 그런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크라우치 씨가 나오지 않으셨잖습니까. 지인에게 들었는데, 이번 학기부터 마법부에 나오지 않으셨다고…"

"으음- 크라우치 씨는 괜찮으실 거예요. '그 시기'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신 분인걸요."

오러의 얼굴에는 믿는 기색이 만연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는 척하며 뒤 쪽의 다른 오러들도 차례차례 살펴보았다. 어차피 오러의 눈에는 조금 불신하는 기색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제일 뒤의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곧 시선을 돌렸다.

"하긴… 제 착각이겠죠."

"그럼요, 그렇죠."

"저 때문에 시간 낭비하셨죠? 조금 죄송하네요."

"괜찮습니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한 뒤에 마법부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공중부양 마법과 배속 마법, 투명 마법을 걸고 호스윕 마을로 향했다.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는, 거기에 살았으니 말이다.

"……."

별로 쓰지도 않는 레질리먼시를 써가면서 크라우치의 위치를 파악했다. 오클리먼서가 꽤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모든 것에는 구멍이 있기 마련이니까. 결국에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고.

"원래는 조금 더 밀어붙일 생각이었지만."

사실 말하는 도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볼드모트가 거기에 있으니까. 오러가 간다면 죽을 수도 있다. 아무리 힘이 약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크라우치의 저택은 호스윕 마을에 있다. 버사 조킨스도 들어가 본 적이 있다고 하니, 보안이 철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볼드모트가 손봤다면 철처해야 하나.

제일 뒤 쪽에 있는 오러에게서 이 정보를 얻었다. 사자 갈기 같았던 머리. 아마 루퍼스 스크림저일 거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크라우치의 저택으로 날아갔다. 노화 마법은 아직까지 제 효능을 다하고 있었고, 투명 마법도 그대로였다. 마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크라우치의 저택 앞에 섰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크라우치의 품 안을 조사했을 때 나온 거였다. 아, 생각해보니까 해리한테 지팡이 안돌려줬네.

"아아아악!"

문을 열자마자 들린건 신음 소리였다. 나는 멈칫거리는 발을 겨우 떼고는 문을 소리나지 않게 닫았다. 어차피 투명 마법도 걸었고 아무도 보지 않는 것 같았다.

"일을 다 망쳐놓았더군."

"주, 인님! 자비를, 아아아악!"

"크루시오! 멍청한 녀석!"

"허억! 주인님, 어어억!"

- 아아악!

비명 소리가 머리를 가득 메운다. 피냄새, 전장의 함성 소리, 울음 소리까지. 모든 소리가 머릿속에 섞여드는 것 같았다.

- 전부 너 때문이야.

아스팔트에 뿌려진 핏자국, 옥상까지 타고 오르는 피냄새, 그리고 주변 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나는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속을 겨우 진정시켰다. 지금 그걸 막으려고 가는거잖아. 속으로 중얼거리며 고르지 못하게 변한 숨소리를 작게 내쉬려고 했다. 다행히도 볼드모트는 페티그루에 정신이 팔린 것 같았다.

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조심조심 다가갔다. 저 멀리에 집요정이 보였다. 그, 윙키였나. 윙키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윙키는 주인님이 시키는대로 해야해요. 윙키는 충실한 집요정이에요…"

지팡이를 쥔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힘이 들어간 손과는 반대로 더 작은 소리를 내며 걸음을 옮겼다. 아, 생각해보니까 공중부양 마법을 쓰면 되는구나.

"크루시오!"

"아아악! 제발 자, 비를…!"

"윙키는, 윙키는 충실한 집요정이에요…"

나는 신음 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향했다. 내기니는 어디있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닥에 늘어져서 누워있는 내기니를 발견했다. 일광욕하는 것 같다.

볼드모트는 한참을 씩씩거리다가, 곧 정신을 차렸는지 한숨을 쉬고 씹어내듯 말을 내뱉었다.

"이제 이 저택도 안전한 장소가 아니야. 집요정을 통해 리들 하우스로 가야 해."

"주, 주인님, 하지만 거긴-"

페티그루가 고개를 번쩍들며 빠른 어조로 대꾸한다. 볼드모트는 퍽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크루시오."

"아, 아아아악!"

"넓은 아량을 베풀어, 리들 하우스를 나가 크라우치의 저택으로 향했다. 네가 권유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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